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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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나 계좌이체로 결제해 주세요.” 지난 21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제5회 2019 타이페스티벌’. 음식을 주문하고 제로페이로 결제가 가능한지 물어보자 판매원들은 손사래를 쳤다. 청계광장 내 20여개 판매대 가운데 제로페이가 가능한 곳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제로페이는 소비자가 QR코드를 찍고 결제금액을 입력하면 고객 계좌에서 가맹점 계좌로 이체되는 직거래 간편결제 시스템이다. 소상공인은 결제수수료가 0%며, 사용자도 40%의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서울시는 최근 제로페이 가맹점이 100일 만에 10만가구를 돌파했다며 성공을 자신한다. 하지만 소상공인업계에선 제로페이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제로페이 사용률이 극히 저조해서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2월 제로페이 결제금액은 5억3000만원에 그쳤다. 제로페이 사용률이 저조하다 보니 가맹점들조차 고객들에게 제로페이 사용을 추천하지 않을 정도다. 이런 점에서 서울시설공단이 관리하는 청계광장은 제로페이를
“자살보험금 사태를 겪은 지 얼마나 됐다고 치매보험 같은 상품을 경쟁적으로 파는지 모르겠다. 근본원인이 뭔가.”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가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80만건 이상 팔려나간 치매보험 ‘돌풍’을 우려하며 한 말이다. 가벼운 치매를 보장하는 치매보험의 보장금액은 최대 3000만원이다. ‘반복적인 건망증’에도 치매진단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급보험금이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최근 보험사들이 ‘격돌’한 암보험 시장에서도 기현상(?)이 벌어졌다. 2주간, 혹은 1개월간 보험상품 ‘특판’을 하면서 갑상선암 등 유사암 진단금을 3000만원~5000만원 보장했다. 반면 위암, 폐암 등 일반암은 보험금이 1000만원~2000만원이었다. 발병률과 치료비를 감안하면 유사암 진단금이 일반암의 10~20%여야 하는데 1.5배~2배로 역전된 것이다. 보험상품을 ‘냉장고’나 ‘TV’ 같은 공산품처럼 한시적으로 ‘특판’ 하면서 ‘가격파괴’를 하는 것도 새로운 현상이다. 보험업계 ‘판’을 흔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1층엔 국립베를린도서관이 소장한 오래된 지도 사본이 있다. 한반도 우측 바다를 '동해'(Eastern Sea)로 표기한 지도다. '바다 주권'은 해수부가 그렇게 양보 못할 과제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쓰는 용어엔 주권이 명확치 않다. 여전히 일본식 한자 굴레에 있어서다. 안강망(鮟鱇網)이라는 용어를 보자. 안강은 아귀를 말한다. 그물 모양이 입을 벌린 아귀와 비슷하다는 유래다. 물고기 잡는 그물은 건망, 호망, 승망, 각망, 해선망, 봉수망 등이 있는데 이들 모두 일본식 한자다. 우리 삶 깊숙이 파고든 일제 용어가 정부 자료에 버젓이 들어가 있다. 심지어 법령에 담겼다. 우리 수산관련 법령 모태는 1908년 어업법이다. 일제 강점기 용어가 1953년 만들어진 수산업법에 들어갔다. 그렇다고 100년 넘게 용어가 개선되지 않은 것은 후손들 책임이다. 정부는 한때 의지를 보였다. 해수부는 2011년 일본식 용어 200여개를 발굴해 한글 표기식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미국에서 세상을 떠난 지 나흘 만인 지난 12일.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장례를 위해 고인과 같은 비행기를 타고 귀국했다. 그를 보기 위해 도착 시간인 새벽 5시 인천국제공항을 지켰다. 당시 상황상 심경을 물어도 말없이 떠날 것이라는 게 현장 분위기였다. 공항 도착장에 나타난 조 사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예상과 달리 가던 길을 멈춰 섰다. 그는 "가족끼리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 나가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전했다. 귀국편 비행기에서 부친의 말을 마음에 품은 듯 했다. 조 회장의 마지막 말은 장례식장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쳤다. 5일 동안 회사장으로 진행된 장례식은 엄숙히 진행됐다. 조 사장과 유족은 빈소를 드나들 때마다 침통한 표정이었다. 조 사장은 영결식을 마친 뒤 고인의 영정을 안으며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장례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 다음날인 지난 17일, 조 사장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임직원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지난 날의 아픔
