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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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딸도 틴트를 바르는데 어디서 만든건지 확인도 없이 사라고요?" 정부가 화장품 제조자 표기 의무를 삭제하는 내용으로 화장품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소비자의 불안감이 커졌다. 현행법상 화장품 포장엔 제조업자와 책임판매업자를 모두 표기해야 한다. 법 개정 근거는 '중소 브랜드사 보호'다. 표기된 제조자 정보를 바탕으로 중국업체 등이 유사제품을 의뢰하면 브랜드사가 입지를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이다. 개정안을 두고 화장품 업계에선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히트상품으로 재미를 보다가 소위 '짝퉁'에 당해본 업체는 법 개정을 환영한다. 제조자 정보를 일종의 영업비밀로 보호하고 싶어서다. 반면 그동안 '얼굴 없이' K뷰티를 키워놓은 제조업체는 '팽'당한 기분을 느낀다. 제조자 이름 하나 노출된다고 유사제품이 줄을 잇는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이해득실이 달려있다보니 찬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다. 문제는 소비자다. 이런 사안일수록 정부는 한쪽 편을 드는 게 아니라 소비자 관점에서 문제를 풀
공무원에게 노후 연금을 더 챙겨주는 공적연금처럼 육아휴직도 민간인과 공무원 간 차별이 존재한다. 2008년 여성 공무원 육아휴직 기간이 국가공무원법 개정에 따라 1년에서 3년(유급 1년 + 무급 2년)으로 늘어났다. 남성 공무원은 2015년부터 육아휴직을 3년까지 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민간 기업은 육아휴직 1년(유급) 보장만 의무화돼 있다. 민간기업 내에서도 소규모 기업 종사자는 육아휴직이 그림의 떡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5월 발표한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를 보면 5~29인 사업체의 육아휴직 활용도는 2.4%에 불과했다. 30~99인 사업체도 11.9%에 머물렀다. 경력 단절, 소득 감소, 승진·평가 불이익 등은 여전히 민간 기업 노동자가 육아휴직 사용을 주저하게 하는 이유다. 차별은 공직사회 내에도 존재한다. 공무원과 함께 일하지만 공무원은 아닌 공무직은 소속기관에 따라 육아휴직 기간이 다르다. 교육부는 3년인 반면 문화체육관광부는 1년이다. 기획재정부는 여성 3년, 남
10일 밤 9시6분. 정기국회 종료를 3시간 앞두고 내년도 예산안의 가결을 알리는 방망이 소리가 본회의장에 울려퍼졌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거센 반발 속에서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공조로 마련된 예산안이 문희상 국회의장의 결단 속 통과된 것이다. 정기국회 내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는 최악의 그림은 면했지만 법정 시한(12월2일)을 8일이나 넘겼다. 2017년 12월6일, 2018년12월8일보다 더 늦은 처리였다.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된 지난 2014년 이후 최장 ‘지각처리’ 기록이다. 오명은 또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사실상 마지막 법안 처리 기회라 여겨졌던 올해 정기국회는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적은 숫자의 법안을 처리한 채 막을 내렸다. 2017년 1174건, 2018년 1340건인 반면 올해 정기국회는 839건의 법안을 처리하고 문을 닫았다. 처리된 법안 중에서 최종적으로 법률에 반영된 숫자는 823건 뿐이었다. ‘민식이법’은 통과
"추적하기가 쉽지 않아요. 다크웹 사이트가 몇 개나 있는 지 일평균 접속자 수가 몇 명인 지 공식 통계도 전무하고요. 완전 무법지대 수준이죠." 사이버 범죄의 온상이 된 다크웹(DarkWeb)은 인터넷 제3세계, 미지의 세계로 인식돼왔다. 헐리웃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마약·총기 거래, 살인청부와 테러 모의가 이뤄진다던 다크웹은 국내에선 '다른 나라 이야기'쯤으로 여겨졌다. 구글이나 네이버같은 일반적인 인터넷 검색으로는 접근도 어려워 대다수의 국민들은 다크웹의 존재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오판이었다. 전세계 32개국 경찰이 국제 공조 수사를 펼친 끝에 지난 10월 다크웹을 활용한 아동 음란물 사이트 운영자와 310명의 이용자를 검거했는데 운영자는 한국 남성이었고 한국인 이용자는 223명이나 됐다. 위협정보 분석 기업 S2W랩(에스투더블유랩)에 따르면 올해 평균 다크웹 전세계 일평균 접속자 수는 270만명 수준. 이 가운데 국내 접속자도 약 1만3200명으로 추정된다. 한국인 개인정보도
