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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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점심 처음 먹네요. "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 보좌진과 점심을 먹으려는데 별안간 그가 이렇게 말했다. 점심시간에 자신이 식사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는 반응을 듣고 있으니 이상하게 느껴졌다. 이 보좌진은 이번 국회가 개원한 후 두 달 가까이 식사를 거르는 게 일상이라고 했다. "영감(보좌진들이 국회의원을 지칭하는 말)이 안 먹으니 우리도 먹을 수가 없다"는 얘기다. 민주당 또 다른 보좌진은 "이 일을 언제까지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뛰어난 실력으로 정평이 난 그였기에 의외의 발언이었다. 이유를 물으니 출·퇴근길마다 아이가 눈에 밟힌다고 했다. 부모가 가장 필요한 시기에 아이에게 소홀한 것 아닌가 하는 죄책감 때문이다. 밤낮없이 영감의 의정활동을 수행해야 하는 보좌진의 업무 특성상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을 조금이라도 가지려면 영감의 배려가 있어야 하지만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란다. 아이가 내 얼굴을 잊어버릴까 늦게라도 어떻게든 집에 들어가려 한다던, 비슷한 사정의 보좌진 얼굴들도 떠올랐다.
'NC'. 엔씨소프트가 최근 앞서 해보기를 진행 중인 신작 '배틀크러시'에 달린 부정적 평가 댓글이다. 게임이 재미있고 없고를 떠나 엔씨소프트라서 비판한다는 의미다. 엔씨소프트에 대한 국내 게임 유저들의 시선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리니지로 한국 게임사에 한 획을 그은 엔씨소프트가 역대급 부진에 빠졌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2분기 11년 만에 분기 적자를 전망한다. 권고사직과 분사 등 구조조정으로 내부 분위기도 어수선하다. 유저들은 이 회사를 '돈만 밝히는 기업'이라고 비판한다. 대표 IP인 리니지가 확률형 아이템으로 한때 사회적 물의를 빚었고 이후 나온 게임들에서도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게 이유다. 회사도 위기를 느꼈는지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공동대표 체제를 도입하고 박병무 전 VIG파트너스 대표를 영입했다. 박 공동대표는 김택진 창업자의 고교·대학 선배다. 비용 절감을 위해 직원들을 내보냈고 경영 효율화를 위한 분사도 추진 중이다. 구조조정과 분사를 두고 게임 업계에서는
"살만한 땅이 없다." 국내 한 대형 시행사 임원의 말이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이 장기화되면서 대출 무게를 견디지 못한 프로젝트의 사업장들이 저렴한 가격에 시장에 나오지만 새 주인을 찾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PF 브릿지론을 견디지 못하고 50~60% 가격에 경공매로 나온 택지 매수를 검토해보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올들어 공매 공고를 낸 아파트 신축 사업장은 총 6곳이다. 6곳 모두 유찰을 반복하며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HUG는 시행사·시공사가 자금난으로 공사를 마치지 못하면 입주예정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HUG 주도로 공사를 계속 진행하거나 입주 예정자들이 낸 계약금·중도금을 돌려준다. 분양대금을 돌려줄 경우 HUG는 해당 사업장을 공매에 부쳐 자금을 회수한다. 공매에 나온 곳은 광주광역시, 강원 삼척, 전북 군산, 울산 울주 등 지방 사업장들이다. 사업주체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이유로 사업을 더 진행할 수 없는 단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헌 76주년 기념 학술대회. '개헌,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22대 국회 전반기 2년이 개헌의 적기"라며 "대선 국면 전 매듭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모처럼 큰 선거가 없는 시기, 40년 가까이 된 헌법을 손보기엔 더할 나위없이 좋은 기회라는 얘기다.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헌법은 한반도 역사상 처음으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된 제헌 국회의원들이 1948년 7월 12일 제정하고 76년 전 오늘(17일) 공포했다. 이후 헌법은 5번의 일부개정과 4번의 전면개정을 거쳤다. 현행 헌법은 1987년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은 건국 이래 최장수 헌법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선 보수·진보 진영을 가리지 않고 백가쟁명식의 개헌 주장이 쏟아졌다. 개헌 논의는 특히 대통령 중임제 등 대통령 임기제와 내각책임제 등 권력구조 문제에 집중됐다. 