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총 8,454 건
“조용히 노년을 보내려 했기 때문에 굳이 가게이름을 널리 알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선정기관에서 권유를 받아 신청한 것뿐인데 선정된 후 혜택을 본 것은 없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2018년부터 시행 중인 ‘백년가게’에 선정된 도소매업체 대표 A씨의 말이다. 백년가게 육성사업이 별다른 효과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9월 중기부가 2018년 백년가게에 선정된 점포 81곳을 조사한 결과 선정 전후 ‘매출·고객의 변화가 없다’고 답한 비율이 51.2%로 나타났다. 42.5%는 ‘개선됐다’고 답했지만 정부가 나서서 지역의 ‘숨은 강자’를 대대적으로 발표한 것치고는 성과가 미흡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백년가게 음식점 대표 B씨는 “예상 밖에 손님이 늘지 않았다”며 “아마 단기간에 많은 가게가 한꺼번에 선정된 것이 원인일 것”이라고 했다. 백년가게 선정 대상은 ‘3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하면서도 고객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도·소매, 음식점’들이다. 2018
고등학교 담임선생님은 '선택과 집중' 예찬론자였다. 답 없는 과목은 버리고, 그 시간에 잘하는 과목에 힘써라. 나무랄 데 없는 기적의 논리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선택과 집중'의 끝판왕이었다. 비영리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CRF)의 리처드 하스 회장은 그의 외교 정책을 이렇게 평가한다. "이란과는 외교를 거부했고, 북한과는 외교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했다." 2018년 5월 이란핵합의(JCPOA)를 일방적으로 탈퇴한 트럼프는 한 달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싱가포르에서 악수를 나눈다. 무엇을 선택하고 집중했는지 한눈에 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기적의 논리도 허점은 있다. 선택이 반드시 성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외교 정책은 채 2년도 되지 않아 밑천을 드러냈다. 김정은은 새해 첫날 "새로운 전략무기"를 언급하며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등 도발 가능성을 내비쳤고, 이란은 미군이 자국 군부 실세를 사살한 데 반발하며 "가혹한 보복"을 예고했다. 올해 재선
자동차 기업보다는 '모빌리티 기업'이 더 환영받는 시대다. 주요 자동차 회사들이 자동차보다는 모빌리티(이동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모빌리티라는 개념이 아직은 모호한 게 사실이다. 새해 현대차그룹의 신년회에 나온 단어를 보면 개념이 어렴풋이 보인다. '자율주행', '로봇', 'UAM(도심항공모빌리티)', '스마트시티',등이 언급됐다. 다양한 탈 것으로 '이동의 진화'라는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면에는 '이 중에 하나라도 걸려라'와 불안함도 엿보인다. 자동차는 안팔리고, 수익성은 악화되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간절함이 담긴 것 같다. 현대차그룹은 신년회에서 수익성을 강조했다. 양보다는 질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다양한 모빌리티 사업 진출은 수익성과 거리가 멀다. 모빌리티 기업 중 아직 수익을 내는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갈피를 못 잡는 것은 현대차그룹만의 문제는 아니다. 독일 다임러(벤츠)와 BMW가 야심차게 준비한 차량공유 합작 벤
"법원이야말로 인권을 지키는 기관입니다." 기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 현직 부장판사가 말했다. 자칫 자기과시로 들릴 법하다. 하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당연한 말이다. 법은 공인된 물리력인 공권력(국가권력)과 불법적인 폭력 등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 법을 강력한 권한으로 휘두르는 게 바로 법원이다. 최근 법원에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줄을 이었다. 구속영장 청구는 검찰 수사 단계에서 주요 변곡점으로 꼽힌다. 검찰이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것은 곧 혐의를 소명할 만큼의 충분한 증거를 얻었다는 자부심과 수사 결과에 대한 자신감을 뜻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사태로 사회가 갈라지며 가장 이목이 쏠린 것도 바로 그들의 영장 관련 심문 결과였다. 기각이냐 발부냐에 따라 해당 영장을 전담한 부장판사의 이름이 포털 사이트에 여러 번 올랐다. 국감에선 "조 전 장관 영장을 기각한 명재권 판사를 불러내라"가 하나의 구호가 됐다.
