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총 8,454 건
"우리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상)은 올해도 해를 넘길 것 같네요" 대우조선해양 임단협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난 1일, 현대중공업 관계자의 발언이다. 노조의 '총선' 격인 집행부 선거가 이달 말 예정돼 그렇지 않아도 난항을 겪는 교섭이 탄력을 받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3대 조선사 중 현대중공업만 임단협 단추를 채우지 못한 채 연말을 맞게 됐다. 올해 선거는 '강성'대 '실리'의 대결이다. 강성 집행부는 6년간 철옹성이었다. 불황을 타고 구조조정과 회사분할 등 '투쟁 동력'이 발생하며 강성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 밖에 없었다. 2년 임기 집행부는 3연속 강성이 선출됐고 19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이뤄냈던 현대중공업은 6년 연속 파업으로 돌아섰다. 그랬던 노조에 올해 선거를 앞두고 '실리'의 목소리가 나온 배경은 조합원 피로감 누적이다. 지난 5월 최고조로 치달은 대우조선 합병 반대 투쟁이 상징적 사례다. 과격한 '울산 농성전'을 벌이고 여론 질타를 받았지만 정작 합병을 향한 시계추
“문제가 터질 때 까지 아무도 ‘벨’을 울리지 않았다.”(금융감독원 직원) 지난달 두 차례 진행된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 이후 금감원 내부에서도 주요국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 책임론’이 흘러 나온다. 금융회사의 내부 ‘경고음’이 울리지 않은 것 만큼이나 금융감독원의 상시감시에도 구멍이 났다는 얘기다. 최초에 금감원 민원센터에 DLF 민원이 제기된 것은 지난 4월이었다. 5월과 6월에도 1건, 3건이 들어 왔다. 우리은행이 독일 국채금리 연계 DLF를 집중 판매한 시점과 겹친다. 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5월에도 DLF는 계속 팔렸다. 그렇지만 해당 민원이 윤 원장에게 보고된 시점은 7월 16일이었다. 첫 민원부터 원장 보고까지 석 달이 걸렸다. 그 사이에도 DLF는 판매됐고 대규모 손실로 이어졌다. 물론 금감원에 접수되는 민원은 하루 평균 300건에 달한다. 1건의 민원이 갖는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여유가 없었다고 항변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게 금
물가가 난리다. 'D(디플레이션)의 공포'라는 말이 일상어가 됐고, 한국은행이 물가안정에 보다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거세다. 숫자로 보이는 물가는 확실히 낮다. 낮은 물가가 문제라면, 답은 물가를 올리는 것일까. 답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오히려 더 많은 질문이 생긴다. 먼저 저물가의 원인이다. 재닛 옐런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2017년 실업률이 낮음(경기호황)에도 물가 상승률이 낮은 상태로 제자리걸음하자 '미스터리'라고 했다. 이 같은 현상은 미국뿐 아니라 주요국 대부분이 겪는 문제다. 실업률과 물가 상승률 간 역의 관계를 나타내는 필립스 곡선이 무너졌다는 주장이 나온 지 오래다. 한국은 좀 더 복잡하다. 정부가 가격결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관리물가 때문이다. 학교납입금이나 병원진료비가 대표적이다. 정부가 복지정책을 확대하면 물가상승률은 하향 압력을 받는다. 한은이 '물가상승률이 낮지만 낮은 게 아니다'라고 했던 이유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글로벌
"우리가 기자회견을 하는 이유는 진정한 검찰개혁을 위해서다. 검찰은 조국 전 장관에 대해 전방위로 수사하는 것처럼 한국도로공사 이강래 사장을 수사하라." 고발인 10여명, 취재기자 4명, 촬영기자 10명 정도. 10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엔 30명도 되지 않는 인원이 모였다. 200만 넘는 인원이 꽉 채웠던 주말의 광장들과 대조적이었다. 톨게이트 요금수납노동자 시민사회공동대책위는 "진정한 검찰개혁을 하기 위해 왔다"며 이같이 소리 높였다. 이들은 "줘야 할 월급의 절반만 주면서 언제든 계약을 해지해 해고하는 회사에 대해 대법원에서 불법파견이니까 정규직으로 채용하라고 판결해도 검찰은 불기소처분을 내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열심히 일했는데 월급을 못 받고, 부당하게 해고당하는 평범한 사람들 편이 아니라 권력의 편"이라며 검찰개혁을 외쳤다. 대법원은 지난 8월29일 도급업체 소속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368명이 도로공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에서 도로공사의 불
