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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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사태’로 물의를 빚은 한의사 김모씨(54)가 최근 유튜브로 돌아오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유튜브를 통해 검증되지 않은 사실이 퍼져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김씨는 지난 5월 무허가 한방 약제 제조·판매로 유죄 선고를 받았다. 김씨뿐 아니라 의사, 한의사, 약사들의 유튜브 활동은 급증세다. 최근 암 치료 효능 논란으로 이슈가 된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을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의사들이 만든 영상들이 뜬다. 이 중 펜벤다졸을 복용해도 된다는 주장을 펼치는 영상도 있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 대한암학회,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등은 부작용을 이유로 펜벤다졸 복용을 금지한다. 물론 의료인의 유튜브 활동은 개인의 자유다. 환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경로가 늘어났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의료인이 잘못된 정보를 말해도 환자와 대중은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펜벤다졸 복용을 권하는 유튜브 영상의 댓글들은 의
법조출입 기자들에게 익숙한 장면이 하나 있다. 바로 불이 꺼질 줄 모르는 서초동의 밤 풍경이다. 대검찰청이 있는 반포대로부터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을 잇는 서초대로까지 그야말로 24시간 불야성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주말 밤 풍경은 조금 달라졌다. 검찰청은 환하게 불이 켜져 있지만(물론 '조국 수사'라는 굵직한 이슈가 있다), 법원은 당직실만 빼고 나머지는 꺼져 있을 때가 잦다. 판사들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가져온 '낯선 풍경'이다. 이 낯선 풍경을 두고 의견은 완전히 반대로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판사들이 사건처리 건수를 의식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야근으로 이어진다"며 제대로 된 판결이 나오려면 적정한 근무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대쪽에서는 "재판 절차가 지연되면 피해를 보는건 결국 국민"이라고 우려한다. 얼마전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전관(前官) A씨도 최근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며칠 전 볼일이 있어 주말 밤에 서초동
더 이상 ‘비성장주’, 소외 업종이 아니다. 오히려 정부의 지원 확대와 기술 독립 이슈를 이끄는 ‘가치주’로 부각되고 있다. 자본시장에서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산업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자본시장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IPO(기업공개) 시장은 변화의 흐름이 더 빠르다. 낮은 가치평가에 시달리며 공모 물량을 소화하는 데 애를 먹던 모습은 찾기 어렵다. “PER(주가수익비율) 한 자릿수도 어렵다”는 토로는 이제 옛말이다. 지난 9월과 10월 각각 공모를 진행한 올리패스와 케이엔제이의 상반된 성적표가 대표적이다. 바이오 업계에서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는 신약 개발 기업 올리패스는 지난 9월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11.07대 1로 흥행에 참패했다. 반면 다음 달 반도체 부품 소재 회사 케이엔제이는 1144.3대 1을 기록, 당시 역대 코스닥 수요예측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달 기록을 새로 쓴 씨에스베어링 역시 풍력발전기 부품 회사다. 이뿐 아니다. 올해 하반기 공모에 나선 공정
"요즘 정부는 '현금부자'들만 더 부자가 되게 하려나 봐요." 아파트 청약에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오는 말이다. 서울 강남권에서 최고 10억원의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아파트 분양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8일 견본주택을 개관하고 이번 주 청약을 받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 '르엘 신반포 센트럴'과 강남구 대치동 '르엘 대치' 등이다.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아직 본격적으로 적용되지 않았지만 이곳들은 '로또 아파트'로 불린다. 이미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고분양가를 통제해서다. 서초구 잠원동 '르엘 신반포 센트럴'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16억3000만원대로 책정됐는데 같은 동의 '신반포자이' 85㎡ 호가가 26억원대다. 청약 당첨이 곧 10억원 로또 당첨이란 얘기가 나온다. 낮은 가격에 신축을 분양한들 주변 구축 가격이 따라서 낮춰질리 없다. 그마저도 청약가점이 낮은 젊은층이나 일반 서민들엔 '그림의 떡'이다. 분양가가 모두 9억원이 넘어 중도금 집단대출이 불가능한데다
