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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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환매중단 금액은 처음 6000억원대로 시작해 1조5000억원으로 불더니, 최근에는 2조원까지 확대됐다. 라임운용이 증권사와의 TRS(총수익스왑)계약을 맺어 2배 가량의 레버리지를 사용한 만큼, 자칫 이번 사태로 자본시장에서 10조여원의 자금이 묶일 수 있다는 비관론까지 나온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때 없어서 못 팔았던 기업 메자닌(CB, BW)은 부실자산의 대명사가 됐고, 독일 DLF(파생결합펀드) 사태처럼 막대한 배상금을 물까 조바심 난 판매사들은 라임운용에 대한 법적조치를 예고했다. 투자자들도 라임운용에 소송을 제기하는 동시에,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는 등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섰다. 한때 사모펀드 시장을 쥐고 흔들었던 업계 1위의 위상은 사라지고, ‘범죄자’ 딱지만 남을 처지다. 라임운용은 금융업의 근간인 신뢰를 져버렸다는 점에서 비난을 면키 어렵다. 수익률 올리기에 치중해 펀드 간 자전거래를 불사한 것이나, 자산 특성을 무시한 개방형 구조로 펀
SF(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곧 현실화할 날이 멀지 않았다. 얼마 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국제 IT(정보기술)·가전전시회(CES 2020)에선 ‘플라잉카’(Flying Car)가 단연 화제였다. 현대자동차는 완성차업계 최초로 PAV(개인용 비행체)를 포함해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을2028년쯤 상용화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현대차는 자사의 첫번째 PAV 콘셉트인 ‘S-A1’을 전시공간에 공개해 참관객들의 이목을 한몸에 받았다. 우버는 올해 당장 미국 댈러스와 로스앤젤레스에서 ‘우버에어’ 시범 사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상황. 그렇다면 과연 서울 상공에서도 ‘플라잉카’가 날 수 있을까. 고개가 절로 돌려진다. 안전한 플라잉 카가 나온다 해도 어림없어 보인다. 규제 탓이다. 하물며 그 흔한 ‘드론’(무인기)조차 서울 상공에 함부로 띄울 수 없지 않나. 남북 분단 현실에다 중동 요인 암살 등에 드론이 활용되는 것을 보면 규제의 필요성을 이
"왜 막걸리가 생계형 적합업종 심사대에 오르게 됐을까요. 산업이 또 한 번 위축될까 걱정입니다." 올해 초 한국막걸리협회가 동반성장위원회에 막걸리를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는 요청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에 막걸리 업계 관계자들은 한숨을 내쉬면서 이같이 말했다.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5년간 대기업 등은 해당 사업을 인수하거나 시작하거나 확장할 수 없다. 위반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의 벌금과 매출액의 5% 이내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생계형 적합업종은 대기업의 확장과 진입을 제한시켜 소상공인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가족 또는 3~4명이 만들어가는 지역 양조장들이 많다 보니 그들을 보호하겠다는 심정을 이해 못 하는 바 아니다. 막걸리협회 관계자는 "막걸리보다 규모 면에서 큰 지역 소주 회사들도 몇몇 대기업에 의해 잠식당하고 사라져가는 모습을 봐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미 막걸리는 2011년 이후 한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통합 논의를 위해 14일 한 테이블에 앉았다.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국회 의원회관에서 1차 회의를 진행했다. 한국당 소속 김상훈·이양수 의원과 새보수당 소속 정운천·지상욱 의원, 전진 4.0(전진당) 창당준비위원회측 송근존 통합추진위원장, 정경모 국민의 소리 창당준비위원회 부위원장 등과 시민단체 대표 13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박형준 혁통위 위원장은 "앞으로 혁신과 통합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들을 논의해 정치적 통합이라는 큰 합의를 촉진하는 것으로 혁통위 성격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혁통위는 설 연휴 전까지 매일 회의를 연다. 통합 과정에서 가장 큰 변수는 '공천'이다. 보수통합은 보수 정당간 결이 다른 보수적 가치를 한 데 모으는 작업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와해된 한국 보수를 재건하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하지만 총선을 앞둔 국면에선 단일 후보로 보수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는 게 가장 큰 현실적인 목적이다.
