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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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10년 걸렸네요" 지난 18일 두산중공업 창원 공장. 한국 최초 발전용 가스터빈이 최종 조립되는 순간 목진원 두산중공업 부사장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럴만했다. 전 세계에서 미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만 독점한 기술을 스스로 구현한 날이었다. 곧 10조원 규모의 수입대체 효과를 낸다고 한다. 두산중공업의 속사정을 헤아리면, 이날 회사 임직원들의 감격은 더했을 법 싶다. 두산중공업은 세계 최고수준의 원전 핵심 설비 제작기술을 갖춘 기업이다. 당연히 탈원전의 직격타를 맞았다. 이익이 곤두박질쳤고 직원들은 돌아가며 일을 쉬었다. 중간지주사 격인 이 회사의 위기는 두산그룹 위기로 번졌다. 이제 가스터빈은 두산중공업, 그리고 두산그룹 부활의 엔진이 되는 셈이다. 이 기술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원래 이탈리아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손에 넣으려 했지만 2012년 무산됐다. 이탈리아가 '국가 핵심 전략자산'이라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결국 긴 호흡을 갖고, 1조원을
“수십억짜리 시장감시시스템요? 업무 효율화 예산도 없어서 수기 작업할 때도 많아요.” 한 금융감독원 관계자의 말이다. 금감원은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시절 2년 연속 예산을 삭감당했다. 2018년 전년대비 1.1% 줄인 데 이어 올해는 2% 깎았다. 방만 경영을 바로잡겠다는 취지였지만, 금감원은 수긍하지 않았다. 금융위원회가 ‘예산으로 길들이기에 나섰다’며 강력 반발했다. 올해 야심 차게 출범한 금감원 특수사법경찰(특사경) 역시 금융위와 금감원의 신경전 속 출범이 2개월여 늦춰졌다. 금감원은 특사경 예산으로 6억4000만원을 요구했지만, 실제 금융위가 편성한 예산은 3억9450만원이었다. 이중 전산 인프라 관련 예산은 2억여원에 불과하다. 금융범죄기술은 날로 첨단화·지능화되는데, 가장 기초적인 설비로 대응하는 셈이다. 예산 부족 탓에 시대에 뒤처지는 금감원의 모습은 ‘금융 검찰’이라는 별칭을 무색하게 한다. 한국거래소가 80억원을 들여 AI(인공지능) 시장감시시스템인 ‘엑사이트(EXI
1900억원. 최근 학계에서 분석한 2017년 구글의 한국 세금 회피 금액이다. 정부의 내년 AI(인공지능) 투자 예산, 국내 50위 기업의 법인세, 국내 특급 소프트웨어 기술자 1300여명 고용 비용과 맞먹는다. 구글이 한국에서 사업해서 번 돈의 상당부분을 해외법인 매출로 잡는 등 꼼수를 통해 내야할 세금을 안낸다는 얘기다. 구글이 2017년 낸 세금은 약 200억원으로 알려졌다. 세금 뿐이 아니다. 구글 유튜브를 비롯해 페이스북,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사업자들은 급증하는 트래픽을 앞세워 광고 수익을 올리면서 망이용대가에 대해서는 나몰라라 하고 있다.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이 매년 수백억원대 망이용료를 내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렇다면 글로벌 사업자들이 이렇게 저축(?)한 돈은 어디로 갔을까. 기업 입장에서 '내지 않는 세금'은 순이익이나 마찬가지다. 대규모 R&D(연구개발)나 전문 인력 채용, 인수합병 등에 투자할 실탄이 될 수 있다. 구글은 2007년부터 유럽에만 데이터센터 5곳을
"가축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한 나라. 아시아 7개국에서 6000건 이상 발생한 치사율 100%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지 않았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0일 본인 페이스북에 이 같은 내용을 올리며 "있는 그대로, 대한민국"을 외쳤다. 이 같은 믿음 때문이었을까. 16일 중국 돼지고기값 폭등에 따른 국내 시장 영향을 취재할 때만 해도,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라 단언했다. 우리나라에서 ASF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가정에서였다. 17일 오전 하루만에 상황이 180도 뒤바뀌었다. ASF가 중국, 북한에 이어 우리나라를 덮쳤다. 경기도 파주시에 이어 연천군도 뚫렸다. ASF 발병소식에 정부, 시장은 요동쳤다. 하루만에 이동제한조치로 돼지고기 경매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경매 가격은 전일대비 30% 이상 폭등했다. 전문가들의 분석도 조금씩 달라졌다. "지금은 비축된 넉넉한 물량 때문에 괜찮지만, 장기화 될 경우 심각해질
