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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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이 '위험한 질환'이라는 편견이 만들어질까봐 굉장히 조심스럽죠. 사실 치료만 꾸준히 받으면 아무 문제 없이 일상생활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경기 한 대학병원 정신과 전문의는 최근 진료 중 환자에게 살해 당한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사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모든 일을 정신질환자 개인 탓으로 돌리는 사회 분위기를 걱정했다. 우려대로 여론의 반응은 정신질환자에 쏠렸다. "정신질환자는 모두 살인자가 될 것", "사회에서 완전히 격리해야 한다" 등 비판 여론이 적잖다. 정작 정신과 의료진들이 바라는 것은 의료진 보호 장치 등 환경 개선이다.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의료진이 대피하거나 대처할 수 있는 적절한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다. 진료실 내 비상벨이나 근거리 안전요원 등 가장 기본적인 것도 갖추지 못한 곳이 많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외국에서는 환자가 출입하는 문과 (의료진과 가까운) 뒤쪽 문 두 군데를 만들도록 돼 있다"며
조선 중기의 학자 율곡 이이는 국가 경영을 창업(創業)·수성(守成)·경장(更張)으로 나누고, 시기별 경영철학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창업), 과업의 성과를 지키고(수성), 혁신을 추구할(경장) 때를 깨달아야 한다는 말이다. 제 때 할 일을 해야 지속성장이 가능하다. 혁신에 나서야 하는 시기에 지키거나 현재 과업을 이어나가야 할 때 새로운 일을 추진해선 안 된다. 잘못된 경영판단은 몰락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카카오 카풀(승차공유)을 둘러싼 갈등은 경장과 수성 세력이 맞붙은 사례다. 카카오는 지난해 초부터 카풀 중개 서비스를 준비했으나, 택시업계의 거센 반대에 부딪쳐 정식 출시를 무기한 연기했다. 정부·여당이 제안한 대타협기구는 시작부터 난항이다. 택시단체들은 대타협기구 참여 조건으로 카카오의 카풀 시범 테스트 중단을 요구했으나, 카카오는 무리한 요구라고 일축했다. 타협안 논의는 커녕 첫 만남이 언제쯤 이뤄질지조차 기약없다. 갈등 장기화로 택시·카풀업계뿐 아니라 수요
주휴수당 지급을 명시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올해부터 월급을 '실제 일한 시간'으로 나눈 실질 최저시급이 1만30원으로 올라 감당하기 어렵다는 불만이다. 정부는 "주휴수당은 원래 지급할 돈"이라며 "시행령 개정으로 추가부담은 없다"고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다르다. 대부분 소상공인은 시행령 개정으로 '사문화'돼 있던 주휴수당을 부활시켰다고 성토한다. 시간제 아르바이트 고용이 다수인 영세 소상공인 사업장 중 실제로 주휴수당을 지급하는 현장은 많지 않았다. 그동안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아온 소상공인의 관행을 옹호하자는 건 아니다. 이들의 반발을 단순 '생떼'로만 취급할 수 없어서다. 경쟁이 심화되고 소비는 살아나지 않으면서 소상공인의 임금 지급 여력이 점차 감소하는 현실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해 1204개 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2017년 대비 지난해 매출이 감소했다는 응
"2019년은 더 만만찮은 한 해가 되겠죠." 재물복이 두둑한 것으로 알려진 기해년(己亥年) '황금돼지해'를 맞이했지만, 유통업계 종사자들의 2019년 업황 전망은 하나같이 밝지 않다. 백화점은 신규 출점 및 기존점 증축 효과, 명품 판매증가 등으로 어려운 가운데 선방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증축 효과도 줄고 오히려 부실점포를 처분해야 할 상황이라 우려가 크다. 대형마트 업계는 상황이 더 어렵다. 1인 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와 온라인 공세에 밀려 매출 역신장이 예상된다. 편의점도 근접출점 제한, 경영주 상생 문제로 고심이 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말 진행된 유통그룹 임원인사에서 '수장 교체'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신세계는 장재영 신세계백화점 대표가 7년째 자리를 지키며 장수 CEO(최고경영자)가 됐고, 이갑수 이마트 대표도 6년째 유임했다. 롯데는 화학, 식품 BU(비즈니스 유닛)장을 중심으로 그룹 전반에 변동이 있었지만 유통 BU장, 롯데백화점과 하이마트, 홈쇼핑
"최저임금 인상 취소해주십시오", "최저임금에서 주휴수당 폐지해주세요", "소상공인 살려주세요" 청와대 홈페이지 내 국민청원 코너에 '자영업'과 관련된 국민청원과 제안이 5957건에 달한다. 자영업자들은 "너무 답답하다. 지금까지 근근이 버텨내고 있지만, 물가와 인건비는 오르고 매출은 떨어지고 있다. 살려달라"고 토로한다. 이 상황에서 대표적인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2곳이 싸움에 골몰하고 있다. 최근 bhc가 경찰에 BBQ 회장을 bhc 비방 지시 혐의로 고소해 경찰 소환조사를 받았고, 지난 11월에는 BBQ가 bhc와 bhc 회장을 상대로 영업 비밀 침해에 따른 1000억 원대 소송을 제기했다. 2013년부터 시작된 양사 갈등에 소비자들은 지쳤다. 프랜차이즈 업계가 가맹점 갑질 논란과 횡령 의혹 등으로 여전히 시끄러운 상황에서 양사간 비방전까지 지속되자 소득 없는 감정싸움이란 평가가 나온다. 두 회사는 치킨 업계 중 가장 많은 가맹점 수를 보유하고 있다. BBQ 1659개, bhc
