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총 8,452 건
"중국기업을 주축으로 유럽시장 내 경쟁 강도가 올라간 것을 느꼈다." 지난주 독일에서 열린 ESS(에너지저장장치) 전시회에 참가한 국내 배터리 업계 한 고위 관계자가 한 평가다. 실제 중국 전기차, 배터리 기업의 존재감은 한눈에 쉽게 확인 가능했다. 전시하러 나온 둘 중 하나는 중국 기업들이었다. 화웨이는 전시회의 메인 스폰서로 나선 동시에, 메인 홀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부스를 꾸렸다. CATL, EVE 등 다른 중국기업도 목 좋은 자리의 대형 부스를 차지하고 있었다. 업계는 중국기업에 대한 미국의 규제가 강화한 영향으로 해석했다. 미국은 중국산 배터리와 소재를 쓰는 전기차에 보조금을 받을 수 없도록 한 데 이어 전기차(100%), 배터리(25%) 등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부스에서 만난 중국기업 관계자도 "미국 진출이 어려워지면서 유럽이 더 중요해졌다"고 했다. 게다가 유럽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배터리 시장이다. 배터리 기업들이 진출한 ESS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이준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이 한 발언을 두고 자산운용업계에서 구설이 이어진다. 경쟁사가 ETF(상장지수펀드) 수수료를 극도로 낮춘 것에 대해 "(우리는) 껌 팔듯 장사하지 않겠다"거나 또 다른 경쟁사의 ETF 상품 구조를 지적하면서 "고객을 현혹하기 좋다"는 식의 발언들이다. 대형 자산운용사 대표가 공식석상에서 경쟁사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일이 이례적이기는 하다. 업계에서는 거친 표현방식과 내로남불 아니냐는 비난도 돌아왔다. 이 부회장의 언사가 적절했는지는 논란이 있지만 ETF 시장의 경쟁이 과열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ETF 수수료가 껌 값이 된 현실이나 타사 ETF를 깎아 내리는 것이나 결국에는 차별성 없는 ETF 상품들이 무분별하게 상장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차별성이 없기에 수수료 인하 말고는 내세울 게 없고, 투자자들이 봤을 때 비슷비슷해 보이니 타사 상품의 문제점(사실 대동소이 하기에 문제점이라고 보기도 어렵다)을 부각시켜서라도 '
지난해 가을 인도네시아 출장 때의 일이다. 현지판 다이소, 올리브영이라 불리는 멀티브랜드숍을 둘러보니 K뷰티 열풍답게 한국어로 적힌 화장품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곧이어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국내 브랜드처럼 보이려 한글을 사용했지만 맞춤법이 어긋나 있었다. 인도네시아 현지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한국 스타일을 표방한 외국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K컬처를 타고 K뷰티 K패션 K푸드 등의 열기가 이어진다. 패션의 경우 해외 유명 브랜드가 글로벌 진출 첫 무대로 국내를 선택한 사례도 나왔다. 그만큼 국내 패션 시장의 글로벌 영향력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제품의 품질, 디자인 등을 중요시하는 패션 고관여자가 많은 국내 시장은 글로벌 의류 기업들이 거쳐야 할 중요한 테스트베드 중 한 곳이 됐다. 이런 가운데 중국 온라인 패션 플랫폼 쉬인(SHEIN)이 국내 시장 본격 공략을 선언했다. 쉬인은 이미 국내 패션 시장에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있는 디자인을 앞세운
지난해까지 최근 6년간 산업현장에서 180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사망자만 24명이다.특히 폭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건설업에서 근로자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 전체 사망자 중 17명이 건설업에서 발생했다. 취재차 6월 초 방문한 건설현장에서 폭염의 위험성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지하 5층에서는 더 낮은 층을 만들기 위해 중장비를 이용한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지하 1~4층에서는 개별 작업이 이뤄졌다. 지하로 내려갈 수록 온도가 떨어지는 효과를 기대했지만 실제는 달랐다. 작업 설비에서 나오는 열과 지상과 연결된 환풍 통로가 없는 탓에 뜨거워진 작업 현장의 열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흐르는 땀을 식힐 틈도 없이 올라간 지상층 건설 현장의 온도는 더 올라갔다. 외벽 공사를 하지 않은 지상 3-4층에는 자연 바람이 불 때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었지만 바람이 불지 않으면 뙤약볕에서 직사광선을 받으며 일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한모금 마실 물이 간절했다. 30분 남짓 현장을 둘러보고
