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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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오사화(戊午史禍)가 일어남으로부터 사관(史官)의 기록하는 것이 왕의 말 출납만을 쓸뿐이었는데, 반정 뒤로는 사람들이 불붙은 기름 속에서 살아나자 놀고 즐기는 데만 빠져 직무를 돌보지 않고 왕의 말마저도 기록하지 않다가, 여러 해를 지나고 나서야 사고(史稿)를 정리하니, 조정의 논의나 상벌 등의 일에 빠진 것이 많았다." 중종 2년(1507년) 6월 2일 중종실록 3권에 기록된 '무오사화 이후 사관이 기록을 소홀히 하게 된 것'에 대한 사신의 논평이다. 무오사화는 연산군 4년(1498년) 이극돈·유자광 등 훈구파들이 사림출신의 사관 김일손이 사초(실록의 토대가 되는 기초 기록)한 성종실록에 그의 스승인 김종직의 조의제문(弔義帝文: 항우에 죽임을 당한 초나라 회왕-의제를 추도하는 글)을 싣은 것을 두고 벌어진 조선 최초의 사화(士禍)다. 왕조차도 보는 것이 금지된 실록의 사초를 연산군이 보고 이 역사적 기록 때문에 벌어진 사건이라고 해 사화(史禍)고 부른다. 훈구세력들은 조의제문이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45일 내로 반도체 재고와 주문량, 생산량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 '자발적 정보공개'라는 허울을 썼지만 실상은 힘없는 나라 기업에 대한 폭압이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미국의 이런 행태가 비단 우리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240여년전 영국 조지3세에 맞선 미국의 독립전쟁을 돕다가 재정파탄에 빠져 왕정(루이16세)이 무너진 경험을 한 프랑스는 240년 후 다 잡은 78조원 규모의 잠수함 계약을 하루 아침에 두눈 멀쩡이 뜨고 미국에 뺏겼다. 호주는 2016년 프랑스와 맺은 900억 호주달러(약 78조원) 규모의 잠수함 발주(12척)와 기술 이전 계약을 지난 15일(현지시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그 뒤에는 미국이 있었다. 호주는 영국·미국과의 새로운 3자 안보 동맹 '오커스'(AUKUS)를 발족하면서 미국으로부터 핵잠수함기술을 제공받기로 했다. 미국이 핵잠수함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프랑스의 뒷통수를 친 것이다. 미국은 미안한 기
"오늘은 제가 2년반 동안 손꼽아 기다려왔던 날입니다. 살다보면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제품이 우리 모두의 삶을 바꿔놓습니다. 이런 제품을 하나라도 만드는 것은 정말 운이 좋은 것입니다. 애플은 운좋게도 이런 제품을 몇개 만들었습니다. 2007년 1월 9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07년 맥월드' 행사에서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차분한 목소리로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그는 애플이 만든 운 좋은 제품으로 1984년 맥킨토시, 2001년 아이팟을 언급했다. 그리고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오늘 우리는 이런 혁신적인 제품을 무려 3개나 선보이려 합니다. 첫번째는 터치로 조작할 수 있는 와이드스크린 아이팟입니다. 두번째는 혁신적인 휴대폰입니다.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획기적인 인터넷통신기기입니다." 여기까지는 잡스의 페이크였다.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의 대단함을 보여주기 위한 수사(修辭)였다. 그는 이어 이렇게 말했다. "이것들은 각각 3개의 제품이 아닙
"저에 대한 걱정과 비난, 우려 그리고 큰 기대를 잘 듣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한달전 8.15 광복절 가석방으로 출소할 당시의 말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13일 출소하자마자 서울 이태원집에 잠깐 들러 옷차림만 정비한 후 바로 삼성서초사옥을 찾았다. 그 자리에서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사장 등 삼성 경영진들을 만나 그동안 못챙겼던 현안부터 점검했다. 그리고 열흘 후인 같은달 24일 향후 3년간 반도체와 바이오 등에 240조원을 신규 투자하고 직접 고용 규모를 4만명으로 확대하겠다는 투자와 고용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같은 발표 이후 이 부회장 움직임은 눈에 띄게 더뎌졌다. 1주일에 한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재판을 위해 온종일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해 앉아 있는 것 외에 대외활동은 보이지 않는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다른 계열사를 챙기는 일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지난 8일 정의선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이렇게 빨리 변할 줄은 몰랐다. 3년 전인 2018년 1월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 정의선 현대기아차 당시 수석부회장(현 회장)을 만났을 때만 해도 먼 미래의 이야기로만 들렸다. 