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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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을 많이 보세요" 법원에 출입하게 된 후 가장 많이 들은 조언이다. 판결문 속엔 사건의 경위가 상세히 적혀있다. 사건 내용뿐만이 아니다. 판사가 가진 시각은 무엇인지, 판결에 어떤 의미를 담으려 했는지도 알 수 있다. 어떤 판결문에선 판사의 고뇌가 유독 적나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지난 16일 선고된 일명 '신림동 CCTV 남성 사건'이 그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김연학)는 한 여성의 뒤를 쫓아 집으로 들어가고자 시도한 조모씨에게 주거침입은 인정하되 강간미수는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렸다. 기소 당시부터 강간미수 혐의 적용을 두고 논란이 됐던 사건이다. 강간미수가 인정되려면 그가 강간을 하고자 했다는 의도가 명확히 증명돼야 한다. 재판부는 그 증명이 부족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강간이 아닌 강제추행, 살인, 금품 갈취 등 목적으로 주거지를 침해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강간 목적이 있었다고 특정해 처벌하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범행 목적
여당의 ‘스타’ 초선 의원 두 사람이 최근 불출마 선언을 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한다고 해서 우리 정치를 바꿔놓을 자신이 없다, 멀쩡한 정신을 유지하기조차 버거운게 솔직한 고백”이라고 말했다. 같은당 표창원 의원은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버텼지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옥같았다”고 했다. 고뇌·번민·회의 등이 읽힌다.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국회 법사위 소속이다. 나름 여당 입장에서 ‘조국 사수’ 대열에 앞장섰던 두 사람은 ‘조국 사태’를 겪으며 정치를 포기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들이 밝힌 불출마의 변, 소신 등은 정가에서 화제가 됐다. ‘쇄신’ ‘교체’ 등이 정치권의 새 화두가 될 듯 보였다. 정치권 전반은 아니더라도 여권, 여당 내부에선 적잖은 호응이 있지 않겠냐는 기대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5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달라진 건 없었다. 조응천·김해영 의원 등 일부 초선의원들이 당 쇄신론을 언급했지만 묻혔다. 민주당 원내대변인인 정
“정말 아직도 청량리에 (성매매) 업소가 있나요?” 최근 기자가 쓴 ‘청량리620 역사문화생활공간’ 조성 관련 기사(10월18일자 '서울시, 성매매업소를 생활유산으로? 청량리에 무슨 일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가 한 말이다. 서울시는 해명 자료에서 “청량리620 보존 구역 중 성매매업소로 쓰인 건물이 1동 포함됐지만 건물의 골조만 남기고 리모델링해 성매매업소 당시 모습과 이미지는 완전히 제거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서울시 해명과 달리 청량리620 바로 앞 한 업소는 여전히 운영중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시는 애초 청량리620 사업의 출발점을 ‘역사의 보존’에 맞췄다. 2012년 청량리4구역 정비계획을 심의한 서울시는 당시 조건부 가결하면서 “과거 40년간 집창촌이었던만큼 그 형성 배경과 인문·물리적 현황 등을 포함한 역사를 기록화할 것”이란 단서를 달았다. 2016년 전문가들이 참여한 자문 회의에서도 ‘부정적 유산(집창촌)의 기록화 및 생활유물 보전’이란 방침을 세웠다.
