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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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IoT(사물인터넷)에 랜섬웨어가 감염돼 아예 며칠씩 멈춘 공장들도 몇 곳 있어요. 신고를 안 해서 그렇지….” 취재과정 중 만난 보안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러면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랜섬웨어 감염을 신고하는 중소기업이 몇 곳이나 되겠느냐고 물었다. 신고해서 기록이 남고 언론에 밝혀지느니 ‘일단 숨겨보자’고 하는 곳이 대부분이란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사이버침해대응센터(KISC) 통계에 따르면 사이버 침해사고 신고·조사건의 97%가 영세·중소기업에서 발생한다. 중소기업의 해킹 공격으로 인한 기술유출 피해금액은 2015~2017년 3년간 3021억원 수준에 달했다. 특히 랜섬웨어(시스템을 감염시키고 이를 풀어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하는 악성코드) 피해는 중소기업에 집중된다. 한국랜섬웨어침해대응센터가 지난해 랜섬웨어 피해접수건을 분석한 결과 중소기업이 43%, 소상공인이 25%, 대기업이 1%로 집계됐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전문 보안인력이나 시스템을
"생각보다 '쥴' 돌풍이 크지 않은 것 같아요. 초반보다 디바이스 매출도 줄어가는 추세입니다." 담배업계 관계자들은 예상보다 폐쇄형(CSV) 전자담배 쥴(Juul)의 인기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쥴 기기의 이달초 판매량은 출시(5월 말) 일주일 후와 비교했을 때 5% 가량 줄었다. 액상카트리지는 13% 정도 늘어나긴 했지만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만큼의 돌풍은 아니라는 것. 흡연자들 사이에서도 호기심에 피워보긴 했지만 니코틴 함량이 너무 낮아 대체재로의 역할은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청소년 흡연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미국에서도 쥴은 청소년 흡연 문제로 논란이 됐다. 최근 케빈 번스 쥴랩스 CEO(최고경영자)는 미국 경제방송 CNBC에 나와 10대 학부모들에게 "자녀들이 본사 제품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쥴의 당초 목적은 성인들의 일반 담배 대안책으로 개발된 것이였지만, 청소년들로부터 인기를 끌면서 청소년 흡연율 증가 원
“‘주52시간근무제’를 적용해보니 실제로 일손이 크게 부족해졌습니다. 내년에 제도가 확대 적용되면 중소기업들은 너나없이 고민에 빠질 것입니다.” 경상남도 밀양의 한 열처리분야 중소기업은 이달부터 주52시간제를 조기 도입했다. 원래 이 업체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이어서 내년 1월부터 해당 제도를 적용받지만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조기 도입을 결정했다. 이 회사 A대표는 1인당 근로시간이 줄어도 생산량은 유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 결과 인력을 40명가량 충원해야 했다. 하지만 인력충원은 쉽지 않았다. 채용공고를 내도 지원자가 가뭄에 콩 나듯 했다. A대표는 “최근엔 주·야간 근무조건을 내걸면 국내 지원자가 좀처럼 나타나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마냥 기다릴 수 없었던 A대표는 결국 국내 근로자 대신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키로 하고 인력알선업체와 접촉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내년 주52시간제 전면 확대를 앞두고 중소기업계의 시름이 깊어진다. 인력충원 과정에서 A대표와 같
지난해 9월 초 한 페이스북 주소를 메시지로 받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가계동향조사를 분석한 글이었다. 이 글은 한 달 뒤 통계청 국정감사에도 등장했다. 가계동향조사 논란 때문에 역사상 처음으로 열린 통계청 단독 국감이었다. 작성자는 현직 통계청 공무원인 김신호 과장이었다. 가계동향조사는 2017년 소득과 지출 부문으로 나뉘었다. 통계청은 소득부문 조사를 2018년부터 폐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2017년도 말 국회가 이듬해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여당 주도로 소득부문 조사를 부활시켰다. 소득주도성장 성과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통계라는 이유에서다. 2017년 4분기엔 저소득층 소득이 전년보다 늘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당·청은 크게 반겼다. 반전은 곧바로 일어났다. 2018년부터 저소득층 소득은 전년 대비 크게 줄기 시작했다. 그러자 통계 신뢰도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 과장의 글은 이런 민감한 시기에 작성됐다. 그는 2000년대 중반과 2010년대 초반 각각 사무관과 과장