고(故) 노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늦어도 10월 안에는 결과가 나올 테니 그에 맞춰서 서비스 론칭, 투자유치를 준비 중입니다." 얼마 전 만난 핀테크 스타트업 A사 대표는 명확한 경영계획을 밝혔다. 회사의 운영 방향을 설정하고, 준비하는 건 경영자의 기본 소양이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신청한 핀테크 스타트업 대표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예측 어려운 불확실성 때문이다. 혁신금융서비스는 금융위원회가 운영하는 '금융규제샌드박스'다. 기존 금융서비스와 차별성이 인정되는 서비스에 대해 규제 특례를 적용한다. 2019년 4월 도입됐으며 올해 3월 지정 건수가 300건을 돌파했다. 보수적인 금융업계에 혁신 DNA를 불어넣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제도 시행 5년차 문제점도 드러났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건 '수요조사'다. 수요조사는 금융위가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신청을 받기 전
"금융당국 내에서도 온도 차가 너무 심해요." 최근 만난 금융권 고위 관계자에게 '밸류업 프로그램'을 묻자 가장 먼저 나온 말이다. 주주환원 규모 등을 두고 자본시장을 담당하는 부서와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감독하는 부서 간에 온도 차이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주식시장 밸류업을 위해 금융회사가 주주환원에 적극 나서주기를 원하지만, 한쪽에서는 건전성 강화를 위해 충당금 등을 더 쌓기를 원한다는 말이다. 금융사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에 적극 나서고 싶지만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 지난해보다 주주환원을 소폭 확대하는 것도 만만찮다는 설명이다. 최근 금융주는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5일 KB금융은 역대 최고가인 9만원을 장중에 기록했다. 지난 12일 종가는 8만7000원으로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60.8% 상승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도 각각 52주 최고가(장중)인 5만4200원, 6만7800원을 이달에 기록했다. 금융주가 고질병으로 여겨졌던 박스권
지난 5월 경북 청송군에 지역소멸 관련 기획 취재를 위해 다녀왔다. 국내 최대 교정시설이 들어서 있는 청송군은 다른 인구감소지역에 비해 오히려 사정이 나아 보였다. 그렇게 느낄 만한 것이 몇가지 있다. 교도소가 있는 진보면에 들어선 파리바게뜨와 맘스터치, 깔끔한 진보초등학교와 어린이 놀이방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하굣길 초등학교 앞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조금은 안심이 됐다. 이같이 청송군을 지탱하고 있는 주민들은 젊은 교정시설 근무자들과 가족들이다. 이들은 전국 53개의 교도소 및 구치소 등 교정시설에서 근무하고 있다. 모두 대도시와 멀리 떨어진 지역이라 생활기반을 갖추기 위해선 각종 지원이 필요한데 사회적 관심이 적어 근무환경이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수용인원이 늘어나는 추세에 대한 우려가 크다. 법무부 교정시설 수용현황(기결 및 미결 포함) 자료를 보면 2006년 4만6000여명이던 수용자들은 2010년 5만128명, 지난해 5만6577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전
K뷰티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건 지난해 봄 현장 취재차 명동을 가게되면서다. 외국인 관광객으로 되살아난 명동 상권 분위기를 살펴보고자 명동 내 화장품 가두샵들을 둘러봤다. 당시 일본인 등 외국인이 다시 찾아온 뷰티 1번가 명동 상권에는 각종 국내 유명 화장품들을 모아둔 편집숍들이 즐비했다. 당시 새로웠던 건 국내 브랜드임에도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은 잘 모르던 화장품이 진열대에 많이 보였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조선미녀다. 이후로도 조선미녀의 인기는 대단했다. 아마존 등을 통해 미국 전역에서 인기를 끌면서 해외에선 국민 선크림으로 등극했다. 이제는 국내에서도 올리브영 등 멀티브랜드숍 진열대에 놓이며 유명세를 타고 있다. 국내에서 인지도를 쌓은 뒤 해외에 진출하던 K뷰티의 성공 방정식이 바뀐 것이다. 조선미녀의 효과는 대단했다. 이후 아누아, 믹순, 스킨천사 등 제2의 조선미녀를 탄생시키며 K뷰티의 붐을 이끌었다. K뷰티를 대표하는 신생 브랜드들의 대거 등장에 세계 최대 전자
