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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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 사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회에 불신을 크게 조장했다는 겁니다. 사태를 겪기 전까지는 금융기관을 일부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곳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들의 수익 추구를 위해선 기업을 죽일 수도 있다는 논리가 받아들여지더군요.” (키코 피해기업 A사 대표) 키코는 2007년부터 2008년 초까지 700여 수출 중소기업들이 가입했던 외환파생상품으로, 사전에 정해놓은 환율 상하한선 안에서 외화를 미리 약속한 환율에 팔 수 있게 한 금융상품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환율이 1600원대까지 급등하자 가입한 기업들의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환율이 약정환율보다 높은 구간에 들어서면 기업은 약정환율을 적용해 계약금액의 2배 가량을 은행에 내야 했다. 키코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지난해 기업 4곳의 분쟁 조정 신청을 받아 키코 사태 재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키코공동대책위원회에서 추정하는 피해 기업 수는 919개, 피해금액은 3조1588억원이
지난 24일 이동통신 3위 업체인 LG유플러스가 주최한 기자간담회. LG유플러스는 업계 최초로 5G(5세대 이동통신)망을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에게 개방하고, 최신 스마트폰과 인기 중고폰을 중소 알뜰폰 업체들이 확보할 수 있도록 제조사 및 중고유통매장과 직접 협상하겠다고 했다. 올초 가입자 800만명 달성이후 성장을 멈춘 알뜰폰 업계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겠다는 상생 프로그램을 발표한 것. 정작 이해할 수 없었던 건 간담회 전후 경쟁사들의 대응이었다. 이들은 현장 기자들에게 "LG유플러스의 상생방안이 진정성이 없는 '쇼잉' 에 불과하다"는 입장자료를 뿌렸다. 경쟁사들이 무슨 말을 하려 했는 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 인수 관련 정부의 최종 심사결과를 앞두고 있다. 경쟁사들은 LG유플러스가 CJ헬로의 알뜰폰 사업(헬로모바일)을 인수할 경우 알뜰폰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가 헬로모바일 분리매각을 인수조건에 담아야 한다는 입장을 연
지난 2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대규모 점포에 대한 규제를 재검토해 달라고 정부와 정치권에 공식 요구했다. 대형마트의 경영악화가 가장 큰 이유다. 이미 유통환경은 e커머스가 주도하고 있는데 아직도 정부의 규제는 7년 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대한상의의 요지다. 경제계를 대표하는 대한상의가 한 업계를 대변해 정부 규제의 문제점을 언급한 건 이례적이다. 의무휴업일 등 대형마트 규제는 2012년 '그때'에는 맞았을지 모른다. 당시 대형마트 업계는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었고, 마트가 들어서는 곳마다 집값이 뛰고 일대 상가가 마트 위주로 재편되는 일이 흔했다. 지금 상황은 어떤가. 업계 1위 이마트가 창사 이래 최초로 올해 2분기에 3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고, 전통시장 역시 유통산업발전법의 덕을 보기는 커녕 재기의 발판조차 마련하기 어려워하고 있다. 그동안 e커머스 시장은 지난해 10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소비자들은 대형마트가 쉬는 날엔 온라인 쇼핑을 했으면 했지 전통시장으로는 가지 않는다.
