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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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렸던 기업결합심사 결과는 국내 유료방송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바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현 CJ헬로)의 합병 불허 결정이다. 당시는 유료방송시장의 헤게모니가 케이블TV(SO)에서 IPTV(인터넷TV)로 막 넘어가던 시기였다. 경쟁 통신사들의 격렬한 반대는 있었지만 미디어 업계는 양사의 M&A(인수합병)가 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자연스러운 수순이자 시장 재편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기대했던 게 사실이다. 공정위가 발목을 잡지 않았다면 자연스러운 업계 체질 개선이 진행될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물론 시장의 독과점을 방지하고 불공정거래를 규제하는 공정위의 역할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유료방송시장의 재편이 공정위의 제동으로 지지부진해진 사이, 환경은 급변했다. 불과 2~3년 만에 IPTV와 SO, 위성방송 등 방송매체를 구분하는 의미가 희미해졌고, OTT(온라인동영상미디어)가 미디어 업계를 비집고 들어왔다. 특히 구글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오비이락(烏飛梨落),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사자성어다. 아무 관계도 없는 일이 공교롭게도 타이밍이 겹쳐 괜한 의심을 산다는 뜻이다. 일본 SPA(제조유통일괄) 브랜드 유니클로가 최근 처한 상황을 잘 반영하는 말이다. 까마귀 대신 유니클로를 넣어 '유비이락'이라 할만하다. 유니클로는 지난 19일 문제의 후리스제품 TV 광고를 전면 중단했다.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는 광고 자막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폄하했다는 비판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다. 논란이 된 광고는 98세 패션 컬렉터인 압펠과 13세인 패션 디자이너 로저스가 카메라를 응시하며 대화를 나누는 내용으로 만들어졌다. 압펠이 로저스에게 "스타일 완전 좋은데요! 제 나이 때는 어떻게 입으셨어요?"라고 묻자, 로저스는 "세상에, 그렇게 오래전 일을 어떻게 기억하겠니?(Oh my God, I can't remember that far back)"라고 대답한다. 한국판 광고에서만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
넥슨의 ‘야생의 땅 : 듀랑고(이하 듀랑고)’ 게임이 오는 12월 문을 닫는다. 결과적으로 흥행 면에선 성공적이지 못했지만 이 게임이 한국 게임산업사에 남긴 족적은 작지 않다. 넥슨이 2018년 1월 정식 상용화한 듀랑고는 개척형 오픈월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라는 실험적 장르를 내세워 출시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천편일률적 MMORPG와 기존 IP(지식재산권) 재활용 게임만 즐비했던 시장에서 원작 없는 자체개발 신규 IP로 도전장을 던졌다. 높은 자유도와 생활 밀착형 시스템으로 콘텐츠도 차별화했다. 당시 경쟁사에서조차 “듀랑고 같은 실험적인 게임이 잘 돼야 시장이 다변화될 수 있다”는 응원과 기대를 쏟아냈다. 출시 초반만 해도 성공가도를 달릴 줄 알았다. 구글플레이 최고 매출 순위 상위권에 진입했다. 출시된 해 게임대상 최우수상은 물론 기획·시나리오·그래픽 등에서도 상을 석권했다. MBC 예능 프로그램과 연계해 모바일 게임의 새로운 가능성도 제시했다. 그러나 운영과정에서
아베는 삼성을 뛰어넘지 못했다. 언론에서 호들갑을 떨었지만 애초부터 일본의 '패전'은 예정됐던 모양이다. 지난 100여일 동안 기록이 그렇다. 3개월 전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나올 당시의 기사를 다시 찾아 읽었다. 사태 초반의 급박함이 여전히 생생하다. 우려와 불안. 앞날을 걱정한 기사의 진의를 지금 시점에서 탓할 순 없다. 피해 수습이 저절로 됐을 린 없다. 한 대기업 인사는 "태평양 망망대해에 뜬 배에서라도 물량을 확보하려고 이 잡듯 뒤졌다"고 돌이켰다. 모두가 재고 확보와 대체재 개발에 사활을 걸었기 때문에 극일의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시선을 일본으로 돌리면 아베 신조 총리의 패착은 정치 문제에 경제를 끌어들인 데서 잉태됐다. 아베 정부는 경제를 무기화하는 동시에 정치로 경제를 휘두르려 했다. 마치 경제가 정치인의 전유물인 양. 아사히신문은 총리 참모 조직인 총리관저가 담당부처인 경제산업성의 신중론을 누르고 수출규제 조치를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높아진 감사보수에 기업부담이 크다" "잦은 감사인 교체로 회계안정성이 우려된다" 11월부터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본격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기업들이 이 같은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기존에는 회사와 회계법인이 자유롭게 감사계약을 체결했지만, 이젠 금융당국이 직접 감사인을 지정하게 된다. 