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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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묵 SK이노베이션 노조위원장이 입을 열었고 현장의 취재진은 귀를 의심했다. "3년간의 결과를 보면 이게 올바른 방향이라는걸 확신한다"는 말. 5일 SK이노베이션 임금협상 조인식에서였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올해로 3년 연속 물가지수 인상률 연동하는 임금인상에 합의했다. 3년 연속 1%대(올해 1.5%)다. 몇 년 전만 해도 진통 끝 4%대 인상이 당연하던 노사의 큰 변화다. 노사 협상 테이블은 밀고 당기는 정치판이나 다름없다. 지나가는 말처럼 흘린 한 마디가 파행의 빌미가 되고 쟁의의 씨앗이 된다. '어제는 맞고 오늘은 틀리다'는 식의 화법은 일상적으로 통하는 곳이 바로 이 테이블이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조건으로 합의해도 사측은 "회사가 양보했다", 노측은 "노조가 양보했다"고 주장한다. 일반적인 노사 협상 문법이다. SK이노베이션 노사 대화는 그래서 특별했다. 김준 사장은 "SK이노베이션 노사문화가 바람직스러운 방향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화답했
“한국은행 영향력 아래 있던 금융결제원을 금융위원회가 접수한 것이다” 차기 금융결제원장에 김학수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이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 금융권 관계자가 내놓은 ‘관전평’이다. 1986년 금융결제원 설립 이래 한국은행 출신이 아닌 인사가 원장 자리에 앉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이례적인 일로 받아 들여졌다. 김 상임위원은 지난 5일 금융위에 사표를 냈다. 원장 내정시기는 공교롭게도 금융위가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방안을 대대적으로 발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금융위는 핀테크 기업에 금융결제망을 개방하고 이용수수료를 10분1로 대폭 낮추겠다고 했다. 금융위는 궁극적으로 핀테크 기업이 은행처럼 계좌를 개설해 입출금 서비스도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핀테크 기업에 금융결제망을 열어주고 계좌를 만드는 것까지 허용하려면 절차상 금결원과 한은의 동의가 필수다. 비영리 사단법인인 금결원의 최고의사 결정 기구인 총회는 한은을 비롯한 10개 사원은행으로 구
미세먼지를 줄일 수만 있다면 '나'를 희생할 수 있을까. 차량 2부제 민간 도입에 대한 찬반 여론은 일종의 희생지수로 볼 수 있다. 7일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최근 6년간 각종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 평균 찬성률은 76.1%였다. 나와 내 식구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이동의 자유를 제약해도 좋다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미세먼지 추경(추가경정예산)도 희생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차량 2부제와 같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정 당국에 미세먼지 추경 검토 지시를 내렸다. 미세먼지 추경은 규모가 커질수록 나랏빚(적자국채 발행)이 늘어날 가능성도 커진다. 정부는 예산을 어떻게 쓸지 계획할 때 내가 냈거나 내야 할 세금을 바탕으로 한다. 추경 편성을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면 앞으로 내 세금으로 갚아야 할 나랏빚이 늘어나거나 복지 등 내가 혜택받을 예산을 돌려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추경의 최종 부담은 정부가 아닌 내가 진다. 나는 기꺼이 미세먼지 추경을 수용할 수 있을까. 자동차가 내뿜는 매연의
#2016년 6월.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소속 3500여개 사립유치원들이 집단 휴업을 예고했다. 정부에 재정지원 확대를 요구하며 아이들을 볼모로 잡았다. 당시 정부는 ‘맞춤형 보육’을 준비중이었고 한유총은 사립유치원의 ‘수입’이 줄까 걱정했다. 결국 정부가 백기를 들었다. 교육부 장관이 사립유치원의 누리과정 비용 인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발언했다. 파업 예정 하루 전날 한유총은 승리를 만끽하며 집단 휴업 철회를 선언했다. #2017년 9월. 한유총이 또 집단휴업을 예고했다. 이번엔 기간이 더 길었다. 같은 달 18일과 25~29일까지 총 6일을 쉬겠다고 했다. 경기도교육청이 사립유치원을 상대로 대대적 감사를 진행하고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을 개정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당시에도 파업은 철회됐다. 정부가 또 물러섰다. 정부는 사립유치원 유아학비 지원금 인상을 위해 노력하고 감사 문제 관련 사전교육 등을 병행하겠다며 한유총을 달랬다. 2019년 3월 한유총의 개학연기 투쟁은
