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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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청계천 입구 청계한국빌딩 1층에 둥지를 튼 미국계 커피전문점 ‘블루보틀’ 앞은 장사진이다. 청계천 초입 반경 1km 이내에만도 커피계의 골목대장인 ‘스타벅스’ 매장이 수십개인데도 적진 한 가운데 진지를 구축한 것이다. 블루보틀이 들어선 이 곳은 원래 국내 중견기업인 대한제분의 토종 커피&베이커리 전문점인 ‘아티제’가 있던 자리다. 토종 아티제가 미국산 블루보틀에게 자리를 내 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중견·중소기업을 육성하겠다며 만든 중기적합업종의 탁상행정 결과로 보인다. 청계광장 인근은 누구나 탐내는 매장의 위치였고 그래서 호텔신라는 2011년 이 자리에 매장을 냈지만 그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가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며 국내 대기업의 커피와 베이커리 프랜차이즈를 막았다. 당시 논리는 동네 다방과 빵집을 살리고, 대기업 오너 자녀들의 일감몰아주기나 쉬운 부의 증식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당시 호텔신라의 주주 중에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그 자녀인 이재용
세상의 변화는 생각지 못한 곳에서 왔다. 핵무기에 의한 전쟁이나 엄청난 신기술의 출현이 아닌 아주 작은 바이러스의 침공으로부터다. 그 작은 바이러스는 세상을 멈추게 했고, 세계 경제 변화의 시발점이 됐다. 변화의 폭은 크고, 시간은 길어질 듯하다. 전세계 부(富)의 지각변동은 이런 시기에 나타난다. 역사적으로 국가 통치자들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부를 쌓은 것으로 조사(2015년 시사주간지 타임 ‘세기의 부자’ 조사)된 미국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6위, 3720억달러)와 석유왕 존 D. 록펠러(7위, 3410억달러)도 시대변화의 산물이었다. (1~5위 만사 무사 말리왕, 아우구스투스 카이사르 로마 황제, 중국 북송 신종 황제, 악바르 1세 인도 무굴제국 황제,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 1830년대에 태어난 미국의 두 경제 거목은 산업혁명의 큰 물결에서 ‘산업의 뼈대’인 철과 ‘산업의 혈액’인 석유를 독점하며 세기의 부자반열에 올랐다. 카네기는 미국 철강시장의 65%를 지배
"전 시민 가운데 그들(수호자)만이 금과 은을 다루거나 만져서는 안되네. 그래야 그들 자신도 안전하고, 국가도 안전할 것이네. 그들이 일단 토지와 집과 돈을 사유하기 시작하면, 수호자가 되는 대신 재산 관리인과 농부가 될 것이며, 다른 시민들의 협력자에서 적대적 주인으로 바뀔 것이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저서 '국가'에서 그의 스승 소크라테스가 밝힌 국가를 운영하는 수호자(정치인, 행정관료, 군인)가 갖춰야 할 덕목 중 일부다. 플라톤이 꿈꾸던 '이데아'(이상세계)에서 국가를 경영하는 수호자는 가족과 사유재산을 갖는 것을 금지하고, 모든 것을 공유하도록 자격을 엄격히 제한했다. 필요한 만큼 충분히 주되 연말에는 모자라거나 넘치지 않도록 해 '사유'를 금했다. 2500여년전 성현의 지적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인용되는 것을 보면, 인간의 본성이 얼마나 공고하며, 쉽게 바뀌지 않는지를 알 수 있다. 최근 논란이 된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공직자의 수도권 다주택 매각의 경우를 봐도 그렇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16세기 영국 철학자 토머스 홉스가 ‘전쟁터’와 같은 인간사회의 자연상태를 말한 이 비유는 최근 벌어지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국공)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논란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기존 정규직 노동조합은 사측이 제대로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규직화를 추진했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은 불공정한 채용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아우성친다. 게다가 정치권에선 가짜뉴스 논쟁까지 벌어져 논란에 기름을 부은 형국이다. 공기업인 인국공만이 아니다. 민간기업인 현대위아, 포스코, 현대제철. 현대·기아자동차도 하청 근로자들의 원청 정규직 채용소송에 직면하면서, 정규직 전환 투쟁이 만인의 투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본질은 분배정의의 문제...수천년 철학자들의 난제━ 이번 논란의 본질은 우리 사회 불평등의 근원이 된 일자리 분배정의의 문제다.(가짜뉴스 논쟁은 논외로 한다. 본질을 흐리거나 왜곡하는 일부 가짜뉴스가 있지만 사실 일자리가
