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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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한 번이지만 우리는 매일이다." 21일 시각장애인 학부모들이 현수막을 들었다. 청와대 앞 집회·시위 단체를 향한 외침이다. 이들은 무분별한 집회 소음으로 소리에 의존해 걷고 배우는 맹학교 학생들이 이동권과 학습권을 침해받는다고 호소했다. 두 달여 전부터 국립서울맹학교 아이들의 등굣길에 날마다 욕설과 노랫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맹학교에서 500m 떨어진 청와대 사랑채 옆 도로를 점거한 단체의 집회소음이다. 보수단체나 진보단체나 마찬가지다. 확성기와 대형 스피커를 동원한 자극적 연설과 합창은 밤낮으로 이어진다. 청운·효자동 주민에게 이런 불편은 일상이 된 지 오래다. 효자동 자하문로 대로변 인도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대로에서 집회 행진이 있는 날에는 장사를 포기한다"며 "행진하던 사람들이 길가에서 피워대는 담배 연기가 가게 문 앞, 인도를 가득 메워서 사람들이 손으로 입을 가리고 걸어가는 지경이 된다"고 하소연했다. 경찰은 내년 1월 4일부터 청와대 인근 주민
최근 금융투자협회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지원펀드 사업에 대해 일부 시장 관계자들에게서 단기성 이벤트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나무(부분)에만 집중할 뿐 숲(기업 생태계 전체)은 못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 하반기 일본과 무역갈등이 심화된 후 소부장 업종의 육성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자본시장에서도 각종 지원책이 제시돼 왔다. 자본시장의 자금이 소부장 업종에 보다 많이 유입될 수 있도록 유도해 기업의 성장과 투자자의 수익을 동시에 도모하겠다는 의도에서다. 고위 당국자들이 '소부장 전용펀드'를 잇따라 제안했고 한국거래소도 소부장 업종의 상장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국내 증시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던 업종에 자금이 흘러갈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한다는 대의에 반대하는 이들은 없다. 다만 당국과 시장기구의 대응책이 특정 분야에 대해서만 이벤트성으로 나온다는 데 아쉬워하는 것이다. 기업환경은 생태계와 같아서 어느 한 부분만 키운다
“현재 퇴행적 부동산 공화국 현상은 과거 이명박·박근혜 시절 ‘빚 내서 집 사라’면서 정부가 부채 주도 성장을 주도한 결과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문재인정부의 18번째 부동산 규제 대책인 ‘12·16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 발표된 후 언론에 밝힌 내용이다. 박 시장은 이런 주장을 펴면서 “시내 주택공급은 부족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최근 서울 아파트값 급등현상을 분석한 결과를 반박한 것인데 이 발언부터 논쟁거리다. 서울시의회가 최근 발간한 ‘서울시 정비사업 출구전략의 한계 및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서울시가 시내 총 393개 정비구역을 해제하면서 착공하지 못한 아파트는 24만8893가구로 집계됐다. 연평균 약 3만가구의 신축 아파트 공급이 끊긴 셈이다. 박 시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시절 추진한 ‘뉴타운 개발’을 전면 백지화했다. 무분별한 개발로부터 원주민들을 보호한다는 취지였지만 전임자의 흔적 지우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6일 오후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직후 세종시의 본인 소유 아파트 세입자에 전화를 했다고 한다. 전세계약이 만료되지 않았지만 집을 매물로 내놓겠다고 양해를 구한 것이다. 고위 공무원 신분으로 부동산 대책까지 내놓은 입장에서 다주택을 보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도 설명했다고 한다. 은 위원장을 비롯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김현미 국토부 장관 등은 15억원이 넘는 아파트에 대출을 금지하는 ‘초강력’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서울에 다주택을 보유한 청와대 비서관급에게 한 채만 남기고 처분하라”고 권고했고 홍 부총리가 “노 실장의 권고는 정부 고위공직자들에게도 적용된다”며 이어갔다. 은 위원장은 18개 정부부처 장차관 중 다주택자는 13명인데 이 가운데 가장 먼저 나선 셈이다. 은 위원장이 다주택자가 된 사연은 ‘부동산 투기’와는 거리가 멀다. 1990년부터 본인 명의의 서울 서초구의 8억원짜리 잠원동 아파트에서 거주했는데 기획재정부