아시아나항공이 설립자인 금호가(家)의 품을 30여년 만에 떠난다. 이번 주 아시아나의 새로운 주인이 될 매각 우선협상대상자가 최종 선정된다. 아직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 주식(구주)의 가격과 우발채무 등의 문제가 남았으나 업계는 시간문제로 본다. 연내 매각이 무산되면 채권단이 5000억원의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고 최대 주주로서 매각을 진행해서다. 사실상 금호산업이 아시아나를 매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현재까지 아시아나 매각은 성공적이다. 당초 예상됐던 1조5000억~2조원의 매각가를 뛰어넘는 2조5000억원을 HDC-미래에셋 컨소시엄이 써냈다.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다. 일부에서는 높은 인수가에 대한 우려가 나오지만 2조원이 넘는 금액이 아시아나 투자용으로 쓰인다는 점에서 다른 M&A(인수·합병)와는 성격이 다르다. 아시아나 입장에서는 새로운 도약을 할 기회가 될 수 있다. HDC도 그것을 노리고 베팅을 했다. 아시아나는 가능성이 있다. 최근 LCC(저비용항공
‘스타트업 지원, 금융·M&A제도 개선, 공공시장 창출, 규제혁신 등을 통해 역동적 창업·벤처생태계 조성.’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내놓은 ‘정부 국정운영 5개년계획’에 담긴 내용이다. 계획 발표 이후 2년 넘는 시간이 흘렀다. 정부 구상대로 스타트업 생태계는 역동적으로 변했을까. 최근 벌어진 일들을 보면 ‘역동’보단 ‘경직’이라는 단어가 어울린다. 창업가들은 여전히 규제와 사투를 벌이고 혁신 시도들은 좌초 위기에 내몰렸다. 렌터카 기반 이동수단 ‘타다’ 논란이 대표 사례다. 1년 넘게 서비스 중인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검찰의 타다 운영사 쏘카·VCNC 기소를 두고 검찰, 법무부, 청와대는 네탓 공방만 벌인다. 국토교통부는 타다의 법적 타당성에 대해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한다. 국회는 어떤가. 여당은 국토부로부터 넘겨받은 타다금지법을 발의했다. 쏘카·VCNC의 대화 요구는 묵살됐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입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고
"수많은 지원자가 채용 공고를 보고, 시험 준비를 하는데 그럼 그런 게 왜 필요합니까" 지난달 30일 열린 하나은행 채용비리 사건 재판에서 검사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채용 공고대로만 모두 뽑는 것은 아니다"는 하나은행 측 발언 이후였다. 이날 법정에 선 인물은 하나은행 채용비리가 일어난 2016년 인사부장 강모씨. 그는 윗선의 지시를 받아 소위 '추천리스트'를 관리하며 합격선에 못 미치는 지원자를 추가로 뽑거나 공고에 없던 새로운 전형을 만드는 등 채용비리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크게 기준을 위배하지 않고 세부 내용만 조정했다"며 "회사에 필요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절차였다"고 담담하게 말할 뿐이었다. 증언을 듣다 보니 아직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여러 친구가 떠올랐다. '취업이 너무 안 돼서 힘들다'며 20대 후반을 스트레스로 보내는 취업준비생들이다. 과연 이들 앞에서도 강씨가 이날처럼 '추천리스트'가 관행이었다는 이야기를 당당하게 할 수 있을까. 누군가 단
아모레퍼시픽그룹이 3분기 성적표를 받아들고 모처럼 웃었다. 길고 어두웠던 '실적 부진'이란 터널을 빠져나오면서다. 적자 늪에 허우적거렸던 에이블씨엔씨도 조금씩 손실 규모를 줄여가며 빛 볼 준비를 하고 있다. 내수 시장에 활기가 돌고 중국 사업이 다시 잘 돼서 이들 기업의 실적이 나아진걸까. 상황과 환경은 달라지지 않았다. 내수는 여전히 침체 상태고 중국 시장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K뷰티에 호응하는 국가가 새롭게 생겨난 것도 아니다. 대신 고집을 버렸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보유 브랜드만 취급하던 '아리따움', 'AP몰'의 문을 타사에 활짝 열었다. 자사 제품도 타사 편집숍에 속속 입점시켰다. 에이블씨엔씨는 단일 브랜드 로드숍의 원조였던 '미샤' 매장을 편집숍 성격의 '눙크'로 전환했다. 두 회사 모두 e커머스 등 온라인 시장에도 적극 대응했다. 변하면 산다. 중요한 건 상황과 환경 자체가 아닌 그에 따른 대응을 어떻게 하느냐다. 시장과 소비자는 끊임없이 달라지기에 대응은 변화를
