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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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 최근 은행과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자본시장 전반을 뒤흔든 금리연계형 DLF(파생결합펀드) 사태를 두고 세간에서는 "은행이 순진한 고객들에게 독극물을 팔았다"고 하지만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또 투자자를 과잉보호하려고 한다"고 한다. 특정 금융상품에 투자했다가 손실이 발생할 때마다 금융투자업계가 '악의 집단'으로 매도되는 현상이 이번에도 나타났다는 푸념이다. 전체 판매규모 1조원에 투자자 수는 수천여 명, 1인당 평균 투자규모는 2억원이었던 사모형 상품이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1인당 2억원씩을 사모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이들을 과연 모든 위험에서 보호받아야 할 약자로 치부하고 무조건 감싸야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 불법·편법적 방법을 동원해 피해를 입힌 사실이 확인되면 그것만 핀셋으로 골라내듯 규제하면 될 일을 파생형 금융상품 시장 전체가 독극물인 것처럼 몰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다. 공모형 상품들이 자취를 감춘 것도
"비용 증가를 감수하더라도 안전을 우선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조성되지 않은 점이 고려돼야 한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와 관련, 지난달 진행된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안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량을 정하는 사유 중 하나로 꼽았다. 3년 전 구의역에서 정비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 김모군(당시 19세)는 2인 1조로 작업해야 한다는 안전 수칙을 '어기고' 홀로 작업하다 숨졌다. 김군이 속한 용역업체는 경제적 사정을 이유로 사람을 더 충원하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담당인 서울메트로는 안전수칙을 정비했다며, 이를 지키지 않은 책임을 다시 용역업체에 돌렸다. 재판부는 이들의 항변을 일부 인정했다. 용역업체가 안전수칙이 있는데도 무시한 데에는 '안전을 우선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배경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 사이 각종 공사 현장에서 제2의 김군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개인의 부주의 탓' 아니냐는 과실론이 나온다. "근로자들이 귀찮아서 스스로 안
지난해 국내 은행이 벌어들인 이자수익은 40조3000억원이었다. 신기록이다. 2015년 31조8000억원, 2016년, 34조원, 2017년 37조3000억원으로 상승 곡선을 그리더니 드디어 40조원을 넘어 선 것. 올해도 반년만에 20조6000억원의 이자수익을 거뒀다. ‘손쉬운 이자장사’라는 세간의 비판이 유효한 이유다. 그러나 각 은행 경영진들은 “대출로 돈 벌던 시대는 끝났다”고 입을 모은다. ‘부잣집 앓는 소리 정도겠거니’ 라고 하기엔 상황이 심각하긴 하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점점 더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지 않고 빌린다 해도 이자를 조금 내서다. 기업이 은행에 손을 벌리지 않은 것은 오래 된 일이다. 우량 기업들은 대출보다는 회사채와 기업어음 등 시장성 자금으로 조달의 무게중심을 옮겼다.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 등 5대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8월말 76조1200억원으로 1년새 3.2%(2조3700억원) 감소했다. 개인대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빌
2년여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땡큐 삼성." 삼성은 곤혹스러웠다. 표현은 감사인사였지만 내용은 미국에 공장을 지으라는 압박이었기 때문이다. '땡큐 트윗' 6개월 뒤 삼성은 미국 테네시주 가전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삼성을 언급했다.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를 만난 자리였다. "문제는 애플의 경쟁자인 삼성이 관세를 내지 않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애플을 돕겠다." 삼성이 깜짝 놀란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삼성이 긴장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빈말할 사람이 아니라는 점에서다. 그럴만한 힘도 있다. 삼성이 테네시주 공장을 짓기로 한 뒤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삼성 세탁기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애플 관세' 발언을 두고 삼성에선 진의 파악이 한창이다. 그가 지난 6월 방한했을 때 헬기에서 평택 반도체공장을 보고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는 데서 삼성전자 미국 반도체공장
"경제가 어렵지만 위기나 침체라는 표현은 동의할 수 없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최근 경제상황을 물어보면 일관성 있게 돌아오는 답이다. 부총리는 "그렇다고 현재 상황을 안이하게 생각하지 않고 엄중히 대응하고 있다"는 꼭 부연한다. 실물지표는 수출이 9개월째 마이너스고 투자와 소비, 고용도 부진한 수준이다. 미·중 무역갈등과 일본 수출규제 등 대외 여건도 최악이다. 하지만 다수 언론이 떠드는 것만큼 상황이 비관적인 건 아니다. 여전히 연간 2%대 성장 가능성이 남아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을 보면 주요 선진국 가운데 미국(2.8%)을 빼면 한국(2.4%)보다 성장률 전망이 높은 나라가 없다. 디플레이션 전조라는 얘기가 나오지만 마이너스 물가도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디플레는 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오지 않는다. 날씨 변수가 커서다. 디플레는 공산품 재고 문제다. 위기를 조장하는 이들에겐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 유가를 제외하면 근원물가는 오히려 1% 가까이 오름세다.