충분히 예견된 일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기소 여부를 두고 지난 26일 열린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사심의위) 결과에 대한 반응을 두고 하는 얘기다. 수사심의위 이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기소를 원하는 측의 ‘불복선언’이 예견됐는데 한치도 어긋나지 않았다. 수사심의위 내부 논의에서 10대3으로 ‘기소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볼 때 검찰의 주장은 강했지만 입증이 약했던 것으로 보인다. 추론컨대 심의위원들은 발언 내용이나 신분의 비공개 원칙에도 불구하고 여론에 대한 부담이 컸을 것이다. 실제도 그랬지만 심의 후 결국 자신들의 발언내용과 신분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 때문에 조심스러웠으리라. 그럼에도 불기소 의견을 압도적으로 내린 데는 논의내용이 공개되더라도 자신들의 결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할 만한 근거가 더 뚜렷했기 때문이라고 추정한다. 그렇지 않다면 반재벌정서가 강한 현실에서 소위 ‘얻어먹을 것이라곤 욕뿐’인 그 자리에서 기소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것이다." 최근 강원도 지역에 한창 바이오 관련 공장을 짓고 있는 후배에게서 들은 바이오 사업의 리스크에 대한 얘기다. 그는 사업이란 미래의 꿈을 하나하나 현실로 만들어 가는 것인데, 성공하면 '사업가'고, 실패하면 '사기꾼'이 되는 것이 '바이오 사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실패가 쉽게 용인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선 항상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게 기업가의 신세라고도 했다. 헛디뎌 담장 오른쪽으로 떨어지면 바로 교도소행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실패의 경험이 밑거름이 되고, 훈장이 되는 미국식 벤처 시스템을 그는 부러워했다. 사실 이런 얘기를 그 후배로부터 처음 들은 것은 아니다. 지금은 한국 바이오산업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에게서도 비슷한 얘기를 여러 차례 들었었다. 처음 들었던 것은 11년 전 그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2009년 제주하계포럼의 연사로 참석했을 때다. 그는 대우그룹이 무너진 후 회사를 나와 세 번의 극단적 상황을 넘기고서야
힘과 권한은 자리로부터 나온다. 권력은 최상위 포식자가 위치한 피라미드식 구조의 정점에서 아래로 흐른다. 권력의 구조적 속성이다. 그래서 위치는 언제나 권력을 상징하는 바로미터다. 사무실 배치는 권력 서열을 보여준다. 관공서나 기업에 가보면 관공서의 장이나 회장의 사무실은 대부분 최고 위층에 있다. 삼성(서초사옥 C동 42층)과 현대자동차(양재사옥 동관 21층) 신세계(성수사옥 20층) 등이 그렇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최고 위층이 아닌 경우는 회장실 위층을 공용공간(회의실 및 연구소-LG, 직원식당-CJ, 귀빈식당-SK)으로 쓰는 경우다. 회장실 아래로 권력의 크기에 따라 자리배치가 이뤄지는데 기업들은 대부분 비슷하다. 유교 영향을 받은 우리 문화의 단면이 자리의 위치에 투영된다. 자리 얘기를 하는 이유는 오는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상대로 열리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현안위원회의 쟁점이 ‘자리’와 관련된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지위는 '41층
오는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관련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내 현안위원회(이하 현안위)가 열린다. 수사심의위원회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검찰이 국민적 관심사건에 대해 무리하게 기소하거나, 아예 기소하지 않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018년 검찰이 만든 외부 전문가 자문기구다. 이번 현안위는 2015년 9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할 당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시세조종, 외부감사법 등을 위반했다는 검찰의 주장이 타당한가를 공정한 시민의 눈으로 따지게 된다. 이 사건에 대한 검찰 주장의 핵심은 '삼성그룹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유리하도록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는 시세조정 행위를 했고, 이로 인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1대 0.35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검찰은 삼성이 이런 합병비율을 정당화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부풀리는 분식회계를 저질렀고, 상장계획이 무산된 제일모직의 손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나스닥 상장 발표를
