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총 345 건
이준익 감독의 2003년작 영화 황산벌은 '거시기'와 '머시기'의 한판 승부다. 계백 장군으로 분한 배우 박중훈의 "머시기할 때까지 거시기 해불자"라는 말의 뉘앙스를 백제군은 알지만, 신라군은 몰라 이를 해독하는 데 골머리를 앓는 장면은 큰 웃음을 자아낸다. 이런 부정확한 대명사는 영화의 소재로서는 좋은데 중요한 의사 결정의 판단 기준이 되는 법률이나 규약에 포함될 때는 문제가 발생한다. 법은 그 무엇보다 명확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제20대 대통령 후보 선정과정에서 특별당규의 문구를 두고 벌어지는 논란만 봐도 알 수 있다. 쟁점은 민주당의 특별 당규 59조 '경선 과정에서 후보자가 사퇴하는 때에는 해당 후보자에 대한 투표는 무효로 처리한다'는 내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모아진다. 중도 사퇴 이전의 투표까지 무효로 하느냐? 사퇴 이후의 표만 무효로 하느냐를 두고 해석이 엇갈린다. 당규가 '명확성의 원칙'(明確性의 原則) 을 지키지 못한 탓이다. 여기서 특정
"지구가 죽으면 인간들도 죽지만, 인간이 죽으면 지구는 살 수 있어!" 1951년 만들어진 '지구 최후의 날'을 2008년 리메이커한 헐리우드 영화 '지구가 멈추는 날(The Day the Earth Stood Still, 2008)'에서 남자 주인공인 외계인 클라투(키아누 리브스 분)가 여자 주인공인 우주 생물학 교수 '헬렌(제니퍼 코넬리 분)'에게 자신이 지구에 온 목적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인류에 의해 파괴되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는 지구를 파괴하는 인간들을 모두 멸종시키는 것이 낫다는 외계 생명체들이 지구를 찾아와 인류를 '청소'하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대에 따라 바다생물이 지구의 다수를 차지하다가 공룡이 우세종이 됐다가, 인류가 우세종으로 지구에 잠시 머물뿐 '지구의 주인은 지구'라는 생명체로서의 지구인 '가이아 이론'을 담은 영화다. 과거 지구를 지배하던 공룡의 종말도 지구를 지키기 위해 지구 스스로가 선택한 결과라는 것과 함께 인류의 미래도 같을 것이라는 점을 암시
"무오사화(戊午史禍)가 일어남으로부터 사관(史官)의 기록하는 것이 왕의 말 출납만을 쓸뿐이었는데, 반정 뒤로는 사람들이 불붙은 기름 속에서 살아나자 놀고 즐기는 데만 빠져 직무를 돌보지 않고 왕의 말마저도 기록하지 않다가, 여러 해를 지나고 나서야 사고(史稿)를 정리하니, 조정의 논의나 상벌 등의 일에 빠진 것이 많았다." 중종 2년(1507년) 6월 2일 중종실록 3권에 기록된 '무오사화 이후 사관이 기록을 소홀히 하게 된 것'에 대한 사신의 논평이다. 무오사화는 연산군 4년(1498년) 이극돈·유자광 등 훈구파들이 사림출신의 사관 김일손이 사초(실록의 토대가 되는 기초 기록)한 성종실록에 그의 스승인 김종직의 조의제문(弔義帝文: 항우에 죽임을 당한 초나라 회왕-의제를 추도하는 글)을 싣은 것을 두고 벌어진 조선 최초의 사화(士禍)다. 왕조차도 보는 것이 금지된 실록의 사초를 연산군이 보고 이 역사적 기록 때문에 벌어진 사건이라고 해 사화(史禍)고 부른다. 훈구세력들은 조의제문이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45일 내로 반도체 재고와 주문량, 생산량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 '자발적 정보공개'라는 허울을 썼지만 실상은 힘없는 나라 기업에 대한 폭압이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미국의 이런 행태가 비단 우리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240여년전 영국 조지3세에 맞선 미국의 독립전쟁을 돕다가 재정파탄에 빠져 왕정(루이16세)이 무너진 경험을 한 프랑스는 240년 후 다 잡은 78조원 규모의 잠수함 계약을 하루 아침에 두눈 멀쩡이 뜨고 미국에 뺏겼다. 호주는 2016년 프랑스와 맺은 900억 호주달러(약 78조원) 규모의 잠수함 발주(12척)와 기술 이전 계약을 지난 15일(현지시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그 뒤에는 미국이 있었다. 호주는 영국·미국과의 새로운 3자 안보 동맹 '오커스'(AUKUS)를 발족하면서 미국으로부터 핵잠수함기술을 제공받기로 했다. 미국이 핵잠수함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프랑스의 뒷통수를 친 것이다. 미국은 미안한 기