자유한국당이 ‘기습 공격’을 당했다. 범인(?)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다. 조 후보자는 지난 2일 국회에서 전격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같은 시각 한국당 원내지도부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조 후보자를 향해 맹비난을 쏟아 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조 후보자가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기습 침략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거대한 미디어 사기극”, “헌정질서에 대한 도전”이라고도 했다. 모든 시선이 조 후보자로 향했다.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꾸려진 종로구 적선현대빌딩부터 백팩을 메고 국회 본청을 통과할 때까지 이동하는 모습, 일거수일투족이 주목을 받았다. 간담회가 시작되자 여론의 관심은 그의 입으로 향했다. 화려한 수사가 섞인 야당의 비판이 무색했다. 조 후보자는 국민 앞에서 호소할 기회를 가졌다. 조 후보자는 “강남에 살면 보수여야 하느냐”며 승부사 기질도 보였다. 수려한 외모와 정제된 표현과 중저음의 목소리가 돋보였지만 관련 의혹에 대해서 “모른다”로 일관하기도 했다. 그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지난해 9월, 로스앤젤레스 시내 한 호텔에서 KITA(한국상사지사협회) 주최 세미나가 열렸다. 주제는 한미 기업간 분쟁조정, 즉 기업 간 소송의 법칙에 대한 내용이었다. 현지 로펌 소속 변호사들은 기업 간 분쟁에 임하는 한국 기업의 가장 큰 특징으로 '사생결단'을 꼽았다. 한국 기업이 유독 중재를 선택하지 못한다는 거였다. 판결보다 중재가 소송 당사자에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었다. 실제 미국에서 기업 간 소송 내용을 분석한 결과도 그렇다. 강사로 나선 한 변호사는 "중재가 기업에 이익이 되는 것은 물론 해결에 걸리는 시간도 훨씬 짧다"며 "판결까지 가면 통상 내부 갈등을 겪게 되고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소송이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배터리 소송을 보며 1년 전 세미나를 떠올렸다. LG화학의 제소로 시작된 분쟁 불씨는 SK이노베이션의 맞소송으로 활활 타올랐다. 출구전략이 보이지 않는 자존심 싸움이다.
최근 면세점에서 산 화장품을 친구들 단체대화방에 자랑했다가 '매국노' 소리를 들었다. 4개 중 2개가 일본 브랜드여서다. '나만 몰랐나' 싶어 찾아봤더니 많은 사람들이 "이것도 일본 브랜드였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어느 나라 것인지 티 안나는 브랜드라니. 성공했다, 싶었다. 여기서 K뷰티를 떠올려봤다. K뷰티의 현 위치를 진단하는 시각은 갈린다. 누구는 굳건히 자리잡았다고 하고, 누구는 위기라고 한다. 그런데 K뷰티가 처한 현실이 어떻든 잘 되는 브랜드는 잘 되고, 안 되는 브랜드는 안 된다. 잘 되는 브랜드를 여럿 보유한 LG생활건강 관계자를 지난 여름 중국 상하이에서 만났다. 후(더 히스토리 오브 후), 숨(숨37도), 오휘 등 브랜드가 자리잡은 비결을 1시간 넘게 설명했는 데 'K뷰티'란 단어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숨은 중국 현지 배우를 글로벌 모델로 발탁하기도 했다. 의문이 들어 질문을 던졌더니 "K뷰티로 승부 보는 시대는 지났다"며 단호한 대답을 내놨다. 글로벌, 현
“왜 기자간담회를 여기(국회)서 하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기로 하자 한 중진 의원이 의아해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회 인사청문 대상이 되기도 했던 여당 의원 반응이다. 기자들이 의도를 궁금해하자 “행정부(에 들어갈) 후보자가 (입법부인)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모양이…”라며 얼버무렸다. 조 후보자 기자간담회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여당 입장과 다소 배치되는 의견이었다. 