얼마 전 열린 금융 관련 포럼에 참석했던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뜻밖의 강연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강연에서 나선 금융당국자가 간편결제 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카드리스(Cardless)'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기본적으로 신용카드업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게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이런 시각은 사실 새로운 건 아니다. 신용카드 활성화는 세원의 투명성 강화를 통해 세수를 확보한다는 정부 정책이 기반이 됐다. 목적을 이뤘으니 더이상 카드에 힘을 실어줄 필요도 없다.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매년 축소되는 이유다. 이에 일각에서는 카드사업이 과거처럼 은행의 한 부문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흉흉한' 얘기가 돈 적도 있다. 한 은행계 중소형 카드사의 경우 지난해 실제로 편입 여부를 검토 당했다. 그간 변화 없이 점유율 확보를 위한 출혈경쟁만을 반복해온 카드업계의 현실을 보면 이같은 비판을 무작정 부당하게 보긴 어렵다. 그렇다고 카드업 자체를 사양산업으로 치부할 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법안 얘기만 나오면 고용노동부 공무원들의 낯빛은 급격히 어두워진다. 지난 2월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늘리는 안을 천신만고끝에 도출했지만, 아직 국회에서는 이렇다할 접점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민주당은 6개월로, 자유한국당은 1년으로 연장하자고 주장한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여기에 선택적 시간근로제 확대 등을 추가해 법안을 통과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탄력근로는 업무가 많을 땐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대신 적을 땐 근무시간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단위기간이 길수록 기업은 일이 몰릴 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그래서 정부는 주 52시간의 부작용을 보완할 대책으로 단위기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내년 50~299인 기업까지 주 52시간 근로 제도를 도입하는데, 탄력근로제는 시한폭탄과 같다. 연내 불발될 경우 50~299인 기업은 주 52시간 대응수단을 잃게 된다. 가뜩
"Cm=Lw-Lk/Lw+Lk." 이게 무슨 뜻일까. 지난 17일 LG전자의 8K 기술브리핑에 등장한 이것은 화질선명도(CM)을 구하는 공식이다. 전체 흰색 라인 밝기에서 검은색 라인 밝기를 뺀 후 흰색 라인의 밝기와 검은색 라인의 밝기를 더한 값으로 나누면 CM을 측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뒤로 갈수록 더 복잡한 수학공식과 기술설명이 나왔다. "해상도는 물리적 픽셀 라인수를 CM 임계치를 넘는 그릴라인폭으로 나눈 수치다". 이걸 이해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최근 극단으로 치닫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8K TV 화질 논쟁은 일정 부분 기술적 접근이 불가피하다. LG전자로서는 삼성 QLED 8K TV가 화소(픽셀)수 7680x4320인데도 왜 해상도가 국제기준의 8K에 미치지 못하는지 설명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는 지난 6~11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에서 이미 발표된 내용이다. 보다 상세한 이해를 돕는다며 서울에서 기술브리핑이 열렸지만 논의가 점점 소비자에게서
정의당의 ‘데스노트’. 정의당이 임명을 반대한 공직 후보자들이 줄줄이 낙마하며 붙은 말이다. ‘데스노트’는 소수정당인 정의당이 존재감을 발휘하는 순간으로 주목받아왔다. 그러나 조국 법무부장관 검증 이후 얘기가 달라졌다. 적중률은 높아졌지만 신뢰도는 오히려 떨어졌다. 데스노트에 큰 오점이 생기며 효력을 다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정의당의 ‘데스노트’는 2017년 시작됐다. 당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이 반대한 강경화·송영무 등이 그대로 임명된 반면 정의당이 콕 찝어 반대한 안경환·조대엽은 낙마했다. 불법 혼인신고, 음주운전, 부동산 투기 등의 이유가 정의당 데스노트에 적혔다. 사모펀드 의혹·딸 입시 특혜 등 조 장관을 둘러싼 문제가 데스노트에 적혀 있는 이유에 결코 밀리지 않는다. 정의당은 장고 끝 ‘사법개혁이란 대의 차원’이라며 조 후보자에 대해 사실상 ‘적격’판단을 내렸다. 그간 누구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선제적으로 들이댔던 것과 대비됐다. ‘이중잣대’ ‘민주당 2중대’란 비판
