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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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하지만, 더는 상세히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지난달 서울 모처에서 '국정원-마약전쟁 24시' 취재를 위해 만난 국가정보원 K요원은 극도의 경계심을 보였다. 사전에 약속을 한 자리였지만 K요원은 질문마다 대답을 머뭇거리기 일쑤였다. K요원은 머뭇거리는 이유를 '기밀 유지와 신변 보호'라고 설명했다. 해외 마약밀매조직과 국내 조직폭력배들은 항상 정보·수사기관을 학습하기 때문에 자칫 말 한마디에 자신과 정보원의 신변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에 들어온 해외 마약 조직은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 타 조직원의 살해 모의를 할 정도로 대담하다. 마약을 뿌리 뽑기 위해 음지에서 활약하는 국정원 요원들은 항상 위협에 노출돼 있다. 이런 노고에도 우리나라는 이미 '보급형 뽕(필로폰)'의 시대로 향하는 중이다. 대학생은 물론 주부, 회사원까지 손쉽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마약에 손을 댄다. 전문가들은 한국이라는 나라가 국제 마약상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이 됐다고 본다
‘모빌리티(Mobility)’가 뭘까. 모빌리티 산업 현장을 찾아 다니는 기자지만 이 질문에 속시원한 답이 없다. 어떤 이는 우버나 카카오 같은 특정 업체를 떠올리고 어떤 이는 카풀이나 플랫폼 같은 새로운 서비스로 본다. 단순히 기존 이동산업을 세련되게 영어로 표현한 신조어쯤 생각하기도 한다. 그만큼 모빌리티 산업은 아직 우리에게 낯선 개념이다. 그러나 기존 법체계로 서비스를 규정한다는 것도 쉽지 않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이란 자신의 자동차를 사용해 유상으로 여객을 운송하는 사업이라 정의한다. 모빌리티 산업이 자동차나 택시를 넘어 오토바이, 전동 자전거, 전동 킥보드로까지 확대되고 있지만, 제도적 기반은 우버 서비스를 퇴출하던 몇 년 전 그대로다. 이렇다 보니 최근 새로 등장한 국내 모빌리티 서비스는 법의 예외조항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이는 모빌리티 산업을 둘러싼 갈등과 반목이 반복되고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 법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다시 개편됐다. 앞서 2016년 12월에 했으니 2년 7개월 만이다. 지난해 재난 수준 폭염에 늘어난 에어컨 가동시간이 요금 폭탄으로 돌아온 것이 시작이었다. 주택용에만 붙는 누진제에 대한 국민 분노가 폭발하자 한시적 완화 정책으로 급한 불을 끄더니 올해부터는 아예 상시화했다. 전기요금에 대한 국민 여론이 더 악화하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적극 행정’의 결과다. 안 그대도 더워서 짜증 나니 전기요금 스트레스라도 덜라는 ‘선의’에서 시작한 누진제 개편인데 정작 여론은 썩 반기지만은 않는 분위기다. 한국전력이 내민 청구서 때문이다. 7~8월 누진제 완화를 상시화하는 요금제 개편으로 한전은 매년 2874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그러자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회사에 추가 손실이 불가피해 이사진 배임 가능성이 있다”는 반발이 나왔다. 두 차례 열린 이사회에서 다섯 시간의 격론 끝에 누진제 개편안이 통과됐는데 한전 손실 보전을 위한 필수사용공제도 폐지 및 전기요금·에
"구찌 립스틱 광고 보셨어요?" 최근에 만난 뷰티패션업계 마케팅 담당자 몇몇이 같은 이야깃거리를 던졌다. 모델의 치아가 벌어지고 비뚤어진 구찌 립스틱 광고는 단연 화제다. 립스틱 자국이 선명한 컵을 찍은 화보컷도 함께 이슈를 모았다. 그동안 립스틱 광고 속 모델은 고르고 하얀 치아를 자랑했다. 립스틱이 컵에 묻어나는 건 감춰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구찌는 달랐다. "역시 구찌"라는 반응이 나왔다. 구찌는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의 선택을 받아 살아난, '브랜드 부활'의 좋은 예로 꼽힌다. 그런가 하면 최근 인스타그램에선 영국 런던의 플러스사이즈 모델 다이애나가 올린 나이키 마네킹이 화제였다. 나이키는 런던 플래그십 매장에서 플러스사이즈 마네킹을 선보였다. 스포츠브라, 레깅스 차림이었다. 이 같이 리얼한 광고·마케팅에 밀레니얼 세대는 열광한다. 본연의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사랑하길 원하는 이들이다. 방탄소년단(BTS)이 즐겨 사용하는 메시지 '러브 유어셀프'
