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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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후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업이 정치 상황에 대해 할 말은 없다" 국회에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후 재계에서 공통적으로 내놓은 말이다. 누구보다 불안정한 정국에 영향을 받지만 정작 자기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운 위치라는 속뜻이 담겼다. 비상계엄 선포부터 탄핵 가결까지, 정치적 불확실성이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오면서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한 성장동력 지원 법안은 뒷전이 된 분위기다. 반도체 투자세액공제율을 기존 15%에서 20%로 5%포인트 올리기로 한 K칩스법이 탄핵 정국 속 야당의 태도 변화에 무산됐다. 주 52시간 근로 규제 완화 내용을 담은 반도체 특별법은 국회 문턱을 밟지도 못하고 자취를 감췄다. AI(인공지능)기본법과 국가 에너지시스템관련 특별법도 당초 연내 통과를 기대했지만 요원해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한달여 후로 다가오면서 기업들은 그야말로 내우외환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칩스법에 따른 국내 기업 보조금, 인플레이션감
지난 7일 국회에선 한국 헌정사상 세 번째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탄핵안) 표결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12·3 계엄사태를 사실상 내란이라 보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 본회의에 올렸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105명은 의원총회가 열리고 있단 이유로 탄핵안 투표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결국 이날 표결은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투표불성립으로 찬반표 숫자를 확인하지 못한 채 끝났다. 의원총회를 이유로 들긴 했지만 이날 여당 의원들이 대거 투표장에 참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 정치권의 해석이 분분하다. 여당이 애초에 탄핵안 부결을 당론으로 정했던 데다 투표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의원 개개인의 판단이란 주장이 나왔다. 반면 투표를 통해 찬반 의사마저 표시하지 않은 것은 국민들이 뽑아준 대표로서 정당치 못한 행동이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민주당에선 당시 누가 투표장에 자리했고 부재했는지 분명하게 기록에 남겨야 한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름
113조원. 지난 3일 밤 느닷없이 터진 비상계엄 사태로 4거래일 동안 증발한 코스피 시가총액이다. 증시는 10일 반등에 성공했지만 계엄 충격에서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개인투자자마저 6~10일 2조2396억원에 달하는 순매도를 기록하면서 증시를 떠나고 있다. 연말 산타 랠리에 대한 기대감은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피의자들이 한국 경제에 끼친 피해 규모는 천문학적이다. 원/달러 환율, 대외 신인도, 소비 심리 등에 작용한 악영향을 고려하면 계엄의 경제적 손해는 수백조원에 달할 수 있다. 국내 상장사들의 기업가치 증대를 위한 밸류업 정책 효과도 한순간에 사라져버렸다. 계엄 후폭풍에 따른 정국 혼란이라는 거대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4일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기반한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해 사그라졌던 밸류업 분위기를 띄우려던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최근 밸류업 공시
# 지난 3일 자정을 앞둔 시각. 대기업 식품사 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갑자기 벌어진 일이라, 저희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 계엄령을 선포한 지 한 시간 가량 지난 상황이었다. 이 임원은 "아직까진 특별히 이상은 없다"면서도 사재기로 인한 제품 수급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수출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튿날 오전 4시쯤.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 담화를 발표하면서 다행히 마트로 달려가는 사재기 행렬은 없었다. 하지만 식품 기업들이 감당해야 할 경제적 타격은 이날부터 시작됐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식품 기업들에게는 심각한 악재다. 주요 기업들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 같은 시각 지구 반대편. 한국과의 시차가 정확히 12시간 나는 남아메리카 파라과이의 수도 아순시온에선 식품 업계가 기다리던 희소식이 들려왔다.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 간 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가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추진을 '토요일' 일정으로 이어가겠다" 윤석열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탄핵소추안이 국민의힘 불참으로 통과하지 못하자 민주당이 '매주 탄핵 추진'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윤 대통령이 물러날 때까지 탄핵 소추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인데, 이로 인한 국민적인 불안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중에서도 한국 경제는 사실상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가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비상 계엄령'에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비상 계엄령이 6시간 만에 해제되긴 했지만 그 여파로 '탄핵'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한국 경제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도 결이 다르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는 국회의원 234명이 찬성하며 일사천리에 탄핵이 진행됐음에도 탄핵안 발의 전날부터 파면 선고일까지 원·달러 환율의 종가 기준 최고가와 최저가 차이가 79.8원에 달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탄핵 정
"국내보다 해외에서 보는 충격이 더 큰 것 같다. 일일이 대답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화와 이메일이 많이 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5일 기자실을 찾아와 최근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한 해외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는 외국에서는 이번 계엄 사태가 더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계엄은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시장에 전해진 충격은 수습이 어렵다. 요 며칠 한은 총재가 블룸버그TV와 FT(파이낸셜 타임스) 등 외신들과 연이어 인터뷰에 나선 것도 국가 신인도 문제를 의식해서다. 선제적인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리고 불안 심리를 낮추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기자실을 찾아와 예정에 없던 백브리핑 형식의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다. 정부와 한은은 탄핵 정국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선 긋는다. 우리나라 펀더멘털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며, 해외 투자자들의 우려를 덜어내기 위해 총력을