"호주에서 가장 귀한 자원이 뭔지 아세요? 바로 물입니다." 지난달 수소산업 협력 취재차 찾은 호주에서 수차례 들은 얘기다. 드넓은 국토에 비해 수원지가 극히 적다. 한 번 쓴 상수도를 재사용하는 중수도가 일찌감치 발전한 것도 그 때문이다. 가뜩이나 부족한 물에 가뭄이 겹치며 호주 전역이 수개월째 불타고 있다. 바닷물은 지천인데 퍼다 뿌릴 수 없다. 한 번 염수가 닿으면 어떤 동식물도 살 수 없는 죽은 땅이 되기 때문이다. 불타는 국토와 절규하는 동물들을 보며 호주 사람들은 매일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더하고 있다. 호주는 한국의 대표적 에너지 파트너다. 양국의 관계는 과거와 현재를 관통한다. 호주는 석탄과 철광석의 나라인데, 중화학공업 신화를 쌓아온 한국은 호주의 석탄과 철광석에 지금도 크게 의지하고 있다. 한국의 에너지믹스를 바꾸는데도 호주가 큰 역할을 했다. 한국은 중동 석유파동 이후 일찌감치 호주산 LNG(액화천연가스) 도입을 시작했다. 서울올림픽(1988년)이 열리기도 전인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 민족' 매각은 자본시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 독과점 논란 등이 남아있지만, 4조7000억원이라는 매각 가격은 모바일 플랫폼의 막대한 가치를 시장에서 인정했다는 의미다. 배달의 민족이 대박을 터트리면서 공모시장에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의 활약이 본격화 될 시점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뜬구름 잡기와 같던 모바일 플랫폼의 가치가 배달의 민족 매각으로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유니콘이 우리 자본시장에서 IPO(기업공개)를 통해 성장을 위한 투자 재원을 조달하고, 이후 성장의 과실을 국내 투자자와 향유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 정착이 필요하다. 실제로 쿠팡, 야놀자, 직방 등 각 분야의 대표 모바일 플랫폼에 대한 IPO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유니콘의 국내 증시 상장은 애를 먹고 있다. 무엇보다 밸류에이션에 대한 눈높이가 걸림돌이다. 우선 유니콘 기업의 장외 가치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시장 가치와 괴리가 크다. 과연 공모시장
"손님은 왕이다!" 세계적 호텔 '리츠 칼튼'의 창업자 세자르 리츠는 이 원칙으로 호텔을 경영했다. 호텔 초창기 손님이 왕과 왕족이었던 영향도 있겠지만 리츠 칼튼은 신분제 폐지 이후에도 그 원칙을 유지한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 손님이라면 누구든 왕처럼 대우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백화점에서 고객이 난동을 부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고객은 백화점 보안직원에게 연신 욕설을 퍼붓고 뺨을 때리는 등 폭행을 일삼았지만 직원은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국 감정노동자 수는 800여만명에 달한다. 노동자 3명 중 1명이 감정노동자다. 이들 중 절반이 제대로 된 감정 표현을 하지 못해 불면증, 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연구 결과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일반 노동자에 비해 자살 충동도 4배 이상 높았다.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2018년 10월 18일부터 '감정노동자 보호법'을 시행했지만 지난 한해 동안 과태료 부과 등 처벌은 2건
“지난해엔 당분간 외부 걱정거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해가 바뀌니 총선이 염려된다.” 최근 만난 한 카드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정치논리에 휘둘렸던 그동안의 경험에서 나온 얘기였다. 3년 주기로 수수료 원가(적격비용)를 재산정하는 게 2007년 신용카드 수수료 체계 합리화 방안에 따른 원칙이지만 실제 수수료 인하는 수시로 이뤄졌다. 특히 정치시즌이 될 때면 그런 경향은 더 강했다. 일례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금융 관련 공약의 절반 이상은 카드 수수료를 낮추거나 없애겠다는 내용이었다. 대통령 역시 그해 신년사에서 카드 수수료 추가 인하를 공언하기도 했다. 한 해 전인 2017년에 영세·중소가맹점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수수료를 낮춘 직후였다. 3년 주기 재산정 원칙에 따라 도출되는 수수료 인하도 정치권의 치적으로 포장된다. 2018년 10월 금융당국은 카드 수수료 개편방안을 내놓기 전에 발표 당일까지 엠바고(보도유예)를 요청했다. 확정되지 않은 보도에 따른
