중년아재의 건강일기
육체는 하루하루 배신의 늪을 만든다. 좋아지기는커녕 어디까지 안 좋아지나 벼르는 것 같다. 중년, 그리고 아재. 용어만으로 서글픈데, 몸까지 힘들다. 만성 피로와 무기력, 나쁜 콜레스테롤에 당뇨, 불면증까지 육체의 배신들이 순번대로 찾아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건강은 되찾을 수 있을까. 코로나 시대와 함께한 지난 2년간의 건강 일기를 매주 토요일마다 연재한다.
육체는 하루하루 배신의 늪을 만든다. 좋아지기는커녕 어디까지 안 좋아지나 벼르는 것 같다. 중년, 그리고 아재. 용어만으로 서글픈데, 몸까지 힘들다. 만성 피로와 무기력, 나쁜 콜레스테롤에 당뇨, 불면증까지 육체의 배신들이 순번대로 찾아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건강은 되찾을 수 있을까. 코로나 시대와 함께한 지난 2년간의 건강 일기를 매주 토요일마다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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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일본어과 재학생 중 특히 여학생들이 1년간 일본에 어학연수를 가면 예외 없이 대부분 살이 쪄서 돌아왔다. 이유를 물어보면, 하나같이 같은 답변이었다. "빵의 유혹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는 것.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한 번 빠지면 그 중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일본 특유의) 빵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다 보니, 어느새 불어난 뱃살을 감당하기 힘들어졌다. 1년 찌고 2년 빼는 '고통의 (운동) 시간'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는 얘기가 우스갯소리처럼 퍼졌다. 내가 사는 집 근처에 유명한 빵집이 있다. 하드와 소프트로 나눠 매일 아침 8시에 나오는 시오빵(소금빵)을 한 입만 물면 과장을 보태 그 부드러움과 감칠맛에 바로 쓰러질 것 같다. 이 빵을 시작으로 바게트, 깜빠뉴, 치아바타를 섭렵하고 케잌까지 이르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었다. 그렇게 먹다가 제동이 걸리는 때가 건강검진 결과를 받고나서다. "아니, 당뇨 전 단계?" "중성지방과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2배?" 그간 먹었
살을 찌우지 않고 건강을 유지하려면 탄수화물을 줄이는 것이 최적의 해결책이다. 식사 때마다 밥 반 공기만 덜어내도 체감 효과는 2배 이상이다. 하지만 탄수화물을 아예 끊을 수는 없다. 격한 운동 뒤엔 무엇보다 탄수화물이 필수 영양성분이고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않으면 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밥 대용 탄수화물을 찾다가 한동안 꾸준히 먹었던 음식이 고구마다. 무지갯빛으로 구성한 샐러드에 고구마를 곁들이면 고소한 맛은 증가하고 건강식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 빼놓을 수 없는 한 끼 식단으로 자리잡았다. 어떤 식품(100g 기준)의 혈당 상승 속도를 GI(혈당지수)라고 하는데 0~55(낮음), 55~69(보통), 70이상(높음)으로 분류한다. 고구마의 GI는 55 정도로 감자 90에 비해 혈당을 낮추는 대표적인 다이어트 음식으로 그간 유명세를 떨쳤다. GI가 높은 식품은 혈당을 빠르게 상승시켜 인슐린이 과잉 분비되고, 이로 인해 체지방 축적이 일어나 비만이 촉진될 수 있기에 당뇨 환자는
한 유튜브 영상에서 60세 남자의 희한한 철봉 기술을 보고 감탄을 쏟아냈다. 중력을 배반하는 듯한 허공에서 오래 버티는 그 기술의 명칭은 '사이드 레버'(Side Lever). 철봉 옆 기둥을 양손으로 잡고 두 다리를 허공에 띄워 버티는 동작이다. 인터넷 사전에는 코어 근력이 강하지 않으면 해낼 수 없는 동작이라는 설명이 달렸다. 이 분의 '묘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푸시업(팔굽혀펴기)도 남달라, 상체를 엎드리고 올라올 때 점프하면서 앞 나무 기둥을 잡는 등 그간 쉽게 보지 못했던 마술 같은 체력 단련의 현장이 생생하게 포착된다. 이 분 옆에 있는 63세의 또 다른 남성은 이에 비할 바는 아니나, 나름 운동 마니아라는 사실을 증명하듯 순식간에 턱걸이 23개를 해치운다. 영상을 촬영하는 30대 유튜버가 괜히 따라하다 망신만 당하는 모습도 함께 비친다. 30대가 60대보다 체력이 뛰어나고 훨씬 운동을 잘할 것이라고 보는 게 일반 상식이다. 그 역이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나, 그럴
