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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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앞에서 서울경찰청장과 일선 경찰서 과장이 충돌했다. 지난 1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 벌어진 장면이다. '상관의 지휘·감독을 받아 직무를 수행하는'(경찰법 6조) 경찰관이 최고 지휘라인에 얼굴을 붉힌다. 14만 경찰 조직에 주는 메시지가 작지 않다. 상당수 경찰은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라며 고개를 떨군다. 업무에 지친 일부는 상관을 곁눈질하며 '나도 한번' 반항을 꿈꾼다. 이른바 '세관 마약연루 수사 외압' 논란을 두고 벌어진 일이다. 지난해 1월 말레이시아 운반책 6명이 필로폰 24kg을 몸에 숨겨 국내에 반입했다. 인천세관이 이들과 연루됐는데 '용산' 지시로 수사가 방해됐다는 일선 경찰서 과장의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됐다. 정치권은 '제 2의 채상병 사건'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외압 논란에서 드러난 실체는 하나다. 지난해 10월 조모 당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이 A 과장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 교통과 여성, 청소년 안전 등을 담당하는 생활부장이
"현대자동차·기아가 30년 내로 세계 판매량 1위에 올라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몇 달 전 전기차 관련 행사에서 한 자동차학 교수의 발언에 좌중에선 옅은 웃음소리가 나왔다. 기술력과 부품경쟁력 모두 현대차가 다른 완성차업체보다 비교적 앞서 있다는 평가에서 나온 전망이었지만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읽혔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를 보면 결코 허황된 꿈이라고 말할 수 없다. 현대차그룹은 연간 판매량 700만대 수준을 유지하고 제네럴모터스(GM) 등과 동맹을 이끌어 내면서 글로벌 판매 2위이자 유럽 최대 자동차 기업인 폭스바겐그룹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올 상반기 글로벌 판매량은 361만5915대로 폭스바겐그룹(434만8000대)과 약 73만대 차이다. 지난 1분기에는 현대차·기아의 합산 영업이익(6조9831억원)이 폭스바겐그룹의 영업이익 45억8800만유로(약 6조7935억원)를 넘어섰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 폭스바겐이 본진인 독일 공장을 폐쇄할 만큼 하락세를 겪는
#1. "MZ세대(1980년-2004년 출생)의 일본에 대한 인식은 기성세대와 다르다. 생각이 완전히 변했다. 거의 다 우호적이다. 기존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정책을 펼치면 안 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며칠 전 식사 자리에서 한 말이다. 낯선 말은 아니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한일 관계 회복에 집중했다. 물론 우리의 외교·경제적 이익에 일본이 필수적이기 때문이지만, 늘 거기에 붙었던 명분 중 하나는 '미래세대는 기성세대와 다르다' '이제 정부도 일본과의 과거사에 연연하는 모습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2. 통일 관련 기획 기사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MZ세대 6명에게 "통일이 필요하냐"고 물었다. 모두 "필요 없다"고 답했다. 질문을 바꿔봤다. "북한 정권이 무너질 때 북한 영토를 중국이 가져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6명 중 5명이 "그건 용납할 수 없다"고 답했다. MZ세대의 입체적인 세계관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논리의 일관성보단 실리가 먼저다. 한 전문가는 질문에 따라 달라지는 답변에 대해 "MZ세대는 당장 눈앞에 놓인 이익과 손해에 따라 그때그때 결정하는 세대"라며 "MZ세대는 그런 면에서 어떤 세대보다 똑똑하고 입체적"라고 분석했다.
