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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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통화(코인) 투자가 뜨고 강남 테헤란로가 다단계 코인 사기꾼 판이 됐어" 서울 일선 경찰서 한 수사과장의 말이다. 2017년 말, 2018년 초 코인 투자 광풍이 휩쓴 후 사기꾼이 그 자리를 비집고 들어왔다는 얘기다. 타겟은 5070세대. 사기 수법은 기존 유사수신 다단계 금융사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원금 100%·수익률 수백~수천% 보장 △투자자 유치시 인센티브 등을 내걸고 투자자를 현혹했다. 뻔한 문구였지만 주부부터 은퇴한 증권맨, 대학교수까지 수만명이 몰렸다. 투자자 대부분은 '피자 한판 가격이었던 비트코인이 2000만원이 됐다'는 소식만 어깨너머로 들어 본 코인 문외한이었다. 그럼에도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의 은퇴자금이 들어갔다. 하지만 투자자의 꿈이 무너지는 건 채 6개월도 걸리지 않았다. 실제 사기코인은 가치도 실체도 없었다. 사업설명회 때 보여준 공장 사진, 대기업과 맺은 계약서는 모두 사기였다. 의심이 들었을 땐 이미 늦었다. 홈페이지는 막혔고 '곧 정상화
"업계 영향이요? 글쎄 새로울 건 없어서…." 지난 21일 보건복지부가 금연종합대책을 발표한 날 업계 반응을 묻자, 이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일부에선 "업계에서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하면 안 되는데"라며 우스갯소리도 건넸다. 정부 대책은 신종 전자담배에 초점을 맞췄다. 담배뿐 아니라 흡연 전용기구에 경고 그림을 넣고, 광고·판촉 행사를 못하도록 했다. 국내 전체 담배 시장의 12%에 육박하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상승세가 꺼지지 않은 시점에, 미국 청소년 흡연 주범으로 지목된 '쥴(JUUL)'의 등장으로 정부가 긴장한 모양새다. 대책 발표 시기도 쥴 출시 간담회 하루 전날이었고, 직접적으로 쥴을 자료에 명시했다. 하지만 압박은커녕 정부가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고 오히려 업계에 끌려다니는 것 같다는 지적이 일었다. 실제로 다음날 출시간담회를 연 쥴 랩스는 "정부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 마케팅 등 조심스럽게 접근하겠다"고 몸을 낮추는 듯했지만, 간담회 내내 "일반 담배의 문제를 해결할 수
2005년 4월 참여정부는 역사상 첫 국가재원배분회의를 열었다. 국가가 국민에게 걷은 세금을 어떻게 쓸지 '전략'적으로 계획해보자는 차원이었다. 이전까지 나랏돈을 중구난방으로 써왔다는 반성을 토대로 삼았다. 총액자율편성(톱다운)제도가 도입됐다. 국가가 감당할 수 있는 정부 예산 증가 수준, 이를 바탕으로 한 복지 등 각 부문 편성 규모를 정하고자 했다. 회의 취지를 뒷받침한 건 형식이었다. 논쟁을 즐겼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이 1박 2일 동안 끝장토론을 벌이도록 했다. 각 부문 대표인 부처 장관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전투를 벌였다. 재원 필요성을 잘 설득해 더 많은 예산을 얻는 부처가 있는 반면 패자도 분명한 제로섬게임이었다. 참여정부를 계승한 문재인정부가 지난 16일 집권 후 세 번째 국가재정전략회의(옛 국가재원배분회의)를 개최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부 예산을 전년 대비 10% 넘게 늘리라는 요구가 나왔다. 여권발이었다. 논의는 거기까지였다. 고령화, 대북 화해
본지가 12일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의 미세먼지 원인물질 배출 수치 조작 의혹을 처음 보도한 이후 광주지검 순천지청이 나흘 만에 삼성전자 등 대기업 6곳을 압수수색했다. 미세먼지 문제가 온 국민의 관심사로 부상한 만큼 이를 기만한 기업에 대한 검찰의 수사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이에 앞서 관련 기업을 검찰에 송치한 환경부와 영산강환경유역청 조사결과를 따져보면 부실한 구석이 너무 많다. 이들은 지난달 LG화학과 한화케미칼 등의 명단을 발표하며 추가(2차) 조사를 마칠 때 '해당 기업명을 공개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만약 언론의 후속 보도가 없었더라면 조용히 묻힐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특히 영산강환경유역청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자료 요청은 물론, 기자의 정보공개청구도 끝까지 '미공개'로 버텼다. 그러면서 환경부는 "이번 광주·전남 지역 적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주장하고, 모든 책임을 배출 조작 의혹을 받는 대기업으로 떠넘겼다. 물론 일차적인 잘못