매일 낮 12시30분부터 1시까지 커피숍은 문전성시다. 대략 식사를 마친 이 시간대에 수많은 이들이 줄지어 커피숍에 늘어 서 있는 건 다음 3가지 목적 때문이다. 맵거나 짜거나 느끼한 음식을 먹고 난 후 맛의 중화작용을 위한 일이 첫 번째이고, 식후 졸음을 깨기 위한 필수 코스의 하나로 자리잡은 의식이 두 번째다. 마지막은 식사한 뒤 본능적으로(?) 이어지는 습관(사회적 관계)을 거역할 수 없어서다. 뇌에 각인된 이 습관은 커피가 더 이상 건강의 문제가 아닌 생활의 영역으로 다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필자도 한동안 이 의식과 습관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 되레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도록 좀 더 빨리 커피 한 잔을 획득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직장 생활 내내 지냈던 것 같다. 그렇게 커피는 하루로 보면 정해진 포맷을 따르고 있었다. 우선, 기상하자마자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부터 하루의 시작을 알려야 했고, 점심 식사하자마자 바로 커피숍으로 향하는 수순이 숙제처럼 이어졌다. 금연을 하기
하마터면 깜박 속을 뻔했다. '하루 5분 운동으로 뱃살 빠지는 법', ''이것' 먹었더니 내장지방 녹아' 같은 영상들 앞에서 모든 시름이 단박에 사라졌다. 뱃살, 특히 내장지방을 줄이는 게 너무 힘든 나에게 단비 같은 콘텐츠였다. 'lose belly fat'(뱃살 빼기) 앱을 가장 먼저 깔고 초보부터 중간 단계까지 두 달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열심히 따라했다. '점핑잭'(Jumping Jacks) '싯업 트위스트'(sit-up twist) '리버스 크런치'(reverse crunches) '마운틴 클라이머'(mountain climber) '플랭크'(plank) 등 소위 '복부'와 관련된 모든 뱃살 빼기 운동의 정석들을 동원했다. 소화는 잘되는 것 같았다. 위에서 대장으로 내려가는 속도가 2배쯤 빨라진 느낌이랄까. 점핑잭(팔벌려뛰기)으로 뛰어오르는 횟수만큼 방구가 나오는 놀라운 경험은 이 운동의 위력과 효능을 새삼 느끼게 했다. 그렇게 꾸준히 했는데도 뱃살은 빠지는 것 같지 않았
건강해지려면 부엌을 사랑해야 한다. 부엌 생활에 익숙해지지 않고서는 건강해지기 어렵다. 물론 건강식을 배달로 시켜 먹을 수도 있고, 건강 밀키트를 종류별로 구매해 쟁여 놓고 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재료를 씻고 칼질하고 이런저런 양념을 뿌리는 작은 수고로움이 동반되지 않는 음식은 이상하게도 건강하게 먹은 느낌이 덜하다. 내가 직접 만들어 먹는다는 뿌듯함일까, 아니면 적절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 심리 때문일까. 그것이 무엇이든 부엌에 오래 머무르는 자만이 건강한 음식을 먹을 권리와 먹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부엌은 그리 쉬운 남자들의 놀이터는 아니다. '부엌=어머니'라는 해묵은 공식이 심리 한편에 자리잡은 데다, (요즘 많이 분위기가 달라지긴 했지만) 적어도 나처럼 50대 중년 남자들에게 요리는 여성의 세심한 손길이 닿아야 한다는 막연한 믿음이 존재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2015년 5명의 상(床) 남자와 인터뷰한 적이 있다. 마초적 의미의
주변에서 하도 마사지 마사지 하길래, 재미 반 피로회복 반을 위해 체험 안마의자 숍을 찾았다. 듣던 대로 세련되고 멋졌다. 직원이 많이 해본 듯 묻기도 전에 미리 알아서 설명을 늘어놓았다. "일단 100만원대 저가부터 고가 순서대로 10~15분씩 해보시고, 그중 몇 개를 최종 후보로 올려놓고 마지막에 결정하시면 되겠습니다." 탄식이 절로 나왔다. 체형 분석을 시작으로 사람 손이 눌러주듯 편안하면서 단단한 롤링이 몸 구석구석 닿을 때마다 진한 쾌감이 솟구쳤다. 그렇게 여러 단계를 거쳐 700만원대 최고가 마사지기 앞에 섰다. 안마의자의 원조라는 일본 직수입 제품인데, 목과 허리 등 척추에 최적화된 제품이라는 설명을 듣고 누웠더니, 아니나 다를까 구부러진 척추 마디마디가 한의사의 추나요법을 받는 것처럼 곧추세워지는 듯했다. 마사지를 깊고 넓게 받은 뒤 시원한 느낌은 강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아쉬웠다. 마지막 변을 보지 못한 2% 부족한, 그런 느낌이랄까, 그것은 발에서 나왔다. 직원도
지난 수십 년간 한강공원에서 한 일이라곤 자전거 타기와 공원 잔디에서 텐트 치고 치맥을 먹거나 한강을 바라보는 게 전부였다. 그야말로 무위도식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한강공원에 우리 세금이 얼마나, 어떻게 쓰이는지는 1도 관심이 없었다. 세금은 그냥 낼 뿐, 이후는 남의 일처럼 여겼던 지난날들. 그런 한심하고 무관심했던 나의 철학에 자극을 준 건 건강이었다. 건강이 갑자기 안 좋아져 금연→식이요법→운동으로 단계별 행동 사항을 이행하면서 제대로 눈을 뜨고 관찰하게 된 것이 각종 공원에 비치된 운동 시설 기구다. 그동안 한강공원은 물론이고 동네 뒷산을 다니거나 작은 공원을 지나치다 한사코 마주하는 이 기구들은 60대 이상 노년을 위한 시설이라고만 여겼다. 50대까지는 적어도 괜찮은 피트니스 센터에서 기름칠한 최신식 운동기구와 함께 '보람찬 시간'을 보내는 게 나름의 상식이라고 믿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공원 기구들은 대충 봐서는 강도 높은 운동기구들이 거의 없는 듯했고, 기구도 낡은 듯
