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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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사람이 많네요?" '윗분'을 모시고 행사장에 온 정·관계, 재계 관계자들한테 많이 들은 말이다. 고위직을 수행하는 사람들, 홍보담당자 등 업무차 온 사람들이 대부분인 여느 개막식 행사와 달랐다는 의미다. 19일 개막해 21일까지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수소엑스포'. 사실 깜짝 놀랐다. 전시 부스마다 소개된 문구를 꼼꼼하게 읽고 메모하는 대학생, 손녀 손을 잡고 나와 진지하게 설명을 듣는 어르신, 문자 그대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볼거리가 화려하진 않았다. 수소라는 주제 자체가 아직 우리 사회에 낯설지 않나 걱정도 따랐다. 일본은 15회나 치렀지만 우리나라는 사실상 첫 수소엑스포다. 하지만 기우였다. 시민들의 수소 경제를 향한 기대는 기대 이상이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열정도 상당하다. "수소 같은 여자"(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산소 같은 남자"(박원순 서울시장), "맑은 물 같은 남자"(송철호 울산
북유럽을 순방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e스포츠 경기를 관람했다. 컴투스의 모바일게임 ‘서머너즈 워’가 한국·스웨덴 친선전 종목으로 채택됐다. 역대 대통령 중 e스포츠 경기를 직접 관람한 건 문 대통령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단상에 올라 e스포츠 산업의 의미를 소개하고 양국 선수들을 격려했다. 게임을 한국과 스웨덴의 친선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외교 수단으로 활용했다. ‘게임 외교’로 규정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다. 스웨덴 경제사절단은 게임업계 인사들로 꾸려졌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 송병준 게임빌·컴투스 대표,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 등 주요 게임사 수장들이 함께 했다. 대통령 순방에 동참하는 경제사절단이 게임업계 중심으로 이뤄진 것 역시 최초 사례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콘텐츠 산업으로 성장한 게임의 높은 위상을 실감케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7년 국내 게임산업 수출액은 6조6980억원에 달한다. 전체
유통업계에서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의 손편지가 연일 화제다. 임 대표의 손편지에는 대형마트가 직면한 현재의 현실과 앞으로의 고민이 담겨있다. 그동안 수많은 언론 기사와 증권사 리포트에서 언급됐던 내용이지만, 대형마트 대표가 직접 나서서 이런 고민을 털어놓은 건 이례적이다. 최근 실적 부진에 대한 일종의 반성문이자 앞으로의 다짐이기도 하다. 다른 대형마트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이마트의 기존점 매출은 2.8% 줄었다. 롯데마트의 국내 할인점 사업은 적자전환했고, 기존점 매출 역시 2.5% 줄었다. 어려운 상황이다. 녹록지 않은 현실 속에 이들 대형마트가 꺼내든 해법은 단순하다. '초저가' 정책이다. 이마트는 올해 초 '국민가격'을, 롯데마트는 '극한가격'을 선보였다. 경쟁 대형마트뿐 아니라 e커머스까지 전 유통 영역에서 가장 낮은 가격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효과는 있었을까. 고작 반년이 지난 상황에서 판단하긴 이르지만, 현재까진 의문이다. 이마트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2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얼마전 저녁을 함께했다. 규제 개혁 전도사라는 별칭답게 박 회장이 테이블에 올린 얘기는 그날도 어김없이 규제 완화였다. 규제가 쉽게 풀리지 않는 이유를 두고 몇몇 분석이 오갔다. 박 회장은 지난 1월 청와대 행사에 참석했을 때 일화를 꺼냈다. 쓸만한 기술을 개발하고도 신사업 규제에 잡혀 시장 진출을 못하는 한 중소기업의 애로를 건의했다고 한다. 뭔가 바뀔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반 년 가까이 지나도록 바뀐 건 없었다. 부처별로 얽힌 법규를 핑계로 서로 자기 담당이 아니라고 미룬 탓이다. 낙심하던 박 회장에게 한 번 더 기회가 왔다. 대한상의 임직원의 남편이 해당 부처 담당자였다. 자초지종을 전해들은 직원이 그날 밤 남편에게 사정을 얘기했다. 결론이 어땠을까. 그 직원의 남편이 이런 답을 내놨다고 한다. "여보, 그건 내 담당이 아니야." 그날 그 자리에 있던 사람 중 웃지 않은 이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사실 웃을 얘기는 아니었다. 뒷맛이 썼다. 신사