부동산에는 큰돈이 몰린다. 인생 최대의 지출이 뭐였냐는 질문에, '주택매수'라는 답을 내놓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투자 성격도 있다. 레버리지를 일으켜 부동산에 투자해 '인생역전'을 꿈꾸는 이도 상당수다. 큰돈을 투자하고, 그 돈이 더 불어나길 바라는 '욕구'가 부동산 시장에 있다. 큰돈과 욕심에는, 사기꾼들이 좋아하는 '냄새'가 난다. 집값을 시세보다 높게 거래했다고 신고한 뒤 나중에 취소하는 '집값 띄우기', 서울·수도권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빌라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서민들의 '피같은 보증금'을 빼앗아간 전세사기, 운좋게 '강남로또' 청약에 당첨됐지만 자금마련이 어려운 청약자에게 다가서는 검은 그림자, '떴다방'까지. 부동산 시장에는 온갖 불법과 편법이 난무한다. 최근 2021년 11월부터 지난 8월까지 34개월 간 체결된 국내 부동산 거래 약 318만6963건 중 중개거래 비중은 54.2%에 그쳤다. 나머지 45.8%가 불법·무등록 중개를 포함한 직거래였다는 사실은 아직 한국
한국이 네번째 도전 끝에 세계 3대 채권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성공했다. 2022년 9월 '관찰 대상국' 지위에 오른 이후 2년 만에 이룬 성과다. 이에 따라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면서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되살아날 거란 기대감이 나온다. WGBI 편입으로 예상되는 자금유입 규모는 70조~90조원으로 평가된다. WGBI 추종 펀드규모는 약 2조5000억원달러로, 한국의 편입비중은 2.22%(약 560억달러)인 점을 고려해 추산한 수치다. 실제로 중국은 WGBI 등 글로벌 국채 지수에 편입되기 시작한 2019년 4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외국인 자금 약 1조3600억위안(약 259조원)이 유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2010년 4월 WGBI에 편입된 멕시코는 외국인 보유 비중이 한때 40%에 육박하는 등 외국인 자금이 뚜렷하게 확대됐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선 한국의 WGBI 편입이 국내 자본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거란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외국인 자금을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으로 촉발된 가자지구 전쟁이 지난 7일(현지시간) 1년을 맞이했다. 지난 1년간 미국, 이집트, 카타르 등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협상을 중재하는 등 세계 각국은 전쟁 중단을 위한 노력에 나섰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현재 중동 상황은 1년 전보다 더 악화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쟁 중단을 강조하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간곡한 요청에도 가자지구에서 이어 친이란 세력이 있는 레바논(헤즈볼라), 예멘(후티 반군)까지 공격했다. 결국 이란까지 이 분쟁에 관여하면서 가자전쟁은 이스라엘과 이란이 직접 충돌하는 제5차 중동전쟁으로 번질 위기에 처했다. 이란은 주시리아 이란 영사관 공습과 하마스 최고지도자 암살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두 차례(4월과 10월) 발사했지만, 이스라엘이 재보복에 나서지 않으면 추가 공격은 없을 것이라며 중동 상황이 더 악화하는 것을 경계하는 듯한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친이란 세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382조4000억원으로 매년 10%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퇴직연금은 국민연금과 함께 국민의 중요한 노후자산 중 하나지만 수익률은 연 평균 2~3%대에 그친다. 대부분 사람들이 퇴직연금의 중요성에 대해 간과하거나 제대로 된 지식이 없어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본격 시행됐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디폴트옵션 가입자의 86.5%인 489만명은 원금보장형 상품인 초저위험 등급을 선택했다. 초저위험 등급의 1년 간 수익률은 평균 3.47%다. 퇴직연금 대부분이 원금보장형에 머무르는 주된 이유는 원금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다. 주식 투자로 몇 번의 실패를 경험한 투자자들은 주식을 도박으로 치부하면서 나의 노후가 달린 퇴직금을 도박으로 날릴 순 없다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있다. 투자 경험이 없는 사람들 역시 주식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원금을 지키기에만 바쁘다. 주식은 위
"중국산 때문에 철강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어요." 국내 한 철강사 관계자가 시장 상황에 대해 한숨을 쉬면서 한 말이다.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설경기 부진으로 중국 내 건축자재 수요가 급감하면서, 중국기업들이 대규모로 쌓인 재고를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해외에 수출했기 때문이다. 중국기업들이 생산을 멈추지도 않았다. 이들의 저가 공급과잉 상태가 이어지면서 철강의 주요 원료인 철광석 가격이 하락했다.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린 한국기업들은 올해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나는 등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 중국은 전 세계 철강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고, 전 세계 철강의 절반 이상을 소비하는 거대한 시장이다. 중국은 전 세계 철광석 수요의 70%를 빨아들이기도 한다. 전 세계 철강 시황에 중국의 영향력이 큰 이유다. 이 구조는 중국 경기가 좋을 때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중국 경기가 부진하면서 문제로 떠올랐다. 세계 곳곳에서 저가 중국산
