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아재의 건강일기
육체는 하루하루 배신의 늪을 만든다. 좋아지기는커녕 어디까지 안 좋아지나 벼르는 것 같다. 중년, 그리고 아재. 용어만으로 서글픈데, 몸까지 힘들다. 만성 피로와 무기력, 나쁜 콜레스테롤에 당뇨, 불면증까지 육체의 배신들이 순번대로 찾아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건강은 되찾을 수 있을까. 코로나 시대와 함께한 지난 2년간의 건강 일기를 매주 토요일마다 연재한다.
육체는 하루하루 배신의 늪을 만든다. 좋아지기는커녕 어디까지 안 좋아지나 벼르는 것 같다. 중년, 그리고 아재. 용어만으로 서글픈데, 몸까지 힘들다. 만성 피로와 무기력, 나쁜 콜레스테롤에 당뇨, 불면증까지 육체의 배신들이 순번대로 찾아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건강은 되찾을 수 있을까. 코로나 시대와 함께한 지난 2년간의 건강 일기를 매주 토요일마다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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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이 습관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자 이번에는 운동이 화두였다. 콜레스테롤만 문제였다면 식이 조절로 끝내려고 했는데, 당뇨까지 겹쳐 운동을 피할 수 없었다. 당뇨는 혈당 조절이 중요해 음식이 1차 방어벽이라면, 운동은 마지노선이다. 만약 라면이 너무 먹고 싶어 면에 밥까지 말아 먹었다면 최소한 30분 이상 걸어야 한다. 걷고 안 걷고의 단순한 차이가 혈당 수치를 최대 2배 가까이 벌리기 때문이다. 운동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의견이 크게 갈리지 않을 정도로 정해져 있다. 근육 운동과 유산소 운동. 이 두 가지 병행 요법에 이견은 없다. 순서도 근육 운동을 먼저 하고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쉽게 말하면 스쿼트나 팔굽혀펴기 같은 운동을 한 뒤 걷거나 뛰라는 얘기다. 당뇨 판정을 받은 내가 하루 세끼 식단에 맞춘 운동법은 아침에 근육 운동, 점심에 걷기, 저녁에 근육 운동 뒤 뛰기다. 아침엔 팔굽혀펴기(푸쉬업) 30회, 스쿼트 30회를 '간단히'
식단을 바꾸며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이 아침 샐러드 챙겨 먹기다. 정확히 말하면 아침과 저녁 두 번이다. 채소만으로 꾸리는 샐러드는 어딘가 밋밋하기에 과일 몇 종류를 함께 넣는다. 다만 당뇨 환자는 과일을 '적당히' 섭취해야 하므로 양에 특히 신경을 쓴다. 의사 등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양은 주먹 한 움큼 정도다. 매번 일일이 잴 수 없기에 눈대중으로 가늠한다. 한 끼마다 사과의 경우 5분의 1, 오렌지 4분의 1, 블루베리 5~7알 정도다. 3대 노란색 단 과일은 당뇨에 '적'이다. 바나나, 망고, 파인애플은 6개월 사이 보지도 느끼지도 사지도 말아야 할 블랙리스트로 떠올랐다. 채소는 기본으로 어린잎을 깔고 오이 3분의 1, 파프리카 반 개, 토마토 반 조각이 필수다. 처음에는 라디치오, 양상추, 적근대, 치커리, 로메인 같은 두툼한 채소들로 구성된 패키지 샐러드를 구입해 먹곤 했는데, 여러 과일과 섞으면 양이 많아지고 씹기도 불편해 어린잎으로 교체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샐러드는 약