이달 초 해외 모빌리티 사례 취재를 위해 호주를 찾았다. 호주 시드니 공항에 도착해 입국장을 나서자 이동 수단을 타고 내릴 수 있는 승강장(Priority Pick-up)으로 이어졌다. 안내 표지판에는 우버, 볼트, 인고고, 올라 등 승차공유 서비스와 GLID택시, 13캡스(cabs) 등 주요 택시 브랜드를 탈 수 있는 곳들이 적혀있다. 우버와 같은 승차공유서비스는 물론 택시까지 사이좋게 같은 승강장을 이용해 타고 내리는 일이 이곳에선 자연스럽다. 실제로 호주는 모빌리티 서비스 강국으로 꼽힌다. 글로벌 승차공유 기업인 우버는 호주 37개 도시에서 사용자 380만명, 기사 6만7000명을 확보해 달리고 있다. 우버 뿐이 아니다. 시드니에서 구글 지도를 열면 ‘볼트’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인도 승차공유 서비스인 올라도 진출해 있다. ‘카카오T 카풀’, ‘타다’ 논란처럼 이 나라에선 택시업계의 반발이 없었을까. 그렇지않다. 서비스 초기부터 갈등이 여러번 반복돼왔다. 올해 6월에도 택
지난 12일 감사원 앞에서는 '상암동 롯데복합쇼핑몰 출점 반대 및 감사원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상암 롯데몰 입점 절차를 서두르라는 감사원의 서울시 감사 결과를 규탄하고, 상암 롯데몰 출점을 반대하기 위해서였다. 은평구, 마포구, 서대문구, 영등포구, 용산구, 강서구 내 전통시장 단체장으로 구성된 '상암동 롯데복합쇼핑몰 출점 반대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대책위는 상암 롯데몰이 자신들의 상권을 침해할 것이라며 출점을 반대했다. 과연 실제로 상암 롯데몰이 들어설 경우 이들 전통시장 모두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까. 현행법부터 살펴보자. 지난 9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유통산업발전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에 대규모 점포 입점 시 상권영향평가 기준이 나와있다. 기준에 따르면 대규모 점포(매장 면적 3000㎡ 이상) 입점 시 상권영향평가 범위를 반경 3㎞ 이내로 설정하고 있다. 예컨대 상암 롯데몰과 3㎞ 넘게 떨어진 상권은 법의 영향평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것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61·사법연수원 14기)는 '추다르크'라고 불린다. 후보자의 이름에 ‘잔 다르크’를 합성해 만들어진 별명이다. 그가 이제껏 카리스마 넘치고 추진력이 있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줘서다. 그런 추 후보자가 장관이 된다면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강금실 전 장관에 이어 두 번째 여성 법무부 장관이 된다. 대구 출신인 추 후보자는 판사로 일하다 정치인이 됐다. 부침이 있었지만 여성 첫 지역구 5선 의원이 되는 등 성과를 거뒀다. 정치권에서 일찍부터 각종 검증을 받아온 터라 인사청문회에 대한 부담이 적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법무부를 이끌기 위해서는 판사 출신으로 법조계를 잘 아는 그가 적임자일 수 있다. 그로부터 약 2주가 지난 지금 추 후보자는 조용히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이 후보자 시절 각종 의혹으로 여러 차례 대중 앞에 선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검찰 개혁을 이끌어야 하는 그의 어깨는 무겁다. 한동안 수장이 비어 있던
"LG전자의 가전이 모두 좋아서 내 삶이 윤택해집니다." 고(故)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타계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지난 14일 향년 94세 나이로 구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끈 1·2세대 거목들의 기업가 정신이 새삼 재조명되고 있다. 구 명예회장은 생전 한 언론인터뷰에서 "기업을 시작하면서 항상 마음에 품어온 생각은 국민 생활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 제품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생활가전 명가인 LG전자는 생활의 편리를 높여주는 제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무한경쟁 속에서 구 명예회장의 이 같은 기업 철학은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평가도 실적 등 눈에 보이는 '숫자'로 대체된 지 오래다. '국민'보다 '고객'을 중시하는 시대로 바뀌었다. 기업 발전이 국가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믿음은 깨지고 있고, 기업가의 경영 이념과 사명감, 애국심이 갖는 가치는 빛바래지고
