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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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은 쏘는 게 아니라 던지는 것." 공권력이 약해졌다는 말이 나올 때마다 경찰들이 자조섞인 투로 하는 말이다. 잘못된 장구 사용으로 누군가를 다치게 하면 민사·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에 총을 쏴야 할 상황에 닥친 경찰도 선뜻 물리력을 행사하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실제로 올 초 경찰청이 한국경찰법학회에 의뢰한 '경찰 물리력 행사 기준' 용역 연구를 책임진 이훈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전국 12만명 경찰이 총을 현장에서 사용한 횟수는 연간 고작 5~6회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법에서 보장하는 공권력을 제대로 쓸 줄 몰라서 행사하지도 못한다는 말이다. 비슷한 얘기는 유성기업 임원 폭행사건으로 또 불거졌다. 노조원들이 유성기업 임원을 폭행하는 현장을 경찰들이 수수방관했다는 의혹이 나오자 일각에선 약해진 공권력을 탓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물리력 행사를 위한 매뉴얼을 제대로 만들겠다고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매뉴얼도 모든 걸 해결해 줄 순 없다. 경찰이 현장에
카풀에 반대한 택시기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마지막까지 그를 괴롭혔을 택시 안의 인생을 가늠해본다. 승차거부, 골라 태우기의 이면에 자리한 하루 11시간 근무 실태가 무겁게 다가온다. 그가 맞닥뜨린 진짜 문제는 어쩌면 그런 삶도 시한부라는 데 있었는지 모르겠다. 카풀은 시작에 불과하다. 조만간 운전자 없는 택시 시대가 온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에서 지난 5일 구글의 자율주행 택시가 세계 최초로 서비스에 들어갔다. 카풀이 택시기사의 이익을 침해하는 선을 넘어 무인(無人) 택시가 기사를 쫓아내는 시대가 목전까지 밀어닥쳤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도 삼성, LG, 현대차 같은 알만한 기업이 모두 자율주행차를 준비한다. 택시를 위한 애사(哀詞)에 앞서, 시작해보기도 전에 치워질지 모를 카풀을 다독여야 할 만큼 빠른 기술의 진전 앞에서, 기사의 생존권이나 노동자의 권리는 마냥 무안할 수밖에 없다. 그런 위기감, 지금 밀리면 다음은 없다는 기시감이 기사들을 국회 앞으로 불
"과징금 4000만원 부과받은 경남제약은 상장폐지, 80억원 부과받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 유지, 정의로운 결정인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유지가 결정된 지 일주일도 안 돼 '비타민C 레모나'로 유명한 경남제약의 상장 폐지가 결정됐다. 투자자들은 한국거래소가 대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중견기업 경남제약을 차별한다며 이처럼 비난하고 나섰다. 지난 14일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경남제약에 대해 기업의 계속성, 경영의 투명성, 재무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경영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며 상장 폐지 결정을 내렸다. 상폐로 피해를 보게 된 주주 5000여명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주 만에 상장 유지 결정을 내렸는데 코스닥 기업은 단칼에 상장폐지한다며 청와대 청원을 올리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하지만 경남제약에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 것은 지난 2월이고 상장적격정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되며 주식 거래가 정지된 것은 지난 3월부터다. 증권선물위원회는 경남제약이 매출채권을 과대계상하
책 '82년생 김지영'이 최근 출간 2년여 만에 국내에서 누적 판매부수 100만부를 넘어 밀리언셀러 반열에 올라섰다. 한국 소설이 100만부 판매를 돌파한 것은 2007년 김훈의 '칼의 노래', 2009년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이후 9년 만이다. 경력단절여성의 전형을 묘사한 이 책의 흥행동력은 단연 여성독자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이 책 구매자는 20·30대 중심의 여성(76.8%)으로 나타났다. 최근 3개월 기준 성별 및 연령별 독자 현황을 살펴보면 20∼50대 여성독자들의 대출목록에서도 모두 1위로 나타났다. 1980년대생뿐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 여성으로부터 공감을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된 것은 일본에서의 흥행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일본에서 출간된 지 이틀 만인 지난 10일 아마존재팬에서 아시아문학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선 것. 인기에 힘입어 현지에서 출판된 지 나흘 만인 지난 12일 3쇄가 결정됐다. 일본에서도 이 책에 대한