“집에서 가급적 고등어 구워 먹지 마세요.” ‘침묵의 살인자’ 미세먼지가 국가 재난 문제로 공론화하기 시작한 2016년 5월 환경부가 내놓은 대책이다. 환경부는 뭇매를 맞았다. ‘평생 담배 한 대 안 핀 어머니가 폐암으로 돌아가신 이유가 고등어를 좋아한 나 때문이었던 것’이라는 한탄은 곧 국민 분노로 이어졌다. 고등어 다음은 삼겹살과 돼지갈비였다. 직화구이 음식점의 숯불 사용 등을 규제해 미세먼지를 잡겠다는 대책에 ‘영세 자영업자와 서민만 잡는다’는 반발이 커졌고 결국 흐지부지됐다. 그로부터 3년 후. 국민들은 여전히 미세먼지에 고통받고 있다. 상황이 더 악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교·사회적 갈등을 이유로 중국발(發) 미세먼지 공동 저감, 경유세 인상, 노후 경유차 폐차 등 실제 효과를 낼 핵심 대책을 차일피일 미뤄온 탓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당시 ‘미세먼지 없는 푸른 대한민국’을 공약으로 내세운 데 이어 취임 후에도 “특단의 조치를 내리겠다”고 거듭 강조했으나 다른 정책과
최근 주식시장에서 가장 ‘핫’한 테마주를 꼽으라면 단연 남북경협주다. 남북관계 개선이나 북미 정상회담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개인투자자가 몰리며 관련 테마주 주가는 널뛰기를 한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 M&A(인수·합병) 시장에서도 감지된다. 상장사를 찾아가 대북사업을 제안하는 브로커들이 암약하는 것. 이들은 북한에 대한 미국과 유엔의 제재가 풀리고 남북경협이 재개되면 사업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제안하는 사업 아이템도 북한 자원개발부터 농상물·맥주 유통, 골프장·호텔 건설, 카지노 사업 등으로 다양하다. 북한 기관의 직인이 찍힌 문서나 고위관계자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는 등 자신의 인맥을 과시하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고 한다. 브로커로부터 대북사업 제안을 받았다는 한 상장사 CEO(최고경영자)는 “대북사업 제안서를 들이밀며 중국 단둥에 가면 바로 북한 고위관계자를 만나게 해줄 수 있다고 설득하는데 정말 그럴듯하더라”고 전했다. 기업 입장에서 대북사업은 달콤한 제안이다. 남북미 정
폴더블(접이식) 스마트폰이 차세대 폼팩터(제품형태)로 떠오르고 있다. 그 핵심 콘텐츠로 ‘게임’이 주목 받는다. 폴더블폰의 널찍한 화면에서 지금보다 더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고사양 스마트폰으로 더 빨라진 속도, 선명한 그래픽의 FPS(1인칭 슈팅게임)나 ‘스타크래프트’, ‘롤’ 같은 인기 PC게임을 옮겨올 수도 있다. 하지만 기대에 비해 게임업계에서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대응이 더딘 것이 현실이다. 삼성전자의 첫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는 오는 4월26일 미국을 시작으로 5월 국내와 유럽에 순차 출시될 예정이지만 이에 특화된 전용 게임 출시나 개발 계획을 밝힌 게임사는 아직 없다. 폴더블폰의 대중화 여부가 불투명한데다 접었다 펼때 변하는 해상도·화면비 적용, 발열, 배터리 용량 등 기술적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대형 게임사에서는 모바일· PC온라인 게임의 UI(이용자환경)·UX(이용자경험)를 폴더블 화면에 최적화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현재 태블릿P
'사법농단 수사'가 8개월간의 대장정을 사실상 끝냈다. 전직 대법원장의 구속과 함께 총 14명의 전·현직 법관이 피의자로 재판에 넘겨졌고 66명의 현직 법관들이 대법원에 비위 사실이 통보됐다. 사법부로선 치욕적인 기록이지만 한편으론 '사법의 영역'도 범죄 혐의가 있을 땐 수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데 의의를 두는 이들도 적지 않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이 "재판거래 등 사법농단의 한쪽 당사자인 전 정권 청와대에서는 전직 대통령까지 수사가 이뤄지는데 다른 한쪽 당사자인 사법부 고위직 역시 수사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이유도 그렇다. 사법부가 수사의 성역이 될 수 없다는 명분이 사법농단 수사를 여기까지 이끌어왔다. 그러나 사법농단 수사 막바지에 이르러 의혹에 연루된 현직 대법관에 대해서는 이 같은 명분이 과연 지켜졌는지 뒷맛이 다소 씁쓸하다. 양 전 대법원장 공소장에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에 관여한 공범으로 적시됐으나 결국 기소 대