오는 9월 ‘가상이동통신망서비스(MVNO)’를 시작하는 KB국민은행(국민은행)에 대한 기존 알뜰폰 업계의 시각이 독특하다. 먹거리를 나눠야 할 경쟁자인데도 은근히 응원을 보내는 분위기다. 저가폰 이미지가 싫다며 ‘알뜰폰’이라는 말도 쓰지 않겠다는데도 말이다. 국민은행이 이동통신사들과 망 임대 협상을 하면서 기존 알뜰폰 업체들이 원하는 내용을 대신 요청하고 있는 이유가 크다. 국민은행은 5G(5세대 이동통신) 망 조기 임대와 이통가입자가 알뜰폰으로 갈아타도 그동안 적용됐던 ‘결합할인’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이통사에 요청 중이다. 5G 망 임대와 결합상품 모두 현재 대부분 중소기업인 알뜰폰 업체들도 바라는 바다. 국민은행과 이통사 간 협의가 쉽진 않지만 둘 중 하나만 받아들여져도 저성장에 빠진 알뜰폰 시장의 막힌 혈이 어느 정도 뚫릴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MVNO는 이통3사로 고착화된 통신시장 경쟁 구도를 흔들기 위해 ‘반값통신’을 모토로 출범했다. 그러나 기대
"키코(KIKO)사건이 분쟁조정 대상이 되는지 의문이다.” 지난 10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키코 발언’으로 금융감독원이 발칵 뒤집혔다. 지난 1년간 키코 재조사를 벌여 이달 말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최종 결론을 내려던 금감원으로선 ‘난감한’ 발언일 수 있다. 최 위원장이 별다른 문제 제기를 않다가 막판에 민감한 이야기를 꺼낸 것은 어찌 됐든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많다. 최 위원장이 ‘자살골’을 넣었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현실적으로 분조위가 배상책임 권고를 하더라도 은행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지 않은데 최 위원장이 은행의 ‘책임회피’ 구실을 하나 더 보탠 격이 됐다는 이유에서다. 최 위원장 지적처럼 키코 사건은 분쟁조정 대상이 되기 어렵다. 키코 피해 기업이 은행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시효는 계약 체결일로부터 10년, 기업이 문제를 인지한 시점으로부터 3년 이내다. 키코 계약이 2007~2008년 체결됐고 2008년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만큼 소멸시효가 끝났다고 볼 수 있다.
"가업승계의 핵심적인 문제는 상속세다. 가업상속공제 제도 개편 때 상속세 감면 논의가 빠진 것은 변죽만 울린 것에 가깝다." 최근 만난 코스닥 상장사의 한 대표는 가업상속공제 개편안에 대해 진척된 부분이 상당히 있다면서도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가업승계를 위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인 상속세에 대해서는 아무런 얘기가 없었다는 것이다.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연매출 3000억 원 미만 기업의 오너가 회사를 자녀에게 넘겨줄 때 과세 대상이 되는 재산가액에서 최대 500억 원을 빼주는 제도다. 중소기업의 '상속세 부족→기업지분 매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주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최초 제도가 시행됐을 때 중소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상속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 제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으나 요건이 매우 까다로워 크게 호응을 얻진 못했다. 가업상속공제의 연간 이용 건수는 2015년 67건, 2016년 76건, 2017년 91건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최근 이 요건
K뷰티 전성기를 이끌었던 로드숍 브랜드들이 불황의 늪에 빠졌다. 불황만큼 깊어지는 게 화장품 회사와 가맹점주 사이 갈등이다. 회사로선 시장 변화에 발맞춰 온라인을 강화해야 하는데 오프라인 가맹점주 입장에선 온라인 저가 판매가 달가울 리 없다. 특히 온라인에서 제품 가격을 후려치는 문제가 공론화하면서 가맹점주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로드숍 운영 업체마다 온·오프라인 연계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대책을 내놨는데 최근 LG생활건강 더페이스샵은 다소 극단적인 결론을 내렸다. 온라인 영업을 전면 접기로 한 것이다. 온라인 시대에 온라인 영업을 중단한다는 소식을 접한 화장품 업계 종사자들은 귀를 의심했다. 2005년 일찍이 온라인 사업에 뛰어든 더페이스샵인데 모두가 온라인 강화에 열을 올리는 때에 홀로 다른 길을 선택해서다. 더페이스샵을 운영하는 LG생활건강이 내세운 논리와 명분은 '상생'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동의하는 사람은 적다. 상생의 얼굴을 한 공멸 아니냐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온·
