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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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LG그룹의 상속세 납세가 화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상속인들은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LG 주식에 대한 상속세 9215억원을 과세당국에 신고하고, 1차 상속세액 1536억원을 납부했다. 재벌가가 법정세율 그대로 상속세를 납부하는 건 드문 일이다. 구 회장은 ㈜LG 지분 8.8%를 물려받으며 총 7200억원의 상속세를 낸다. 역대 최대 규모다. 세간에서 찬사가 나왔다. 모처럼 재벌가 뉴스에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기업이다" "앞으로 LG 제품을 우선순위로 구매하겠다"는 '선플'이 이어졌다. LG 관계자는 "원칙대로 했을 뿐"이라며 "세금은 당연히 다 내야 하고 사업은 그 기반에서 해야 한다는 게 그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주목할 것은 일각에서 '상속세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여론이 급속히 제기되고 있단 점이다. 구 회장의 상속세 납세에 박수를 치면서도 역으로 어마어마한 액수에 '뭔가 문제가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구 회장은 상속받을 재산에 20
“부모가 아이를 버리고 갔어요.” 사설 위탁모들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종종 접수하는 신고 내용이다. 한 아동인권 전문 변호사는 “개인끼리 계약으로 이뤄지는 사설 위탁모는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있어 부모가 법의 감시를 피해 자녀를 유기하기 쉬워진다”며 “사설 위탁모가 아이 부모를 찾아 달라고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사설 위탁모에 대한 관리 감독 체계가 없다 보니 아이 유기가 빈발한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다. 이달 5일 재판에 넘겨진 사설 위탁모 김모씨(38)의 아동학대 사건도 사설 위탁모 관리체계의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2016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김씨를 상대로 5차례 아동학대 의심신고가 있었지만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은 김씨 진술만 듣고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감시에서 벗어난 김씨의 학대는 계속됐고 결국 생후 15개월 아이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국가 가정위탁제도 하에 있는 위탁 부모는 지방자치단체와 보건복지부의 철저한 관리를 받는다. 선정 과정에서 자격
"다자녀 특별공급이 없어졌다고요?" 얼마 전 만난 지인은 아내가 셋째를 임신했다며 다자녀 특별공급을 받을 생각에 잔뜩 고무된 모습이었다. 현재 직장이 있는 여의도에 새 아파트가 공급되면 당장 청약할 생각이라는 것이다. 그의 행복한 상상을 방해하고 싶진 않았지만 그래도 정확한 사실을 알려줘야 할 것 같아 최근 청약제도 변경으로 9억원 초과 주택은 특별공급이 폐지됐다고 말해줬다. 서울 도심의 새 아파트를 장만할 꿈에 부풀었던 그는 이후 내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소주잔만 연거푸 들이켰다. 청약제도를 잘 모르는 건 비단 그 뿐만이 아니다. 그래도 그는 건설업계 종사자로 부동산에 관심이 많고 나름 투자도 해 본 사람인데도 최근 바뀐 제도를 잘 몰랐다. 부동산 기자는 물론이고 부동산 전문가나 일선에서 일하는 분양상담사들도 헷갈려 한다. 일관성 없이 툭하면 바뀌는 청약제도 탓이다. 청약제도가 명시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은 1978년 제정 이후 40년 동안 138회나 개정됐다. 1년에 약 3.