요즘 법조 출입기자들은 포털 검색창에 ‘단독 조국’을 치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단독’이란 자신만이 쓴 특종기사를 일컫는 말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의혹 보도가 워낙 많다 보니 이를 확인하는 게 기자들의 오전 주요 업무가 돼버렸다. 조 장관의 호가 ‘단독’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나온다. 이슈가 생기면 보도량이 많아지는 건 언론의 생리다. 다만 이번 특이점은 ‘단독’의 양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것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8월1~9월9일(조 장관 임명일) 한달여간 총 14개 신문과 방송의 보도를 분석한 결과, 총 287건의 조 장관 관련 단독 기사가 나왔다. 하루에 약 10건씩이다. 단독이 붙지 않은 기사까지 따지만 수만건에서 수십만건을 넘는다는 얘기도 있다. 조 장관 임명 후에도 ‘단독’ 릴레이는 끝날 기미가 안보인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의 대결 구도 때문이다. 지난 23일 검찰은 현직 법무부 장관 자택을 사상 처음 압수수색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 장관은 꿋꿋이 ‘검찰개혁’ 행보를
"거의 10년 걸렸네요" 지난 18일 두산중공업 창원 공장. 한국 최초 발전용 가스터빈이 최종 조립되는 순간 목진원 두산중공업 부사장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럴만했다. 전 세계에서 미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만 독점한 기술을 스스로 구현한 날이었다. 곧 10조원 규모의 수입대체 효과를 낸다고 한다. 두산중공업의 속사정을 헤아리면, 이날 회사 임직원들의 감격은 더했을 법 싶다. 두산중공업은 세계 최고수준의 원전 핵심 설비 제작기술을 갖춘 기업이다. 당연히 탈원전의 직격타를 맞았다. 이익이 곤두박질쳤고 직원들은 돌아가며 일을 쉬었다. 중간지주사 격인 이 회사의 위기는 두산그룹 위기로 번졌다. 이제 가스터빈은 두산중공업, 그리고 두산그룹 부활의 엔진이 되는 셈이다. 이 기술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원래 이탈리아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손에 넣으려 했지만 2012년 무산됐다. 이탈리아가 '국가 핵심 전략자산'이라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결국 긴 호흡을 갖고, 1조원을
“수십억짜리 시장감시시스템요? 업무 효율화 예산도 없어서 수기 작업할 때도 많아요.” 한 금융감독원 관계자의 말이다. 금감원은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시절 2년 연속 예산을 삭감당했다. 2018년 전년대비 1.1% 줄인 데 이어 올해는 2% 깎았다. 방만 경영을 바로잡겠다는 취지였지만, 금감원은 수긍하지 않았다. 금융위원회가 ‘예산으로 길들이기에 나섰다’며 강력 반발했다. 올해 야심 차게 출범한 금감원 특수사법경찰(특사경) 역시 금융위와 금감원의 신경전 속 출범이 2개월여 늦춰졌다. 금감원은 특사경 예산으로 6억4000만원을 요구했지만, 실제 금융위가 편성한 예산은 3억9450만원이었다. 이중 전산 인프라 관련 예산은 2억여원에 불과하다. 금융범죄기술은 날로 첨단화·지능화되는데, 가장 기초적인 설비로 대응하는 셈이다. 예산 부족 탓에 시대에 뒤처지는 금감원의 모습은 ‘금융 검찰’이라는 별칭을 무색하게 한다. 한국거래소가 80억원을 들여 AI(인공지능) 시장감시시스템인 ‘엑사이트(EXI
1900억원. 최근 학계에서 분석한 2017년 구글의 한국 세금 회피 금액이다. 정부의 내년 AI(인공지능) 투자 예산, 국내 50위 기업의 법인세, 국내 특급 소프트웨어 기술자 1300여명 고용 비용과 맞먹는다. 구글이 한국에서 사업해서 번 돈의 상당부분을 해외법인 매출로 잡는 등 꼼수를 통해 내야할 세금을 안낸다는 얘기다. 구글이 2017년 낸 세금은 약 200억원으로 알려졌다. 세금 뿐이 아니다. 구글 유튜브를 비롯해 페이스북,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사업자들은 급증하는 트래픽을 앞세워 광고 수익을 올리면서 망이용대가에 대해서는 나몰라라 하고 있다.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이 매년 수백억원대 망이용료를 내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렇다면 글로벌 사업자들이 이렇게 저축(?)한 돈은 어디로 갔을까. 기업 입장에서 '내지 않는 세금'은 순이익이나 마찬가지다. 대규모 R&D(연구개발)나 전문 인력 채용, 인수합병 등에 투자할 실탄이 될 수 있다. 구글은 2007년부터 유럽에만 데이터센터 5곳을
"가축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한 나라. 아시아 7개국에서 6000건 이상 발생한 치사율 100%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지 않았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0일 본인 페이스북에 이 같은 내용을 올리며 "있는 그대로, 대한민국"을 외쳤다. 이 같은 믿음 때문이었을까. 16일 중국 돼지고기값 폭등에 따른 국내 시장 영향을 취재할 때만 해도,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라 단언했다. 우리나라에서 ASF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가정에서였다. 17일 오전 하루만에 상황이 180도 뒤바뀌었다. ASF가 중국, 북한에 이어 우리나라를 덮쳤다. 경기도 파주시에 이어 연천군도 뚫렸다. ASF 발병소식에 정부, 시장은 요동쳤다. 하루만에 이동제한조치로 돼지고기 경매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경매 가격은 전일대비 30% 이상 폭등했다. 전문가들의 분석도 조금씩 달라졌다. "지금은 비축된 넉넉한 물량 때문에 괜찮지만, 장기화 될 경우 심각해질