"PEF(사모펀드) 활성화법은 물건너갔다. 당분간 PEF는 주가조작 등 부정한 방식으로 돈을 벌려고 하는 이들이나 활용하는 부정적인 투자수단으로 인식될 것이다." 한 중견 PEF 운용사 대표의 탄식이다. '조국펀드'로 불리는 코링크PE 논란 이후 PEF는 주가조작이나 탈세 등을 위해 활용되는 투자수단이라는 오해가 커졌다. 여기에 라임자산운용 사태나 금리연계형 DLF(파생연계펀드) 등 일련의 사태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터지며 '사모'(私募)라는 단어 자체가 불온한 뉘앙스로 통용되고 있다. PEF 업계는 이같은 상황이 못내 불편하다. 일정 숫자 이하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받아 운용한다는 점에서만 공통점이 있을 뿐, 자금운용 규모나 방식 등 전반적인 면에서 문제된 곳들과는 큰 차이가 있다. '사모'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유로 법 테두리 안에서 멀쩡히 운영되던 PEF까지도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2004년 최초로 PEF제도가 도입된 이후 국내 PEF는 자금조달 방식은 물론이고 투자방
지난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렸던 기업결합심사 결과는 국내 유료방송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바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현 CJ헬로)의 합병 불허 결정이다. 당시는 유료방송시장의 헤게모니가 케이블TV(SO)에서 IPTV(인터넷TV)로 막 넘어가던 시기였다. 경쟁 통신사들의 격렬한 반대는 있었지만 미디어 업계는 양사의 M&A(인수합병)가 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자연스러운 수순이자 시장 재편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기대했던 게 사실이다. 공정위가 발목을 잡지 않았다면 자연스러운 업계 체질 개선이 진행될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물론 시장의 독과점을 방지하고 불공정거래를 규제하는 공정위의 역할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유료방송시장의 재편이 공정위의 제동으로 지지부진해진 사이, 환경은 급변했다. 불과 2~3년 만에 IPTV와 SO, 위성방송 등 방송매체를 구분하는 의미가 희미해졌고, OTT(온라인동영상미디어)가 미디어 업계를 비집고 들어왔다. 특히 구글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오비이락(烏飛梨落),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사자성어다. 아무 관계도 없는 일이 공교롭게도 타이밍이 겹쳐 괜한 의심을 산다는 뜻이다. 일본 SPA(제조유통일괄) 브랜드 유니클로가 최근 처한 상황을 잘 반영하는 말이다. 까마귀 대신 유니클로를 넣어 '유비이락'이라 할만하다. 유니클로는 지난 19일 문제의 후리스제품 TV 광고를 전면 중단했다.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는 광고 자막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폄하했다는 비판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다. 논란이 된 광고는 98세 패션 컬렉터인 압펠과 13세인 패션 디자이너 로저스가 카메라를 응시하며 대화를 나누는 내용으로 만들어졌다. 압펠이 로저스에게 "스타일 완전 좋은데요! 제 나이 때는 어떻게 입으셨어요?"라고 묻자, 로저스는 "세상에, 그렇게 오래전 일을 어떻게 기억하겠니?(Oh my God, I can't remember that far back)"라고 대답한다. 한국판 광고에서만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
넥슨의 ‘야생의 땅 : 듀랑고(이하 듀랑고)’ 게임이 오는 12월 문을 닫는다. 결과적으로 흥행 면에선 성공적이지 못했지만 이 게임이 한국 게임산업사에 남긴 족적은 작지 않다. 넥슨이 2018년 1월 정식 상용화한 듀랑고는 개척형 오픈월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라는 실험적 장르를 내세워 출시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천편일률적 MMORPG와 기존 IP(지식재산권) 재활용 게임만 즐비했던 시장에서 원작 없는 자체개발 신규 IP로 도전장을 던졌다. 높은 자유도와 생활 밀착형 시스템으로 콘텐츠도 차별화했다. 당시 경쟁사에서조차 “듀랑고 같은 실험적인 게임이 잘 돼야 시장이 다변화될 수 있다”는 응원과 기대를 쏟아냈다. 출시 초반만 해도 성공가도를 달릴 줄 알았다. 구글플레이 최고 매출 순위 상위권에 진입했다. 출시된 해 게임대상 최우수상은 물론 기획·시나리오·그래픽 등에서도 상을 석권했다. MBC 예능 프로그램과 연계해 모바일 게임의 새로운 가능성도 제시했다. 그러나 운영과정에서
아베는 삼성을 뛰어넘지 못했다. 언론에서 호들갑을 떨었지만 애초부터 일본의 '패전'은 예정됐던 모양이다. 지난 100여일 동안 기록이 그렇다. 3개월 전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나올 당시의 기사를 다시 찾아 읽었다. 사태 초반의 급박함이 여전히 생생하다. 우려와 불안. 앞날을 걱정한 기사의 진의를 지금 시점에서 탓할 순 없다. 피해 수습이 저절로 됐을 린 없다. 한 대기업 인사는 "태평양 망망대해에 뜬 배에서라도 물량을 확보하려고 이 잡듯 뒤졌다"고 돌이켰다. 모두가 재고 확보와 대체재 개발에 사활을 걸었기 때문에 극일의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시선을 일본으로 돌리면 아베 신조 총리의 패착은 정치 문제에 경제를 끌어들인 데서 잉태됐다. 아베 정부는 경제를 무기화하는 동시에 정치로 경제를 휘두르려 했다. 마치 경제가 정치인의 전유물인 양. 