최근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최대 관심사는 공천룰이다. 인적 쇄신의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한국당 의원 누구도 인적 쇄신의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작 쇄신에 앞장서겠다며 나서는 의원은 없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나 빼고 쇄신’이다. ‘조국 사태’를 겪으며 여당에선 스타 초선 의원들 중심으로 불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당 흐름은 반대다. 기존의 불출마 선언마저 슬그머니 주워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윤상직(부산 기장)·정종섭(대구 동갑) 의원 등 공식·비공식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했던 의원들이 “중진들이 뼈를 깎는 쇄신에 나선다면 동참하겠다는 의미였다”며 한 발 물러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른바 친박계(친박근혜계)로 분류되던 이들은 탄핵 당시 ‘탈당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쇄신의 칼을 간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의원들은 정반대의 입장이다. 당내 상황이 이렇다보니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인적쇄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정치혁신특별위원
“한국 바이오업계에 ‘임상시험은 실패했지만 신약개발에 실패한 것은 아니다’란 말이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다.” 20여년간 신약개발에 매진한 한 바이오벤처기업 대표의 말이다. 신약개발에 실패했음에도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고 책임회피에 급급한 일부 기업을 향해 내뱉은 쓴소리다. 신약개발 성공은 전세계 제약·바이오기업의 꿈이다. 그러나 개발에 성공한 것보다 실패한 사례가 더 많다. 신약후보물질 확보부터 출시까지 성공할 확률은 0.02%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있다. 최근 신라젠, 헬릭스미스, 강스템바이오텍 등 ‘K-바이오’ 대표주자들도 좌절을 맛봤다. 글로벌 기업들도 신약개발 도중에 많은 실패를 경험한다. 올해 초 로슈와 제넨텍은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크레네주맙’ 임상3상을 중단했다. 분석결과 유효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로슈는 ‘크레네주맙’ 개발 실패를 발표한 뒤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같은 실패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자세는 달랐다. 로슈는 임상 중단 발표 당시 ‘중
"국토교통부가 항공사에 관심이 있는지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최근 만난 한 저비용항공사(LCC) 임원은 이렇게 푸념했다. "항공업계 미래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위기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며 불편한 속내를 털어놨다. 항공사들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대형항공사(FSC)와 LCC 구분할 것 없이 위기다. 해외여행객은 늘지만 고객 확보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세계 경기 부진에 화물 실적도 부진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가, 원·달러 환율 등 대외변수 역시 비우호적이다. 일본 여행객 감소는 항공사에 직격탄이 됐다. 항공사들은 앞다퉈 '돈 되는' 일본 노선을 없앴다. 대신 중국, 대만, 베트남 등으로 기수를 틀었다. 비행기를 비워 둘 수만은 없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항공사들이 같은 노선에 비행기를 띄우니 '항공권 가격'은 떨어졌다. 이렇다 보니 항공업계가 생존에 나섰다. 대형항공사는 수익성이 떨어진 국내선 화물 운송 서비스를 중단했다. 희망퇴직, 단기 희망
'전자담배에 관한 확실한 정보제공을 할 의무가 있습니다 국가라면.' '대한민국은 어째서 전자담배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아닌 거짓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인가요?' '액상형 전자담배 대처 강력 지시 이유가 무엇인지,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 사용자 입장에서 묻고 싶습니다.' 최근 일주일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전자담배 관련 3건의 게시물이 올랐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달라는 요구다. 또 정부가 뚜렷한 근거를 대지 못하고 사용을 금지하는 이유에 대해 묻는 내용이었다. 흡연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냄새도 안 나고, 목도 칼칼하지 않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며 액상형 전자담배에 만족감을 표했던 일부 흡연자들도 다시 궐련 담배를 집어들었다. 액상형 전자담배와 폐 질환 간 명확한 인과관계가 나온 건 아니지만, 보건복지부 장관이 나서 "피우지 말아달라"고 발표한 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찝찝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유통·제조업계도 혼란스럽긴 마찬가
