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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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박근혜 정부를 포함해 우리 정부의 형집행정지 제도는 국민들에게 인색하게 운영됐다. 형 집행정지란 징역, 금고 또는 구류의 형 선고를 받은 피고인이 그 형을 이행하기 어려운 인도적 사유가 있을 때 일정기간 수형생활을 멈춰 주는 조치다. 형의 집행으로 인해 현저히 건강을 해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염려가 있는 경우나 고령, 임신, 출산 등 형사소송법상 규정된 사유를 충족해야 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자료를 보면 2004년부터 2013년까지 교정시설 내 사망한 재소자는 227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형(구속)집행정지 신청을 했다가 불허되거나 심사결정이 늦어져 사망한 재소자가 85명(37.4%)에 이르렀다. 2015년엔 의정부교도소에 수감됐던 58살 남성이 형집행정지로 풀려난 다음날 의식을 잃고 식물인간이 된 사건도 있었다. 외국도 마찬가지다. 프랑스는 재범의 우려가 현저한 경우는 제외하고, 예후가 좋지 않은 병리학적 질병이 있거나 구금상태의 유지를 견뎌낼 만한 건강한 상태가
'삼인성호'라는 말이 있다. 사람 셋이 모여 작정하고 거짓말을 하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낸다는 말이다. 여기엔 통상 하나가 더 붙는데 바로 '아니면 말고'다. 여수산업단지 오염물 측정 조작 사건의 불똥이 옮겨붙는 모습을 보며 기업 관계자들은 '삼인성호'와 '아니면 말고'를 떠올린다. 정의당 대표 이정미 의원은 23일 여수산단 적발 기업을 포함한 국내 수십 개 기업이 유독성 물질을 배출하고도 자체 측정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천 소재 SK인천석유화학을 콕 집어 벤젠을 연 1톤 이상 배출하면서 자체 측정을 하지 않았고 자료도 임의로 누락했다고 주장했다. 순식간에 '주범'이 된 SK인천석유의 입장은 정반대다. 이 의원이 지적한 2016년까지 3년에 걸쳐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을 통해 굴뚝 벤젠 배출 여부를 측정했다며 '불검출'이 찍힌 성적서를 곧바로 공개했다. 배출량 1톤에 대해서는 '가정된 숫자'일 뿐이지만 그럼에도 매분기 측정을 해 왔다고 지난해 4분기 측정 수치가 담긴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사실상 긴축재정을 했다. 매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기에 가려졌을 뿐." 사석에서 만난 한 민간 경제전문가는 정부 재정정책에 불만을 제기했다. 매년 예상보다 더 걷힌 세금 '초과세수'가 대규모로 발생하는 등 돈이 남아서 추경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6년 초과세수는 19조6000억원이었고 2017년엔 23조1000억원이었다. 지난해엔 역대 최대인 25조4000억원에 달했다. 일자리, 경기부양 등은 핑계였고 실제론 남은 돈 처리용이었다는 비판이다. 지난해엔 추경을 3조9000억원 하고도 나랏돈이 남아 4조원 규모의 국채를 갚기도 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재정충격지수는 '-0.09'다. 재정충격지수가 0보다 작다는 것은 긴축했다는 얘기다. 올해도 추경을 한다. 긴축재정 기조는 유효하다. 앞서 정부는 올해 예산안을 짜면서 총수입(세입)을 481조3000억원, 총지출(예산) 470조5000억원으로 추산했다. 그마저도 국회에서 총지출이 93
최근 국내 증권시장을 달군 가장 '핫'한 종목은 우선주였다. 지난 8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망으로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우선주가 5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고 같은기간 대한항공 우선주는 3배 넘게 뛰었다. 금호산업 우선주는 경영정상화 방안과 아사아나항공 매각을 재료로 일주일새 3.5배 급등했다. SK그룹과 한화그룹 등 아시아나항공 인수 유력 후보로 떠오른 그룹들의 우선주에도 투자금이 급격히 몰렸다. 보통주도 크게 오른 건 마찬가지였지만 우선주 상승률만큼은 아니었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는 대신 배당이나 자산 배분 등에서 보통주보다 우선권을 갖는 주식이다. 배당금이 높다는 건 매력적이지만 의결권이 없고 기업 실적에 따른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통상 보통주보다 투자 메리트가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점에서 최근 우선주 열풍은 이상한 부분이 많다. 대부분 우선주들이 보통주 대비 급격히 오를만한 마땅한 근거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급등세를 보이는 건 상대적으로 국내
