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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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팍스넷의 주가가 하한가까지 급락했다. 거래량은 평소의 10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다음날 팍스넷은 담보권 실행으로 최대주주가 보유한 169만여주가 반대매매를 당했다고 밝혔다.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이던 현성바이탈도 같은 날 최대주주 한국중입자암치료센터의 주식이 반대매매를 당했다. 최대주주의 반대매매는 투자자에게 가장 큰 리스크다. 반대매매는 최대주주가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린 뒤 갚지 못해 채권자가 주식을 장내에서 임의처분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대주주가 반대매매를 당하면 회사의 지배구조가 불안해지고 향후 회사를 매각하기도 힘들어져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현행 제도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담보제공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공시에는 채권자와 담보제공 주식 수, 설정금액, 담보권 전부 실행 시 남는 지분율 등이 담긴다. 하지만 정작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반대매매가 실행되는 시점과 가격이다. 공시 정보로 가격 추정은 가능하지만 최대주주가
"짧게 돈을 넣었다 뺐다만 반복하면 시장이 발전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투자자 탓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예요. 기업들이 배당을 안하니까, 돈 벌 방법이 그것밖에 없잖아요." ESG(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투자와 관련한 취재를 하다가 만난 한 연구원은 이렇게 말했다. 세계적으로 ESG 요소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착한 기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런 기업들에 투자하면 성과가 더 좋다는 시각이 이미 지배적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 투자자들에게는 생소한 얘기다. ESG를 고려한 투자는 장기 투자를 기본으로 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단기의 재무 성과보다 ESG를 더 중시한 기업 경영을 하다 보면 장기적으로 이익률이 좋아진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투자자들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이 같은 기업을 잘 선별해 장기적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들은 배당을 잘 하지 않아 장기 투자를 하기 어렵다는 지적
기자: (지난 6일) 윤석열 검찰총장 축하전화에서 어떤 메시지 전달받으셨습니까? 장관 후보자: 그냥 뭐… 단순한 인사였고요. 서로 모르는 사이기 때문에… (중략)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전 10시쯤 인사청문회준비단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남부준법지원센터로 처음 출근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관계에 대해선 "모르는 사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 간의 관계는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어디까지나 헌법과 법률에(서) 위임받은 권한을 상호 간에 존중하고 또 잘 행사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연일 '검찰개혁' 안을 내놓고 있는 법무부, 그리고 그 수장이 될 수도 있는 추 후보자와 윤 총장의 관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정부와 검찰이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새 리더가 갈등을 풀어낼지 여부에 시선이 쏠려있기 때문이다. 앞서 추 후보자는 지난 5일 장관 후보자로 지명받았을 때도 '윤 총장과의 호흡을 어떻게 맞춰나갈 생각인가'를 묻는