삼성전자 전 LCD 부문 CEO가 이직의 이유로 '의리'를 거론하며 의리의 대상으로 지목했던 왕동셩 에스윈(시스템반도체 회사) 회장을 기자가 만난 것은 15년 전 비오이 그룹 회장 시절이다. 1989년 설립된 현대전자의 TFT LCD(초박막 액정디스플레이) 부문이 분사한 '하이디스'를 중국 BOE(京東方) 그룹이 2003년 인수하고 2년여간 운영한 시점이었다. 2015년 10월11일 제8회 세계화상대회가 열린 서울 코엑스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다. 인터뷰 당시 왕 회장은 "한국의 하이디스 인수는 좋은 선택으로, 비오이하이디스가 한중 합작의 교두보가 될 것"이며, "제품구조 전환이 완료되면 한국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한국에 재투자해 사업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는 포부를 밝혔었다. '의리'가 있어 보였다. 그리고 딱 11개월 만인 2006년 9월 왕 회장과 비오이그룹은 하이디스의 핵심자산 등을 중국 자회사에 모두 가져가고, 국내 공장은 추가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 부도 처리한 후 '의리 없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지난 9일 새벽 기각됐다. 그 사흘 후인 12일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 부회장 변호인 측에서 신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의 소집을 결정했다. 이 결정 이후부터 검찰수사심의위원장인 양창수 전 대법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양 위원장이 2009년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과 관련해 무죄판결을 내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며 심의위원장직에서 물러나는 게 옳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사실 그가 심의위원장이 된 건 이 사건과 무관한 2018년의 일이다. 그의 심의위원장 자리가 부도덕해 보이면 주임검사가 기피신청을 하는 절차가 있다. 하지만 이미 여론전을 통해 심의위가 열리기도 전에 심의위의 공정성은 훼손됐다. 이 사건을 맡은 검찰 수사팀은 이 논란 이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아도 될 명분이 생긴 셈이다. 여론재판에서 언론이 미치는 영향력을 여실히 보여준 대목이
삼성 CEO 출신이 중국 IT 기업에 취업했다는 소식에 재계가 발칵 뒤집혔다. 논란의 중심에선 장원기 현 에스윈 부회장을 기자가 처음 만난 것은 2004년경 삼성전자 천안 LCD 공장 투어 때다. 천안 LCD 공장장을 맡았던 그가 방진복을 입고 삼성전자 출입기자단에게 라인을 세세히 설명하던 것이 16년 전이다. 오랜 동안 연락이 끊겼던 그와의 통화에서 느꼈던 것은 중국행 이후 파장에 대한 당혹스러움과 불안함에, 가벼움이 더해진 목소리였다. 16년 전 공장 투어에서 그와의 인상적인 대화는 LCD의 핵심장비인 화학적 기상증착장비(PE CVD)의 국산화에 대한 것이었다. 당시 1대 수백억원하는 LCD용 PE CVD(대형 냉장고를 10여대 정도 붙여놓은 크기)를 보고 기자가 "이것이 증착기냐"고 물었고, 그는 "미국과 일본 합작사인 AKT의 증착기다"고 답했던 기억이다. LCD 장비 국산화에 관심이 많았던 기자는 "왜 국산증착기인 주성엔지니어링 제품은 쓰지 않느냐"고 했더니 "AKT와 주성
완전 원소 철의 생산 라인이 멈췄다. 철(Fe)은 우주에서 가장 안정적인 원소다. 더 이상 합쳐지거나 나눠지기를 거부하는 원소이기도 하다. 원소기호 1번인 수소(H)에서 출발하거나 자연상태의 마지막 원소인 92번 우라늄(U)에서 역으로 출발하더라도 그 귀착지는 철(원소기호 26번)이다. 수소가 뭉치고 뭉쳐 별이 되는 과정의 종점이기도 하다. 수소가 뭉쳐 헬륨이 되고 다시 뭉쳐 탄소와 질소, 산소가 되고 결국 철에 다다른다. 수소로만 뭉친 태양이 뭉치고 뭉치면 철로 된 항성이 되는 것이다. 우라늄이 붕괴되고 붕괴되는 과정을 거쳐 안정단계의 물질로 가는 종착지도 철이다. 별의 진화과정에서 철은 1차 종점이다. 우주의 기본 시스템으로는 철 이상의 원소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런 별이 초신성의 폭발과 같은 엄청난 힘에 의해서만이 그 이후의 물질인 우라늄까지 만들어지지만, 이들은 핵분열을 통해 철에 가까워지기를 바란다. 우리 몸속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 주성분인 철분도 이 우주 탄생의 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