금연 후 몸무게는 8kg 늘었다. 64kg에서 72kg이다. 키 179cm에 비하면 적중 체중인데, 살은 대부분 허리에 모여 있었다. "이것이 그 유명한 내장지방이라는 거군" 혼잣말로 읊다가 살 여기저기 만져보니, 옆구리살은 삐죽삐죽 튀어나왔고 뱃살은 올챙이배 모양으로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었다. 왜 살은 얼굴과 어깨, 팔, 허벅지, 다리 쪽으로 붙지 않고 배로만 몰리는 걸까. 거울 속에 비친 내 뱃살은 이런 한탄을 비웃기라도 하듯 제멋대로 늘어지며 출렁거렸다. 허리사이즈 31인치의 바지는 혁대를 더 이상 요구하지 않았다. "살이 다른 곳으로 갔다면 그건 당뇨의 신호가 아니었겠지" 같은 나름의 자책성 멘트로 슬슬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뱃살은 '위험한 신호'였다. 사랑이 허리상학적 관념과 허리하학적 욕망의 끊임없는 투쟁인 것처럼, 당뇨도 뱃살과 허벅지의 총성 없는 전쟁이다. 당뇨는 허벅지가 튼튼하고 (허벅지) 근육이 많은 이들에겐 공격하기 힘들다. 동계올림픽 때마다 만
담배를 끊었더니 후각이 되살아났다. 모든 맛에 민감해졌고 식욕이 불타올랐다. 조금씩 살이 찌기 시작하자, 안도감이 들었다. 적정 체중이 70kg 정도여서 앞으로 6kg(2020년 당시 64kg)까지 더 늘어도 문제없을 것 같았다. 금연을 한 뒤 보건소에서 한 달에 한 번 전화가 왔다. "금연 잘하고 계시죠?" 같은 질문에 처음 몇 달은 "네"하고 짧게 대답하고 끝냈다. 6개월 즈음 지났을 땐 "근데, 살이 계속 쪄요. 특히 옆구리살요."하고 대답하면 "금연하면 대개 10kg은 금세 쪄요.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돼요."라고 습관화된 듯한 답변을 던졌다. 나름 건강을 유지하겠다고 밀려오는 식욕의 억제재로 선택한 음식이 견과류다. "배고프면 견과류를 먹어라"라는 말은 다이어터나 식습관을 조절하는 이들의 공통 규율처럼 인식됐다. 처음엔 한두 알 집어먹다, 일하면서 먹는 견과류가 어느새 공기 한 사발로 불어나 있었다. 그렇게 금연한 지 1년 가까이 돼 건강 검진을 받았을 때 충격적인 결과가
끽연가였다. 많게는 하루 담배 2갑을 피웠다. 식후연초 불로장생이라는 시쳇말처럼, 식사의 목적이 담배를 피우기 위해서였다고 할 만큼 담배를 아끼고 사랑했다. 개인적인 이점을 덧대자면 글을 쓰다 막힐 때나 상황의 전환이 필요할 때, 정서적으로 불안하거나 힘들 때 담배만큼 의지하기 좋은 도구가 없었다. 누군가 "이제 끊을 때도 되지 않았나"라고 물으면, 그때마다 습관처럼 던진 대답은 "차라리 이혼을 하면 했지, 어떻게 금연을"이었다. '상식의 오류'라는 책에서 담배가 백해무익하나 딱 한 가지 좋은 점이 있다면 그것은 치매 예방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래서 흡연 작가들이 치매의 영향을 덜 받는다고 하는데, 믿거나 말거나다. 치매 예방 및 치료에 관한 한 그나마 그럴듯한 설명이나 설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두뇌를 계속 쓰는 것과 걷기다. 걸으면서 머리를 쓰면(이를테면 9단이 넘어가는 구구단을 의도적으로 하기/끝말잇기 등) 치매에 최적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학적 소견도 있다.
비만을 단 한 번도 걱정해본 적이 없었다. 되레 살찌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20세 때, 코미디언 고 김형곤이 방송에 나와 살찌는 노하우를 대공개한 적이 있었는데, 요약하면 이렇다. "자기 직전, 라면 한 그릇을 끓여라. 그렇게 한 달만 해라." 무릎을 치고 실행에 들어갔다. 한 달까지 채우지 못했지만, 2주는 버텼던 것 같다. 하지만 몸무게는 전혀 늘지 않았다. 태생이 멸치처럼 말랐으니, 더는 기대하지 말자며 먹고 싶은 거 실컷 먹는 즐거움과 자유를 만끽 누렸다. 그렇게 단 한 번 살이 찐 적 없이 50kg 중후반대 몸무게를 30년간 유지했다. 입대를 위한 신체검사에서는 키 179cm, 몸무게 52kg이 나왔는데 담당자가 3kg만 빼면 현역 대신 방위로 빠질 수 있다는 꿀팁을 알려줄 정도로 이런 비대칭적 몸무게를 신기해했다. 공교롭게도 그렇게 먹으면서도 튀긴 음식, 피자, 햄버거 등은 피했다. 피했다기보다 손이 가지 않았다. 살이 안 찌는 데는 다 이유가 있겠거니 했다.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