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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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성은 공감 하지만 지금은….” 전력산업구조개편 얘기만 나오면 정부 목소리는 작아진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내 전력시장은 독점시장이다. 한국전력그룹이 발전, 송·배전, 판매를 사실상 독점한다. 제도적으론 민간이 전력시장에 참여할 수 있지만 갖은 규제로 진입장벽이 높아 유명무실하다. 말만 시장이지 자유경쟁으로 '보이지 않는 손'이 가격을 결정해 거래가 이뤄지는 '진짜 시장'은 아니다. 정부는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재생에너지의 획기적 확대를 추진 중이다. 탈중앙화·분권화라는 시대적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선 발전뿐 아니라 판매 부분에도 민간 참여가 필수적이다. 논란 중인 한전 적자 원인 중 하나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등에 따른 정책비용이다. 올해만 7조원이 들어간다. 전력시장을 독점하는 한전이 모든 부담을 지는데 지속가능 하지 못한 구조다. 대안은 송·배전 부문을 ‘공공재’로 분리하고 판매 부문은 완전경쟁을 도입하는
"재계 맏형의 격을 보여줬다." 지난 14일 삼성SDI의 ESS(대용량에너지저장장치) 화재 재발방지 대책을 본 업계 관계자 말이다. 삼성SDI는 발화 예방 장치를 포함한 재발방치 패키지를 앞으로 만들 제품은 물론 기존 출고 제품에도 모두 장착하기로 했다. 국내 설치된 곳만 1000여곳, 필요 예산만 2000억원이다. 삼성 이름값을 보면 큰 돈이 아닌 듯도 싶지만 삼성SDI 사정만 놓고 보면 다르다. 미래를 책임질 배터리 사업은 아직 설비투자 비용만 들어갈 뿐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2000억원은 삼성SDI의 분기 순이익에 맞먹는 금액이다. 3달치 이윤을 포기한 ESS 대책이다. 의무가 있었던 게 아니다. 정부는 지난 6월 ESS화재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배터리가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고 밝혔다. 2차 조사를 앞두고 있지만 1차 조사서 이미 강도 높은 실증에도 배터리에선 불이 붙지 않았다. 삼성SDI 등 제조사가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은 일단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내놓은 삼성S
29년 만에 평양에서 열린 남북 남자축구 국가대표팀의 공식 경기가 중계도, 취재진도, 응원단도, 골도 없는 ‘4무(無)’ 경기로 끝났다. 남북관계 역사에 기록될 의미 있는 경기가 비정상적으로 치러져 많은 국민들이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5일 오후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팀과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을 치렀다. 5만석 규모의 경기장은 텅텅 비었고 선수들은 외부와 차단된 상태에서 뛰어야 했다. 정부는 북측과의 협의에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으나 결과적으로 성사가 안 돼 아쉽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 시합은 남북간 합의가 아닌, 월드컵 조 추첨을 통해 우연히 성사된 만큼 정부가 직접 개입할 사안은 아니라는데 강조점을 뒀다. 정부는 이번 경기가 소강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와 연계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북한의 소극적 태도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굳이 무위(無爲)에 그칠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는 현실적 판단도 깔린 것
글로벌 여행업계를 주름 잡던 '여행 공룡'이 얼마 전 쓰러졌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 우리로 치면 조선 헌종대인 1841년 설립된 세계 최고(最古) 여행사 '토머스 쿡'이 파산했다. 호텔과 리조트, 항공사까지 거느리며 연간 1900만 명의 고객을 유치하던 글로벌 여행사가 무너졌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충격에 빠졌다. 토머스 쿡은 근대적인 '관광'의 개념을 정립하며 전 세계 여행산업을 태동시켰다. 우리가 잘 아는 '패키지여행'의 시초다. 1845년 철도여행 상품을 출시했고, 10년 뒤에는 프랑스 파리 만국박람회를 관람하는 4박5일 상품을 선보였다. 산업적 의미의 관광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178년 간 토머스 쿡이 쌓아온 역사가 조만간 마침표를 찍을 것이란 예상은 꽤 공공연했다. '최고(最古)'란 타이틀이 더 이상 '최고(最高)'라는 의미를 아우르지 못해서다. 