회계법인이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상장회사 감사를 가능케 한 ‘감사인 등록제’, 충분한 감사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한 ‘표준감사시간제’ 등도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새로운 제도들은 이미 신(新)외감법에 포함됐다. 뜬금없는 변화가 아니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가 변화의 시작이었다. 대우조선이 약 2조원의 손실을 축소해 재무제표를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고 당시 외부감사를 맡은 대형회계법인은 ‘업무정지 1년’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회계문제가 계약당사자인 회사와 외부감사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이 보편화됐다. 분식회계 사건 하나에 건실했던 회사가 폭삭 주저 앉아 수
"일반인 악플(악성댓글) 피해자가 많이 찾아옵니다. 2년 전보다 3배 이상 늘었어요" 악플 사건을 전담하는 한 변호사의 말이다. 악플 피해가 더 이상 유명인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상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지난해 학생과 성인 6162명에게 1년 이내 사이버폭력 피해 경험을 물은 결과 4명 가운데 1명은 '악플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경찰청이 집계한 사이버 명예훼손·모욕죄 발생 건수도 지난해 1만5926건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일상으로 파고든 악플은 피해자에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긴다. 거짓과 추측성 댓글은 누리꾼들 사이에서 순식간에 퍼지고 온라인 공간에서 어느 순간 '사실'이 돼 버린다. 댓글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며 우울증과 대인기피증·공황장애를 유발한다. 1년 전 한 대학생 커뮤니티에서 '데이트 폭력남'으로 찍힌 A씨는 "학교와 학년 그리고 성이 같다는 이유로 오해를 받았는데 사건 이후 대인기피증이 생겼다"며 "한 번 퍼진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제3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이 마감됐다. 금융권에선 이미 토스뱅크의 제3인터넷은행 인가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지난 5월 제3인터넷은행 예비인가 당시 단 한 곳도 예비인가를 받지 못하면서 다급해진 정부가 이번엔 제3인터넷은행 인가를 내 줄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인터넷은행은 문재인 정부 금융정책의 핵심사업 중 하나다. 일부 여당 의원들이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반대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입법이 지연되자 문재인 대통령이 인터넷은행 규제혁신 현장에 직접 방문하는 등 특례법 제정에 힘을 실어줬다. 이 때문에 상반기 제3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심사 결과는 금융당국을 당혹스럽게 했다. 금융당국은 곧장 제3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다시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갑과 을의 위치가 바뀐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 '금융당국의 정성적 이슈'를 언급하며 인터넷은행·증권사 설립을 중단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불편해하면서도 내색하진 않았다. 인터
"중국의 먹잇감밖에 안 된다." 날로 격화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비방전에 대한 전자업계 전문가 발언이다. 그는 "중국이 경쟁자가 아니었을 때는 삼성과 LG가 투닥거리는 게 건강한 기술전쟁이고 상생의 일환으로 여겨졌는데 지금은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이 같이 말했다. 우려 목소리는 전문가뿐 아니라 정부에서도 나온다. 성윤모 산업통상부장관은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전자산업 60주년 기념행사'에서 "같은 업종내 대기업 간 협력이 중요하다"며 "어부지리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업체명을 밝히진 않았지만 최근 벌어지고 있는 TV 업계 기술논쟁과 배터리업계 소송전에 대한 우려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주무장관이 공개석상에서 우려를 표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단 뜻이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기업 간 경쟁은 발전의 자양분이 된다. 문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벌이는 싸움이 기술력 향상을 위한 '혁신'의 경쟁이라기보다 상호 '흠집내기' 측면으로 흐르고 있다는
