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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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일간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유산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고인은 78년 생을 마치면서 거둔 것의 절반이 넘는 60% 이상을 사회로 다시 돌려놨다. 그 나머지 30여%는 부인과 자녀들에게 상속됐다. 적게는 2조~3조원, 많게는 10조원까지 감정가가 형성된 미술품(1만 1000여건, 2만 3000여점)은 유족들이 고인의 뜻을 받들어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다. 또 고인이 2008년에 약속했던 '좋은 일에 쓰기로 했던 1조원'도 13년만에 고인의 유지에 따라 감염병·소아암·희귀질환 극복에 쓰이게 됐다. 이 회장의 유족들이 내게 될 상속세는 최대 상속세율 50%에 대주주할증까지 합해 최대 60%인 12조원 이상이다. 이는 지난해 국내 전체 상속세 세입금액의 3~4배 수준으로 국내외 기업인 중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 회장이 타계한 이후 유족에게 남긴 계열사 지분(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유산은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장녀인 이부진 호텔
"ESG 경영 자체 때문에 힘든 것이 아니라 ESG 한다며 불러내는 사람들 때문에 힘듭니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너나할 것 없이 관련 행사나 단체를 만들고 여기에 참석하라는 요청을 하자 이런 부담에 치인 기업들이 내놓는 하소연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의 한해를 보내면서 기업들은 ESG 경영으로 가야한다는 당위성과 이에 대한 도움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런데 각종 경제단체나 일부 미디어들이 마치 주도권 쟁탈전을 하듯 경쟁적으로 관련 위원회나 협의체를 만들고 포럼이나 아카데미 등을 남발하면서 오히려 기업들에게 ESG 피로감을 주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일례로 지난 8일 법정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가 산업통상자원부, 법무법인 화우와 공동으로 '제1차 대한상의 ESG경영 포럼'을 열자, 뒤이어 14일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K-ESG 얼라이언스'를 발족시켰고, 15일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ESG경영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경
"전자(電子, -e로 표현)의 흐름을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세계 최강국의 지도자가 미국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반도체용 웨이퍼를 손에 들고 흔드는 장면은 세상의 흐름이 전자를 다루는 반도체에 의해 움직임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이 200mm 웨이퍼냐 300mm 웨이퍼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1942년생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태어났을 당시에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반도체라는 물건이 1948년 첫 모습을 드러낸 후 반도체는 물이나 공기와 같은 존재로 인류에게 다가왔고, 그 이상의 가치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이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반도체나 배터리는 모두 전자의 흐름인 전류의 제어를 통해 세상을 움직이는 물건들이다. 반도체는 전류를 보내기도, 정지시키기도 하는 절반만 도체인 물질이고, 배터리는 화학적 신호를 전기적 신호로 잠시 저장해두는 방과 같다. 이런 전자소재들을 우리 인류의 편의를 위해 활