"피고는…원고 2000만원과 지원 손해? 5분의 4는 원고와 피고가. 제1ㅎ…" 이달 13일 서울의 모 법정. 담당 판사의 속사포 랩이 쏟아졌다. 그렇다고 유명 래퍼처럼 '귀에 쏙 들어오지'도 않는다. 선고가 끝나고 노트북 화면에 남은 건 토막난 단어뿐. '어떻게 기사를 쓰지?' 현기증이 이는 와중에 옆자리 중년 남성이 말을 걸었다. "제 판결이 끝난 것 같은데… 잘못 들어서 결론이?…". 이날 듣기평가는 모두 낙제점이었다. 기자도, 원고도, 피고도. 이튿날 같은 법원의 다른 법정에서도 랩은 이어졌다.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 비용 중 2분의 1을 원고가 부담한다." 한줄 선고에도 대부분 자리를 뜨지 않았다. 한 줄 문장으로 판결이 끝난 것을 판사 외에는 아무도 몰라서다. 이날 선고는 장애인들이 지하철에 위험한 리프트 대신 안전한 승강기를 설치해달라며 서울교통공사에 제기한 소송과 관련된 것이었다. 아침 7시 집을 나서 휠체어로 힘들게 법정을 찾은 한 장애인은 "선고에 1
"이르면 하반기부터 공급원가를 포함해 전기요금에 대한 투명하고 객관적인 자료를 공개하겠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누진제 개편 공청회. 패널 토론자로 참석한 권기보 한국전력 영업본부장이 '폭탄 발언'을 꺼냈다. 영업기밀이라던 전기 원가를 공개하겠다고 밝힌 것. 예고없던 발언에 일각에선 누진제 개편에 따른 부담을 안게 된 한전이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왔다. 이 발언은 하루 만에 뒤집혔다. 한전은 다음날 "용도별 원가를 공개하겠다는 취지는 아니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그러면서도 현장에서 "용도별 원가 공개를 추진하겠다"는 말 자체가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발언 자체를 못 들은 것으로 해달라는 것과 다름 없었다. 참고로 당시 현장에는 취재진과 일반인 참석자를 포함해 150여명이 있었다. 번복 과정에서 정부의 압박이 있었을 것이라는 뒷얘기도 나왔다. 이를 단순히 해프닝으로 볼 수 만은 없다. 누진제를 포함해 전기요금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는 배경
유림과 보수의 고향 경북 안동.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의 차남인 앤드류 왕자(요크 공작)가 지난달 안동 하회마을을 찾았다. 어머니인 엘리자베스 2세가 20년 전인 1999년 다녀간 코스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이다. 엘리자베스 2세는 안동에서 73번째 생일상을 받고 하회별신굿도 관람했다. 이 이벤트는 한국의 전통미를 세계에 알리고 한-영 관계도 한 차원 끌어올린 계기로 크게 주목받았다. 그 장소는 전통 한옥 '담연재', 배우 류시원씨 부친인 고(故) 류선우 옹의 자택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2005년 안동엔 다른 손님도 다녀갔다. 고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 전 미국대통령(아버지 부시)이다. 그는 부인 바버라 여사와 함께 와 풍산고등학교에서 강연도 했다. 이 부부가 서애 류성룡의 뜻을 잇는 병산서원에 앉아 고즈넉한 한국의 풍광을 즐기는 모습은 돈독한 한미 관계를 보여준 걸로 평가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안동 하회마을의 진가도 재확인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2009년엔 조지 부
“정부가 혁신성장을 내세우고 있는 데 반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는 종사자들과 간극이 커 벽에 부딪친 것처럼 답답함이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벤처캐피탈(VC) 대표의 말이다. 정부에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비단 VC업계뿐만이 아니다. 스타트업 종사자들을 만나보면 투자지원이나 규제개선도 필요하지만 공무원들이 신산업 전반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줬으면 한다는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3국 순방길에는 젊은 창업가들이 동행했다. 대통령과 동행하는 경제사절단이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꾸려진 것은 처음이다. 과거 경제사절단은 국가를 대표하는 대기업 등 수출기업으로 짜여졌지만 이번엔 배달의민족, 야놀자, 직방, 타다 등 스타트업 53개사와 벤처캐피탈·액셀러레이터 25개사, 대·중소기업 13개사 등 118개사로 구성됐다. 정부는 이번 북유럽 순방을 통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유럽 진출 기반을 마련한다는 청사진을 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