얼마 전 한 공공기관의 임대주택 광고가 입방아에 올랐다. 광고는 두 명의 친구가 SNS(소셜미디어)상에서 나눈 대화를 패러디했다. 부모님 도움을 받아 집을 산 친구가 임대주택에 입주한 친구를 부러워하는 대화가 오갔다. 해당 광고는 무주택자, 특히 2030 청년층의 공분을 사 결국 3일 만에 철거됐다.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주거문화와 관련된 신조어가 사용되고 있다. '전거지(전세 사는 거지)' '월거지(월세 사는 거지)' '엘사(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지은 주택에서 사는 사람)'등이다. 초등학생들이 어느 곳에 어떤 방식으로 사느냐에 따라 빈부 격차를 인지하고 계층을 구분 짓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계층간 융화를 위해 민간 아파트 공사시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섞지만 누가 임대주택에 사는지 다 안단다. 그만큼 정보 전달 속도가 빠르고 세상이 각박해졌다. 신혼집을 매매로 시작했느냐 전세 혹은 임대로 시작했느냐에 따라 자산 형성 속도가 다르다. 연봉 인상률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을
며칠 전 연말 인사에서 10여년 정든 직장을 뒤로 하게 된 지인과 저녁을 함께 했다. 2년 전 우수사원 표창을 받았던 그는 희망퇴직 목록에 오르자 사표를 냈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어떤 기업이 신규직원을 100명 채용한다는 것은 100명 이상의 기존 직원을 내보낸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성과와 수고에 대한 보상, 축하 화환에 가린 연말 인사철의 이면이다. 그에게 축하를 건넸던 2016년 말 승진 기념자리가 생생하다. '세계는 평평하다'의 저자 토마스 프리드먼에서 유래된 그날의 건배사는 '우리 모두 대불자(대체불가능한 사람이 되자)'였다. 세계화 물결 앞에 평범해선 안 된다. 모두가 그럴 수 있다고 믿었다. 적어도 그렇게 되길 바랐다. 대체할 사람이 있으니 떠나야 한다는 논리 앞에 고개 숙이지 않을 이가 어디 있을까. 하지만 한때를 주름잡던 '탤런트'들의 퇴장을 보면서 새삼 깨닫는 것은 대체불가능이라는 신화의 허상이다. 우리동네 노래신동, 우리학교 댄스왕이던 이들이 유튜브의 등장으로
온라인 서비스엔 생산국을 알리는 'Made in' 마크가 없다. 인터넷 시장엔 국경이 없고 소비자들이 국적이 아닌 서비스 품질에 반응해서다. 중국처럼 강력한 통제 체계를 갖추지 않고선 인터넷 쇄국정책을 펼칠 수 없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미·중 IT 공룡들이 검색, 전자상거래, SNS, 동영상 등 대부분 영역을 차지한 이유다.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와 BATH(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 세력이 커지면서 인터넷 시장에서도 미·중 양강 체제가 굳어지고 있다. 최근 IT 업계를 뒤흔든 라인·야후재팬 경영통합 결정은 양강 체제에 맞서겠단 의지 표명이다. 일본 최대 모바일메신저와 포털이지만 각자도생 방식으로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도 담겼다. 라인과 야후재팬은 검색, 간편결제 등 영역에서 소모적 경쟁을 펼쳐왔다. 일본 시장에 국한된 투자라는 한계도 있었다.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빅딜'은 과거 틀에서 벗어나 더 큰 미래를 모색하자는 합의다. 급
"전문 공보관인 저도 아는 게 없다. 규정을 설명 드리는 것 뿐이다."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법무부 훈령)을 시행한 직후, 서울동부지검에서 기자단과 만난 전문 공보관의 대답은 이 한마디로 요약됐다. 공보란 사전적 의미로 국가기관에서 국민에게 각종 활동 사항에 대하여 널리 알리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공보를 언제 어떻게 할지는 수사팀 결정에 달려있어, 전문공보관은 단순한 메신저 역할에 그친다. '전문'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다. "그럼 도대체 무엇을 공보한다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볼멘소리에도 "규정이 그렇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민간위원을 포함한 '형사사건 공개 심의위원회'라는 기구도 실상은 허무하다. 심의위에서는 공개 범위만 결정한다. 심의위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최종 결정권은 수사팀에 있다. 수사팀이 공개하지 않기로 하면 그만이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필요할 때' 공표한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지만, 별다른 기준도 없다. 허수아비 신세
오리온이 물사업에 뛰어들겠다고 밝힌 건 2년 전이다. 2016년 용암해수 사업권을 가진 제주용암수를 자회사로 인수한 데 이어, 2017년 4월 제주 용암해수를 활용한 글로벌 음료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까진 큰 잡음이 일어나지 않았다. 물론 대기업이 제주 공공재를 사유화한다는 비판이 없진 않았지만, 오리온은 도민 채용을 늘리고 영업이익 일부를 제주에 환원하겠다며 상생을 약속했다. 하지만 상황이 급반전됐다. 오리온이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열고 본격 해외 진출에 앞서 국내 생수 3위권 진입을 목표한다고 밝히면서 물 전쟁이 시작됐다. 제주도는 오리온이 국내 판매는 하지 않겠다고 주장해 이 약속을 믿고 사업허가를 내주고 취수량도 늘려줬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오리온의 말은 다르다. 처음부터 국내외 판매 계획을 밝혔다는 것. 문제는 제주도가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이 국내 판매 불가에 대한 구두 약속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물증이 없다는 점이다. 이