‘참 솔직한 총장.’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문무일 검찰총장(58·사법연수원 18기)의 모습을 한 마디로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사와 관련해선 피해자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여러번 숙이며 사과했다. 때론 눈물을 흘려 ‘울보 총장’이란 별명도 얻었다. 이전 검찰 수장에게서는 볼 수 없던 모습이다. 검찰 개혁과 관련해선 정부와 각을 세우고 강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국회의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과 관련해 검찰을 대표해 반대 의견을 꾸준히 제시했다. 정부 합의안에 검찰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패싱’ 논란도 벌어졌다. 당시 문 총장이 해외 출장에서 돌아오면서까지 강조했던 말은 ‘민주주의’였다. 검찰 개혁안이 민주주의에 반한다며 권력 분산을 강조하고, 기자들 앞에서 프랑스 대혁명까지 끌어와 관련 설명을 하던 그의 얼굴에선 어떤 열정마저 읽을 수 있었다. 같은 자리에서 옷을 벗어 흔들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실수요자도, 건설·시행 등 관련업계도, 조합원들도 갈피를 못 잡는 주택시장이다. 정부가 갑작스레 민간택지 내 분양가 상한제 적용 카드를 꺼내들자 일어난 변화다. 하지만 언급만 했을 뿐 실제 제도 시행 여부, 구체적 계획 등은 밝히지 않아 시장 불안이 더 커지고 있다. 올 하반기 주택 분양을 고려하던 주요 재건축재개발 조합이나 사업 시행자들은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영등포구 '브라이튼 여의도' 등이다. 지난달 6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주변 시세 이상으로 분양가를 높이지 못하게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을 내놓은 이후 이들 단지는 후분양으로 선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다 26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민간 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을 고민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들은 패닉에 빠졌다. 후분양으로 HUG 분양가 규제를 피하려 했지만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 후분양을 하더라도 당초 계획보다 20~25%가량 낮은 분
"우리나라 소재·부품 분야의 '가마우지 경제' 현상이 고착화했다." 한 경영연구소 보고서에 나온 문장이다. 새의 목에 끈을 묶어 물고기를 잡아도 삼키지 못하게 한 뒤 가로채는 '가마우지 낚시'를 경제에 비유한 것이다. 소재·부품을 일본에 의존해 한국이 이익을 놓치는 구조를 꼬집었다. 언뜻 보면 최근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이슈와 관련해 지적된 내용 같지만, 이미 2013년 박용삼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가마우지 경제란 표현은 무려 30년 전인 1989년 일본 경제평론가 고무로 나오키가 '한국의 붕괴'란 저서에서 처음 쓴 것으로 전해진다. 그 뒤로도 각종 보고서에서 이를 인용한 경고가 잇따랐다. 과거 정부에서 몸담았던 고위 관료 출신들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 예로 정부가 9년 전 추진한 '반도체 장비 국산화' 계획이 있다. 2010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는 2015년까지 장비 국산화율 35% 달성을 목표했다. 하지만 달성에 실
해외주식투자 시대가 활짝 열렸다. 지난 한해 해외주식 거래 규모는 역대 최고치인 325억7000만달러(약38조3000억원)를 기록했다. 올 들어 7월15일까지 거래금액은 195억547만달러(약23조원)로 지난해의 60.5%에 해당한다. 올해도 기록 경신이 예상된다. 해외주식투자 거래액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시스템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제도 개선이 시급한 부분은 '주식권리 정보'의 반영 여부다. 가령 국내투자자가 보유한 미국 주식 A종목이 10대 1로 병합될 경우 10주(1주당 10불)는 1주로, 1주 금액은 100불로 바뀌지만 국내투자자의 계좌에는 10주가 그대로 있는 셈이다. 만약 투자자가 10주를 매도할 경우 평가액은 100불이 아닌 1000불이 된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2일~3일 동안 해당 주식의 거래를 정지시키고 있다. 만약 이 기간 동안 주가가 출렁이면 투자자는 매수 또는 매도의 기회를 놓쳐 피해를 보게 된다. 이런 문제 지적은 수년