세계 최초 수소연료전지 SUV 넥쏘 발표가 끝난 직후 전세계 자동차 담당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의 경쟁에 대해 설명할 때만 해도 그의 전망은 조심스러웠다. 정 회장은 당시 자율주행 4레벨에서는 데이터사용량(200T~300TB)을 감안할 때 EV(전기차)의 배터리보다는 수소전기차가 더 많은 에너지를 감당할 수 있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소차의 수요가 급격하게 늘지는 않겠지만, 레벨4 자율주행이 상용화되는 2025년경에는 수소차가 필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자율주행을 위해 EV와 수소전기차에 모두 투자하겠다며 전기차의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것보다 이 시장의 파이를 같이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협력을 위한 공동전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 때
"정치권은 법(法)을 만들 때 그 법에 영향을 받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 제발..."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안'(이하 탄소중립법)에 대한 재계의 하소연이다. 이 법에는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5% 이상 줄이도록 하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명문화했다. 문제는 법 자체보다 그 법을 만들어가는 과정의 독단에 있다. 이는 탄소중립법 뿐만 아니라 언론중재법이나 기타 법들도 마찬가지다. 형식적 청문 과정만 있을뿐 진짜 대화를 통한 더 나은 단계로의 진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인간이 더 높은 단계로 가기 위해선 토론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테제(These: 최초의 명제, 正)가 정해지고 그 테제가 완전한 진리가 아니라면 그에 대한 안티테제(Antithese, 反)가 나오기 마련이다. 철학자 헤겔의 방식을 따르면 모순의 테제와 안티테제가 다투다보면 둘 다를 뛰어넘는 더 높은 단계의
정부 여당이 스스로 발등을 찍는 자충수를 서슴지 않고 있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얘기다. 허위 또는 조작 보도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내용의 언론중재법(일명: 언론재갈법) 개정안을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단독 통과시킬 태세다. 허위와 조작 보도를 막자는 대의에 반대할 이가 누가 있을까. 다만 이런 죄에 대한 처벌은 현재 형법의 명예훼손죄(제307조)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제309조),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제70조) 등에 의해 가능하다. 현시점에서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을 재·개정할 때는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 특히 이번 법 개정안에는 '기본권 침해'와 함께 '법의 형평성 결여', '법의 모호성 한계' 등 다양한 문제가 있다. 우선 '표현의 자유' 문제다. 민주주의 상징으로 불리는 미국 수정헌법 1조에는 "의회는 (중략) 발언의 자유를 저해하거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1년 7개월의 수형생활을 끝내고 가석방된다. 가석방은 그에게 수형생활보다 더 큰 숙제를 안겼다. 이번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지난해 타계한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2009년 '사면'과 함께 비난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은 네트워크가 지배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누군가'가 아니면 안되는 일들이 글로벌 경쟁에서는 허다하다. IOC 위원이었던 이 회장이 2009년 12월말 특별사면을 받은 후 그 사면은 '남북화해'의 길을 여는 단초가 된 것만은 분명하다. 이 회장은 IOC 위원으로 복귀한 후 1년6개월간 10차례 해외 출장을 통해 IOC 위원 110명을 만나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평창을 선택해줄 것을 요청했다. 정부와 다른 여러 사람들의 노력이 결합해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동안 이 회장의 역할은 지대했다. IOC 규정상 투표권을 가진 IOC 위원을 개별적으로 만날 수 있는 사람은 IOC 위원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한번은 러시아