"아침에 (수원) 성균관대역에서 서울역까지 30분 걸리던 급행이 노선 변경으로 1시간 이상 걸립니다. 급행이란 표현이 무색하죠." 새해 벽두부터 수도권 통근자들의 불만이 쇄도한다. 천안~서울역 급행 일부 노선이 폐지되며 통근시간이 두 배로 늘었기 때문이다. 서울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고려하는 사람까지 생겨났다. 발단은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정책 변경이다. 지난달 30일부터 서울역(용산)~천안(신창·병점)을 운행 중인 경부선 급행 전철(수도권 1호선)의 운행횟수를 평일기준 34회에서 60회로 26회 확대 운행하면서 일부 노선을 폐지한 것. 서울역과 천안역을 적은 정차역으로 잇던 하루 6회의 출퇴근 급행열차와 서울역~신창역 간 누리로(무궁화의 후신) 열차노선이 없어졌다. 국토부는 이번 운행 개편으로 국민 편의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홍보했다. 평균 운행간격이 50분에서 30분으로 줄고 청량리역까지 운행구간이 연장되며 금정역에 신규 정차한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국민들 생각은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실손의료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들에게 올해 보험료 평균 인상률을 10% 이하로 맞출 것을 주문했다. 국민 3800만명이 가입한 '제2의 건강보험'으로서 서민들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이유에서다. 과잉진료, 보험사기 등으로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 130%대까지 치솟은 탓에 최소 15% 이상은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했던 보험사들은 울며겨자먹기로 9%대 수준에서 인상률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간 매년 연말이면 벌어지는 모습이다. 보험료 인상 억제는 소비자의 부담을 낮출 수 있어 비난할 일은 아니다. 시장가격이 투명하게 책정되고 적절한지를 살피는 것이 금융당국의 역할이기도 하다. 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금융당국의 가격 통제가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보험금 누수 원인으로 꼽히는 비급여 한방진료와 백내장 수술 등 과잉진료나 보험 사기를 막을 구조적 개선방안이 아닌 '가격 통제'라는 손쉬운 방법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얼마 전 이세돌 9단의 은퇴 대국은 ‘인간과 기계의 바둑대결’로 또한번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세돌의 마지막 상대는 토종 AI(인공지능) ‘한돌’. 이세돌다운 선택이다. 이세돌은 2016년 구글 ‘알파고’와 대결로 바둑팬뿐 아니라 바둑을 접해보지 못한 일반 대중에게도 바둑과 이세돌이란 이름석자를 크게 알렸다. 결과적으로 이세돌은 알파고, 한돌과 대결에서 모두 패했지만 적어도 1승씩은 거뒀다는 것 자체가 영예로운 그의 업적으로 기록될 것이다. 반면 한돌 입장에서 본다면 다르다. 한돌을 개발한 NHN은 뭘 얻었나.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NHN은 이세돌과 대결을 통해 한돌의 수준 높은 기술력을 선보이려 했다. 하지만 첫 번째 대국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패했다. 두 점을 먼저 두게 한 핸디캡이 민망할 정도였다. 이세돌과 맞붙은 ‘알파고 리’에 100전 100승을 거둔 ‘알파고 제로’를 한돌이 넘어섰다는 평가가 무색했다. 한돌은 2, 3국에선 승리했지만 이번 대결을 통해 A
"치과에 스케일링 받으러 가잖아요. 정신과도 같아요. 마음이 병들기 전에 찾아주세요" 자살예방 기획취재차 방문해 우울증 예방법을 묻자 정신과 전문의가 한숨을 쉬며 한 말이다. 지난해 연예인 설리·구하라 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며 '우울증 치료'에 대한 관심이 커졌지만, 여전히 우울증을 방치하거나 외면하는 환자가 많다는 것이다. 국립정신건강센터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이 지난 1년간 우울감·불안에 시달렸다고 했지만, 병원을 찾은 사람은 2명 뿐이라고 했다. 이유는 △놓아두면 될 것 같아서 △효과가 없을 것 같아서 △두려움 등이었다. 우울증·정신과 병원을 대하는 선입견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20년차 정신과 전문의는 "취업에 불이익이 없느냐, 우울증약을 먹으면 부작용이 큰 것 아니냐는 질문을 매번 받는다"며 "진료기록은 개인정보라 유출이 불가능하고 적절한 약물치료는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강변했다. 병원을 외면할수록 우울증은 깊어진다.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지난해 성인 1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편의점 CU의 우장산역점. 이 편의점과 한 건물에, 그것도 바로 옆에 붙어있는 H&B(헬스앤뷰티)스토어 랄라불라가 최근 편의점 업계의 뜨거운 논쟁거리다. 