"심 위원장만 새 됐네요" 지난달 28일 여야 협상결과를 받아든 정개특위 관계자는 고개를 저으며 이같이 말했다. 심 위원장의 부재로 특위의 교착상태가 심화될 거란 설명도 덧붙였다. 정치·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제1·2당이 나눠 갖는 것을 전제로한 국회정상화였다. ‘84일만의 정상화’란 평가와 함께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정의당)은 해고통보를 받았다. 1년짜리 위원장 계약이 끝났으니 방을 빼라는 통보였다. 지난해 7월 심상정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것 자체가 파격이었다. 원내1·2당이 특위위원장을 맡는 게 관례였다. 2004년 진보정당 원내진출 이후 처음이었다. 심 의원 개인으로서도 3선만에 처음 맡는 국회직이었다. 이례적으로 위원장을 맡은 심 의원에게 ‘역대급’ 짐이 주어졌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제 개편안 등 극도로 민감한 안건들 투성이었다. 1년간 서른 번이 넘는 크고 작은 회의가 열렸다. 거대양당이 이해득실을 두고 다툴때 심 위원장의 존재감은 오히려 돋보였다. 현행
'반(反) 화웨이 전선' 동참 압박이 빠진 자리에 "땡큐"가 있었다. 구체적 '청구서'를 내민 대신 대기업 총수 한 명 한 명을 거명하며 '천재 사업가'(business genius)라고 추켜세웠다. 잔뜩 긴장했던 재계에 트럼프의 "땡큐"는 반전이었다. 그의 방한 하루 전 미중 양국이 무역협상을 재개키로 합의해 화웨이 압박 수위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지난 3년간 관세를 예봉 삼아 자동차, 철강, 태양광, 세탁기 등에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구현한 트럼프였기에 재계는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트럼프의 "땡큐"가 재계에는 그의 북한 월경 만큼이나 놀라웠던 이유다. 당장 재계 일각에서는 "훈훈하게 회동이 마무리돼 다행"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돌다리도 두드리는' 시각으로 하얏트 회동을 복기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내년 미국 대선을 1년 앞두고 트럼프의 이번 방한이 성사된 때문이다. 남은 1년간 트럼프는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특히 경제 측면에서
“5G(5세대 이동통신) 시대잖아요, 하나가 뚫리면 피해가 무지막지해질 수도 있죠. 해커들은 가장 쉬운 길을 찾아 침투하려 하고요.” 부잣집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이 대문만 있는 건 아니다. 문도 걸어 잠그지 않는 옆집과 부잣집이 연결돼있다면, 도둑들은 어떤 길을 택할까. 초연결성을 특징으로 하는 5G 시대에는 보안 중요성이 더 높아진다. 실제로 중소 계열사의 PC에 침투해 대기업을 해킹하려는 시도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내년이면 자물쇠가 헐거워지는 프로그램이 생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7 운영체제(OS)와 어도비의 플래시 프로그램이 내년 기술지원 종료를 앞두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을 계속 사용할 경우 사이버 공격에 악용될 가능성이 커진다. 전문가들이 지원 중단에서 가장 문제가 될 부분으로 지적하는 것도 새로 발견되는 보안 취약점 대응이다. 보안이 약화된 프로그램으로 정보 유출이나 랜섬웨어 감염 등 보안 사고가 유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보고
9월부터 아동수당 지급 대상이 만 6세에서 만 7세로 확대된다. 초등학교 취학전 아동을 둔 부모 입장에선 매달 10만원이 통장에 들어온다고 하니 일단 반갑다. 10만원이면 할게 많다. 아이 옷이나 책, 장난감도 사줄 수 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준비물 사는데 쓰거나 과외활동 비용으로 지출할 수도 있다. 요즘같은 불황기에는 돈을 쓰기보다 모아서 아이에게 목돈을 마련해 주는 게 답인가도 싶다. 포털사이트를 뒤져보면 시중은행 중엔 최대 연 4.3% 금리를 준다는 'KEB하나 아동수당 적금'이 눈에 띈다. 제2금융권에선 조건에 따라 연 6% 이상 이자가 붙는 새마을금고 '우리아기 첫걸음 정기적금'도 있다. 지금은 가입할 수 없지만 금리 연 5%짜리 수협은행 'Sh쑥쑥크는 아이적금'은 새벽5시부터 지점 앞에 줄을 서야 가입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아동수당은 그렇게 은행 금고로 흘러간다. 경기둔화, 재정악화를 걱정하는 한켠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아동수당을 현금으로 주는 건 가처분