"오늘은 제가 2년반 동안 손꼽아 기다려왔던 날입니다. 살다보면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제품이 우리 모두의 삶을 바꿔놓습니다. 이런 제품을 하나라도 만드는 것은 정말 운이 좋은 것입니다. 애플은 운좋게도 이런 제품을 몇개 만들었습니다. 2007년 1월 9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07년 맥월드' 행사에서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차분한 목소리로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그는 애플이 만든 운 좋은 제품으로 1984년 맥킨토시, 2001년 아이팟을 언급했다. 그리고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오늘 우리는 이런 혁신적인 제품을 무려 3개나 선보이려 합니다. 첫번째는 터치로 조작할 수 있는 와이드스크린 아이팟입니다. 두번째는 혁신적인 휴대폰입니다.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획기적인 인터넷통신기기입니다." 여기까지는 잡스의 페이크였다.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의 대단함을 보여주기 위한 수사(修辭)였다. 그는 이어 이렇게 말했다. "이것들은 각각 3개의 제품이 아닙
"저에 대한 걱정과 비난, 우려 그리고 큰 기대를 잘 듣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한달전 8.15 광복절 가석방으로 출소할 당시의 말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13일 출소하자마자 서울 이태원집에 잠깐 들러 옷차림만 정비한 후 바로 삼성서초사옥을 찾았다. 그 자리에서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사장 등 삼성 경영진들을 만나 그동안 못챙겼던 현안부터 점검했다. 그리고 열흘 후인 같은달 24일 향후 3년간 반도체와 바이오 등에 240조원을 신규 투자하고 직접 고용 규모를 4만명으로 확대하겠다는 투자와 고용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같은 발표 이후 이 부회장 움직임은 눈에 띄게 더뎌졌다. 1주일에 한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재판을 위해 온종일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해 앉아 있는 것 외에 대외활동은 보이지 않는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다른 계열사를 챙기는 일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지난 8일 정의선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이렇게 빨리 변할 줄은 몰랐다. 3년 전인 2018년 1월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 정의선 현대기아차 당시 수석부회장(현 회장)을 만났을 때만 해도 먼 미래의 이야기로만 들렸다. 세계 최초 수소연료전지 SUV 넥쏘 발표가 끝난 직후 전세계 자동차 담당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의 경쟁에 대해 설명할 때만 해도 그의 전망은 조심스러웠다. 정 회장은 당시 자율주행 4레벨에서는 데이터사용량(200T~300TB)을 감안할 때 EV(전기차)의 배터리보다는 수소전기차가 더 많은 에너지를 감당할 수 있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소차의 수요가 급격하게 늘지는 않겠지만, 레벨4 자율주행이 상용화되는 2025년경에는 수소차가 필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자율주행을 위해 EV와 수소전기차에 모두 투자하겠다며 전기차의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것보다 이 시장의 파이를 같이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협력을 위한 공동전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 때
"정치권은 법(法)을 만들 때 그 법에 영향을 받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 제발..."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안'(이하 탄소중립법)에 대한 재계의 하소연이다. 이 법에는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5% 이상 줄이도록 하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명문화했다. 문제는 법 자체보다 그 법을 만들어가는 과정의 독단에 있다. 이는 탄소중립법 뿐만 아니라 언론중재법이나 기타 법들도 마찬가지다. 형식적 청문 과정만 있을뿐 진짜 대화를 통한 더 나은 단계로의 진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인간이 더 높은 단계로 가기 위해선 토론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테제(These: 최초의 명제, 正)가 정해지고 그 테제가 완전한 진리가 아니라면 그에 대한 안티테제(Antithese, 反)가 나오기 마련이다. 철학자 헤겔의 방식을 따르면 모순의 테제와 안티테제가 다투다보면 둘 다를 뛰어넘는 더 높은 단계의
