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처가에 맡겨 둔 딸을 보러 어머니가 시골에서 올라오신 날이었다. 몇 시간 손주를 안아보고 다시 내려가시는 어머니를 배웅하기 위해 나도 역으로 함께 나갔다. 환송을 위해 기차에 올라타는 것은 금지된다. 하지만 어머니가 앉는 것만 보고 내려야겠다는 생각에 나도 KTX 기차간에 올랐다. 인사를 마치고 기차에서 내리려는 순간, 문이 닫히고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는 수 없이 기차를 타고 다음 역까지는 가야 했다. 나는 표를 끊고 정당하게 올라온 게 아니었다. 말 그대로 무임승차였다. 운임의 30배까지 물어야 한다는 경고문이 떠올랐다. 설상가상으로 객차 저 쪽 끝에서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 승무원이 다가오고 있었다. 통로에 있는 나에게 금방이라도 표를 보자고 할 것만 같았다. 짧은 시간 고민 끝에, 무임승차를 고백하고 선처를 구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승무원이 다가왔을 때, 불쌍한 표정으로 먼저 말을 꺼냈다. "어머니가 장애를 갖고 있어서 자리에 앉혀드리고 바로 내려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