대구은행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경영 리스크에 흔들리고 있다. 전임 은행장의 사퇴로 9개월째 수장 자리가 비어있지만 선임 절차는 시작도 못한채 난항을 겪고 있다. 은행장 직무대행마저 임기가 오는 26일로 끝나지만 DGB금융 이사회와 대구은행 이사회가 ‘은행장 추천권’과 ‘자격 요건’을 두고 주도권 싸움을 멈추지 않으면서 은행장 선임은 지연되고 있다. 대구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후보 검증, 주주총회 등 나머지 절차를 감안하면 은행장 선임은 내년이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은행의 집안 싸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구은행은 경북고 출신과 박인규 전 회장 겸 행장이 나온 대구상고·영남대 출신이 양대 파벌을 형성하며 오랫동안 대치해왔다. 김태오 회장은 경북고, 연세대 출신으로 DGB금융의 사외이사 중 2명이 김 회장과 경북고 동문이고 대구은행 사외이사 중 1명은 대구상고, 3명은 영남대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번 은행장 선임 지연이 ‘학연문제’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지난 11일 5만원이 담긴 봉투를 1만 7000명 전직원들에게 배포했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부터 실천하자는 취지에서다. 최 회장은 5만원과 함께 편지를 넣어 "이 자그마한 나눔이 이웃들에게 온기로 전해지면 우리 사회는 더욱 훈훈해질 것"이라며 "따뜻하고 정겨운 우리들의 겨울 이야기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포스코의 신(新) 기부방식에 자발성이 결여됐다고 지적한다. 그 행간에는 5만원이 '하루 술값'으로 쓰일지도 모른다는 의심도 섞여 있다. 또 작위적인 나눔 이벤트로 홍보 효과를 노린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포스코가 5만원을 누구에게 전달했는지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 이상, 오히려 직원들의 자발성을 재치 있는 방법으로 극대화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임직원들은 원한다면 각각의 방법으로 다양한 이들에게 5만원을 전달할 것이다. 기업 차원에서 미처 보지 못한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이 5만원을 받을 수도 있다. 또 조금 더 기대한다면 그런 경험이
국정감사 시즌 막바지였던 10월29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에 와 있어야 할 강정민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보이질 않았다. 아침에 사직서를 냈고, 곧바로 수리됐다고 했다. 초유의 사태였다. 국감은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 정부 정책을 들여다보고 질문을 던지는 제도다. 그 물음에 답해야 할 차관급 인사가 국감 당일 사라져 버린 셈이다. 위원장의 무책임한 사퇴 이후 원안위는 사실상 '기능 마비' 상태로 전락했다. 원안위원은 위원장과 사무총장인 상임위원 2명과 비상임위원 7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앞서 비상임위원 4명도 강 전 위원장과 같은 결격 논란으로 자진 사퇴했다. 총 9명의 위원 중 절반도 되지 않는 4명만 남게 됐다. 한 달이 지났지만 위원장 자리는 여전히 비어있다. 비상임위원 2명을 새로 위촉한 게 다다. 이 마저도 최근 김혜정 위원이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전체 위원은 다시 5명으로 줄었다. 원안위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의 초심은 경제였다.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해 2월 서울 노원구청 강연에선 “참여정부가 충분히 성공하지 못한 경제적 불평등을 극복하는 게 3기 민주정부가 이뤄야 할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전면에 내세운 슬로건도 ‘일자리 대통령’이었다. 집권 3년차를 앞둔 문 대통령의 모습은 초심과 사뭇 다르다. 12월 1주차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49%였는데 이 중 대북관계·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지지가 53%에 달했다. 경제·부동산·일자리 정책을 지지한다고 답한 이는 총 3%에 불과했다. ‘일자리 대통령’이 아닌 ‘외교 대통령’이 됐다. 문 대통령이 외교에서 거둔 성과는 국민의 압도적 지지에 바탕을 했기에 가능했다. 지지율이 70~80%에 달하던 작년 초부터 북측과 적극적인 협상을 했고 결과를 냈다. “위장평화 쇼”라는 야권의 비판과 반대는 힘을 얻지 못했다. 청와대는 “국민 대다수가 지지하는 평화정책을 야권이 어떻게 막겠는가”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역