정부 여당이 스스로 발등을 찍는 자충수를 서슴지 않고 있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얘기다. 허위 또는 조작 보도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내용의 언론중재법(일명: 언론재갈법) 개정안을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단독 통과시킬 태세다. 허위와 조작 보도를 막자는 대의에 반대할 이가 누가 있을까. 다만 이런 죄에 대한 처벌은 현재 형법의 명예훼손죄(제307조)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제309조),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제70조) 등에 의해 가능하다. 현시점에서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을 재·개정할 때는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 특히 이번 법 개정안에는 '기본권 침해'와 함께 '법의 형평성 결여', '법의 모호성 한계' 등 다양한 문제가 있다. 우선 '표현의 자유' 문제다. 민주주의 상징으로 불리는 미국 수정헌법 1조에는 "의회는 (중략) 발언의 자유를 저해하거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1년 7개월의 수형생활을 끝내고 가석방된다. 가석방은 그에게 수형생활보다 더 큰 숙제를 안겼다. 이번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지난해 타계한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2009년 '사면'과 함께 비난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은 네트워크가 지배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누군가'가 아니면 안되는 일들이 글로벌 경쟁에서는 허다하다. IOC 위원이었던 이 회장이 2009년 12월말 특별사면을 받은 후 그 사면은 '남북화해'의 길을 여는 단초가 된 것만은 분명하다. 이 회장은 IOC 위원으로 복귀한 후 1년6개월간 10차례 해외 출장을 통해 IOC 위원 110명을 만나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평창을 선택해줄 것을 요청했다. 정부와 다른 여러 사람들의 노력이 결합해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동안 이 회장의 역할은 지대했다. IOC 규정상 투표권을 가진 IOC 위원을 개별적으로 만날 수 있는 사람은 IOC 위원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한번은 러시아
"통제사 이순신은 (중략) 잡아다 국문하고 용서하지 말아야 하겠지만, 바야흐로 적과 진을 맞대고 있기 때문에 우선 공을 세워 효과를 거두게 해야 한다. (중략) 경(원균)은 우선 이순신과 합심하여 해적을 다 섬멸해 나라를 구하라" 임진왜란에 이은 정유재란 초기인 1597년(선조 30년) 1월 28일 선조실록 84권에 기록된 어명이다. 원균 장군을 경상우도 수군 절도사 겸 경상도 통제사로 삼아 수군을 지휘하고 이순신 장군에겐 백의종군이라는 '회복적 사법'을 시행한 사례다. 회복적 사법(restorative justice)이란 지역사회, 피해자와 가해자의 입장을 모두 고려해 범죄 행동에 의한 피해를 바로잡는 것에 중점을 둔 사법적 이론이다. 쉽게 말하면 피해의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사법처리방식이다. 선조의 어명을 어겨 공격에 나서지 않고 장고한 이순신 장군의 목을 베어 군율의 지엄함을 보이기보다는 그 재능을 아껴 전장에 나가 전공을 세워 죄값을 치르도록 하는 처벌이다. 이순신 장군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정부의 집회 자제요청을 '사악한 의도의 무례한 요구를 멈춰라'는 논평으로 일축하고 지난 23일 원주 국민건강보험공단 집회를 강행했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집회를 막는 경찰의 저지선을 피해 언덕으로 우회하는 대범함도 보였다. 앞서 지난 3일 대규모 여의도 집회가 저지되자 종로로 자리를 옮겨 이어갔던 것과 같은 과감한 행동이다. 민주노총과 그 산하 연맹의 행동은 영국 철학자 토마스 홉스가 말한 자연상태에서의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연상시킨다. 홉스는 국가가 없는 '자연상태'에서는 모두가 자신들의 이익에만 몰두해 결국 전쟁상태가 심화되고 모두가 상처를 받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가 된다고 했다. 이런 전쟁 상태를 없애기 위해 시민들이 자신의 권리 일부를 리바이어던(힘있는 괴수-국가를 상징)에 양도하고 국가 안에서 평화를 찾는다고 했다. 국가가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한 국가의 권위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홉스의 주장이다.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