"한국인들 피부는 왜 좋나요?" 한국식 화장 영상 댓글이나 해외 사이트에는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질문이다. 외국인들은 깨끗하고 건강해 보이는 한국 여성들의 피부를 동경하고, 화장법까지 따라 하고 싶어 한다. 한국인처럼 매끄러운 피부를 만들어준다는 입소문을 탄 국내 뷰티 제품은 중국,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뻗어나간다. K뷰티 신드롬을 일으킨 '조선미녀' 브랜드는 미국에서 먼저 주목받았다. 지금은 국내 멀티브랜드숍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1년 전까진 그렇지 못했다. 온라인몰이나 포털에서 조선미녀를 검색하면 "해외에서 인기 있다는데 국내 브랜드가 맞느냐"는 질문이 나올 정도였다. 이는 국내보다 해외 마케팅에 주력했다는 방증이다. 틱톡, 인스타그램 등 뉴미디어의 발전은 중소·인디 브랜드의 탄생을 가속화시켰다. TV 광고를 하지 않아도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게 됐고, 그 자체로 판매 채널이 된 까닭이다.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국내 화장품 제조사들 덕분에 톡톡 튀는
값싼 전기요금은 국가 경쟁력의 토대였다. 24시간 꺼지지 않는 공장의 원동력이자 국민에겐 더할 수 없는 복지 혜택이다. 하지만 시장 논리밖에 있는 전기요금 체계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미래 세대에겐 당연히 짐이다. 200조원이 넘는 한국전력 부채의 위험성은 모두 안다. 하지만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는다. 의료 개혁, 연금개혁 등 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거는 정부인데 정작 에너지 개혁, 전기요금 정상화는 애써 외면한다. 정부 내 엇박자도 감지된다. 전기요금 관련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반드시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물가 당국인 기획재정부는 국민 부담과 종합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한다. 신중한 입장인 데 사실상 반대다. 윤석열 정부에서만 전기요금을 50% 인상했다는 설명은 더 올리기 힘들다는 항변이다. 사실상 파산 상태인 한전이 존재하는 것도 어찌보면 신기하다. 여름철 전력 대란에 대비하고 비바람에도 전력공급을 위해 애쓴다. 역대급 폭염 속 버텨낸 게 놀랍다. 문제 없이 굴
'한도와 금리', 은행 영업맨이 가진 무기다. 대출 상품에서 한도가 '양'이면 금리는 '가격'이다. 대출 상품을 많이 팔기 위해서는 한도(양)를 늘려주거나 금리(가격)를 낮춰 주면 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도를 줄이거나 금리를 높이면 대출을 줄일 수 있다. 최근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은행별로 내놓는 방식이 비슷한 이유다. 유주택자 주택담보대출 금지,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 대출모집인 취급 중단 등 은행별로 큰 차이가 없다. 금리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올려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지고 있다. 이쯤에서 생각해볼 것은 상품의 '질', 즉 대출 상품 간의 차별점이다. 다른 상품과의 차별화는 장사꾼의 주요 세일 포인트다. 하지만 현재 대출 시장에서 은행 간, 혹은 대출 상품 간 차별점을 찾을 수 있을까. 모든 상품이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으니 문제의 해결책도 비슷할 수밖에 없다. 한도와 금리만을 놓고 경쟁하는 관행에 너무 익숙해진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금융시장 환경이
10.6%. 국내 중견기업 중 스타트업과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진행하고 있거나 계획이 있는 곳의 비율이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국내 중견기업 323개사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전 세계 기업들이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유망 스타트업과의 협업에 적극 나서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국내 중견기업에 혁신의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2년 중견기업 기본통계에 따르면 국내 중견기업 5567개사의 R&D(연구개발) 투자금액은 9조4200억원으로 총 영업이익 58조원의 16.2%에 달한다.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의 비율도 25.4%로, 여기에 투입되는 금액만 6조4500억원이다. 다만 외부의 아이디어나 기술을 찾는데 소극적이다. 61.9%의 중견기업이 신사업 추진 방법으로 '자체 개발'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기업 간 협업은 19.2%, 인수합병은 6.7%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외부와 협업하는 게 자체 개발보다 좋은 성과를 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