지난 2일 팍스넷의 주가가 하한가까지 급락했다. 거래량은 평소의 10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다음날 팍스넷은 담보권 실행으로 최대주주가 보유한 169만여주가 반대매매를 당했다고 밝혔다.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이던 현성바이탈도 같은 날 최대주주 한국중입자암치료센터의 주식이 반대매매를 당했다. 최대주주의 반대매매는 투자자에게 가장 큰 리스크다. 반대매매는 최대주주가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린 뒤 갚지 못해 채권자가 주식을 장내에서 임의처분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대주주가 반대매매를 당하면 회사의 지배구조가 불안해지고 향후 회사를 매각하기도 힘들어져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현행 제도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담보제공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공시에는 채권자와 담보제공 주식 수, 설정금액, 담보권 전부 실행 시 남는 지분율 등이 담긴다. 하지만 정작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반대매매가 실행되는 시점과 가격이다. 공시 정보로 가격 추정은 가능하지만 최대주주가
"짧게 돈을 넣었다 뺐다만 반복하면 시장이 발전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투자자 탓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예요. 기업들이 배당을 안하니까, 돈 벌 방법이 그것밖에 없잖아요." ESG(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투자와 관련한 취재를 하다가 만난 한 연구원은 이렇게 말했다. 세계적으로 ESG 요소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착한 기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런 기업들에 투자하면 성과가 더 좋다는 시각이 이미 지배적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 투자자들에게는 생소한 얘기다. ESG를 고려한 투자는 장기 투자를 기본으로 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단기의 재무 성과보다 ESG를 더 중시한 기업 경영을 하다 보면 장기적으로 이익률이 좋아진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투자자들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이 같은 기업을 잘 선별해 장기적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들은 배당을 잘 하지 않아 장기 투자를 하기 어렵다는 지적
기자: (지난 6일) 윤석열 검찰총장 축하전화에서 어떤 메시지 전달받으셨습니까? 장관 후보자: 그냥 뭐… 단순한 인사였고요. 서로 모르는 사이기 때문에… (중략)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전 10시쯤 인사청문회준비단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남부준법지원센터로 처음 출근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관계에 대해선 "모르는 사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 간의 관계는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어디까지나 헌법과 법률에(서) 위임받은 권한을 상호 간에 존중하고 또 잘 행사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연일 '검찰개혁' 안을 내놓고 있는 법무부, 그리고 그 수장이 될 수도 있는 추 후보자와 윤 총장의 관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정부와 검찰이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새 리더가 갈등을 풀어낼지 여부에 시선이 쏠려있기 때문이다. 앞서 추 후보자는 지난 5일 장관 후보자로 지명받았을 때도 '윤 총장과의 호흡을 어떻게 맞춰나갈 생각인가'를 묻는
얼마 전 한 공공기관의 임대주택 광고가 입방아에 올랐다. 광고는 두 명의 친구가 SNS(소셜미디어)상에서 나눈 대화를 패러디했다. 부모님 도움을 받아 집을 산 친구가 임대주택에 입주한 친구를 부러워하는 대화가 오갔다. 해당 광고는 무주택자, 특히 2030 청년층의 공분을 사 결국 3일 만에 철거됐다.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주거문화와 관련된 신조어가 사용되고 있다. '전거지(전세 사는 거지)' '월거지(월세 사는 거지)' '엘사(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지은 주택에서 사는 사람)'등이다. 초등학생들이 어느 곳에 어떤 방식으로 사느냐에 따라 빈부 격차를 인지하고 계층을 구분 짓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계층간 융화를 위해 민간 아파트 공사시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섞지만 누가 임대주택에 사는지 다 안단다. 그만큼 정보 전달 속도가 빠르고 세상이 각박해졌다. 신혼집을 매매로 시작했느냐 전세 혹은 임대로 시작했느냐에 따라 자산 형성 속도가 다르다. 연봉 인상률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을