"몸이 못 견뎌도 자전거를 몰아야 해요. 우리는 육체노동에 익숙하기 때문에 몸이 힘든 건 익숙합니다. 하지만 이 더위는 정상이 아녜요. 우리가 죽든 말든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요. 누구에게 투표해도 이 문제는 아무도 해결해주지 않죠." 인도 뉴델리에서 자전거 인력거를 모는 사가르 만달이 최근 CNN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인도에선 최근 5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밤에도 기온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뉴델리의 삽다르정 관측소는 19일 새벽 1시 기온이 35.2도를 찍었다. 지구촌이 때 이른 폭염으로 난리다. 폭염 신기록이 경쟁하듯 쏟아진다. 19일 서울 기온이 35.8도까지 올라 6월 기준 1958년 이후 최고 기록을 깨뜨렸다. 21일엔 서울에서 관측 이래 가장 일찍 열대야가 나타났다. 미국은 각지가 열돔에 갇히면서 시카고, 클리블랜드, 보스턴 등 각지 기온이 6월 최고치를 다시 썼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선 52도 무더위에 성지 순례에 나선 신도가 1000명 넘게 목숨을
1950년대 유럽에서는 자궁 내 태아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임산부가 정기적으로 X선을 찍었다. 지금은 태아에게 방사선을 쏘이는 게 말도 안 된다고 여기지만, 당시 의사들은 X선에 과다하게 노출되지만 않으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영국의 여의사인 앨리스 스튜어트는 이런 통념을 뒤집었다. 저용량 방사선도 백혈병 등 소아암 발병률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 10세 이전 발생한 소아암은 임신 초기 산모의 X선과 명확한 연관성이 있다는 게 그의 연구 결과였다. 1956년, 이런 내용의 논문은 세계 최고 권위의 의학 저널인 '란셋'(The Lancet)을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됐다. 하지만 그의 '과학적인' 주장은 20년 가까이 의학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초기 의사들은 X선이 태아에게 안전하다는 증거만 보려고 했다. 자신의 선택이 태아에게 암을 유발한다는 사실(팩트)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듭된 연구에서 위험성이 반복적으로 증명됐고 지금은 임신과 유아기 X선 촬영이 대
"저희는 공공기관입니까? 민간기관입니까?" 지난 12일,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전국 19개 창조경제혁신센터(창경센터) 임직원 간담회에서 한 창경센터 직원이 오 장관에게 이같이 질문했다. 2017년 새롭게 공공 액셀러레이터(AC)란 역할을 부여받았지만 사실상 민간 AC와 동일한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정체성 문제는 창경센터가 지역 민간 AC들과 경쟁할 때 발생한다. 이 직원은 "창경센터가 펀드를 운영하면서 투자도 하고 심지어 R&D(연구개발)사업 추천권을 가진 '팁스' 운영사로도 활동하다보니 민간 AC들과 충돌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했다. 실제 전국의 창경센터는 모두 기업 보육과 투자가 의무인 창업기획자로 등록돼 있다. 8곳은 팁스 운영사다. 동시에 스타트업 보육사업 운영에 정부 예산도 지원받는다. 올해 전국 창경센터 19곳에 지원되는 예산은 총 363억원이다. 지역 민간 AC들은 정부 예산까지 지원받는 창경센터들과의 경쟁으로 운신의 폭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토로한다. 한 지역
#. 지난 4월초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외교장관회의. '아시아·태평양 파트너 4개국'(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자격으로 참가한 우리 외교관들은 과거와 달라진 국가 위상을 체감했다고 한다. 유럽 외교장관들이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만나려고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져서다. 조 장관은 한국의 외교적 위상이 높아진 배경 중 하나로 '방위산업 역량'을 꼽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 이상 이어지면서 유럽 국가들 사이에 국방·방산 역량 강화가 시급한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는데 한국이 '최적 파트너'라는 게 이들 국가의 대체적 시각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방산 수출액은 2019년 25억 달러(약 3조450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35억 달러(약 18조6200억원)로 5배 이상 뛰어 올랐다. 방산 수출은 단순히 무기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안보협력을 확장할 수 있는 전략적 수단이다. 계약 체결 이후에도 현지 생산과 운용을 위한 기술이전과 후속 군수지원이 필요한 분야다. 반도체, 이차전지 이후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방산은 그 유력한 선택지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는 어떤 모습으로 지어질까. 