"최근 1~2주간 미국 바이든 행정부 관료들이 합의를 종용하는 중재(압박)가 있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지난 2019년 4월부터 2년간 진행한 배터리 영업비밀침해 분쟁이 11일 극적으로 타결된 후 두 회사 중 한 회사 고위임원의 말이다. 표현은 '중재'지만 내용은 압박이었고, 이유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 이번 결과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은 "수개월에 걸친 미국 정부 관료의 노력과 바이든의 승리"라고 치켜세웠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이를 미국 노동자와 자동차 업계의 승리라고 공을 돌렸다. 우리 기업간 다툼의 해결사가 미국 대통령이고, 해결원인이 그 대통령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며, 그 공이 미국 노동자와 자동차 업계에 돌려지는 건 아이러니다. 이번 양사의 분쟁 합의로 바이든 행정부는 3가지 이득을 얻었다. 우선 미국 내 6000개의 일자리를 얻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결정(SK 패소)을 바이든 대통령이
"지리산 천왕봉에 있는 소나무는 자라고 싶어도 자라지 못한다. 항상 첨단에서 가장 강한 비바람과 눈보라를 맞으며 살다보니 그렇다." 대선자금 수사와 특검, 국정농단 사건 등 각종 정치적 사건에 휘말려 힘들어했던 한 삼성 최고위급 임원이 몇 년 전 식사 자리에서 한탄하며 한 말이다. 그는 현재 수감생활 중이다. 그는 삼성이라는 그룹이 한국 재계를 대표하다보니 어떤 일이든 가장 먼저 해야 하고, 정치권으로부터의 요구도 가장 먼저 많이 받게 되고, 질타나 매도 가장 많이 맞게 된 것을 이렇게 비유했다. 반기업정서로 가득 찬 진영은 '삼성공화국'이라는 딱지를 붙여 여론전을 펼쳤지만, 어찌됐던 한국 사회에서 삼성은 기준이 됐다. 이는 삼성이라는 기업과 그 기업의 최고경영진을 옥죄는 감옥이 되기도 했다. 연말 불우이웃돕기 성금도 삼성이 기준을 정해 100억원을 하면, 현대자동차그룹이 60억, SK가 50억, LG가 40억원을 하는 식이다. 채용이나 투자도 삼성이 목표를 정하면 다른 그룹이 이
"1년 쯤 지나면 정확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29일 첫 기자간담회를 가진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 회장)에게 "1주일에 한두차례 대한상의로 출근한다는데 SK와 상의의 업무 분배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기자의 가벼운 질문에 대한 그의 진지한 답이다. 최 회장의 성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답이다. 언뜻 보면 국내 3대 그룹의 총수인데 무어라 말한들 문제가 될까. '대략 반반, 혹은 9대1, 8대 2, 7대 3, 6대 4' 등 느낌이나 감으로 생각나는 대로 답해도 될 듯한 질문인데 "일단 해보고, 재어 보고 말하겠다"고 한다. 최 회장은 이날 처음 갖는 대한상의 출입기자단과의 공식 간담회에 긴장한 듯 모든 대답에 이처럼 신중했다. 그러다보니 무엇 하나 똑부러진 답이 없는 듯했다. 하지만 그 대답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그 속에는 똑부러진 답을 찾아가는 그만의 신중한 루틴(습관적으로 하는 동작이나 절차)이 있다. 간단히 정리하면 거대 담론으로는 해답을 찾기 어려우
“싸움닭 같은 투지만 있다면 어떤 승부도 이길 수 있다.” 구본준 LG 고문(당시 LG전자 부회장)이 2011년 5월 27일 LG전자의 노동조합 창립 48주년 노조간부 체육대회에서 임직원들에게 던진 인사말이다. 그는 당시 인사말에서 "(LG전자에) 긍정적인 신호가 보이지만 더욱 더 독하게 실행해 진정한 승자의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다 같이 뛰자”며 LG전자 구성원들에게 싸움닭의 투지를 요구했다. 그런 그가 26일 몸담았던 LG를 떠나 'LX'라는 이름으로 독립에 나섰다. 1978년 한국개발연구원과 미국 AT&T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LG가 반도체 사업을 시작하면서 LG에 발을 들여놓은 지 36년만이다. 지금까지 여의도 LG트윈타워 동관 사무실로 출근하던 구 고문은 오는 5월1일 LX 법인설립이 완료되면 광화문 사옥에 새 둥지를 튼다. 그가 LX홀딩스를 설립하고 함께 끌고 나갈 기업들은 LG상사를 필두로 LG MMA·LG하우시스·실리콘웍스 등이다.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기에는 적지
최태원 SK 그룹 회장이 24일 임기 3년(2024년 3월)의 제24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공식 선임됐다. 18만 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대한상의는 1884년 서울상의를 시작으로 137년의 역사를 가진 법정단체다. 137년의 역사 속에는 조선과 대한제국, 일제 강점기에 이은 8.15광복과 6.25 한국전쟁, 산업화와 민주화의 여러 경험이 담겨 있다. 이런 오랜 경험과 대중소기업을 두루 아우르는 대표 경제단체 수장으로 4대 그룹 총수가 선임되면서 그에 대한 기대가 크다. 우선 경영계가 그에게 거는 기대는 기울어진 운동장 내에서의 갈등 조정자 역할이다. 그 운동자 위에 바로 서 있기는 쉽지 않은 자리다. 노동계는 운동장이 사용자 쪽으로 기울었다고 하고, 사용자 측은 정치권을 포함해 모두가 노동계에 기울어져 있다고 한다. 최근 국회에서의 여러 입법화 과정을 보면 우군이 없는 후자의 읍소가 귀에 더 들린다. 경영계와 노동계의 갈등은 코로나19의 엄중한 상황에서 더 첨예해질 수 있다.
