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살리는 길[오동희의 思見]

생명을 살리는 길[오동희의 思見]

오동희 기자
2021.07.12 06:00

정부가 입법 예고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및 시행령'이 산업 현장에서 재해를 줄이고, 생명을 살리는 진짜 길이 될 수 있을까. 입법 예고 직후 노사 양측의 반응만 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재계는 과도한 법 적용 우려와 불투명한 기준을 걱정해 시행령에 재계 입장 반영을 요구했지만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산업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을 경우 경영진 면책 조항을 넣어달라는 기업들의 목소리도 그냥 묻혔다.

노동계에서는 심혈관계 질환 등이나 건물 해체 공사현장 등이 중대재해 질병이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사 모두의 목표는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나 부상자가 최대한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는데 있다. 문제는 법과 시행령이 이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재 사고를 줄이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사후적 징벌에 앞서 사전적인 예방 대책이 필요하고, 처벌보다는 회복적 사법의 관점에서 법 집행이 중요하다. 처벌의 수위를 높여 산업재해가 줄어든다면 좋겠지만, 사형제도 등 강력한 징벌적 처벌에도 강력범죄가 날로 늘어나는 것을 보면 처벌과 범죄율이 반비례 관계를 보이는 것은 아닌 듯하다.

산재 처벌에 앞서 산재사고의 원인을 제거하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원인을 알아야 결과를 바꿀 수 있다. 고의범이 아닌 과실범에게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서 사고의 획기적인 감소가 일어날지는 의문이다.

처벌은 피해자나 그 피해자가 속한 무리에 심리적 보상을 주는 카타르시스적 보상과 정의의 구현이라는 명분도 있지만, 핵심은 재범과 재발을 막는데 있다.

고의범은 재범을 막기 위해 강한 처벌이 필요하지만 과실범은 사실 피해자의 피해 회복에 방점을 찍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원인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결과만을 두고 이뤄지는 징벌은 과잉이 될 수도 있다.

이번 시행령을 보면 1년 이내에 안전보건의무 위반으로 열사병 환자가 3명 이상 발생하면 사업주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이제는 법이 무서워 누구도 경영자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현재의 시행령이 그렇다.

산업현장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사고 중 산업재해로써 문제가 되는 일이 무엇인지,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나의 일이 일어나는데는 수많은 요인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재계는 경영책임자의 의무 등 많은 부분이 여전히 포괄적이고 불분명해 어느 수준까지 의무를 준수해야 처벌을 면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고 우려한다. 이번 시행령엔 구체적으로 경영책임자의 개념과 범위가 규정되지 않아 법상의 의무주체가 누구인지도 모른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부가 더 치밀하게 준비했어야 하는 부분이다.

중대재해법 입법예고기간이 12일부터 내달 23일까지 40일간 이뤄지고,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세상 어느 생명이 소중하지 않겠는가. 생명을 살리는 진짜 길은 법을 제대로 만드는 것이다. 법이 불명확하면 많은 국민들을 범법자로 만들 뿐이다. 법시행에 앞서 제대로 된 개선 작업이 필요한 이유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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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기자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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