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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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에 대한 정부지원은 도와줘서 경영이 정상화된다는 보장이 전제되는 경우에만 이루어질 것이다." 이번 대우조선 지원에 대한 정부나 산업은행의 발언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30년전인 1988년 12월 21일 이규성 당시 재무부 장관의 말이다. 이 장관은 당시에도 부실로 어려움을 겪는 대우조선에 대한 지원을 고민하면서 4가지 전제조건을 달아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30년 전 지원된 금액은 1500억원으로 현재로 치면 1조 5000억 정도 됐음직하다. 당시 이 장관은 대우조선 자체의 경영쇄신방안과 근로자의 자세, 사업성, 대우그룹의 자구노력 등을 감안해 지원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또 대우조선에 거액을 출자한 산업은행이 경영에 적극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30년이 지나면서 우리의 기억은 희미해졌지만, 대우조선을 향한 정부의 목소리도, 대우조선의 자세도 거의 변하지 않는 모습이다. 30년이 지난 지금 정부가 또 대우조선해양을 살리는데 무게 중심을 두고 5조 80
역사에 가정(假定)은 없다. 그래서 우리는 ‘만약 그때 그랬다면’이라는 미련을 가진다. ‘만약 그랬다면’이라는 ‘대안 역사’를 취미로 삼는 사람들이 자주 예로 드는 것이 미국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이자 이론물리학자인 머리 겔만이 소개한 ‘버팔로 빌의 와일드 웨스트 쇼’다.(이 에피소드는 에릭 바인하커의 '부의 기원'이라는 책이 출처다) 이 쇼에 나오는 애니 오클리(본명 피비 앤 모시스)는 1860년 오하이오 윌로우델에서 태어난 여성이다. 타고난 사격솜씨로 어떤 물건이든 잘 맞춰 전세계를 상대로 순회공연하는 그녀는 남편 프랭크 버틀러와 함께 와일드 웨스트 쇼에 참가하게 된다. 쇼의 긴장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마지막 이벤트로 관객 중 한명이 나와 입에 담배를 물고 있으면 애니가 총으로 이 담배만 맞히는 것이다. 목숨을 담보로 한 이 쇼의 마지막에 자원할 사람이 없어 항상 관객석엔 남편인 버틀러가 관객처럼 있다가 자원해 총구 앞에 서곤 했다. 1890년 유럽 순회공연 중 어느 날도 같은 쇼를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이라는 긴 이름의 법에 따라 출범한 박영수 특검팀이 90일간의 특검 기간 중 1주일도 남겨두지 않았다. 공식적으로는 오는 28일이 특검의 마지막 날이다. 이번 특검 과정에서 우리 국민들은 많은 것을 배웠다. 아이러니하게도 국회가 불러도 나가지 않는 방법은 장모와 함께 “기자들이 많이 찾아와서 집을 비웠다”고 말하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통해서 배웠다. 청문회나 헌법재판소, 특별검사가 불러도 나가지 않는 방법은 ‘공항(?)장애’라는 특이한 병명의 건강진단서를 제출하거나 팩스로 불출석 사유서를 내면 된다는 것을 최순실씨 통해 알았다.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계엄령을 선포하라”는 구호를 외쳐도 잡혀가지 않는 방법도 알게 됐다. 공부를 많이 해서 변호사가 되면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재판관들에게 ‘국회의 수석대리인’이라고 희롱해도 법정모독죄로 감치되지 않는다는 것도 배우게 됐
"전(前) 한국 황제를 왕으로 삼고 창덕궁 이왕이라 하며, 한국(韓國)의 국호를 고쳐 지금부터 조선(朝鮮)이라 칭한다.' 순종 3년(1910년) 8월 29일 일본 '천황'(일왕)의 칙령을 기록한 순종실록부록 1권의 내용이다. 대한제국이 주권을 잃고 일본의 속국이 돼 망한 날이다. 당시 대한제국의 정세는 500여년을 이어온 조선의 정통성을 이어받아 서구열강의 틈바구니에서 혼란의 과정을 겪은 고종 황제가 1897년 국호를 대한(大韓: 대한국)으로 하고 임금을 황제로 칭하며 변화를 꾀하던 시기다. 한반도 정세는 병인양요, 신미양요, 운요호 사건, 임오군란, 갑신정변, 한·미 한·영 수호조약, 청·일간의 톈진조약, 동학농민운동, 청일전쟁, 갑오왜란, 명성황후 시해, 아관망명, 러일전쟁, 을사늑약, 헤이그 밀사 파견, 순종 양위에까지 숨가쁘게 흘러갔다. 외세를 등에 업고 개화파와 수구파로 나뉘어 정쟁에 몰입하다가 황제국으로 선포한 지 13년만인 1910년 나라를 잃는 지경까지 이르렀던 슬픈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상대로 법원에 청구한 구속 영장이 19일 새벽 기각되면서 법원과 삼성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다. 