꼭 20년전 세상을 떠난 아산(峨山)은 서거 1년여 전인 2000년 1월1일 0시 머니투데이 창간 첫 송출기사(기고: 세상의 변화가 여전히 멋있다)에서 자신을 '복받은 사람'이라고 했다. 3.1 운동이 일어나기 4년전인 1915년에 태어나 여든 다섯의 나이에 2000년의 태양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다. 그리고 제조업의 시대에서 인터넷 시대로의 변화가 자신에게도 분명 인식되고 있음을 느낀다며 젊은 기업가들도 긴호흡으로 세상에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한국 재계의 거목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우리 곁을 떠난지 21일로 벌써 20년이 흘렀지만, 그가 가진 긍정적인 사고와 불굴의 도전정신은 아직도 우리 곁에 남아있다. 1930년대 쌀가게에서 시작한 사업은 지금은 현대자동차그룹, 현대백화점그룹, 현대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현대해상화재보험, 한라그룹, 성우그룹, 한국프랜지공업, 현대산업개발그룹, KCC그룹으로 나뉘어지긴 했지만 모두가 아산의 피와 땀이 서린 곳이다. 현
17일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오전 9시부터 약 3시간 20분간 진행된 삼성전자의 제52차 주주총회는 일부 주주들의 의견을 제외하면 모든 안건이 별 무리 없이 순조롭게 통과됐다. 1998년 시민단체의 투쟁적 발언으로 13시간 30분간 진행됐던 최장 시간의 주주총회나, 그 후 동의와 재청에 이은 박수로 1시간 정도만에 끝났던 여느 때의 주총과는 달랐다. 이번 주총이 다른 때와 가장 큰 차이는 '이건희'라는 거목의 부재와 코로나19라는 글로벌 위기상황의 도래다. 이날 주총은 코로나19상황인 점을 감안해 방역수칙에 따른 발열체크와 손소독, QR코드 체크를 한 후 주주명부 확인에 맞춰 지급된 주주확인표와 찬성과 반대를 표시할 수 있는 투표 단말기의 수령으로 시작됐다. 약 400명이 입장할 수 있는 3층 주총장에는 2미터 간격의 주주 지정석 등을 구비해 방역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방역수칙에 따른 인원 제한으로 3층 주총장에 들어가지 못한 주주들을 위해 1층 회의장에
세계 최대 주주총회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삼성전자의 기관 투자자인 국민연금에게 이 회사의 사외이사 3인의 연임에 '반대표'를 던질 것을 권고했다. 이제 오는 17일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이를 수용할지가 최대 화두가 됐다. 주총에 앞서 국민연금 측에 제안한다면 ISS의 이런 의견은 여러 의견 중 하나로 참고할 뿐 여기에 절대적으로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특히 국민연금이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ISS의 의견과 다른 결정을 내린 후 여러 정치적 고초를 겪었던 트라우마로 인해 ISS에 절대적으로 기대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같은 사안에 대해 글로벌 넘버2 의결권 자문회사인 글래스루이스(GL)가 ISS와 반대로 사외이사 연임에 찬성입장을 낸 것 때문에 하는 얘기도 아니다. 이보다는 의결권 자문회사의 역량과 신뢰성에 비해 그들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강해진 문제 때문이다. 이들의 독과점의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라는 재료 하나로 참 오래 모질게도 몰아붙인다. 2000년 곽노현 당시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등 법학교수 43명이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관련 소송을 제기한 후 20년이 훌쩍 지났다. 2009년 대법원에서 무죄로 확정된 후에도 ‘불법 경영권 승계’라는 재료는 레시피만 달리 한 채 삼성을 압박하는 단골 메뉴가 됐다. 오는 11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상대로 한 소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재판이 재개된다.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5개월간 멈췄던 이 재판은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확정선고로 지난 1월 18일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받고 재입소한 뒤 처음 열린다. 일부 이 부회장과 삼성에 비판적인 측은 국정농단 판결이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미국이었다면 더 강력한 엄벌을 내렸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합병도 불법이 분명하다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그들의 주장처럼 미국이었다면 어땠을까. 미국이었다면 대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