지난달 말 불거진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대출 논란으로 KB국민은행이 홍역을 앓았다. 동작구 흑석동 상가를 매입할 당시 국민은행이 10억원 규모의 대출을 내준 게 ‘특혜’라는 게 논란의 골자다. 언론 보도와 당사자들을 중심으로 논박이 오갔지만 다른 은행들은 물론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특혜로 보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었다. ‘임대수익이 이자의 1.5배 이상이어야 한다’는 RTI(임대업이자상환비율) 기준이 강제 적용되던 때가 아니었던데다 은행마다 자체 한도를 정해 RTI 규제를 초과하는 대출을 내주고 있었던 까닭이다. 특히 일부 시중은행이 전체 신규 대출의 30%에 대해 RTI 넘어도 대출을 내 준 것과 비교할 때 국민은행 기준인 10%는 오히려 ‘빡빡한’ 편이었다. 일이 터지자마자 금융감독원은 “의혹을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열흘 넘도록 사건을 쥔 채 공식 견해를 내놓지 않았다. 지난 11일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상황에서 ‘문제가 있다, 없다’고 판단을 내리는 게 적절하지 않다”
"요샌 기자들한테 전화도 안와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관계자는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는 선거제 개편 업무를 담당한다. 한때 그의 휴대폰은 선거제 개편을 묻는 기자들의 전화가 쉴 새없이 걸려왔다. 불과 한 달만이다. 지난 3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릴 선거제 개편안에 합의했다. 합의 직후 선거제 작동방식과 그에 따른 선거구 통폐합 시나리오가 연일 언론에 보도됐다. 급격한 전개에 선거제 논의가 본궤도에 올랐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 국회 상황을 보면 비관론이 쏟아진다. 지난해 11월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는 심상정 정개특위위원장의 발언은 이미 선거제 개편의 험난한 여정을 예고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선거제 향방을 묻는 질문엔 "그게 되겠어?"라는 고정답변이 이어진다.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다느냐'는 말이 꼬리표처럼 붙어다닌다. 결국 의원 밥줄이 달린 선거제를 의원들이 근본적으로 고치긴 쉽지 않다는 자조
“연대보증이 없다는 말 믿지 마세요. (회사가 폐업하면) 대표에게 구상권이 적용되지 않더라도 신용불량자는 피할 수 없습니다.” 미용실·네일숍 예약서비스를 운영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대표 A씨가 이달 초 회사를 폐업하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남긴 글이다. A씨는 “폐업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라며 “신용대출을 일시상환하거나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못하게 될 수 있어 공포스럽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은 금융권이 채무기록을 남겨놓는 ‘관련인 등록제’ 때문이다. 한국신용정보원 등은 기업이 폐업할 경우 해당 50% 이상 과점주주, 지분 30% 이상 최다출자자 등을 관련인으로 등록해 관리한다. 자기자본으로 창업하는 스타트업은 대부분 이에 해당한다. 관련인으로 등록되면 해당 정보가 금융권에 공유돼 신용도 하락 등의 제약을 받는다. 관련인 등록제로 인해 정부의 연대보증 폐지 정책의 취지가 퇴색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4월 금융위원회는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
“역사의 쓰레기통에서 다시 만나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40년간 국제정치학을 연구한 강성학 고려대 명예교수는 현실 정치의 다이내믹스를 평가할 때 줄곧 이 점을 강조했다. 정치가 순간의 피아 구별과 이해 득실로만 따져볼 수 없다는 의미였다. 이슈에 매몰돼 아웅다웅하지만 종국에는 역사의 쓰레기통에 곤두박질 쳐질 비루한 말의 정쟁이라는 냉정한 판단도 포함됐다. “세월호 유가족, 징하게 해처먹는다”, “징글징글 하다” 자유한국당 전·현직 의원의 ‘막말’이 세월호 5주기날 고개를 들었다. 눈과 귀를 의심케 하는 내용인데 현실이다. 분통, 욕설, 막말은 논리적 설득 전에 사람들의 감정을 들끓게 만든다. 정치인의 언어는 선동적이다. 목적과 대상을 명확히 한다. 치밀하게 계산한 뒤 지독하게 파고든다. 언어의 메시지가 빈약할 때 ‘막말’이 더해진다. 정치인들은 마치 전술처럼 막말을 일삼는다. 문제는 그 수준이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다는 점이다. 잔인하고 너절하며 인간 혐오를 담고 있다. 5.