상당수 네티즌들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며 ‘무조건 구속하라’거나 ‘사법부가 죽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우선 이런 비난을 하기 전에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이번 사안은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 판사가 유무죄를 판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영장전담 판사로서 이번 사안이 구속이 필요하냐 아니냐를 따지는 위치에 있다. 그 핵심은 범죄사실이 소명됐는지와 도주의 우려가 있는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지 등이다. 삼성은 최순실-정유라 모녀의 승마지원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영장전담판사의 판단 기준은 이 둘 사이의 대가성이 충분히 소명됐느냐는 점이다. 이 점에서 그는 소명이 불충분했다고 봤다. 그런 그에 대해 인신공격성 비난은 옳지 않다. 특검이 범죄사실을 제대로 소명하지 못한 데 대한 비
진실에 접근하는 방법에서 수학과 법정 다툼을 동일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둘 다 '사실로 증명되지 않으면 참이 아니다'라는 명제를 추구한다는 측면에서는 가는 길은 동일하다. 인도 출신의 입자물리학자이자 과학 저널리스트인 사이먼 싱이 2003년 저술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Fermat's Last Theorem: FLT, 영림카디널 역)'는 하나의 완성된 진실을 찾는 길이 얼마나 먼 것인지를 수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은 약 2000년 전부터 시작해 1994년에야 완전히 완성된 하나의 문제를 푸는 수학사의 드라마틱한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의 명제는 간단하다. 'X^n+Y^n=Z^n에서 n이 3이상인 정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우리가 중학교 때쯤 배운 피타고라스의 정리(직각 삼각형의 두 변의 제곱의 합은 빗변의 제곱과 같다, 'X^2+Y^2=Z^2')의 확장형쯤인 간단한 명제다. 17세기 피에르 드 페르마라는 천재 아마추
11일 삼성전자 주가가 주당 191만40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 200만원을 눈앞에 둔 날 삼성그룹의 총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특별검사팀으로부터 '피의자' 신분으로 출두하라는 소환통보를 받았다. 검찰과 특검은 삼성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등에게 뇌물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합병을 성사시켰다며 '뇌물죄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우선 과거 얘기와 남의 나라 얘기부터 해보자.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1988년 5공 일해재단 청문회에서 "왜 돈을 냈느냐"는 질문에 "달라니까 줬다"고 했고, 지난달 최순실 청문회에서 구본무 LG 그룹 회장은 "정부 압력에 왜 기업들이 돈을 내냐"는 질문에는 “정부 정책에 반대할 사례가 아니다(반대할 수 없다)”고 했다. 정주영 회장은 이후 1992년 통일국민당을 창당, 정치권력에 당한 서러움을 직접 풀기 위해 정치에 참여하기도 했다. 삼성은 김영삼정부와 이명박정부 때 말 한 마디 잘못했다가 큰 곤욕을 치른 적
"관저의 진돗개가 저를 보면 짖습니다." 2년여 전의 일이다. 박근혜정부 출범 초기 1년, 대통령의 '불통'(不通)에 대한 여론이 서서히 일기 시작할 때다. 청와대 모 수석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을 자주 만나 '소통'에 대해 진언하라고 충고하자 돌아온 그의 답이었다. '진돗개'가 짖어 자주 못 간다던 그의 말뜻을 그때는 알아채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2013년 2월 청와대로 들어가면서 사저 인근 주민들로부터 선물받은 진돗개 새롬이, 희망이를 데려갔다. 당시 그 수석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다. 자주 갈 기회가 없으니 사람을 잘 알아보는 영특한 진돗개가 자주 못본 사람에게 짖는 정도의 동물적 반응으로만 생각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그 진돗개가 중의적 의미라는 것을 뒤늦게 깨우친 스스로의 우매함에 자책했다. 대통령과 참모들의 접촉을 막으려 짖는 진돗개가 최순실과 문고리 3인방(정호성, 안봉근, 이재만)을 지칭하는 또다른 중의적 표현이라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았다. 그