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한 이른바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1년 2개월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산업계는 두 팔 벌려 환영했다. 4차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자원으로 꼽히는 데이터의 활용과 유통이 활발해지고, ‘가명정보’를 상업적으로 활용될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데이터 3법이 국회 통과되자마자 관련 부처들이 모두 참여하는 ‘데이터경제 활성화 TF(전담팀)’를 출범하고 다음달 종합 지원방안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데이터3법 통과로 금융·의료·통신·미디어 등 여러 분야 전에 없던 융합 데이터가 생성되고 본격적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새로운 기술·제품·서비스 개발과 시장조사 등 데이터 활용 분야도 넓어진다. 서로 다른 분야 데이터가 안전하게 결합되면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나 혁신 서비스도 활성화될 수 있다. 예컨대 개인의 의료 데이터가 ‘가명정보’로 바뀌어 활용된다면 신약 개발이나 의료 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 보험사가 보유한 운전보험
3일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가 끝나자 기자들은 홍남기 부총리를 만나기 위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 행사장 출구에서 기다렸다. 하지만 그는 15분 넘도록 나타나지 않았다. 혹여 놓쳤을까 홍 부총리를 찾아간 자리에서 조금은 생경한 장면을 봤다. 홍 부총리는 사람들이 우르르 나가는 행사장 출구에 서서 한 사람 한 사람과 악수하며 배웅했다. 그가 한국 경제를 이끄는 경제 사령탑이란 사실을 몰랐다면 행사 주최자이거나 호텔 지배인쯤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문지기처럼 선 그는 악수하고, 눈을 마주치고, 대화했다. 경제계 신년인사회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SK, LG 등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기업 대표들과 국무총리, 여야 대표, 장관, 국회의원 등 정관계 인사들이 만나는 자리다. 사실 기업인이 주인이고, 정치인이나 관료는 손님인 행사다. 홍 부총리는 행사장에 들어가기 전에 기자들과 만나 "규제완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집중적으로 규제를 풀어갈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인사회가 끝난
"우리나라가 가진 기술로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깨끗한 '그린 수소'의 가능성을 묻자 박가우 지필로스 대표가 내놓은 대답이다. 그의 목소리엔 확신이 가득 차 있었다. 실제 그는 올해 '그린 수소' 생산을 앞두고 있다. 공기업과 관련 업체, 학계와 연구기관 등 8개 기관과 오는 4월이면 제주도에서 나오는 풍력에너지 전력을 기반으로 한 '완전히 청정한 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정부가 지난해 1월 17일에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보다 앞서 준비됐다. 재생에너지를 연구하던 박 대표가 2017년 유럽에서 '그린 수소'의 가능성을 본 뒤 만든 제안서가 시작점이었다. 제안서는 공기업, 관련 업계들의 협력으로 약 3년 동안 사업으로 추진됐다. 그 사이 정부의 수소경제 로드맵이 나왔고, 이에 맞춘 '그린 수소' 개발 계획이 앞다퉈 등장했다. 제주도의 미활용 재생에너지 전력을 저장가능한 한국산 '그린 수소'로 만들자는 제안서는 모두가 '윈-윈'(win-w
“잘 취재해보라” 지난달 4일 청와대 관계자가 ‘김기현 첩보’를 청와대에 제보한 인물이 혹시 송철호 울산시장과 이해관계에 있는 이가 아니었냐는 질문에 대해 내놓은 답이다. ‘단순 제보’라는 입장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하지만 그날밤 ‘김기현 첩보’ 제보자는 송 시장의 측근인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으로 확인됐다. 특히 송병기 부시장은 김기현 전 시장과 사이가 틀어진 후 ‘송철호 라인’을 탄,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인물이었다.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 에피소드는 여권 내에서 회자된다. 청와대 시스템에 적색등이 켜졌다는 신호 중 하나로 말이다. 두 가지 모습이 드러났다. 첫째 ‘이해상충’ 문제도 자각못할 정도로 청와대 인사들이 안일한 생각을 가졌다는 것. 둘째 핵심 정보인 ‘제보자’에 대한 메시지를 어떻게 다듬을지 논의 조차 안 했다는 것. 게다가 안일함과 소통 부재에 기반한 메시지가 끊임없이 나온다. 청와대 내부에 긴장과 의지가 충만한 상태면 결코 나올 수 없는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