온라인 플랫폼 경제가 도래했고 개별여행이 트렌드로 자리잡았지만, 토머스 쿡은 오프라인 판매와 패키지여행 구조를 고집하며 고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대한 위탁선거 의무화 방안을 두고 정부와 업계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중기협동조합 수장인 중소기업중앙회장에 한해 위탁선거를 의무화하는 데 찬성한다. 반면 중앙회는 회장을 비롯한 모든 하부단체 선거에 적용이 불가하다고 맞선다. 실제 중기부는 지난 4월 국회에서 중기중앙회장 선거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의무위탁하기 위한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 발의되자 “공정한 선거문화 정착을 위해 동의한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지난달 중기중앙회장, 전국 단위 조합장, 업종별 연합회장 선거를 의무적으로 외부에 위탁하는 법안엔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며 사실상 반대했다. 소규모 조합들이 위탁선거에 따른 과중한 비용부담을 안는다는 이유에서다. 중기중앙회는 조합 운영의 자율권이 훼손된다며 일관되게 반대했다. 대외적으론 투명선거 방안이 필요하단 입장을 보였음에도 법 개정엔 소극적인 모습이다. 앞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지난 3월에 열린 취임식에서 “과열되고
14일 조국 법무부장관이 사퇴했다.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지 35일 만이다. ‘8·9 개각’을 기점으로 하면 두달 여간 ‘대한민국=조국’이었다. 국민은 광화문과 서초동에 모여 각각 목소리를 냈다. 조국 지지와 반대, 검찰 개혁과 대통령 사과…. 다양한 외침이 모였다. 광화문과 서초동에 속하지 않은 국민의 답답함도 적잖았다. 문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 하락은 그 예다. 문 대통령에 대한 확고한 지지층은 여전했지만 중도층의 불만이 존재하는 것도 확인됐다. 그렇다고 지지율 하락분이 야당으로 옮아간 것도 아니다. 적잖은 국민들이 태극기와 촛불 대신 침묵으로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치권은 국민의 촛불, 태극기, 침묵 등을 접하면서도 보고 싶은 것만 봤다. 그저 정쟁의 도구로 활용할 뿐 국민의 목소리를 받아 안겠다는 자세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자유한국당은 민의의 전당 국회 대신 ‘광화문’을 택했다. 여당은 ‘검찰 개혁’ 화두로 퇴색된 공정·정의를 대신하려 애썼다. 20대 마지막 국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돌연 사퇴를 발표했다. 검찰 수사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들 곁에 있으면서 위로를 챙기겠다”고 말했다. 그의 사퇴 결정에 인간적인 고뇌가 컸었다는 게 느껴진다. 그가 35일간 몸담았던 법무부를 떠나면서도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송구하고 감사하고 고맙다”면서도 마지막 챙긴 것은 검찰 개혁이다. 그는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라는 발표문에서 국민들이 (검찰개혁의) 마지막 마무리를 해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조국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을 통해 이루려고 했던 꿈을 얘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저는 조국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 개혁을 희망했다“며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고 털어놨다. 계획대로 되지 않았음을 시인했다. 이번 조 장관 사퇴는 장관의 결정을 대통령이 받아들인 형식을 띠었지만, 대통령의 지지율과 여당 지지율 하락에 대한 부담을 조 장관이 안고 가는 모습
"부모님 도움을 받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 중견 기업에 입사한 것이 잘못인가요?" 최근 '형평성' 문제가 화두다. 이른바 '금수저' 집안에서 자란 이들이 배경을 활용해 입시나 채용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에 대한 문제가 계속된다. 부동산 시장 역시 예외는 아니다. 정부가 청약가점이 낮고 초기 주택구입 자금이 부족한 신혼부부를 위해 특별공급 형태로 아파트 분양 물량을 늘렸다. 하지만 신청 자격인 소득 기준이 현실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맞벌이 신혼부부의 소득 기준이 부부합산 월 702만원(2018년 3인가구 기준)이다. 혼인 7년 이내 신혼부부의 경우 맞벌이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자격 기준이 엄격하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맞벌이 신혼부부 58만6000쌍 중 34.8%인 20만4000쌍이 소득 기준에 따라 특공을 신청할 수 없었다. 공급 물량이 한정적이다보니 소득이 더 낮은 계층에 혜택이 돌아갈 수