국내 정수기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체별로 정확한 판매량은 파악하기 힘드나 정수기 렌털 가입자만 1000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게임업체 넷마블이 웅진코웨이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정수기 시장의 성장성을 보여준다. 잘 나가는 정수기 업계에 '곰팡이 논란'이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일부 대기업이 출시한 '직수형 정수기'를 포함한 정수기에서 내부에 열을 차단하기 위해 삽입한 스티로폼에 곰팡이가 발생한 것이다. 제조업체는 '제품 자체에 이상이 없다', '모든 정수기에서 발생하는 공통된 현상'이라며 리콜 등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한국소비자원에 국내 주요 정수기 곰팡이 민원 자료를 정보공개 청구했는데, '기업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이어서 정보공개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하지만 소비자원은 최근 일부 업체의 '의류건조기 콘덴서 먼지 논란' 때 각종 민원 자료를 공개한 전례가 있다. 소비자원이 이번에는 어떤 이유로 소비자 민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후 지난달 15일까지 33개월간 1만1390건의 트윗을 올렸다. 하루에 11~12건 꼴이다. 이 중 절반이 넘는 5889건(51.7%)이 남을 비난하는 글이었다. 이러한 트럼프의 '남탓 정치'는 반대편에 서있는 민주당도 물들였다.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은 얼마전 유세현장에서 "당신의 삶이 산산조각나 있다면, 그건 대기업과 부자들 탓"이라고 했다. 이를두고 워싱턴포스트(WP)는 "워런 후보도 트럼프와 몇 밀리미터 떨어져있을 뿐"이라면서 '피장파장'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인들은 '남탓'이 낳은 편가르기와 극단주의에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달 미 조지타운대 정치·공공정책연구소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84%는 '남탓 정치'에 피로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들은 미국 사회가 현재 내전과 다름없다고 봤다. 굳이 미국인이 아니어도 트럼프 대통령이 '남탓'한 일들은 쉬이 떠오른다. 그는 취임 직전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대선을
“권용원 회장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 아닌가. 기업 회장들도 갑질 논란이 터지면 자리를 내려놓는데, 선출직인 권 회장은 대체 무슨 낯으로 자리를 지키는지 알 수가 없다. 여기에 ‘열심히 하라’고 면죄부만 던져준 이사회를 보면 아직도 시대는 바뀌지 않은 것 같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이 갑질과 폭언 논란에도 자리를 지키겠다고 한데 대해 증권업계의 논란이 뜨겁다. 특히 젊은 증권사 직원들은 권 회장의 무책임함과 금투협 임원들의 제 식구 감싸기에 분노하며 ‘변한 게 없다’며 이같이 성토했다. 직장 내 괴롭힘이란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거나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거부할 수 없는 지위를 이용한 권 회장의 부적절한 언행은 이 법을 위반했을 소지가 있다. 논란의 여지가 강한데도 “(이사회에서)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권고와 함께 이번 사
"뭔가 새로운 일을 하기 어려운 환경". 올들어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들은 말이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정책을 펴는 게 힘들다는 취지의 언급이었다. 그만큼 현재 청와대는 경직돼 있다. "그동안의 레거시(legacy·유산)에 대한 집착". 역시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이 했던 말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등 올들어 나온 실책·실수·오판 등의 배경이 '기존 방식 고수'에 있는 게 아니냐는 반성이었다. 그만큼 현재 청와대는 폐쇄적이다. "비서로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다". 마찬가지로 청와대 내에서 연초부터 나오는 말이다. 특정 인사를 지칭하기보다, 총선을 앞두고 전체 분위기가 그렇게 형성됐다는 것이다. 그만큼 청와대 내에 대통령 보다 자기 자신을 생각하는 인사들이 적잖다는 지적이었다.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청와대의 확장성에 문제가 생겼다는 인식이다. 그동안 레거시에 빠져 새로운 일을 하기 힘든 폐쇄적인 분위기 속에서, 자기 정치 욕심이 강한 이들도 적잖은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