“신용카드나 계좌이체로 결제해 주세요.” 지난 21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제5회 2019 타이페스티벌’. 음식을 주문하고 제로페이로 결제가 가능한지 물어보자 판매원들은 손사래를 쳤다. 청계광장 내 20여개 판매대 가운데 제로페이가 가능한 곳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제로페이는 소비자가 QR코드를 찍고 결제금액을 입력하면 고객 계좌에서 가맹점 계좌로 이체되는 직거래 간편결제 시스템이다. 소상공인은 결제수수료가 0%며, 사용자도 40%의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서울시는 최근 제로페이 가맹점이 100일 만에 10만가구를 돌파했다며 성공을 자신한다. 하지만 소상공인업계에선 제로페이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제로페이 사용률이 극히 저조해서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2월 제로페이 결제금액은 5억3000만원에 그쳤다. 제로페이 사용률이 저조하다 보니 가맹점들조차 고객들에게 제로페이 사용을 추천하지 않을 정도다. 이런 점에서 서울시설공단이 관리하는 청계광장은 제로페이를
“자살보험금 사태를 겪은 지 얼마나 됐다고 치매보험 같은 상품을 경쟁적으로 파는지 모르겠다. 근본원인이 뭔가.”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가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80만건 이상 팔려나간 치매보험 ‘돌풍’을 우려하며 한 말이다. 가벼운 치매를 보장하는 치매보험의 보장금액은 최대 3000만원이다. ‘반복적인 건망증’에도 치매진단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급보험금이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최근 보험사들이 ‘격돌’한 암보험 시장에서도 기현상(?)이 벌어졌다. 2주간, 혹은 1개월간 보험상품 ‘특판’을 하면서 갑상선암 등 유사암 진단금을 3000만원~5000만원 보장했다. 반면 위암, 폐암 등 일반암은 보험금이 1000만원~2000만원이었다. 발병률과 치료비를 감안하면 유사암 진단금이 일반암의 10~20%여야 하는데 1.5배~2배로 역전된 것이다. 보험상품을 ‘냉장고’나 ‘TV’ 같은 공산품처럼 한시적으로 ‘특판’ 하면서 ‘가격파괴’를 하는 것도 새로운 현상이다. 보험업계 ‘판’을 흔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1층엔 국립베를린도서관이 소장한 오래된 지도 사본이 있다. 한반도 우측 바다를 '동해'(Eastern Sea)로 표기한 지도다. '바다 주권'은 해수부가 그렇게 양보 못할 과제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쓰는 용어엔 주권이 명확치 않다. 여전히 일본식 한자 굴레에 있어서다. 안강망(鮟鱇網)이라는 용어를 보자. 안강은 아귀를 말한다. 그물 모양이 입을 벌린 아귀와 비슷하다는 유래다. 물고기 잡는 그물은 건망, 호망, 승망, 각망, 해선망, 봉수망 등이 있는데 이들 모두 일본식 한자다. 우리 삶 깊숙이 파고든 일제 용어가 정부 자료에 버젓이 들어가 있다. 심지어 법령에 담겼다. 우리 수산관련 법령 모태는 1908년 어업법이다. 일제 강점기 용어가 1953년 만들어진 수산업법에 들어갔다. 그렇다고 100년 넘게 용어가 개선되지 않은 것은 후손들 책임이다. 정부는 한때 의지를 보였다. 해수부는 2011년 일본식 용어 200여개를 발굴해 한글 표기식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미국에서 세상을 떠난 지 나흘 만인 지난 12일.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장례를 위해 고인과 같은 비행기를 타고 귀국했다. 그를 보기 위해 도착 시간인 새벽 5시 인천국제공항을 지켰다. 당시 상황상 심경을 물어도 말없이 떠날 것이라는 게 현장 분위기였다. 공항 도착장에 나타난 조 사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예상과 달리 가던 길을 멈춰 섰다. 그는 "가족끼리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 나가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전했다. 귀국편 비행기에서 부친의 말을 마음에 품은 듯 했다. 조 회장의 마지막 말은 장례식장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쳤다. 5일 동안 회사장으로 진행된 장례식은 엄숙히 진행됐다. 조 사장과 유족은 빈소를 드나들 때마다 침통한 표정이었다. 조 사장은 영결식을 마친 뒤 고인의 영정을 안으며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장례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 다음날인 지난 17일, 조 사장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임직원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지난 날의 아픔