윤석열 정부의 재정 기조는 '건전재정'이다. 문재인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를 정상화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다만 구체적 실현 과정에서 차별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180도 다른 길을 선택했는데 '재정건전성 우려'라는 똑같은 종착지에서 만난다. 문재인정부가 '선심성 재정 퍼주기' 정책을 폈다면 윤석열정부는 '선심성 세금 깎아주기'로 재정건전성 우려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건전재정이 되려면 재정지출을 충당할 수 있는 안정적 재정수입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수 펑크'는 '정해진 미래'가 됐다. 5월까지 국세는 지난해보다 9조1000억원 덜 걷혔다. 기업실적 악화 영향으로 같은기간 법인세가 15조3000억원 급감한 결과다. '세수 펑크'를 메우는 법은 임시방편뿐이다. 정부는 상반기 중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한국은행에서 누적 91조원이 넘는 돈을 끌어다 썼다. '정부 일시차입금 평균잔액이 재정증권 평균잔액을 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한은 금융통화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일 국회 대정부질문 중 여당이 논평에서 '한미일 동맹'이란 표현을 쓴 것을 두고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들"이라 비난해 국회가 파행했다. '정신 나간'이란 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국민의힘에 김 의원은 "한국과 일본이 어떻게 동맹을 맺나. (사과하면) 한일동맹을 인정한 꼴이 되기 때문에 이것은 사과할 수 없다"고 했다. 이후 김 의원 대신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과격한 발언에 대한 유감을 표하기는 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한일 동맹'에 대한 김 의원의 주장에 공감한다. 김 의원의 말대로 한일 관계에 대해 동맹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무리가 있다. 군사안보 분야에서 동맹은 1954년 발효된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유일하다. 군사안보적 관점에서 동맹이 한국전쟁 당시처럼 다른 나라를 위해 피를 흘려줄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문제가 된 논평을 내놨던 호준석 국민의힘 대변인도 지난 5일 언론공지를 통해 한미일 동맹이란
"연봉협상에 서명 안 한 855명에 임금 더 달라" 2만9000여명이 활동하는 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파업에 나서는 이유다. 전삼노는 사측에 전달한 이같은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8일부터 사흘간 무임금, 무노동의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쟁의행위는 노조의 정당한 권리다. 그러나 전체 조합원 수의 3%에 불과한 이들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기 위해 다른 직원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노조의 행동은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않다. 집행부가 '8,9,10일에 출근 안 하면 가능한 일'이란 제목으로 1차 총파업을 안내하며 "앞으로 교섭에서 사측 안건이 맘에 안들면 '응, 파업이야~'"라는 식의 조롱섞인 메시지를 내건 것은 노조 활동의 타당성마저 스스로 부인하는 꼴이다. 사측과의 조율 의지를 저버린 해당 안내문에선 근로자를 위한 노조의 존재 이유와 그에 걸맞게 행동하는 정당성을 찾기 어렵다. 노사 협상 경위와 파업 일정 등이 조합원들 사이에 제대로 공유되지 않는 것
"서로 같이 자제합시다. 22대 국회 첫 대정부질문인데 이런 분위기를 잘못 만들면 계속 이어져 갑니다. 서로 참고 경청하고 자제해서 본회의장 분위기를 잘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 22대 국회 첫 대정부질문이 진행된 지난 2일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6선·대구수성갑)이 의원석을 향해 당부한 말이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질의를 마친 시점 여당석에서는 박수가, 야당석에서는 항의와 고성이 터져나오자 최다선 부의장으로서 던진 호소였다. 이날 야당은 채상병 특검법을 상정해야 한다고 했고 여당은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로 맞선다고 벼르며 국회 분위기는 시종일관 살얼음판을 걷는 듯했다. 21대 국회가 마무리되고 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될 당시 정치권에서는 기대보다 걱정이 컸던 게 사실이다. 거대 의석을 가진 야당의 입법 강행과 21대 국회에서 이미 14차례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더 잦은 빈도로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였다. 이 경우 여야간 소모전이 이어질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민생 문제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