잊을만하면 나타나는 캘린더성 뉴스 때문에 때론 필요 이상의 확신을 가질 때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커피나 아스피린, 와인이다. 결론은 대부분 비슷하다. 적당히 먹으면 심혈관 질환에 좋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가 최근에는 하루 1.5~3.5잔 정도의 커피에는 설탕을 조금 타서 마시더라도 사망률을 30% 정도 줄여준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는 뉴스를 실었다. 이렇게만 보면 커피는 설탕의 죄의식까지 덜어내는 너무나 착한 음식임을 부정할 수 없을 듯하다. 개인적으로 커피를 너무 좋아해서 온갖 커피를 단계별로 모두 거쳤다. 달달한 믹스커피로 시작해 내리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풍미를 놓칠 수 없어 핸드드립의 유혹에 빠졌다가 스타벅스 같은 브랜드 매장의 탄생으로 에스프레소라는 커피 본연의 맛에 취했고 아직 취하는 중이다. 간혹 캡슐 커피의 재미에 빠지기도 하고 더치 커피의 호기심에 끌리기도 했으나 자동차 튜닝의 끝이 순정이듯, 커피도 에스프레소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지난 20여년을 에
어느 날, 오후 6시 밥 한 공기를 다 해치우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몸무게는 그 전날보다 500g 더 줄었다. 탄수화물 반 만 먹겠다고 지난 6개월간 다짐하고 실천했지만, 이날 만큼 약속을 못 지키고 한 그릇 뚝딱 해치웠는데 되레 몸무게가 줄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날 저녁 밥 반 공기만 먹고 식단 약속을 지켰다는 즐거움에 잠들었다. 비록 밥때를 놓쳐 저녁 8시에 먹었다는 점만 빼놓고는 완벽한 식사 양과 구성이었다. 하지만 웬걸? 몸무게는 전날보다 500g 더 늘어난 수치를 보였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음식 양에 목숨 걸듯 했는데, 이런 반전의 결과를 보니 허탈했다. 나름 과학적 데이터를 도입해 양을 조절한 나의 노력이 한꺼번에 수포로 돌아간 느낌이었다.(그렇다고 양이 중요한 기준이 아니라는 얘기는 아니다) 곰곰이 생각하다 우연히 일어난 '사고'로 보고, 이번에는 다른 실험을 감행했다. 오후 6시 밥 한 공기를 먹고 대신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키 180cm에 몸무게 72kg의 기자 신체가 어떻게 당뇨이고, 비정상 체중이며 여기서 더 몸무게를 빼서 건강을 지킬 수 있는지 의문을 표시한다. 누가 봐도 이 수치는 '정상'으로 기록될 만큼 부족함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 신체가 문제여서 3주 만에 8kg을 뺀 64kg가 되어서야 비로소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건강해졌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이 믿지 않는다. 나도 그랬다. 다른 이들의 지적처럼 180-72가 제일 보기 좋고 건강한 모습이라는 인식 때문에 금연하고 살찌우며 생애 최초 70kg 고지를 밟으며 나름 만족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의 체형과 건강 수치는 제각각이다. 40대 중반까지 65kg 넘어보는 게 소원이었지만 수십 년간 허리 28인치, 몸무게 60kg 초반 때 머물던 '말라깽이 흑역사'는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심지어 입대할 땐 3kg만 빼면 군 면제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로 나무젓가락 체형을 유지해왔다. 금연 이후 늘어난 몸무게로 '자랑스러
3개월 만에 다시 만난 의사는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당뇨 판정을 받은 환자가 다시 검사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던 비슷한 결과에 습관적으로 반응하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급속 피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오랜만에 수험생 기분을 맛봤다. 지난 3개월간 부족한 과목에 집중하며 등급을 올리려 노력했는데, 결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과 해도 안 되는 학습 부적응자의 한계(?) 인식에 따른 허탈함이 동시에 신경세포를 건드렸다. 만약 이번 결과가 좋으면 "나는 앞으로 더 열심히 내 몸을 만들고 정신을 배양하는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는 다짐을 부채질하는 동시에, 이번 결과도 전과 다르지 않다면 "나는 예전처럼 담배를 피우고 먹고 싶은 만큼 먹고 힘든 운동도 모두 포기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전면에 내세웠다. 결과가 나왔다. 의사 선생님이 검사 결과를 A4용지에 받아쓰기하듯 적은 뒤 내게 보여줬다. 빨간펜, 파란 펜으로 뒤섞어 밑줄 친 결과는 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