"석유화학 시황 부진은 앞으로 수년간 계속될지 모릅니다" 석유화학업계가 진행하는 13조원 규모 생산설비 투자의 성공 여부를 묻는 질문에 최근 한 업계 관계자는 에둘러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4월 같은 질문에 "(정유사업 대비)석유사업의 높은 이익률에 따른 피치 못할 변화"라고 답했다. 같은 질문을 던진 지 불과 8개월 사이에 석유화학 시황은 상승세에서 가파른 하강곡선으로 변했고, 이는 대규모 투자를 준비하는 업계의 '자신감'에도 영향을 준 셈이다. 2018년은 석유화학업계 설비투자에 기념비적 한 해였다. 에쓰오일(5조원 이상)과 GS칼텍스(2조6000억원), LG화학(2조6000억원), 현대오일뱅크·롯데케미칼(2조7000억원) 등이 총 13조원에 육박한 자금을 에틸렌 등 석유화학 기초제품 생산설비에 투입하기로 했다. 국내 석유화학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대규모 투자 배경은 석유화학 산업의 호황과 한계에 봉착한 정유산업 구조였다. 정유 산업이 지난 10년간 영입이익률 한
올 초 만해도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장밋빛 만발하던 시장은 지난 10월 폭락하며 잿빛으로 변했다. 내년 불투명한 시장 전망은 시장의 공포감을 더 키우고 있다. 증권업계는 선제적으로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연말 희망퇴직이 유행처럼 번지고, 조직을 슬림화하는 등 여의도 증권가 곳곳에서 매서운 감원 바람이 불고 있다. 내년 합병(옛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 3년차를 맞는 KB증권이 희망퇴직 스타트를 끊었다. 신한금융투자도 2015년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받았다. 대우증권과 합병한 미래에셋대우도 희망퇴직에 관한 세부 조건을 놓고 노사가 논의 중에 있다. 업계에 감원 칼바람이 불면서 IB(투자은행)담당자들 사이에선 희망퇴직 여부를 고민할 수 있는 동료들이 부럽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IB 담당 경력직은 주로 계약직이어서 희망퇴직 신청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연말 보너스와 성과급 파티를 했지만 올해는 자리보전에 대한 걱정이 크다. 이 가운데 올해 업계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수차례 꺼낸 말 중 하나는 "비공식회의를 많이 활용하겠다"였다. 정책 수립 과정에서 잡음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형식'을 유독 강조했다. 때론 경제 진단이나 대책 같은 '내용'보다 앞섰다. 실제 취임 이후 녹실회의, 서별관회의를 스스럼없이 개최했다. '정책 사전 조율'이라는 비공식회의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겠다는 의도로 비친다. 청와대 인사와 파열음을 자주 냈던 전임 김동연 전 부총리와 가장 대조되는 대목이다. 김 전 부총리는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두고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번번이 부딪쳤다. 김 부총리는 지난 10월 규제 개혁 대책을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했다. 내용이 수박 겉핥기에 그친다는 악평이 쏟아졌다. 그러자 "부처 장관이 아닌 국무위원으로서 이야기하자고 했는데 그런 과정과 격론을 거쳐 나온 게 이 정도"라고 해명했다. 정부 경제팀 내 의견 조율에 애를 먹었다는 뜻이다. 홍 부총리는 이런 시점에서 등판했다. 첫 단추는
"제로페이는 경제논리보다 인간의 본성은 선(善)하다는 '성선설'을 기반으로 추진한 정책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한 금융권 관계자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던진 제로페이에 대한 평가다. 수수료 부담을 줄여 어려운 영세 소상공인들을 돕는 취지라면 "착한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신용카드 대신 제로페이를 사용할 것"이라는 생각을 기반으로 출발한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제로페이에 소비자를 유인할만한 혜택이 너무 없기 때문에 나온 평가다. 아닌게 아니라 서울시는 지난 20일 제로페이 시범사업을 시작하며 '착함'을 홍보 전면에 내세웠다. "'착한 결제'인 제로페이를 사용하면 골목상권을 살릴 수 있다"는 내용이다. 거리 곳곳에 붙은 홍보물도 인터넷광고도 모두 '제로페이=착하다'는 구도를 내세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아직 냉랭하다. 제로페이가 경제적으로 봤을 때 신용카드만큼의 혜택도 없고 편의성조차 떨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가맹점 역시 소비자가 찾지도 않는 '착한 결제'를 굳이 바라지 않는다.