"갑자기 늘어난 게 아니에요. 원래도 많았어요."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경찰의 '기강해이' 현상을 전문가에게 묻자 허탈한 대답이 돌아왔다. 문제를 일으키는 경찰은 항상 있으니 요즘 상황이 특별할 게 없다는 말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이내 수긍이 갔다. 실제 통계를 들여다보면 경찰은 달라지고 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700명 이상이던 경찰의 징계 인원이 지난해 들어 417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올해 5월까지 통계도 14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98명보다 적다. 13만명에 달하는 거대 조직에서 짧은 기간 동안 눈에 띄는 자정효과를 보이기는 쉽지 않다. 수뇌부와 구성원들의 실체적 노력이 있었다는 방증이다. 올해 초 '버닝썬 게이트'가 열린 이후 경찰에 시선이 쏠린 시점에서 비위 경찰관이 잇따르며 자정노력을 무색케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다양한 노력을 통해 비위를 줄여나가고 있다"면서도 "잇따른 논란으로 희석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최근
“합의문을 지키지 않은 선례가 불신을 키웠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한국당 나경원·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24일 서명한 국회정상화 합의문은 결국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지 못해 두시간도 되지 않아 폐기됐다. 한 자유한국당 초선의원은 원점으로 돌아간 국회 대치상황을 이렇게 정리했다. 여야의 불신의 골이 깊어진 것은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단식을 풀기위해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선거제 개편 방향에 합의한 시점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문구를 합의문 첫 항목에 담는다. 그러나 한국당은 이후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적극 검토하기로 한 약속을 뒤로한 채 ‘비례대표제 폐지, 국회의원 정수 축소’를 당론으로 내세웠다. 여야 4당은 한국당이 합의를 파기했다고 주장한다. 여야 4당이 한국당을 배제한 채 선거제 개편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명분이기도 하다. 한국당의 주장은 다르다. 한국당은 연동형비
"애널리스트는 노동자 아닌가요?" 최근 고용노동부가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등을 주52시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하자 한 애널리스트가 토해 낸 불만이다. 성과에 따라 보수를 받는 특수직종이라고 해도 노동자에게 보장된 보편적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는 것이냐는 한탄이었다. 물론 그의 불만이 모든 애널리스트의 생각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잘 알려진 것 처럼 애널리스트는 대표적인 고소득 전문직종이다. 주식 종목에 대해 분석하고 투자자들에게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제시한다. 자신의 성과만큼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에 재량근로제로 근로시간의 제약을 없애는 것이 더 낫다는 애널리스트도 많다. 많이 벌 것이냐,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냐 선택의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무한경쟁 체제인 애널리스트 업계에서 이런 선택의 여지는 별로 없다.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한 '자발적'인 초과근무가 아니더라도 일상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일만으로도 업무가 벅차다. 보통 오전 6~7시에 출근하면 전날 해외 주요 증
지난달 일본 실버산업 전시회를 찾기 위해 나고야 중부국제공항에 들어서자 입국심사대 주변을 에워싼 백발의 노인들이 눈에 띄었다. 공항 근로자인 이들은 외국인들이 출입국신고서를 제대로 썼는지 도와주고 있었다. 전체 인구의 28%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 일본의 단면이다. 전시회에서도 '일하는' 노인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노인용 기저귀, 탈취제 등 다양한 제품을 들고 “내가 써봤더니 효과가 확실했다”며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전시제품은 노인들이 당당히 외부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헬스케어 기기가 주를 이뤘다. 전시회 관계자는 “최근 노인들에게 직접 일하는 즐거움을 주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관련 산업도 활기를 띄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에 돌아온 뒤 실버 채용 현실을 취재하기 위해 프랜차이즈 기업들에게 채용 현황을 문의했다. 불과 몇년전만해도 광고판에 시니어 채용을 홍보했던 기억이 나서다. 하지만 현황을 알려주기 힘들다는 답이 돌아왔다. 매년 채용하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