지난 9일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11개의 증권회사 대표이사가 한자리에 모였다. 규제 완화 등 금융 혁신을 위한 성토의 장이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간담회는 일정보다 30분이 더 빨리 끝났다. 너무 형식적으로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간담회에 참석한 한 대표이사는 “업계에서 원하는 부분을 당국에서 적극적으로 개선해주겠다고 하니 환영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이 이날 약속한 것 중에 하나가 ‘차이니즈 월’ 규제 개선이다. ‘차이니즈 월’은 일종의 ‘정보교류 차단’을 의미한다. 당국은 이해 상충 문제를 우려해 부서 간에 인적교류 금지, 물리적 차단 등 칸막이를 사전에 설치하고 규제해왔다. 금융위는 법령에서 필수 원칙만 정하고 세부사항은 회사가 정하도록 자율성을 부여키로 했다. 정보교류 차단이 필요한 정보만 규제하고 인적교류 금지, 물리적 차단 의무와 같은 형식적 규제는 폐지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벌써 기대감이 크다. 지금은 차이니즈 월 규제 때
선선한 바람이 부는 초여름 저녁 서울 여의도 한 맥주집 야외 테라스에 두 남자와 한 여자가 맥주를 앞에 놓고 앉았다. 20일 국회 앞 한 맥주집에서의 여야 3당(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원내대표 ‘호프 미팅’은 연극의 한 장면 같았다. 보통 원내대표들은 만남 자체를 비공개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원내대표 간 술자리나 식사 자리도 보통 언론 몰래 가진다. 진솔한 얘기를 터놓고 하고 주고 받을 패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알맹이 없이 만나면 ‘쇼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경우도 생긴다. 이번 ‘호프 미팅’은 달랐다. 일정도, 장소도 다 공개됐다. ‘연극인 출신’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나서서 회동을 ‘연출’했다. 이례적이고 참신한 ‘맥주 회동’이 기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카메라로 둘러싸인 원내대표 회동이 어색했는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당황해 하며 웃는 모습도 보였다. 세 원내대표는 웃으며 맥주잔을 부딪혔다. 각본은 여기까지였다. 실제 각본
2018년 4분기 8개 신용카드사 가맹점수수료 수익 ‘-1조1226억3700만원’. 이 황당한 숫자의 출처는 다름 아닌 금융감독원의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이다. 금감원의 수치는 그 어느 금융통계보다 정확한 ‘팩트’로 여겨진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숫자에 보는 이들이 혼란이 컸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런 숫자가 나온 것은 지난해 4분기부터 변경된 회계처리기준을 일괄 적용하면서다. 이전의 경우 할인혜택, 무이자할부 등 신용카드사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금액은 비용으로 처리됐지만 새로 적용된 IFRS15는 수익에서 이를 먼저 빼도록 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전체 누계값을 내기 위해 이 ‘우선 차감분’ 1년치를 4분기에 한꺼번에 적용했는데 이 숫자가 통계정보에 그대로 실린 것이다. 금감원은 회계기준 변경으로 이전 분기 수치와 비교하는 게 맞지 않는 만큼 4분기 수치는 따로 표시하지 않기로 했었다. 통계정보 주석에도 그렇게 안내했다. 그렇지만 전산처리 과정에서 반영되지 않고 그대로 분기
제주항공 중대발표, 이니스프리, 읶메뜨때션(위메프 패션), 스킨푸드…. 지난주 하루걸러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던 단어들이다. 무슨 일이 생겼나 싶었지만 클릭하는 족족 '낚시'였다. 수법은 모두 동일했다. 해당 단어를 네이버 검색창에 입력하면 할인 쿠폰을 주거나 경품을 증정하는 식이었다.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를 활용한 마케팅이 '안 하면 바보'인 것처럼 업계 전반에 번졌다. 짧은 시간 안에 이슈를 띄우고 공식 온라인몰로 고객을 끌어들이기 쉬워서다. 아예 실시간 검색어 랭크를 조건으로 공약을 내거는 경우도 잦아졌다. 기업이 누리는 효과는 클지 몰라도 소비자와 인터넷·모바일 이용자 입장에선 '나쁜 마케팅'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피로감을 호소한다. 더이상 새로울 것 없는 수법이라 식상한 한편, 반복되는 낚시에 반복적으로 기분이 상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더 큰 문제는 혜택인지 우롱인지 헷갈린다는 점이다. 선착순이 몇 명까지인지, 물량은 얼마나 되는지 알 길이 없고