"무이자 할부, 포인트 혜택 사라진다고 기사 쓰지 말아 주세요" 최근 금융권의 '핫이슈'는 카드 수수료 인하였다. 정부·여당이 지난달 말 관련 정책을 발표한 뒤 여론도 엇갈렸다. '자영업자의 부담 경감이 현실화됐다'는 환영의 목소리와 함께 '무이자 할부 폐지, 포인트 혜택 축소 등으로 결국 일반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것'이란 우려도 터져 나왔다. 수수료 인하로 내년 수천억원대 이익 감소가 불가피한 카드업계로선 전자의 환영보다는 후자의 우려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게 자연스럽다. '답정너' 식의 희생을 강요당했던 카드업계로선 가려운 구석을 긁어주는 내용이기도 하다. 하지만 업계 고위 관계자는 "혜택이 축소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더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카드의 위기는 이미 수수료 인하 이전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IT(정보통신) 대기업의 QR코드 결제 마케팅이 본격화됐고, 지자체마다 우후죽순 '◯◯페이'를 들고 나온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소비자들이 '별
"D등급 통신구에서 불났다고 서울 5분의 1 지역에 통신 마비가 왔으니… 예방주사 세게 맞은 거죠." 지난달 24일 KT아현지사 지하 통신구에서 난 화재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다. 중구, 서대문구, 마포구 등 서울의 25%에 달하는 지역에서 KT 유무선 통신이 단절돼 적잖은 이용자들이 피해를 봤다. '통신재난'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렇게 중요한 통신구였음에도 스프링클러 등 제대로 된 소방장치가 없었다. 정부 감독이 필요없는 'D' 등급 시설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통신시설의 영향권 범위에 따라 A~D등급으로 분류하는 기준을 마련해뒀다. 권역 규모 시설은 A등급, 광역시·도 규모 시설은 B등급, 3개 이상 시군구에 영향을 미치면 C등급, 단일 시군구에 영향을 미치면 D등급이다. 등급분류는 통신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한다. KT는 아현지사를 D등급으로 분류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고했다. 이에 대해 KT는 등급을 올려 신고할 예정이었다고 말하지만, C등급으로 분류했
"고용동향 등 경제지표까지 좋지 않게 나오다 보니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은 아예 물건너 간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한 간부는 최근 기자와 만나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을 둘러싼 공정위 내부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공정위 내부에서 개정안 통과에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정계·경제계·학계·법조계·언론계 등을 대상으로 모두 19차례 토론회와 간담회를 가질 정도로 공을 들인 작품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야당과 재계 반대가 만만치 않아 국회 통과를 자신하기 어렵다. 경성담합 전속고발제 폐지와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강화는 '기업옥죄기'라고 반발한다. 최근 고용, 소득 등 경제지표의 악화도 야당의 주장에 힘을 싣는다. 김 위원장과 담당부서인 경쟁정책국 직원들은 필사적으로 뛰고 있지만 그 외의 직원들은 딱히 관심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공정위는 재취업 비리 관련 검찰 수사, 심판관리관 업무정지 등으로 '비리집단'이라는 낙인이 찍
"한 달여가 몇십년 같이 고통스러웠습니다. 회사도 회사지만, 일하는 사람들 역시 하던 일을 멈추고 불안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무엇보다 이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 더 힘들었습니다." 대상 청정원 런천미트 등 캔햄 생산을 담당하는 천안공장 근로자들의 토로다. 대상이 지난 10월24일 런천미트 대장균 파문 이후 캔햄 전 제품 생산과 판매를 중단하면서 천안공장에서 일하던 160여명의 근로자들 역시 불안에 떨어야 했다. 한 근로자는 "발표만 일단 해놓고 아니면 말고 식의 정부 대응으로, 회사뿐 아니라 정규직 근로자와 협력업체 직원들은 하던 일을 중단하고, 힘든 나날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대상이 이달 1일부터 캔햄 전 제품 생산과 판매를 39일 만에 재개한다고 밝혔지만 브랜드 이미지 훼손, 그간의 유·무형 피해는 단숨에 회복하기 힘들다. 문제는 정작 통조림 햄에서 대장균이 검출된 원인조차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대상이 공장 생산 재개를 발표한 같은 날, 대상 캔햄 제품 조사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자유한국당 의원)의 이름이 들린다. 한국당 원내대표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잦아진다. 시각은 갈린다. 스스로 자중하는데 주변이 가만두지 않는다는 해석, 약간의 기지개를 폈다는 분석 등이 그렇다. 어찌됐건 난파선 한국당 내에서 김무성만한 중량감을 가진 정치인은 없다. 그래서인지 한때 계파 갈등의 희생자였던 그가 당내 계파 갈등의 표지석이 되는 모양새다. 친박(친박근혜) 좌장이었다가 버림받고 비박 중심이 된 김무성을 향해 옛친박(친박근혜계) 성향 초재선 의원모임인 ‘통합과 전진 포럼’은 “당을 더이상 분열시키지 말고 자숙하라”고 날을 세웠다. 비박(비박근혜)·복당파 원내대표 단일 후보가 된 김학용 의원의 뒤에 김무성의 ‘교통정리’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계파 갈등의 핵심에 김무성을 두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지만 이런 ‘설’이 나오는 것, 이런 작업이 먹힌다는 것 자체가 당의 현실을 보여준다. 당내 초재선을 중심으로 한 ‘친박’ 세력이 뭉친다. 반대편도 결