미분양 아파트가 산적하지만 청약 과열로 지정된 조정대상지역이 있다. 역설적인 상황에 처한 해당 지역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지역구가 속한 경기도 고양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달 28일 제30차 미분양관리지역으로 경기 고양·이천, 부산 영도·부산진구, 대전 유성구를 추가 지정했지만, 다음 날 고양시가 조정대상지역이라 취소한다고 밝혔다. 고양시가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선정될 수밖에 없는 조건을 충족한 것은 맞지만 정부가 지정한 조정지역대상과 '미스매칭'이 있다는 게 이유였다. 미분양관리지역은 부동산시장이 침체 됐을 경우에, 조정대상지역은 과열됐을 때 지정된다. 미분양관리지역은 미분양 주택수가 500가구 이상인 시·군·구 중 △최근 3개월간 전월보다 미분양세대수가 50% 이상 증가한 달이 있는 지역 △당월 미분양 세대수가 1년간 월평균 미분양세대수의 2배 이상인 미분양 해소 저조 지역 △최근 3개월간 전월보다 인허가실적이 50% 이상 증가 등 조건 하에 미분양세대수가 전달보다
여야 정치권이 지난 3일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한유총)의 ‘유치원 개학 무기한 연기’에 대처하는 모습은 ‘무능함’ 그 자체였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어린이를 볼모로 잡고 치밀하게 인질극을 벌인 한유총과 달리 정치권은 우왕좌왕하며 경고 사격만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교육위원회 의원들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거래법 상 담합행위이며, 유아교육법 상 학교운영위원회의 자문을 거치지 않은 불법적인 행위"라며 ‘엄정 대처’ 입장을 밝힌 정부와 한 목소리를 냈을뿐 해결책을 내놓진 못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역시 "유치원 개학 연기를 철회하라"며 한유총을 비판했을 뿐이다. 줄곧 한유총을 편들었던 자유한국당은 한유총에 개학연기 철회를 요청하면서도 ‘교육 파행’ 원인을 정부·여당 탓으로 돌렸다. 이번 한유총 사태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이전부터 예견됐다. 한유총은 투명 회계 시스템인 에듀파인 도입을 거부했고, 국회에서 논의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아웃도어 업체들의 올겨울 장사가 신통치 않았다. 각 브랜드 담당자들은 짠듯이 같은 얘길 했다. 춥지 않은 날씨 때문이라고. 정말이지 이번 겨울엔 날씨가 안 도와줬다고. 고개를 몇 번 끄덕이다 의문이 들었다. 날씨만 문제였을까. 겨울이 끝난 이 시점까지도 롱패딩이 4장에 한장 꼴로 남아도는 것은 기본적으로 수요예측의 실패다. 날씨를 탓하기 이전에 시장분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뼈까지 시린 한파가 몰려왔던 2017년 말~2018년 초, 웬만한 소비자들은 롱패딩을 이미 사입었다. 까맣고 긴 '김밥패딩' 일색에 질린 이들도 여럿이었다. 유행 지난 롱패딩을 올 겨울에 '신상'(신상품)으로 구매할 만한 이유는 적었다. 그런데도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전년보다 롱패딩을 더 찍어냈다. 왜 그랬을까. 우선 대안이 없었다. 롱패딩을 대체할 그 무언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면밀한 시장분석으로 시즌 트렌드를 이끌기보다는 '따라가기'에 급급했다. 롱패딩 생산물량을 정하던 지난해 여름
“5G와 AI 시대로 가는 터닝포인트다. 졸면 죽는 거다.” 지난달 25~28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9’에서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이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건넨 말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선언하면서 바람을 잡았는데, 전 세계가 빠르게 움직이니 한눈 파는 사이에 따라잡힐 수 있을 것 같다”는 유 장관의 우려에 대한 맞장구다. 실제 ‘MWC 2019’ 현장은 5G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5G 미디어와 혁신 기술들의 경연장이었다. 올해 MWC 최고의 스타는 폴더블폰(접히는 폰)이다. 삼성전자와 화웨이, 로욜이 폴더블 스마트폰을 선보였고 LG전자는 듀얼스크린이 탑재된 5G 스마트폰을 내놨다. 삼성전자와 화웨이 폴더블폰 전시관엔 항상 관람객들로 붐볐다. 이중에서도 인기의 절정은 삼성전자가 내놓은 인폴딩 방식의 ‘갤럭시 폴드’다. 기술적 완성도와 활용도 면에서 경쟁사들을 압도했다는 평가다. 문제는 후발주자들과 격차가 크지 않다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