일요일 아침 8시마다 TV시리즈 '라이온 킹'을 보고 자란 어린이는 어느덧 20대 후반이 됐다. 영화관을 점령한 디즈니는 아이들은 물론이고 이제는 성인이 된 옛 팬들까지 끌어모으며 콘텐츠의 수명을 수직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올해는 영화관에서 디즈니 돌풍이 유독 거셌다. '알라딘', '토이스토리4', '캡틴 마블', '어벤져스:엔드게임'이 한달 차이로 계속 개봉하면서 디즈니는 각 영화당 10억달러(약 1조2145억원)가 넘는 수입을 벌어들였다. 미국인들도 디즈니가 장악한 영화계 현실에 문제를 느끼기 시작했다. 올해 미국 영화시장에서 디즈니의 점유율은 40%에 다다랐다. 매달 개봉하는 영화 다섯 편 중 두 편은 디즈니 영화라는 얘기다. 그도 그럴 것이 디즈니는 잘나가는 영화제작사라면 모두 인수해 제국을 건설했다. 픽사(2006년)와 마블(2009년), 루커스필름(2012년)에 이어 지난해 폭스까지 쉼 없는 인수합병(M&A)으로 막강한 지식재산권을 확보한 상태다. 1923년
"새로운 100년을 향한 희망의 날개를 펼치겠습니다." 지난달 29일 발간된 대한항공 50년사(年史)에 적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다짐이다. '대한항공 50년사'는 대한민국의 항공산업 발전사를 담은 것이라고 할 정도로 큰 가치를 가진다. 조 회장은 같은 날 오후엔 대한항공의 '100년'을 만들기 위한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2년 만에 이뤄진 이번 인사는 지난 4월 취임한 그의 첫 임원 인사다. 임원 20% 이상을 감축하는 '조직슬림화'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고(故) 조양호 전 회장 가신그룹이 대거 물러나고 조 회장 친정 체제를 구축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50년사 편찬 기념식장에서 기자와 만난 조 회장도 "사업 변화에 따라 맞춰야 한다"며 사실상 '세대교체'를 강조했다. 조 회장은 2003년 IT(정보기술) 계열사인 한진정보통신으로 그룹에 입사해 이듬해 대한항공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한항공에서 벌써 15년이 됐다. 착실히 경영수업을 받아 온 그는 조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 이후
"성장성이 높은 기업인데 코스닥 시장에 있다고 투자를 못 받겠습니까?" 최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있는 한 직원은 내년 IPO(기업공개) 최대어로 꼽히는 SK바이오팜을 두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대부분 바이오 업체가 코스닥에 상장하는 것과는 달리 코스피 상장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SK바이오팜은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연이어 신약 판매허가를 받으면서 몸값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그럴수록 코스닥 시장의 아쉬움도 커진다. 증권가에서 예상하는 SK바이오팜의 시가총액은 최소 5조원. 현재 코스닥 시총 2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후 주가 추이에 따라 단숨에 시총 1위에 오를수도 있다. 바이오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코스닥 시장을 살릴 수 있는 최고의 재료인 셈이다. 하지만 SK바이오팜은 코스닥이 아닌 코스피를 택했다. 코스피에 비해 낮은 유동성과 큰 변동성, 지속적인 기관과 외국인의 외면 등 요인이 크게 작용했겠지만, 이면에는 '마이너리그' 보다 '메이저리그'로 가
“14조원 감액요? 우리 의원님들을 뭘로 보시고.” 지난달 10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예산 심사에서 14조 5000억원을 깎아 500조원 이하로 줄이겠다”고 공언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한 정부 관계자는 헛웃음을 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순감액 기준으로 많이 깎아 봐야 4000억원 안팎일 것”이라고 말했다. 513조5000억원. 정부가 편성해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규모다. 지난해보다 9.3%, 약 43조9000억원 늘었다. 내년 총수입 전망치가 482조원이니 재정적자 폭이 31조5000억원에 달한다. 예산안이 공개되자 한국당 등 야당에선 ‘정부가 재정 중독에 빠졌다’ ‘재무건전성이 무너진다’는 거센 비판이 나왔다. 이에 더해 정부의 확장재정에 브레이크를 걸겠다며 ‘재정준칙’ 수립을 요구하기도 했다. 국가채무비율, 관리재정수지 적자 한도를 각각 40%, 2%로 강제하는 법안을 상정하기도 했다. 그러던 이들이 변했다. 지난달 11일 시작된 실제 예산안 심사에서 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