"정부는 초지일관 불로소득을 최대한 허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주택정책과 세제를 적용해 왔다. 이번 대책 이후에도 시장의 불안이 계속 된다면 내년 상반기에 더 강력한 대책을 마련하겠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는 내내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일부 투기수요로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 감소 우려가 있어 시장교란 행위 방지 및 안정적인 수급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중간평가에서 "지난 8·2대책, 9·13대책이 과열 양상을 보인 서울 주택가격을 잡는 등 전국의 부동산 가격이 비교적 안정적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고 자평한 것과 상반된 분위기였다. 실제 "불로소득을 다스리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현실에 싹을 내리지 못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24주 연속 상승하는 등 정부 정책의 가시적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참여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부동산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는 인식만 깊어졌다. 정부도 이 같은 비판여론을 의
"사장님이 1억 이상 주지 말라고 했어요" 실제 한 기업 관계자가 회계법인과의 감사보수 협상 과정에서 뱉은 말이다. 보수를 급격하게 올리지 말아야 할 이유로 ‘사장님’을 들이대니 말문이 막힌다. 무작정 ‘두 배는 안된다’는 막무가내식 반대도 다반사다. 기업부담이라는 ‘치트키’를 사용해 증가세를 막으려는 여론전도 활발하다. 신(新)외감법(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최대 250%까지 감사보수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연말 감사계약전(戰)이 치열하다. 보수인상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표준감사시간제가 도입되면서 과거보다 감사투입시간, 회계인력 등은 갑절 가까이 늘었다. 주52시간제로 회계사 1인이 사용할 수 있는 ‘절대시간’도 줄었다. 180여개 회계법인들이 난립해 경쟁적으로 보수를 깎던 시대도 끝났다. 감사인등록제로 40여개 회계법인들이 상장사를 감사하게 돼 자연스레 회계법인 몸값도 올랐다. ‘사장님 왈’ 같은 궁색한 이유로 인상흐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다만
“공항 입국장에도 면세품 인도장이 생긴다며? 이제 짐 걱정 없이 여행해도 되겠네.” 최근 한 송년 모임에서 지인에게 들은 얘기다. 관세법 개정안 관련 내용인데 연내 국회 처리가 유력하지만 현재 상황에선 제도 개선이 확정된 것이 아니다. 이 법안은 내년도 세입예산안 부수 법안인데 예산안이 처리됐던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이르지 못했다. 당시 자유한국당의 회의 지연과 정기국회 종료에 따른 시간 제약으로 부수법안은 단 4건만 의결됐다. 이런 사실을 전하니 지인은 “예전에 뉴스에서 봤던 내용인데 국회에서 예산안과 법안들이 통과됐다고 하길래 당장 그렇게 되는 줄 알았다”며 겸언쩍어했다. 우리 국민들은 ‘내 삶을 바꾸는’ 법안들이 국회에서 언제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바뀌는지 잘 알지 못한다. 특히 연말인 12월에는 더 그렇다. 새해를 맞기 전 밀린 숙제를 끝내려는 정치권은 이때만 되면 ‘졸속 심사’, ‘깜깜이 심사’라는 비판과 오명에도 아랑곳없이 안건들을 ‘무더기 처리’ 한다.
“공원의 벤치는 누구의 것인가? 만인의 것이다. 준비는 하되 자리가 비면 누구나 앉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지난 13일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이 신한금융지주 차기 회장의 최종후보군 인터뷰를 마치고 한 말이다. 결과에 대한 승복의 미덕이 담긴 답변이었다. 그의 말을 인용한 것은 회장직을 벤치에 빗댄 대목 때문이다. 임 사장은 1986년 2월 입행에 34년째 한 조직에 몸담아 온 정통 ‘신한맨’이다. 이른바 조상제한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가 은행권을 주름잡던 때 후발주자였던 신한을 국내 리딩뱅크로 성장시키는 데 기여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 민정기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등 다른 후보자도 마찬가지다. 리딩금융그룹으로 도약시키는 데 일조한 주역들이다. 누구든 벤치에 앉을 수 있다는 얘기는 연임이 결정된 조 회장을 비롯해 5인 모두 모자람 없는 후보란 얘기면서 동시에 준비가 안 된 인물은 벤치를 가까이할 수 없다는 의미도 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