아사히신문은 총리 참모 조직인 총리관저가 담당부처인 경제산업성의 신중론을 누르고 수출규제 조치를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높아진 감사보수에 기업부담이 크다" "잦은 감사인 교체로 회계안정성이 우려된다" 11월부터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본격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기업들이 이 같은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기존에는 회사와 회계법인이 자유롭게 감사계약을 체결했지만, 이젠 금융당국이 직접 감사인을 지정하게 된다. 회계법인이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상장회사 감사를 가능케 한 ‘감사인 등록제’, 충분한 감사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한 ‘표준감사시간제’ 등도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새로운 제도들은 이미 신(新)외감법에 포함됐다. 뜬금없는 변화가 아니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가 변화의 시작이었다. 대우조선이 약 2조원의 손실을 축소해 재무제표를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고 당시 외부감사를 맡은 대형회계법인은 ‘업무정지 1년’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회계문제가 계약당사자인 회사와 외부감사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이 보편화됐다. 분식회계 사건 하나에 건실했던 회사가 폭삭 주저 앉아 수
"일반인 악플(악성댓글) 피해자가 많이 찾아옵니다. 2년 전보다 3배 이상 늘었어요" 악플 사건을 전담하는 한 변호사의 말이다. 악플 피해가 더 이상 유명인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상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지난해 학생과 성인 6162명에게 1년 이내 사이버폭력 피해 경험을 물은 결과 4명 가운데 1명은 '악플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경찰청이 집계한 사이버 명예훼손·모욕죄 발생 건수도 지난해 1만5926건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일상으로 파고든 악플은 피해자에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긴다. 거짓과 추측성 댓글은 누리꾼들 사이에서 순식간에 퍼지고 온라인 공간에서 어느 순간 '사실'이 돼 버린다. 댓글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며 우울증과 대인기피증·공황장애를 유발한다. 1년 전 한 대학생 커뮤니티에서 '데이트 폭력남'으로 찍힌 A씨는 "학교와 학년 그리고 성이 같다는 이유로 오해를 받았는데 사건 이후 대인기피증이 생겼다"며 "한 번 퍼진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제3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이 마감됐다. 금융권에선 이미 토스뱅크의 제3인터넷은행 인가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지난 5월 제3인터넷은행 예비인가 당시 단 한 곳도 예비인가를 받지 못하면서 다급해진 정부가 이번엔 제3인터넷은행 인가를 내 줄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인터넷은행은 문재인 정부 금융정책의 핵심사업 중 하나다. 일부 여당 의원들이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반대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입법이 지연되자 문재인 대통령이 인터넷은행 규제혁신 현장에 직접 방문하는 등 특례법 제정에 힘을 실어줬다. 이 때문에 상반기 제3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심사 결과는 금융당국을 당혹스럽게 했다. 금융당국은 곧장 제3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다시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갑과 을의 위치가 바뀐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 '금융당국의 정성적 이슈'를 언급하며 인터넷은행·증권사 설립을 중단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불편해하면서도 내색하진 않았다. 인터
"중국의 먹잇감밖에 안 된다." 날로 격화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비방전에 대한 전자업계 전문가 발언이다. 그는 "중국이 경쟁자가 아니었을 때는 삼성과 LG가 투닥거리는 게 건강한 기술전쟁이고 상생의 일환으로 여겨졌는데 지금은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이 같이 말했다. 우려 목소리는 전문가뿐 아니라 정부에서도 나온다. 성윤모 산업통상부장관은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전자산업 60주년 기념행사'에서 "같은 업종내 대기업 간 협력이 중요하다"며 "어부지리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업체명을 밝히진 않았지만 최근 벌어지고 있는 TV 업계 기술논쟁과 배터리업계 소송전에 대한 우려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주무장관이 공개석상에서 우려를 표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단 뜻이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기업 간 경쟁은 발전의 자양분이 된다. 문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벌이는 싸움이 기술력 향상을 위한 '혁신'의 경쟁이라기보다 상호 '흠집내기' 측면으로 흐르고 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