“네이버에서 조국 장관 키워드가 압도적으로 높은데 정부가 실검 폐지를 추진해야 한다.”(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여러 사람이 댓글을 달아 실검이 높아지는 것은 의사표현 중 하나로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의 과기정통부 국감도 ‘조국 국감’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2일 진행된 국감은 조 장관을 둘러싼 실시간검색어(이하 실검) 조작 의혹 등 정치공방이 지배했다. 최 장관은 실검이 여론 조작 아니냐는 반복되는 야당 의원 질의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만 했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한성숙 네이버 대표와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에게도 “조 장관 관련 실검이 기계적으로 조작된 것 아니냐”는 자유한국당의 질문이 빗발쳤다. 5G(5세대 이동통신) 실내 기지국 부족 문제나 소재·부품·장비의 R&D(연구개발) 예산 편성에 일관성이 없다는 현안 질의도 있었지만, 주요 안건들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조국 국감’은 11일 진행된
"요새 애널리스트 사건 아시죠? 그 일 때문에 애널리스트(연구원)들이 다들 조심하는 분위기여서요. 자기 이름이 기사에 나가는 것 자체를 꺼리는 것 같아요." 특정 업종의 향후 전망을 설명해 줄 연구원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하자 돌아온 지인의 답이다. '그래, 이럴 때 괜한 오해 살 일은 안하는 게 좋겠지'라고 이해하는 수밖에, 달리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최근 들어 여의도 증권가에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지난달 중순부터 선행매매 의혹이 있는 증권사의 한 연구원을 조사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특정 종목의 긍정적인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내기 전 차명으로 해당 종목을 대량 매수해 시세차익을 본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다양한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원래 흔한 일인데 운이 없어서 걸렸다'는 말을 여러번 들었다. '펀드매니저 등과 미리 짜고 주가 조작까지 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물론 모두 확인할 수 없는 풍
검색,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 온라인 플랫폼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채워준다. 궁금한 내용을 검색창에 입력하면 방대한 관련 정보를 얻는다. SNS에 접속하면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한다.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다양한 의견들을 손쉽게 접한다. 검색과 SNS는 어떤 질문도 무시하지 않는다. 마르지 않는 지식의 샘물처럼 끊임없이 해답을 찾아준다. 현대인의 정보 습득량과 소통 범위가 획기적으로 확대된 것 역시 검색과 SNS의 힘이다. ‘물음표’는 검색과 SNS의 존재 이유이자 최우선 해결 과제다. 검색과 SNS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구글과 페이스북은 물음표를 그대로 두는 걸 죄악시한다. 검색과 SNS를 거쳐도 궁금증을 해소할 수 없다면 사용자들이 떠날 수밖에 없어서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사용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서비스 철학을 다졌다. 하지만 자사에 불리한 논란 앞에선 구글과 페이스북은 먹통이 된다. 유독 한국에서 자주 그런 일이 벌어진다. 지난 4일
"창원 스타필드 입점에 대한 시민 참여단 의견을 존중하겠다." 지난 7일 공론화위원회의 '스타필드 입점 찬성 의견 권고'와 관련한 허성무 창원시장의 말이다. 앞서 창원시는 공론화위원회를 개설하고 제1호 의제로 창원 스타필드 입점을 상정했다. 그리고 시민참여단의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찬성 권고안을 내놓았다. 기존에 반대 입장이었던 허 시장도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에 스타필드 입점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허 시장은 "개인적으로 스타필드 입점에 부정적이었다"라며 "하지만 시장이라는 자리가 제 생각만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행정기관이 지역사회 분쟁해결을 위해 책임 있는 중재자 역할을 했다는 점은 주목된다. 지금까지 유통 시설 입점 논란이 커질 때마다 행정관청은 기업과 지역 소상공인 간 직접 협상만 요구했다. 비슷한 사례로 상암 롯데몰 사업이 7년째 제자리 걸음인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시는 상암 롯데몰 입점과 관련해 롯데쇼핑에 망원시장과의 상생 협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