아니, 지어질 순 있을까? 사업 시행자인 현대자동차그룹과 인허가권자인 서울시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린다. 최근 양측 실무진이 사실상 8년만에 만났지만, '접점'을 찾는데는 실패했다. 동상이몽이다. 같은 상황을 둔 해석이 극명히 엇갈린다. '105층 GBC' 설계에 양측이 합의한 건 8년 전. 사전협상에서 서울시는 최대 105층, 용적률 799%를 허가해주기로 했다. 부지 용도를 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키로 했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인 공공기여 금액은 1조7491억원으로 정했다. 혜택을 주고, 공공기여를 받는 '협상'의 결과였다. 8년이 흘렀고, '조건'이 달라졌다. 천문학적 공사비가 예상되는 '105층 랜드마크' 대신 현대차그룹은 55층 2개동을 골자로 한 '청사진'을 지난 2월 제시했다. 서울시는 여러 조건이 다른만큼 '혜택'도 달라져야 해 재협상이 필수라는 입장이다. 반면 현대차그룹
"한 석 달 기다려야 되지 않겠습니까. 석 달만 지나면 저쪽에서 바람(역풍)이 불 겁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에게 최근 국회 원(院) 구성을 둘러싼 여야간 극한 대치 상황과 여당의 전략 부재에 대한 지적에 "때를 기다려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민주당의 입법 폭주가 언젠가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란 희망적 사고이지만, 당장 야당의 상임위 장악에 대응할 묘책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 원내엔 이런 회의론이 팽배하다. 국민들이 총선에서 회초리를 든 만큼, 지금은 매를 맞을 때란 의견도 많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 11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민주당은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이라도 "줄 때 받으라"며 도발한다. 국민의힘은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전면 백지화 하자며 공개토론을 제안했지만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여당에선 7개 상임위라도 받자는 현실론이 고개를 들지만 원칙 없는 원 구성에 타협하면 안 된다는 강경론도 많다. 현재의 대치는 일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저도 방금 간담회 도착해서 처음 들었습니다. 황당하네요. 이따 끝나고 연락드릴게요." 12일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의 주주 간담회에 참석한 한 투자사의 말이다. 리벨리온은 간담회에서 SK텔레콤의 AI 반도체 자회사 사피온코리아와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말 그대로 깜짝 발표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대부분의 투자사와 리벨리온 직원들도 알지 못했다. 발표 방식만큼이나 간담회 내용도 석연치 않았다. 합병 이후 존속법인은 어디인지, 합병비율은 어떻게 될 것인지, 최대주주는 어디가 될 것인지 등 구체적인 합병 요건을 밝히지 않았다. 리벨리온 측은 "구체적인 합병 요건은 이후 양사 간 실사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합병을 위해서는 주주와 임직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설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조정과 주주 동
최근 의정갈등에서 의사들은 자신들의 '희생'으로 우리의 의료시스템이 운영된다고 주장한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은 오는 18일 전면 휴진을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정부는 의사들 희생으로 겨우 유지한 고사 직전의 한국 의료를 사망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한 개원의는 "의대생·전공의가 희생하고 있다"며 "편리한 의료 시스템은 의사와 직원의 희생에 따른 것이지 환자의 권리가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의사들이 말하는 희생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진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의료 시스템의 근간엔 건강보험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소득자가 건보료를 내며 의료 시스템 유지에 기여한다. 온전히 의사 희생만으로 이뤄진 것일 리 없다. 게다가 의사들은 의료 소득을 얻는다. 정부의 '의사 인력 임금 추이' 자료를 보면 2022년 근무 중인 의사 9만2570명의 평균 연봉은 3억100만원이다. 2022년 한국 전체 근로자의 평균 연봉 4231만2000원 대비 7배 이상이다. 대부분의 근로자가 그러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