얼마 전 열린 금융 관련 포럼에 참석했던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뜻밖의 강연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강연에서 나선 금융당국자가 간편결제 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카드리스(Cardless)'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기본적으로 신용카드업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게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이런 시각은 사실 새로운 건 아니다. 신용카드 활성화는 세원의 투명성 강화를 통해 세수를 확보한다는 정부 정책이 기반이 됐다. 목적을 이뤘으니 더이상 카드에 힘을 실어줄 필요도 없다.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매년 축소되는 이유다. 이에 일각에서는 카드사업이 과거처럼 은행의 한 부문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흉흉한' 얘기가 돈 적도 있다. 한 은행계 중소형 카드사의 경우 지난해 실제로 편입 여부를 검토 당했다. 그간 변화 없이 점유율 확보를 위한 출혈경쟁만을 반복해온 카드업계의 현실을 보면 이같은 비판을 무작정 부당하게 보긴 어렵다. 그렇다고 카드업 자체를 사양산업으로 치부할 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법안 얘기만 나오면 고용노동부 공무원들의 낯빛은 급격히 어두워진다. 지난 2월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늘리는 안을 천신만고끝에 도출했지만, 아직 국회에서는 이렇다할 접점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민주당은 6개월로, 자유한국당은 1년으로 연장하자고 주장한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여기에 선택적 시간근로제 확대 등을 추가해 법안을 통과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탄력근로는 업무가 많을 땐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대신 적을 땐 근무시간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단위기간이 길수록 기업은 일이 몰릴 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그래서 정부는 주 52시간의 부작용을 보완할 대책으로 단위기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내년 50~299인 기업까지 주 52시간 근로 제도를 도입하는데, 탄력근로제는 시한폭탄과 같다. 연내 불발될 경우 50~299인 기업은 주 52시간 대응수단을 잃게 된다. 가뜩
"Cm=Lw-Lk/Lw+Lk." 이게 무슨 뜻일까. 지난 17일 LG전자의 8K 기술브리핑에 등장한 이것은 화질선명도(CM)을 구하는 공식이다. 전체 흰색 라인 밝기에서 검은색 라인 밝기를 뺀 후 흰색 라인의 밝기와 검은색 라인의 밝기를 더한 값으로 나누면 CM을 측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뒤로 갈수록 더 복잡한 수학공식과 기술설명이 나왔다. "해상도는 물리적 픽셀 라인수를 CM 임계치를 넘는 그릴라인폭으로 나눈 수치다". 이걸 이해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최근 극단으로 치닫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8K TV 화질 논쟁은 일정 부분 기술적 접근이 불가피하다. LG전자로서는 삼성 QLED 8K TV가 화소(픽셀)수 7680x4320인데도 왜 해상도가 국제기준의 8K에 미치지 못하는지 설명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는 지난 6~11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에서 이미 발표된 내용이다. 보다 상세한 이해를 돕는다며 서울에서 기술브리핑이 열렸지만 논의가 점점 소비자에게서
정의당의 ‘데스노트’. 정의당이 임명을 반대한 공직 후보자들이 줄줄이 낙마하며 붙은 말이다. ‘데스노트’는 소수정당인 정의당이 존재감을 발휘하는 순간으로 주목받아왔다. 그러나 조국 법무부장관 검증 이후 얘기가 달라졌다. 적중률은 높아졌지만 신뢰도는 오히려 떨어졌다. 데스노트에 큰 오점이 생기며 효력을 다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정의당의 ‘데스노트’는 2017년 시작됐다. 당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이 반대한 강경화·송영무 등이 그대로 임명된 반면 정의당이 콕 찝어 반대한 안경환·조대엽은 낙마했다. 불법 혼인신고, 음주운전, 부동산 투기 등의 이유가 정의당 데스노트에 적혔다. 사모펀드 의혹·딸 입시 특혜 등 조 장관을 둘러싼 문제가 데스노트에 적혀 있는 이유에 결코 밀리지 않는다. 정의당은 장고 끝 ‘사법개혁이란 대의 차원’이라며 조 후보자에 대해 사실상 ‘적격’판단을 내렸다. 그간 누구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선제적으로 들이댔던 것과 대비됐다. ‘이중잣대’ ‘민주당 2중대’란 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