지난달 말 불거진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대출 논란으로 KB국민은행이 홍역을 앓았다. 동작구 흑석동 상가를 매입할 당시 국민은행이 10억원 규모의 대출을 내준 게 ‘특혜’라는 게 논란의 골자다. 언론 보도와 당사자들을 중심으로 논박이 오갔지만 다른 은행들은 물론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특혜로 보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었다. ‘임대수익이 이자의 1.5배 이상이어야 한다’는 RTI(임대업이자상환비율) 기준이 강제 적용되던 때가 아니었던데다 은행마다 자체 한도를 정해 RTI 규제를 초과하는 대출을 내주고 있었던 까닭이다. 특히 일부 시중은행이 전체 신규 대출의 30%에 대해 RTI 넘어도 대출을 내 준 것과 비교할 때 국민은행 기준인 10%는 오히려 ‘빡빡한’ 편이었다. 일이 터지자마자 금융감독원은 “의혹을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열흘 넘도록 사건을 쥔 채 공식 견해를 내놓지 않았다. 지난 11일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상황에서 ‘문제가 있다, 없다’고 판단을 내리는 게 적절하지 않다”
"요샌 기자들한테 전화도 안와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관계자는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는 선거제 개편 업무를 담당한다. 한때 그의 휴대폰은 선거제 개편을 묻는 기자들의 전화가 쉴 새없이 걸려왔다. 불과 한 달만이다. 지난 3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릴 선거제 개편안에 합의했다. 합의 직후 선거제 작동방식과 그에 따른 선거구 통폐합 시나리오가 연일 언론에 보도됐다. 급격한 전개에 선거제 논의가 본궤도에 올랐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 국회 상황을 보면 비관론이 쏟아진다. 지난해 11월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는 심상정 정개특위위원장의 발언은 이미 선거제 개편의 험난한 여정을 예고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선거제 향방을 묻는 질문엔 "그게 되겠어?"라는 고정답변이 이어진다.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다느냐'는 말이 꼬리표처럼 붙어다닌다. 결국 의원 밥줄이 달린 선거제를 의원들이 근본적으로 고치긴 쉽지 않다는 자조
“연대보증이 없다는 말 믿지 마세요. (회사가 폐업하면) 대표에게 구상권이 적용되지 않더라도 신용불량자는 피할 수 없습니다.” 미용실·네일숍 예약서비스를 운영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대표 A씨가 이달 초 회사를 폐업하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남긴 글이다. A씨는 “폐업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라며 “신용대출을 일시상환하거나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못하게 될 수 있어 공포스럽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은 금융권이 채무기록을 남겨놓는 ‘관련인 등록제’ 때문이다. 한국신용정보원 등은 기업이 폐업할 경우 해당 50% 이상 과점주주, 지분 30% 이상 최다출자자 등을 관련인으로 등록해 관리한다. 자기자본으로 창업하는 스타트업은 대부분 이에 해당한다. 관련인으로 등록되면 해당 정보가 금융권에 공유돼 신용도 하락 등의 제약을 받는다. 관련인 등록제로 인해 정부의 연대보증 폐지 정책의 취지가 퇴색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4월 금융위원회는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
“역사의 쓰레기통에서 다시 만나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40년간 국제정치학을 연구한 강성학 고려대 명예교수는 현실 정치의 다이내믹스를 평가할 때 줄곧 이 점을 강조했다. 정치가 순간의 피아 구별과 이해 득실로만 따져볼 수 없다는 의미였다. 이슈에 매몰돼 아웅다웅하지만 종국에는 역사의 쓰레기통에 곤두박질 쳐질 비루한 말의 정쟁이라는 냉정한 판단도 포함됐다. “세월호 유가족, 징하게 해처먹는다”, “징글징글 하다” 자유한국당 전·현직 의원의 ‘막말’이 세월호 5주기날 고개를 들었다. 눈과 귀를 의심케 하는 내용인데 현실이다. 분통, 욕설, 막말은 논리적 설득 전에 사람들의 감정을 들끓게 만든다. 정치인의 언어는 선동적이다. 목적과 대상을 명확히 한다. 치밀하게 계산한 뒤 지독하게 파고든다. 언어의 메시지가 빈약할 때 ‘막말’이 더해진다. 정치인들은 마치 전술처럼 막말을 일삼는다. 문제는 그 수준이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다는 점이다. 잔인하고 너절하며 인간 혐오를 담고 있다.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