"통제사 이순신은 (중략) 잡아다 국문하고 용서하지 말아야 하겠지만, 바야흐로 적과 진을 맞대고 있기 때문에 우선 공을 세워 효과를 거두게 해야 한다. (중략) 경(원균)은 우선 이순신과 합심하여 해적을 다 섬멸해 나라를 구하라" 임진왜란에 이은 정유재란 초기인 1597년(선조 30년) 1월 28일 선조실록 84권에 기록된 어명이다. 원균 장군을 경상우도 수군 절도사 겸 경상도 통제사로 삼아 수군을 지휘하고 이순신 장군에겐 백의종군이라는 '회복적 사법'을 시행한 사례다. 회복적 사법(restorative justice)이란 지역사회, 피해자와 가해자의 입장을 모두 고려해 범죄 행동에 의한 피해를 바로잡는 것에 중점을 둔 사법적 이론이다. 쉽게 말하면 피해의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사법처리방식이다. 선조의 어명을 어겨 공격에 나서지 않고 장고한 이순신 장군의 목을 베어 군율의 지엄함을 보이기보다는 그 재능을 아껴 전장에 나가 전공을 세워 죄값을 치르도록 하는 처벌이다. 이순신 장군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정부의 집회 자제요청을 '사악한 의도의 무례한 요구를 멈춰라'는 논평으로 일축하고 지난 23일 원주 국민건강보험공단 집회를 강행했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집회를 막는 경찰의 저지선을 피해 언덕으로 우회하는 대범함도 보였다. 앞서 지난 3일 대규모 여의도 집회가 저지되자 종로로 자리를 옮겨 이어갔던 것과 같은 과감한 행동이다. 민주노총과 그 산하 연맹의 행동은 영국 철학자 토마스 홉스가 말한 자연상태에서의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연상시킨다. 홉스는 국가가 없는 '자연상태'에서는 모두가 자신들의 이익에만 몰두해 결국 전쟁상태가 심화되고 모두가 상처를 받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가 된다고 했다. 이런 전쟁 상태를 없애기 위해 시민들이 자신의 권리 일부를 리바이어던(힘있는 괴수-국가를 상징)에 양도하고 국가 안에서 평화를 찾는다고 했다. 국가가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한 국가의 권위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홉스의 주장이다. 일부
정부가 입법 예고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및 시행령'이 산업 현장에서 재해를 줄이고, 생명을 살리는 진짜 길이 될 수 있을까. 입법 예고 직후 노사 양측의 반응만 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재계는 과도한 법 적용 우려와 불투명한 기준을 걱정해 시행령에 재계 입장 반영을 요구했지만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산업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을 경우 경영진 면책 조항을 넣어달라는 기업들의 목소리도 그냥 묻혔다. 노동계에서는 심혈관계 질환 등이나 건물 해체 공사현장 등이 중대재해 질병이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사 모두의 목표는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나 부상자가 최대한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는데 있다. 문제는 법과 시행령이 이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재 사고를 줄이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사후적 징벌에 앞서 사전적인 예방 대책이 필요하고, 처벌보다는 회복적 사법의 관점에서 법 집행이 중요하다.
쌀집으로 사업을 시작했던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회장은 노동자의 밥심에 대한 집착이 유난히 강했던 인물이다. 자동차 정비회사였던 아도서비스 시절에는 부인 변중석 여사가 차린 식사를 전직원에게 매일 제공할 정도였다. 어릴 때 배를 많이 곯았던 정 회장은 "직원들 밥은 회사가 줘야지 왜 도시락 싸게 만드냐"며 처음 구내급식을 도입했다. 그는 "집에 굶는 가족이 없도록 하라"며 직원들이 구내식당에서 밥이나 반찬을 싸서 집으로 가져가더라도 나무라지 않도록 했다. 급식사업은 배고픈 나라 기업가에게는 단순한 수익사업 이상의 철학이 담겨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런 단체급식으로 기업들을 옥죈 것은 2017년 9월 기업집단국 신설 후 단체 급식 시장 구조 개선 작업에 착수하면서부터다. 3년여만인 지난 4월 공정위가 참석한 가운데 8개 대기업집단 단체금식 일감 개방 선포식이 열렸다. 공정위는 이 선포식을 '자발적 참여'이라고 썼지만, 기업들은 '강제'라고 읽었다. 당시 공정위 자료엔 대기업의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