한류 콘텐츠가 6년 만에 일본 공중파에서 다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일왕에게 사죄를 요구하고 독도를 방문하면서 일본 내 혐한류가 확산했고 한국 연예인들의 방송출연이 막혔다. 그 시작은 연말 전파를 타는 일본 방송 최대 축제인 NHK ‘홍백가합전’이었다. 최근 일본 언론은 올해 ‘홍백가합전’에 걸그룹 트와이스, 아이즈원 등의 출연이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일본 연예프로그램 제작을 준비하는 기획사 A대표는 방송국들이 한류 콘텐츠를 조금씩 기피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국 연예인이 출연하는 예능프로그램이나 드라마를 방송하면 항의전화가 온다는 것이다. 한류가 얼어붙으면서 일본의 K팝 시장규모는 2011년 265억8000만엔에서 2015년 165억1000만엔으로 감소했다. 특히 2012년 이전부터 팬덤을 보유한 동방신기나 빅뱅 등은 대규모 공연에 성공했지만 중간 및 신인급 가수들은 일본 진출에 애를 먹었다. 하지만 2012년과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 일본 내
SK텔레콤과 지상파 방송 3사가 지난 16일 진행한 ‘웨이브’(wavve) 출범식. 이날 행사 현장엔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나란히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웨이브는 SK텔레콤과 KBS, MBC, SBS 지상파 3사가 합작한 통합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연말 국내 서비스 출시를 예고한 디즈니 등 글로벌 OTT들이 맹공세를 펼치며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에서 토종 OTT 출범에 대한 정부의 기대와 관심이 크다는 얘기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축사에서 “정부도 통합 OTT 출범이 산업계 혁신 시도로만 그치지 않도록 기업들의 방송·미디어분야 혁신서비스 개발과 경쟁력 제고를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방통위는 미디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 간 상호 협력을 지원하고 융합환경에 걸맞은 새로운 제도를 마련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양대 부처 수장이 모두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한 셈이다.
조국호 법무부의 행보가 거침없다. 검찰 개혁을 현장에서 진두지휘할 검찰개혁추진지원단에 시동을 거는 한편, 그동안 공보준칙에 따라 허용되던 검찰의 피의사실 발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정치 검찰’ 논란에 늘 따라다녔던 피의사실 공표를 원천 봉쇄하는 게 이번 개정안의 골자다. 취지는 훌륭하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해 중립성 확보의 도구로 사용되는 법무부 훈령이 오히려 검찰을 옥죌 수 있다는 걱정들이 앞선다. 얼마 전 서울동부지검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 이후 검찰 정기인사에서 동부지검 수사 지휘부 전원이 시쳇말로 ‘물’을 먹었다는 얘기가 돌았었다. 좌천성 인사에 뒤따라온 사표를 두고 문정동 청사 안팎에선 ‘현정권을 겨눈 대가’라는 얘기도 돌았지만, 모든 인사가 그러하듯 ‘물증’은 없었다. 이번 훈령개정도 마찬가지다. 법조계에선 피의자의 인권을 중시하는 인권보호 수사공보준칙을 손볼 필요가 있다는 데는 대체적
정부의 2020년 예산안이 얼마 전 발표됐다. 확장적 재정기조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산도 올해보다 9.3% 늘어난 6조4758억원으로 편성됐다. 문화예술, 콘텐츠, 체육분야 예산이 모두 크게 증가하며 우리 문화산업이 빠듯한 살림살이를 벗어날 수 있을까하는 안도감이 흘러 나왔다. 올 여름 일본과의 경제전쟁에서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한 관광업계의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기대감은 당혹감으로 바뀌었다. 관광분야 예산은 300억원 줄어들어서다. 매번 끊이지 않고 제기되는 '관광홀대론' 화살을 피할 수 있을까 싶었다. 이를 두고 문체부는 오히려 관광예산이 늘었다고 설명한다. 2600억원 규모의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예산이 내년부터 지자체로 이양돼 예산감소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문체부 관광예산은 300억원 감소했어도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2300억원의 관광예산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일견 타당한 설명이지만 온전히 고개를 끄덕이긴 어렵다. 이양되는 예산이 어떻게 쓰일지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