"우리도 예측이 안 되고 불안한데 외국인들은 오죽하겠습니까." '계엄령 사태'로 더 커진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지적하는 재계 관계자의 얘기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내수 부진 장기화 등 다각화된 대외변수에 기업 부담은 이미 가중됐다.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기업들은 하나같이 임원 승진 인사를 대폭 축소할 정도로 경영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대해 '처절한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국무위원 반대를 무릅쓰고 확고한 의지로 계엄령을 선포했다는 대통령의 의중을 추론해보면 일면 타당한 표현으로 보인다. 그 결정을 하기 전에 경제·산업에 미칠 여파를 한번은 고려했을지 의구심이 든다. 야당과의 정쟁 과정에서 균형을 놓치고 극단으로 치달은 것 아니냐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비상계엄 포고하고 해제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위헌·위법에 대한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그 결정 자체가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일은 이미 벌어졌고
"뒷좌석에 어린아이들이 보이면 딱지 끊지 말라고 하지." 수십년간 시민과 경찰을 위해 헌신한 최고위급 경찰의 '소신'이다. 평생 경찰밥만 먹은 치안 담당자의 말이라 순간 갸우뚱 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어린 자녀가 보는 앞에서 적발된 아버지(혹은 어머니)는 절대로 본인의 과오나 과실을 반성하지 않는다. '노란불이었는데', '앞차 따라간건데', '바빠죽겠는데!' 온갖 방어기제를 작동시킨다. 대안이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 감정은 날카로워지고 저주의 눈빛으로 교통 경찰을 쏘아본다. "몇만원짜리 벌금 내면 그만이야" "잘 먹고 잘 살아라"라며 거친 말을 쏟아낸다. 계도 효과는 전무하고 경찰에 대한 악감정만 남는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쌍팔년도 방식'이다. 그의 매뉴얼은 다음과 같다. 일단 무섭게 다가간다. 그리고 엄중하게 꾸짖는다. 교통 법규를 위반한 아버지의 얼굴이 붉어지는 순간 손가락을 좌우로 저으며 "이번엔 그냥 가시는데 다시는 이러시면 안 됩니다" 하고 돌아선다. 감정이 휘
#1. 대선 레이스가 한창이던 2021년 11월. 정치권에 '윤핵관'이라는 말이 등장해 유행처럼 번졌다. '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의 줄임말로, 언론에 '핵심 관계자'라는 표현으로 본인 의중을 담은 멘트를 쏟아내던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 측근들을 비꼬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당시 국민의힘 대표)이 만들어 낸 말이다. 물론 당시 그들과 각을 세우던 이 의원의 개인적 의도도 담겼겠지만, 이 의원이 기본적으로 지적하고자 한 것은 '익명성'이었다. 이 의원은 "익명에 기대지 말고 공개적으로 하든지 아니면 가만히 있어라"라고 요구했다. #2. 지난달 각 부처에선 그간 뜸했던 언론 브리핑이 줄줄이 잡혔다. 윤석열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맞아 지금까지의 정책 성과를 강조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국민들에 설명하겠단 건데, 대통령실에서 적극적인 정책 홍보를 주문하는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당시 외교부와 통일부는 언론에 황당한 주문을 내놨다. 사실상 브리핑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기
정부가 주주보호 방안으로 상법개정이 아닌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안으로 내놨다. 상법개정은 적용대상이 광범위해 부작용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두산의 구조개편,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분할 상장 등 그동안 논란이 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자본시장법을 통해 마련했다. 상법개정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해 소액주주를 보호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상법은 일반법으로 모든 회사, 모든 주주 등 적용대상이 포괄적이고, 충실의무라는 개념도 모호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오히려 외국 투기자본 등이 기업에 과도한 요구를 하거나 경영권을 위협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대표적으로 행동주의 펀드 KCGI의 DB하이텍 사건이 거론된다. KCGI는 지난해 DB하이텍의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 등을 목적으로 지분을 확보해 회사에 개선안을 요구하다 올해 1월 돌연 DB하이텍 주식을 DB그룹에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했다. KCGI는 시가보다
"기후변화를 이겨낼 수 있는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 2015년 미국 등 세계 159개국은 파리기후협약을 채택하며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전 세계적인 연대와 협력을 약속했다. 그러나 협약 공식 발효(2016년) 1년 만인 2017년 미국(당시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이 돌연 협약 탈퇴를 선언하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층 뚜렷해진 각국의 자국 우선주의 행보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2021년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재합류로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논의가 다시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듯했다. 하지만 계속된 경제난 속 각국의 자국 우선주의는 여전했고, 기후변화 위기 대응은 이전만큼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1월 출범 예정인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모두 뒤엎고,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돼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지금보다 더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폐막한 유
"글로벌 트렌드 자체는 이미 주주자본주의를 넘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증시는 아직 주주자본주의에도 못 가고 있어요." 우리나라 가치투자 1세대로 꼽히는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얼마 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한국 증시의 저평가 원인에 대한 질문에 여러가지 문제들을 짚었는데 그 중에서도 지배구조의 후진성 문제가 크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주주자본주의란 말 그대로 회사의 주식을 가진 주주들을 중심으로 자본시장이 움직이는 것을 의미한다. 주주가 곧 회사의 주인이라는 의미인데 우리나라 자본시장에서는 잘 통용되지 않는다. 주주의 이익과 반하는 회사 경영진의 결정이 빈번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최근 몇 달 사이만 해도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 포괄적 지분교환,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HL홀딩스의 자사주 재단 증여 등 주주의 이익과 반대되는 결정을 한 사례가 수두룩하다. 정부가 한국 증시의 밸류업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는데도 상장사들의 행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