랄라블라 우장산역점이 시범적으로 삼각김밥, 맥주 등 편의점에서 주로 판매하는 식음료 상품을 팔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당연히 편의점 매출은 그 탓에 줄었고,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처분하는 '폐기율'도 급증했다고 한다. 랄라불라의 이같은 행보는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H&B스토어는 식음료 상품을 팔아서는 안된다는 법은 없다. 사실 영역파괴의 선두주자는 편의점이다. 편의점들은 플랫폼화를 선언하며 택배부터 의류판매, 전기차 충전소 운영, 세탁까지 온갖 분야로 영역을 확대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편의점 사업영역만 침범하면 안된다고 주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랄라불라의 운영사가 바로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이라는 점이다. 랄라블라와 같은 이른바 '유사 편의점'들이 늘어날 경우 1만명 이상의 G
"2019년 2.0%에서 2020년 2.3%면 사실 정체라고 봐야 한다." 올해 경제가 지난해보다는 나을 거라는 전망이 많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이 내놓은 2019년, 2020년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2.0%, 2.3%였다. 2.0%과 2.3%이라는 숫자를 두고 누군가는 '반등'이라고 하고, 또 누군가는 '회복'이라고 한다. '기술적 반등', '개선' 같은 표현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금융계 한 고위인사의 진단은 '정체'였다. 기준을 놓고 보면 명확해진다. 한은이 지난해 추정한 한국의 2016~2020년 잠재성장률은 2.7~2.8%다. 2019~2020년만 떼놓고 보면 2.5~2.6%다. 잠재성장률은 쉽게 말해 우리가 갖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서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인데, 그만큼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이 흐름은 2020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2.3%라는 숫자에는 지난해 성장률이 유독 낮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도 반영돼있다.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걸기에는 너무나
올해 산업계 주요 뉴스 중 ESS(에너지저장장치) 화재 사태를 빼놓을 수 없다. 2017년 8월부터 지금까지 확인된 화재만 줄잡아 30여 건에 이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6월 'ESS 설비 화재 조사 결과'를 발표한 이후에도 5건(12월 현재 기준)의 화재가 추가로 발생하자 지난달 2차 조사에 착수했다. 그런데 지난 조사 결과 발표 당시 화재 원인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못했던 산업부가 이번에는 배터리 결함으로 결론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ESS 설계 구조상 발화 지점은 배터리밖에 없지만 이를 촉발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만약 산업부가 발화 원인을 배터리로 못 박았다고 가정할 경우 해외에서는 화재사고가 하나도 발생하지 않은 멀쩡한 ESS가 유독 국내에서만 집중적으로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정밀 분석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배터리 제조업체에 모든 책임을 떠넘긴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1차 조사 결과 발표 당시 산업부는 '배터리 보호 시스템, 운영 환경 관리 미흡 등 복합
"그렇게 얘길 했는데도 바뀐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코스닥 중소형 상장사들에게는 아예 관심이 없나 싶기도 합니다." 연말이 되자 코스닥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주총회는 3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감사 선임 시 대주주 지분율을 최대 3%까지만 인정하는 '3%룰'은 바뀐게 없기 때문이다. 현행 상법은 대주주가 감사를 다시 선임하는 것을 방지하고 감사 선임에 소액주주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감사 선임 시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1962년 대주주의 전횡을 막겠다며 도입됐는데, 전 세계에서 한국에만 있는 제도다.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이 가능할 때에는 감사 선임에 크게 문제가 없었지만 폐지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상장사가 감사선임을 위해서는 대주주 외 발행주식의 22%를 확보해야 주총에서 감사선임이 가능하다. 지난해 주총에서는 상장사 56곳이, 올해에는 149곳이 3%룰 때문에 감사 선임에 실패했다. 코스닥 협회 등에 따르면 내년에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