국회의원은 국민들로부터 선거를 통해 대표성을 가진다. 어차피 장관 최종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는데도 국회법에 따라 인사청문회를 여는 이유도 여기 있다.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각 국민의 대표들이 장관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을 검증하는 자리가 국회 인사청문회다. 국회의원들에게 면책특권이 부여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국민을 대신해 날카로운 ‘검증’을 하라는 뜻이다. 청문회장에서 국회의원의 질문은 기자회견장의 질문과 힘과 무게부터가 다르다. 조 후보자의 이날 ‘기자간담회’ 내
고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 겸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은 국내 벤처생태계를 일군 ‘1호 벤처인’이다. 지난달 향년 66세로 눈을 감았다. 지난 28~30일 전남 여수에서 열린 ‘벤처서머포럼’에선 이 명예회장의 추모식이 열렸다, 포럼에 참석한 벤처·스타트업 대표 230여명은 이 명예회장이 생전에 강조한 벤처생태계와 기업가정신을 이야기하며 고인을 추모했다. 벤처라는 말도 낯설었던 1985년 이 명예회장은 초음파 진단기 제조업체 ‘메디슨’을 창업했다. 메디슨은 이후 2010년 삼성전자에 인수돼 삼성메디슨이 됐다. 그는 벤처생태계의 기틀을 잡는 데도 힘을 보탰다. 1995년에는 벤처인들의 경영환경 개선을 돕는 벤처기업협회를, 1996년에는 벤처기업의 자금조달 창구인 코스닥시장 설립을 주도했다. 1997년에는 벤처기업특별법 제정에 앞장섰다. 고인이 뿌린 씨앗은 국내 벤처생태계의 시작이 됐다. 메디슨 출신 직원 100여명이 연쇄 창업에 도전하면서 ‘메디슨사단’으로 불렸다. 김진태 유투바이오 대표가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딸의 KT 부정채용 의혹으로 자신이 재판에 넘겨지자"(딸 채용은) KT의 자의적 판단과 결정이었다"고 했다. "KT가 왜 그런 의사결정을 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도 했다. 아버지 모르게 '호의'가 베풀어졌다는 얘긴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 후보자 딸이 공부가 버거워 포기하려 하자 개인 장학금을 주며 격려했다. "열심히 한 게 기특해서" 석박사 연구원을 제쳐 두고 고등학생을 논문 1저자에 올려준 교수도 있었다. 조 후보자는 "불철저하고 안이한 아버지였다"며 고개를 숙였다. 왜 어떤 아버지들의 안이함과 불철저함은 그 자녀들에게 호의와 배려로 이어지는가. 대다수 청년은 몸부림쳐도 잡히지 않던 기회들이, 왜 누군가는 가만히 있어도 '호의'라는 이름으로 굴러들어오는가. 지난달 27일 이석채 전 KT 회장 재판을 지켜본 몇몇 KT 관계자들은 휴정시간 "설령 김 의원 딸을 채용했더라도, 사기업의 결정을
"자동차 산업에서 '노동조합 리스크' 파악은 기본입니다." 완성차 노조의 '하투'(夏鬪)에 대해 묻자 한 업체 관계자가 한 말이다. 여름이 되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 과정에서 노조 투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그의 말대로 7월 이후 노사 협상 소식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어졌다. 지난 27일 자정을 앞두고도 임단협 타결 소식이 들려왔다. 현대자동차 노사였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노조가 파업권 확보에 나섰는데, 임단협에 잠정합의 했다는 것이다. 현대차가 파업 없이 임단협 잠정합의에 성공한 건 8년 만이다. 특히 현대차 노사가 합의점을 찾은 배경에는 일본 경제도발이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물론 여론 악화를 우려한 양측이 명분으로 일본 수출규제를 제시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그저 하나의 명분이라도 현대차 노사는 갈등보다 협력과 화합을 '선택'했다. 잠정합의안이 나온 뒤 곳곳에서 '희망'과 '평화'라는 단어가 쏟아져 나왔다. 기존처럼 파업이 벌어졌으면 발생했을 손실 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