세계 최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페이스북이 천문학적 규모의 벌금을 물게 됐다. 최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페이스북에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책임을 물어 벌금 50억달러(약 5조8900억원)를 부과키로 결정했다. FTC 부과 벌금 중 최대규모다. 페이스북의 1분기 순이익 24억3000만달러의 2배다. 페이스북은 FTC 벌금 부과에 대비해 30억달러를 적립했으나 20억달러를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페이스북에 대한 벌금 부과는 미국 법무부가 최종 확정한다. FTC의 결정은 2016년 미국 대선 직전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고에 대한 징벌 차원에서 이뤄졌다. 당시 영국 데이터분석업체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CA)는 페이스북의 로그인 도구를 악용, 최대 8700만명에 달하는 사용자정보를 빼냈다. CA는 해당 정보를 바탕으로 분석한 유권자성향 데이터를 트럼프캠프에 전달했다. 이 사고로 페이스북은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CEO가 미국 의회 청문회에 소환되는 등 창사 이래 최대 위
"국민들이 일본행 비행기에 오르지 않으려면 국내여행이 대체재 역할을 해야 하는데 과연 가능할지…."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조치에 맞선 효과적인 대응책으로 '일본여행 보이콧'이 거론된다.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4명 중 한 명이 우리 국민일 정도로 한국이 일본 관광산업을 먹여 살리는 '큰 손'인 만큼 실질적인 타격을 줄 수 있어서다. 만약 한국인 관광객의 발걸음이 뚝 끊긴다면 올해 방일관광객 4000만 명 달성을 외치며 '관광대국'을 꿈꾸는 일본 정부도 큰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행불매 흐름이 일본 경제에 상처를 낼 정도로 오래 지속될 지는 의문이다. 우리 국민의 반일감정과 불매운동 의지를 의심해서가 아니라 750만 명에 달하는 일본 여행객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대체재가 마땅치 않아서다. 여행이 일상이 된 시대에 대안도 없이 무작정 여행을 가지 말라고만 할 순 없는 노릇이다. 일본이 최고 인기여행지인 이유는 물리적, 심리적 거리가 가까워서다. 길어봐야 2시간 남
"신고할 줄 알았으면 몇 대 더 때릴 걸…" 두 달 전 중소기업에 다니는 A씨를 갑자기 폭행한 상사는 목격자가 많은 것을 보더니 "내가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이렇게 얘기했다. 인력이 부족한 회사 측은 A씨를 방관했고, A씨는 지속적인 폭언·폭행과 괴롭힘 속에서도 직장을 떠나지 못했다.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법을 포함한 새 근로기준법이 시행된다. '직장 내 괴롭힘'을 법에 규정하고 금지한 점은 큰 의의가 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사내 신고 방식, 가해자 처벌 조항 부재, 익명 신고의 어려움 등 한계로 인해 '갑질신고'가 어려운 건 변함없기 때문이다. 최근 한 대학병원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관련 교육에 초빙한 노무사가 "업무 부적응자나 저성과자가 주로 괴롭힘 문제를 제기한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괴롭힘의 원인이 업무미숙이라는 것으로 전형적인 가해자 시각이 묻어난다. 신고자를 골칫거리로 여기는 것은 이 병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대단한 자신감이네요." "배터리(2차전지)를 중심으로 매출을 5년 내 30조원에서 60조원으로 늘리겠다"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의 선언을 전해 들은 한 경쟁사 임원의 말이다. 신 부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하고 "매출을 두 배로 늘리는게 직원들에겐 가장 큰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LG화학은 경쟁사 대비 연봉이 상대적으로 적고, 급성장 과정에서 업무량도 과중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신 부회장의 말이라 곱씹어볼 만하다는게 내외부 평가다. 실제로 그는 "매출이 2배가 되는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승진과 해외근무 등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이 최고의 복지"라고 못을 박은 셈이다. LG화학 배터리 사업은 요즘 말로 '갈아 넣으며' 여기까지 왔다. 사업은 커왔지만 경쟁사로, 중국으로 인재들이 빠져나가기도 했다. 그럼에도 선성장 후분배. 파이를 먼저 나눠줄순 없다는 얘기가 비정하게 들린다. 하지만 미사여구로 실체 없는 혁신을 말하는 최고경영자(C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