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에게 기회를 주자[오동희의 思見]

이재용에게 기회를 주자[오동희의 思見]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1.08.08 12:00

"통제사 이순신은 (중략) 잡아다 국문하고 용서하지 말아야 하겠지만, 바야흐로 적과 진을 맞대고 있기 때문에 우선 공을 세워 효과를 거두게 해야 한다. (중략) 경(원균)은 우선 이순신과 합심하여 해적을 다 섬멸해 나라를 구하라"

임진왜란에 이은 정유재란 초기인 1597년(선조 30년) 1월 28일 선조실록 84권에 기록된 어명이다. 원균 장군을 경상우도 수군 절도사 겸 경상도 통제사로 삼아 수군을 지휘하고 이순신 장군에겐 백의종군이라는 '회복적 사법'을 시행한 사례다.

회복적 사법(restorative justice)이란 지역사회, 피해자와 가해자의 입장을 모두 고려해 범죄 행동에 의한 피해를 바로잡는 것에 중점을 둔 사법적 이론이다. 쉽게 말하면 피해의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사법처리방식이다.

선조의 어명을 어겨 공격에 나서지 않고 장고한 이순신 장군의 목을 베어 군율의 지엄함을 보이기보다는 그 재능을 아껴 전장에 나가 전공을 세워 죄값을 치르도록 하는 처벌이다.

이순신 장군에게 회복적사법의 징벌인 백의종군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정유재란 당시 13척(원균으로부터 물려받은 12척에 추후 한척을 추가함)의 풍전등화 같은 조선 수군의 전력으로 명량대전의 대승을 거두지는 못했을 것이고, 조선의 운명은 달라졌을 것이다.

오는 9일 법무부 가석방심의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이나 가석방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재현될 것'이라든지,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사면·가석방 불가 목소리를 높이는 이도 적잖다. 틀린 얘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목소리만 옳은 것도 아니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를 보면 약 28%는 사면에 반대 입장이지만, 이보다 많은 67%의 국민들은 이 부회장에게 사면 등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지금까지 이 부회장의 행적이 왜적의 침입으로부터 나라를 구한 충무공의 전공에 결코 비할 수는 없다. 다만 그가 만들어낼 미래에 대한 가능성에 기회를 주자는 얘기다. 충무공도 정유재란 초기에 왕명을 어긴 죄로 극형에 처했다면 그 후의 역사는 없었을 것이다.

1년 6개월 이상 서울구치소에서 수형생활해 가석방 요건을 갖춘 그를 1년 남짓 더 가둔들 그 이익이 경제전쟁터에 나가 공을 세우도록 해서 얻는 이익보다 반드시 앞서는 것은 아니다.

이순신에게 전장은 조선의 바다였고, 그의 무기는 병사들과 함께 이끈 거북선과 판옥선이었다. 그는 왜적을 물리치고 그 기회를 잡는데 성공했다.

이재용의 전장은 전세계 경제 현장이고 그가 이끄는 배는 삼성이라는 거함이다. 명량해전보다 더 큰 전투에서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자는 것이다. 사면이나 가석방은 그런 성과를 내라는 국민의 압력이다. 1년간 구치소에 두는 인신구속보다 더한 징벌일 수도 있다.

선조의 회복적 사법조치인 백의종군이 왜란에서 풍전등화의 조선을 구한 것처럼 미국·중국·일본과 펼치는 경제전쟁 속에서 대한민국이 승리할 수 있도록 그에게 국가에 헌신할 기회를 주자는 얘기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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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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