며칠 전 연말 인사에서 10여년 정든 직장을 뒤로 하게 된 지인과 저녁을 함께 했다. 2년 전 우수사원 표창을 받았던 그는 희망퇴직 목록에 오르자 사표를 냈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어떤 기업이 신규직원을 100명 채용한다는 것은 100명 이상의 기존 직원을 내보낸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성과와 수고에 대한 보상, 축하 화환에 가린 연말 인사철의 이면이다. 그에게 축하를 건넸던 2016년 말 승진 기념자리가 생생하다. '세계는 평평하다'의 저자 토마스 프리드먼에서 유래된 그날의 건배사는 '우리 모두 대불자(대체불가능한 사람이 되자)'였다. 세계화 물결 앞에 평범해선 안 된다. 모두가 그럴 수 있다고 믿었다. 적어도 그렇게 되길 바랐다. 대체할 사람이 있으니 떠나야 한다는 논리 앞에 고개 숙이지 않을 이가 어디 있을까. 하지만 한때를 주름잡던 '탤런트'들의 퇴장을 보면서 새삼 깨닫는 것은 대체불가능이라는 신화의 허상이다. 우리동네 노래신동, 우리학교 댄스왕이던 이들이 유튜브의 등장으로
온라인 서비스엔 생산국을 알리는 'Made in' 마크가 없다. 인터넷 시장엔 국경이 없고 소비자들이 국적이 아닌 서비스 품질에 반응해서다. 중국처럼 강력한 통제 체계를 갖추지 않고선 인터넷 쇄국정책을 펼칠 수 없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미·중 IT 공룡들이 검색, 전자상거래, SNS, 동영상 등 대부분 영역을 차지한 이유다.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와 BATH(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 세력이 커지면서 인터넷 시장에서도 미·중 양강 체제가 굳어지고 있다. 최근 IT 업계를 뒤흔든 라인·야후재팬 경영통합 결정은 양강 체제에 맞서겠단 의지 표명이다. 일본 최대 모바일메신저와 포털이지만 각자도생 방식으로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도 담겼다. 라인과 야후재팬은 검색, 간편결제 등 영역에서 소모적 경쟁을 펼쳐왔다. 일본 시장에 국한된 투자라는 한계도 있었다.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빅딜'은 과거 틀에서 벗어나 더 큰 미래를 모색하자는 합의다. 급
"전문 공보관인 저도 아는 게 없다. 규정을 설명 드리는 것 뿐이다."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법무부 훈령)을 시행한 직후, 서울동부지검에서 기자단과 만난 전문 공보관의 대답은 이 한마디로 요약됐다. 공보란 사전적 의미로 국가기관에서 국민에게 각종 활동 사항에 대하여 널리 알리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공보를 언제 어떻게 할지는 수사팀 결정에 달려있어, 전문공보관은 단순한 메신저 역할에 그친다. '전문'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다. "그럼 도대체 무엇을 공보한다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볼멘소리에도 "규정이 그렇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민간위원을 포함한 '형사사건 공개 심의위원회'라는 기구도 실상은 허무하다. 심의위에서는 공개 범위만 결정한다. 심의위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최종 결정권은 수사팀에 있다. 수사팀이 공개하지 않기로 하면 그만이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필요할 때' 공표한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지만, 별다른 기준도 없다. 허수아비 신세
오리온이 물사업에 뛰어들겠다고 밝힌 건 2년 전이다. 2016년 용암해수 사업권을 가진 제주용암수를 자회사로 인수한 데 이어, 2017년 4월 제주 용암해수를 활용한 글로벌 음료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까진 큰 잡음이 일어나지 않았다. 물론 대기업이 제주 공공재를 사유화한다는 비판이 없진 않았지만, 오리온은 도민 채용을 늘리고 영업이익 일부를 제주에 환원하겠다며 상생을 약속했다. 하지만 상황이 급반전됐다. 오리온이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열고 본격 해외 진출에 앞서 국내 생수 3위권 진입을 목표한다고 밝히면서 물 전쟁이 시작됐다. 제주도는 오리온이 국내 판매는 하지 않겠다고 주장해 이 약속을 믿고 사업허가를 내주고 취수량도 늘려줬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오리온의 말은 다르다. 처음부터 국내외 판매 계획을 밝혔다는 것. 문제는 제주도가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이 국내 판매 불가에 대한 구두 약속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물증이 없다는 점이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