“필요성은 공감 하지만 지금은….” 전력산업구조개편 얘기만 나오면 정부 목소리는 작아진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내 전력시장은 독점시장이다. 한국전력그룹이 발전, 송·배전, 판매를 사실상 독점한다. 제도적으론 민간이 전력시장에 참여할 수 있지만 갖은 규제로 진입장벽이 높아 유명무실하다. 말만 시장이지 자유경쟁으로 '보이지 않는 손'이 가격을 결정해 거래가 이뤄지는 '진짜 시장'은 아니다. 정부는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재생에너지의 획기적 확대를 추진 중이다. 탈중앙화·분권화라는 시대적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선 발전뿐 아니라 판매 부분에도 민간 참여가 필수적이다. 논란 중인 한전 적자 원인 중 하나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등에 따른 정책비용이다. 올해만 7조원이 들어간다. 전력시장을 독점하는 한전이 모든 부담을 지는데 지속가능 하지 못한 구조다. 대안은 송·배전 부문을 ‘공공재’로 분리하고 판매 부문은 완전경쟁을 도입하는
"재계 맏형의 격을 보여줬다." 지난 14일 삼성SDI의 ESS(대용량에너지저장장치) 화재 재발방지 대책을 본 업계 관계자 말이다. 삼성SDI는 발화 예방 장치를 포함한 재발방치 패키지를 앞으로 만들 제품은 물론 기존 출고 제품에도 모두 장착하기로 했다. 국내 설치된 곳만 1000여곳, 필요 예산만 2000억원이다. 삼성 이름값을 보면 큰 돈이 아닌 듯도 싶지만 삼성SDI 사정만 놓고 보면 다르다. 미래를 책임질 배터리 사업은 아직 설비투자 비용만 들어갈 뿐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2000억원은 삼성SDI의 분기 순이익에 맞먹는 금액이다. 3달치 이윤을 포기한 ESS 대책이다. 의무가 있었던 게 아니다. 정부는 지난 6월 ESS화재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배터리가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고 밝혔다. 2차 조사를 앞두고 있지만 1차 조사서 이미 강도 높은 실증에도 배터리에선 불이 붙지 않았다. 삼성SDI 등 제조사가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은 일단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내놓은 삼성S
29년 만에 평양에서 열린 남북 남자축구 국가대표팀의 공식 경기가 중계도, 취재진도, 응원단도, 골도 없는 ‘4무(無)’ 경기로 끝났다. 남북관계 역사에 기록될 의미 있는 경기가 비정상적으로 치러져 많은 국민들이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5일 오후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팀과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을 치렀다. 5만석 규모의 경기장은 텅텅 비었고 선수들은 외부와 차단된 상태에서 뛰어야 했다. 정부는 북측과의 협의에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으나 결과적으로 성사가 안 돼 아쉽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 시합은 남북간 합의가 아닌, 월드컵 조 추첨을 통해 우연히 성사된 만큼 정부가 직접 개입할 사안은 아니라는데 강조점을 뒀다. 정부는 이번 경기가 소강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와 연계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북한의 소극적 태도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굳이 무위(無爲)에 그칠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는 현실적 판단도 깔린 것
글로벌 여행업계를 주름 잡던 '여행 공룡'이 얼마 전 쓰러졌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 우리로 치면 조선 헌종대인 1841년 설립된 세계 최고(最古) 여행사 '토머스 쿡'이 파산했다. 호텔과 리조트, 항공사까지 거느리며 연간 1900만 명의 고객을 유치하던 글로벌 여행사가 무너졌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충격에 빠졌다. 토머스 쿡은 근대적인 '관광'의 개념을 정립하며 전 세계 여행산업을 태동시켰다. 우리가 잘 아는 '패키지여행'의 시초다. 1845년 철도여행 상품을 출시했고, 10년 뒤에는 프랑스 파리 만국박람회를 관람하는 4박5일 상품을 선보였다. 산업적 의미의 관광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178년 간 토머스 쿡이 쌓아온 역사가 조만간 마침표를 찍을 것이란 예상은 꽤 공공연했다. '최고(最古)'란 타이틀이 더 이상 '최고(最高)'라는 의미를 아우르지 못해서다. 온라인 플랫폼 경제가 도래했고 개별여행이 트렌드로 자리잡았지만, 토머스 쿡은 오프라인 판매와 패키지여행 구조를 고집하며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