"사측의 결단을 촉구한다. 꼼수 부리지 말고 조합원 요구 들어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의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관련 유인물 대표 문구다. 두 노조는 사측과 임단협을 진행하며 부분·전체파업 등을 1년 동안 반복했다. 구조조정 반대, 인력 추가 채용, 부당노동행위 재발방지, 사내 하청노동자 처우개선 등 이유도 다양했다. 사측은 나름 진정성 있는 안을 내놨다. 현대중공업은 20%의 임금반납 요청을 철회했다. 생산목표 달성 격려금도 제시했다. 임단협 타결을 위해 일감이 없는 해양사업부문 유휴인력 600명을 대상으로 유급 휴직에도 합의했다. 대우조선은 지급기준을 마련해 성과급을 주기로 했다. 자기계발비 수당도 새로 만들겠다고 했다. 이에 노조는 한동안 사라졌던 '크레인 시위'를 하며 대응했다. 한국 조선업은 올해 중국을 제치고 7년 만에 세계 수주 실적 1위를 탈환할 것으로 보인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가 늘어난 덕분이다. 한국 조선업체가 대형 LNG선 수주를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공기관의 하늘은 낙하산으로 뒤덮인다. 관련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이들 가운데 청와대와 코드가 맞는 인사들이 기관장이 되면 다행이다. 그런 일은 가뭄에 콩 나듯 드물다. 대부분 정치권 언저리에서 무위도식하던 인사들이 억대 연봉을 받는 자리를 꿰찬다. 물론 공공기관 직원들이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를 무조건 꺼리지는 않는다. ‘아는 것은 없어도 아는 사람은 많다’고 하면 환영하기도 한다. 정치권과 맺은 인맥을 활용해 자신이 맡은 기관의 이익에 충실하게 ‘고공 플레이’를 잘 해 낼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지난해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에 꽂힌 전직 양대노총 위원장들이 그렇다. 김동만 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정부안보다 59억원 늘어난 운영지원 예산을 챙겼다. 공단의 숙원사업인 강릉 연수원 계획도 예산안에 끼워 넣었다. 이석행 폴리텍대 이사장도 정부안보다 26억원 많은 운영지원 예산을 따냈다. 인력양성·장비확충 예산도 51억원을 추가로 받았다. 그동안 여야 지역구 의원들의 힘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택시기사 12만명이 모였다. 카풀에 반대하는 택시노조 집회였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단상에 올랐다. “택시 생존권을 말살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둬선 안 됩니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 택시 기사들은 환호하며 박수쳤다. 카풀에 반대한다는 얘기로 들렸다. 현장 분위기도 그랬다.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택시와 카풀, 더 나아가 공유경제는 정쟁으로 풀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려운 곳을 긁어주면 쉽게 ‘표심’을 얻는다. 카풀을 반대하는 택시노조 집회, 12만명 앞에서 ‘카풀 반대’를 외친 결과는 환호와 박수였다. 카풀을 추진하는 입장인 더불어민주당 태스크포스(TF) 위원장 전현희 의원이 물병 세례를 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카풀처럼 이해관계가 극명히 갈리는 이슈일수록 ‘가려운 곳’을 찾기 쉽다. 이를 정쟁화하면 합리적 토론을 할 기회를 잃게 된다.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정책 대안이 정쟁의 안개 속에 파묻혀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