지난주 출산휴가·육아휴직 등 일·가정 양립제도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첫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조선시대 초기 노비에게도 적용되던 출산휴가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정밀 통계가 이제서야 나왔다는 자체도 문제다. 그 내용은 심각한 수준을 넘어 재앙에 가깝다. 2017년 기준 출산휴가를 쓴 기업은 9.6%, 육아휴직을 쓴 곳은 3.9%에 불과했다. 출산휴가는 10곳 중 1곳도, 육아휴직은 100곳 중 4곳도 쓰기 어렵다는 것이다. 임신기·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역시 활용률이 2%대에 불과할 정도로 처참하다. 남들처럼 먹고 살기 위해서 부부가 모두 일하는 '맞벌이'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지 오래다. 그런데 애를 낳으려니 한 명이 희생해 육아를 전담해야한다. 대부분의 경우 여성이 희생한다. 출산휴가, 육아휴직 없이 일터를 떠나면 곧바로 경단녀(경력단절여성) 대열에 합류한다. 일반 취업도 어려운 마당에 재취업은 더 어렵다. 그래서 애를 안 낳는다. 지난해 출산율이 0.98로 사상 최저치를 기
가입자 점유율 규제(합산규제)를 대신할 유료방송 사후규제 논의가 뜨겁다. 지난주 국내 방송정책의 양대 축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각각 합산규제 폐지 이후 규제개선 정책방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를 근거로 국회는 유료방송시장 규제개선안을 심도 있게 논의한다. 여러 가지 정책 대안이 제시됐으나 시장집중사업자 규제문제를 두고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서로 다른 견해차를 보인다. 시장집중사업자 규제는 가입자 점유율 등을 기반으로 지배적 사업자를 정해 시장교란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제도화하는 것을 말한다. 이동통신시장에서 SK텔레콤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하고 요금약관을 인가받게 하는 것과 유사하다. 방통위는 시장집중사업자 규제에 찬성하고 과기정통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당초 유료방송 시장 사후규제 방안으로 지배적 사업자 규정 근거를 마련하고 유료방송 이용요금에 대한 인가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는 국회 요구에 대한 답변이다. 방송 시장 전문가들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 지
'국회 삼남매'가 16일 탄생했다. 첫째는 스스로를 '왕 누나'로 칭한 4선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1963년생) . 둘째는 '맥주 잘 사주는 형님'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1964년생, 3선)다. 이들을 '누님·형님'으로 만든 '막내'가 40대인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1971년생, 재선)다. 오 원내대표는 취임 첫날인 이날 이 원내대표부터 찾아갔다. 대뜸 "맥주 잘 사주는 형님이 돼 달라"며 '애교(?)'를 부렸다. 그 다음 '왕 누나'를 찾아가서도 셋이 술 한 잔 하자고 제안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 이후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교체로 원내대표단이 새롭게 꾸려지는 시점, 오 원내대표는 스스로 '막내' 위치를 부각시켰다. 두 원내대표 사이에서 "왔다갔다 심부름 잘 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물리적 충돌까지 겪은 국회다. 각 당 원내대표 선거로 당초 전선에서 싸웠던 선수들이 물갈이된 것 같아 보이지만 협상 국면으로 바뀌더라도 투쟁 당시의 선수 일부는 그
승승장구하던 사모 부동산 펀드 시장이 세금 폭탄이라는 뇌관을 만났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국내 사모 부동산 펀드가 보유한 36조원 규모의 토지에 대한 분리 과세 방침을 내년부터 폐지하는 내용의 '지방세법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다. 지금까지 사모 부동산 펀드의 토지에 관한 보유세는 분리 과세 대상이었다. 그러나 시행령이 개정되면 내년 재산세부터 개정된 세율이 적용돼 관련 업계는 800억원이 넘는 세금을 추가로 내야할 처지에 놓였다. 6~7%대 '하이 싱글 디짓'(높은 한자릿수)의 수익률로 변동성 장세 속 '큰 손'의 투자 피난처로 각광받았던 사모 부동산 펀드의 수익률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시장에선 법 개정으로 국내 사모 부동산 펀드 수익률이 0.23~0.46%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산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사항은 정부가 과세표준인 공시지가의 시가 반영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지속적으로 인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향후 사모 부동산 펀드 수익률은 추가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매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