"지긋지긋하다 세월호, 유가족 XX" 세월호 5주기인 16일 광화문 사거리를 지나는데 귀를 의심케 하는 소리가 들렸다. 사거리 한쪽 천막에서는 쉬지 않고 욕설이 흘러나왔다. 시민들의 찌푸림에도 아랑곳없이 스피커 볼륨은 높아져 갔다. 무대를 온라인으로 옮겨와도 똑같은 현상은 반복된다. 관련 기사에는 '이제 좀 그만하자', '감성팔이 진절머리난다' 등 댓글이 넘쳐난다. 추모와 위로가 있어야 할 자리는 어느새 혐오와 몰상식이 가로챈 지 오래다. 정치인 막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차명진 자유한국당 전 의원은 세월호 유가족들을 향해 "진짜 징하게 해 처먹는다"는 글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렸다가 논란이 일자 삭제했다. 같은 당 정진석 의원도 자신이 받은 메시지라며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으라 하세요"라고 적었다. 5년. 이제 불과 5년이 지났을 뿐인데 세월호를 외면하려 한다. 세월호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소중한 생명의 문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여전히 세월호를 기억하려 애쓰는 사
얼마 전 공개된 고위공무원 2394명의 재산내역 중 보유 부동산가격에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한 공무원의 아파트는 1년 새 공시가격이 1억원가량 올랐지만 재산내역에는 3500만원 정도 줄었다. 지난해 주택을 취득한 공무원은 재산가액에 취득가격이 표시돼야 했지만 수억 원 낮은 공시가격이 적혔다. 재산내역 오류를 본인 실수라고 얘기한 경우도 있었지만 정부 시스템 오류를 주장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주소를 정확히 입력했지만 공시가격이 잘못 게재됐다거나 실거래가를 입력했는데 공시가격이 재산가액으로 표기됐다는 것이다. 재산내역 공개를 담당하는 인사혁신처 공무원은 시스템이 잘못될 가능성은 없다고 못 박았다. 또 모든 재산공개 책임은 본인에게 있으며 일일이 수작업으로 수치를 수정할 수도 있다고 했다. 재산공개 원칙이 안내되며 본인 최종 확인도 거친다고 했다. 인사혁신처 얘기대로라면 신고자 개인 탓에 재산내역에 오류가 생긴 셈이다. 고위공무원 재산공개를 두고 ‘네 탓’ 공방이 벌어지는
'임블리'(본명 임지현)가 '호박즙 곰팡이' 사태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임블리는 웬만한 연예인보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84만명)가 많은 인플루언서 겸 기업인이다. 일명 '임블리 호박즙'은 붓기 제거에 효과가 있다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붓기즙'으로 불린 제품이다. 한 구매자가 곰팡이를 발견했는데 임블리 측에서 환불이 어렵다는 초기 대응을 내놓으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논란이 커지자 임블리는 환불 조치에 나섰지만 때는 늦었다. 호박즙 곰팡이 사태는 3주째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로서는 먹거리 안전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SNS를 통한 먹거리 구매 이슈는 '미미쿠키' 사태를 겪은 터라 파장이 크다. 마트 제품을 포장만 바꿔 '유기농 수제쿠키'로 속여 판 사건이었다. 이번 일로 여실히 드러난 문제는 두 가지다. 우선 SNS라는 간편한 수단을 통해 전문성 없는 판매가 빈번하게 이뤄지는 현실이다. 임블리는 패션·뷰티를 전문영역으로 삼고 브랜드를 운영 중인데 '블리 픽'
지난 11일 주식 시장에서는 이테크건설 주가가 장 초반부터 9% 가까이 올라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평소 1만주 내외 수준이던 거래량은 크게 늘어 이날만 6만3000여주가 거래됐다. 9만원 안팎에서 제자리걸음 중이던 주가는 이틀 연속 올라 지난 13일 9만9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동안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이테크건설이 실시간 검색어까지 오른 이유는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부부가 이테크건설 주식을 1만9040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테크건설 뿐 아니라 이 후보자 부부가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삼광글라스, 성광벤드, 대양전기공업, 메지온 등을 다른 종목들 역시 관심을 받았다. '판사 테마주'의 등장이다. 투자자들은 이 후보자 부부가 보유했다는 종목에 '판사 테마주' '이미선 테마주'라는 이름을 붙이고 덩달아 투자에 나섰다. 투자자들은 고위 공직자가 대량 보유한만큼 '무언가' 호재가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과감히 베팅했다. '테마'는 시장을 움직인다. 특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