“중국 알리바바에서 기계를 구입해 공장 구축 비용을 6분의1로 절약했습니다.” 최근 만난 한 위생용품업체 A대표는 신축공장에 들일 치약 제조설비를 알리바바에서 구매했다고 자랑했다. 처음에는 한국 설비를 살 생각에 관련업체들에 견적을 요청했더니 최고 3억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지인의 추천으로 알리바바에서 검색한 뒤 관련 설비를 6000만원에 구입했다. 알리바바에서 치약 제조설비를 판매하는 것도 놀랍지만 A대표가 원하는 기계의 사양을 올리자 수백 통의 구매공급의뢰서 e메일이 날아오는 시스템이 눈길을 끌었다. A대표가 보여준 e메일에는 기계의 가격과 자신들의 차별화된 경쟁력 및 서비스를 내세우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한국에선 일일이 전화해 견적을 요청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반면 알리바바에선 가격을 비교한 뒤 회사가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할 수 있다고 A대표는 설명했다. 중국산 기계의 성능을 믿을 수 있느냐고 묻자 그는 “한국업체와 큰 차이가 없다”며 “AS가 걱정되긴 하지만 비용을 6분의1로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라." "많은 학생들을 바닥에 남겨두지 마라." 지난달 17일(현지시간)부터 프랑스 전역에서 수십만명이 참여하는 '노란조끼'(gilets jaunes)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유류세 인상에 대한 반발이 시위로 이어졌지만 시위를 이끄는 또다른 축이 있다. 바로 프랑스 중·고등학생들의 교육 개혁 반대 투쟁이다. 프랑스 교육의 핵심 가치는 평등이다. 프랑스 고등학생들은 바칼로레아(대입시험) 합격선만 넘으면 원하는 그랑제콜(소수정예 특수대학)을 제외한 대학 및 전공에 지원할 수 있다. 특정 대학이나 전공에 사람이 몰릴 경우 학생을 무작위로 추첨한다. 자연스레 대학 서열은 없다. 평균 학비도 연 650유로(약 86만원) 정도로 낮다. 그런데 올해부터 대입 주도권이 학생에서 대학으로 넘어갔다. 프랑스 대학은 온라인 플랫폼 '파르쿠르스업(Parcoursup)'을 통해 학생들의 성적과 활동 내역 등을 열람하고 기준에 맞는 학생을 선발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의회가 정부의 교
최근 LG그룹의 상속세 납세가 화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상속인들은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LG 주식에 대한 상속세 9215억원을 과세당국에 신고하고, 1차 상속세액 1536억원을 납부했다. 재벌가가 법정세율 그대로 상속세를 납부하는 건 드문 일이다. 구 회장은 ㈜LG 지분 8.8%를 물려받으며 총 7200억원의 상속세를 낸다. 역대 최대 규모다. 세간에서 찬사가 나왔다. 모처럼 재벌가 뉴스에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기업이다" "앞으로 LG 제품을 우선순위로 구매하겠다"는 '선플'이 이어졌다. LG 관계자는 "원칙대로 했을 뿐"이라며 "세금은 당연히 다 내야 하고 사업은 그 기반에서 해야 한다는 게 그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주목할 것은 일각에서 '상속세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여론이 급속히 제기되고 있단 점이다. 구 회장의 상속세 납세에 박수를 치면서도 역으로 어마어마한 액수에 '뭔가 문제가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구 회장은 상속받을 재산에 20
“부모가 아이를 버리고 갔어요.” 사설 위탁모들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종종 접수하는 신고 내용이다. 한 아동인권 전문 변호사는 “개인끼리 계약으로 이뤄지는 사설 위탁모는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있어 부모가 법의 감시를 피해 자녀를 유기하기 쉬워진다”며 “사설 위탁모가 아이 부모를 찾아 달라고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사설 위탁모에 대한 관리 감독 체계가 없다 보니 아이 유기가 빈발한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다. 이달 5일 재판에 넘겨진 사설 위탁모 김모씨(38)의 아동학대 사건도 사설 위탁모 관리체계의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2016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김씨를 상대로 5차례 아동학대 의심신고가 있었지만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은 김씨 진술만 듣고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감시에서 벗어난 김씨의 학대는 계속됐고 결국 생후 15개월 아이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국가 가정위탁제도 하에 있는 위탁 부모는 지방자치단체와 보건복지부의 철저한 관리를 받는다. 선정 과정에서 자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