"기업 총수가 청문회나 검찰 조사에 불려다닌다고 회사가 안 돌아가면 그게 정상입니까? 그게 오히려 비정상이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기업 총수들이 검찰 특별수사본부 조사와 국회 최순실 청문회, 특별검사 조사 등에 불려다니면서 내년 투자나 고용 등 사업계획 수립과 인사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말에 '우는 소리 말라'며 나온 힐난의 목소리들이다. 정상적인 시스템이라면 리더가 자리를 비우더라도 아무 문제없이 굴러 가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일부 총수들이 수감 중일 때도 그 그룹은 잘 돌아갔다며 '총수 부재 리스크'를 엄살로 치부한다. 역설적으로 이들의 주장처럼 리더의 역할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면, 그리고 시스템만 잘 갖춰져 있으면 조직 운영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면, 국민들은 최근 시민혁명 수준의 힘을 광화문 길에 쏟아붓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리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우쳐주는 대표적 사례다. 배에는 선장 외에도 1등 항해사와 기관사 등
권력(權力)은 한마디로 말하면 '타인을 강제할 수 있는 제도화된 힘'이다. 정치권력과 국가권력이 이에 속한다. 더 넓은 의미로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따르게 하는 사회적 힘이 곧 권력이다. 제도화된 힘은 사회적 합의의 산물인 법률로 나타난다. 미국의 심리학자 존 프렌치와 벨트람 라벤의 연구에 따르면 권력은 보상적 권력(reward power)·강제적 권력(coercive power)·합법적 권력(legitimate power)·준거적 권력(referent power)·전문적 권력(expert power) 등 5가지 형태로 나뉜다. 보상적 권력은 다른 사람에게 승진이나 임금 등으로 보상을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기반으로 한 권력이다. 기업 내 인사권 등이 포함된다. 강제적 권력은 인간의 공포에 기반을 둔 권력으로 다른 사람을 처벌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거나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능력에 기반을 둔 권력이다. 합법적 권력은 법규에 의해 부여되는 권력이다. 일반적으로 얘기되는 협의 개념의 권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SBS 수목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이민호(극중 허준재 역)는 '세상의 끝'이라고 불리는 스페인 헤라클라스 등대 앞에서 인어인 전지현(극중 심청 역)에게 어린 시절 엄마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여기가 세상의 끝이야"라고 말한다. 하지만, 인어인 전지현은 바다를 바라보며 "여기가 세상의 시작인데..."라고 마음 속으로 되뇌인다. 자신이 서 있는 위치와 자신이 속한 상황에 따라 사물을 보는 관점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는 6일 최순실게이트와 관련 기업 총수들을 대상으로 한 국정조사의 준비 과정을 보면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이라는 두 축이 서로 다른 세상에 살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뭍에 사는 사람이 바다속 환경에서는 살 수 없고, 상상의 캐릭터인 인어도 뭍에서는 생존할 수 없다. 그래서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은 자신의 목숨을 버려야 가능한 것으로 이해되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는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유리한 사실만을 받아들이는
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으로 혼란이 장기화되면서 최근 한국 사회 내부에서 숨죽이고 있던 갈등 요인들이 하나둘씩 표면화되고 있다. 진영논리나 이념논쟁 등이 그 대표적 예다. 이런 논쟁에 앞서 우리가 그동안 잊고 있었거나 간과했던 몇 가지 혼란스러운 개념을 우선 정리하고 가는 게 좋을 듯 싶다. 국가와 국민은 무엇이며, 위임자와 통치자는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이 바로 서지 않으면 이 혼란의 와중에 각자가 '다른 생각과 주장'들로 충돌해 해결점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 체제인 민주공화국은 1700년대 '프랑스 혁명'의 사상적 기초가 된 프랑스 사상가 장 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 중 핵심 의제인 국민주권(인민주권)에 뿌리를 두고 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 2항은 '주권의 성립은 그 구성원 개개인의 사회 계약에 의한 합의'라는 것이다. 루소는 저서 '사회계약 또는 정치권의 원리(사회계약론)'에서 인민(peop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