"판결문을 많이 보세요" 법원에 출입하게 된 후 가장 많이 들은 조언이다. 판결문 속엔 사건의 경위가 상세히 적혀있다. 사건 내용뿐만이 아니다. 판사가 가진 시각은 무엇인지, 판결에 어떤 의미를 담으려 했는지도 알 수 있다. 어떤 판결문에선 판사의 고뇌가 유독 적나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지난 16일 선고된 일명 '신림동 CCTV 남성 사건'이 그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김연학)는 한 여성의 뒤를 쫓아 집으로 들어가고자 시도한 조모씨에게 주거침입은 인정하되 강간미수는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렸다. 기소 당시부터 강간미수 혐의 적용을 두고 논란이 됐던 사건이다. 강간미수가 인정되려면 그가 강간을 하고자 했다는 의도가 명확히 증명돼야 한다. 재판부는 그 증명이 부족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강간이 아닌 강제추행, 살인, 금품 갈취 등 목적으로 주거지를 침해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강간 목적이 있었다고 특정해 처벌하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범행 목적
여당의 ‘스타’ 초선 의원 두 사람이 최근 불출마 선언을 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한다고 해서 우리 정치를 바꿔놓을 자신이 없다, 멀쩡한 정신을 유지하기조차 버거운게 솔직한 고백”이라고 말했다. 같은당 표창원 의원은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버텼지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옥같았다”고 했다. 고뇌·번민·회의 등이 읽힌다.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국회 법사위 소속이다. 나름 여당 입장에서 ‘조국 사수’ 대열에 앞장섰던 두 사람은 ‘조국 사태’를 겪으며 정치를 포기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들이 밝힌 불출마의 변, 소신 등은 정가에서 화제가 됐다. ‘쇄신’ ‘교체’ 등이 정치권의 새 화두가 될 듯 보였다. 정치권 전반은 아니더라도 여권, 여당 내부에선 적잖은 호응이 있지 않겠냐는 기대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5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달라진 건 없었다. 조응천·김해영 의원 등 일부 초선의원들이 당 쇄신론을 언급했지만 묻혔다. 민주당 원내대변인인 정
“정말 아직도 청량리에 (성매매) 업소가 있나요?” 최근 기자가 쓴 ‘청량리620 역사문화생활공간’ 조성 관련 기사(10월18일자 '서울시, 성매매업소를 생활유산으로? 청량리에 무슨 일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가 한 말이다. 서울시는 해명 자료에서 “청량리620 보존 구역 중 성매매업소로 쓰인 건물이 1동 포함됐지만 건물의 골조만 남기고 리모델링해 성매매업소 당시 모습과 이미지는 완전히 제거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서울시 해명과 달리 청량리620 바로 앞 한 업소는 여전히 운영중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시는 애초 청량리620 사업의 출발점을 ‘역사의 보존’에 맞췄다. 2012년 청량리4구역 정비계획을 심의한 서울시는 당시 조건부 가결하면서 “과거 40년간 집창촌이었던만큼 그 형성 배경과 인문·물리적 현황 등을 포함한 역사를 기록화할 것”이란 단서를 달았다. 2016년 전문가들이 참여한 자문 회의에서도 ‘부정적 유산(집창촌)의 기록화 및 생활유물 보전’이란 방침을 세웠다.
"PEF(사모펀드) 활성화법은 물건너갔다. 당분간 PEF는 주가조작 등 부정한 방식으로 돈을 벌려고 하는 이들이나 활용하는 부정적인 투자수단으로 인식될 것이다." 한 중견 PEF 운용사 대표의 탄식이다. '조국펀드'로 불리는 코링크PE 논란 이후 PEF는 주가조작이나 탈세 등을 위해 활용되는 투자수단이라는 오해가 커졌다. 여기에 라임자산운용 사태나 금리연계형 DLF(파생연계펀드) 등 일련의 사태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터지며 '사모'(私募)라는 단어 자체가 불온한 뉘앙스로 통용되고 있다. PEF 업계는 이같은 상황이 못내 불편하다. 일정 숫자 이하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받아 운용한다는 점에서만 공통점이 있을 뿐, 자금운용 규모나 방식 등 전반적인 면에서 문제된 곳들과는 큰 차이가 있다. '사모'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유로 법 테두리 안에서 멀쩡히 운영되던 PEF까지도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2004년 최초로 PEF제도가 도입된 이후 국내 PEF는 자금조달 방식은 물론이고 투자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