"안의 문제를 밖에서 풀려고 하니 안 된다." 광주시와 현대차가 협상 중인 ‘광주형 일자리’를 놓고 한 자동차부품기업 임원이 한 말이다. 현대차 내부의 ‘고비용, 저효율’ 문제를 고치지 못한 채 외부(광주)에 새로운 공장을 세우려고 하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혁신적 노사관계와 생산성 향상을 통해 기업 하기 좋고 일하기도 좋은 사회를 구현한다’는 ‘광주형 일자리’의 취지는 모두가 공감한다. 하지만 광주시가 아닌 현대차 입장에서 보면 ‘적정노동, 적정임금’이라는 모호한 가치가 회사에게는 부담이, 노조에게는 ‘동일노동, 상이(相異)임금’으로 비춰지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현대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를 저임금, 나쁜 일자리로 규정하며 신규 공장 건설은 과잉 중복투자라고 지적한다. 노조의 지적에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다. 국내 자동차 내수 시장 정체 부분이다. 올 1~10월 승용차 내수(수입차 제외)는 지난해 대비 0.2%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공장 건설은
"중간이 없어요, 중간이" 최근 유통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이야기다.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에 '중간'이 없다는 것인데 고가의 럭셔리 제품이거나 아예 저렴한 상품만 날개 돋친 듯 팔린다는 말이다. 백화점업계는 해외 럭셔리 브랜드 매출 성장세가 꺾일 줄 모른다. 성장절벽에 맞닥뜨린 백화점 성장률을 그나마 한자릿수로 유지해주는 게 10~20% 성장세를 이어가는 해외명품 판매 덕분이다. VIP들이 백화점 성장률을 받쳐주는 구조다. 과거 중요 매출 포인트였던 여성의류 카테고리는 역신장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은 온라인 특가상품에 몰린다. 최근 이러한 양상을 여실히 살펴볼 수 있는 곳은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다. '이마트 럭키박스' '위메프 에어팟' '유니클로 감사제' '올리브영 세일'까지. 소비재 기업들의 할인 이벤트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실검 상위에 올랐다. '매크로'를 활용한 광고수법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지만 다수 이커머스 기업들의 '뜨거운' 11월 세일 실적이 소비자 관심을 방
올해 코스닥에선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부쩍 늘었다. 현재까지 13개, 연말까지 많게는 20개 안팎의 기업이 상장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도 도입 뒤 역대 최대 기록인 2015년 12개를 훌쩍 넘는다.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 따라 상장 요건을 완화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지난 4월 도입된 코스닥벤처펀드를 통한 코스닥 공모시장 유동성 확대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특례상장 기업이 늘어난 반면 코스피 우량기업의 신규상장이 줄어든 것이 아쉬운 대목이다. 코스닥 기업공개(IPO) 실적은 좋았지만 반대로 코스피 시장을 보면 '역대급 부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기근 현상이 발생했다. 올 들어 현재까지 코스피 시장에 새로 상장한 기업은 6개에 불과했고 공모액도 6948억원에 그쳤다. 2016년 공모액은 4조2586억원이었고 지난해에는 4조4483억원을 기록했으니 평소의 1/6에 불과했던 셈이다. 코스피 상장이 급감한 근본원인은 최악의 증시침체 때문이긴
"우리는 법원행정처 관계자가 (중략) 일선 재판부에 연락해 특정한 내용과 방향의 판결을 요구하고 재판절차 진행에 관해 의견을 제시한 행위가 징계절차 외에 탄핵소추절차까지 함께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위반행위라는 데 대해 인식을 같이한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19일 이렇게 의결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개입 등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서다. 명시적으론 "검토돼야 한다"는 표현에 그쳤지만 사실상의 탄핵소추 촉구다. 건국 이래 법관이 탄핵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법원 내부의 반응은 갈렸다. 동료 판사들에게 어떻게 '내부 총질'을 할 수 있느냐는 온정주의적 접근부터 △형사재판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탄핵은 시기상조라거나 △법관 탄핵은 국회의 권한인데 법관들이 탄핵을 주장하는 건 삼권분립 위반이라거나 △법관대표회의가 특정 성향의 대표들로 이뤄져 대표성이 없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핵심은 탄핵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해당 판사들의 행위가 헌법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