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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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이 죽자는 거죠." 최근 ETF(상장지수펀드) 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수료 인하 경쟁에 대해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경쟁은 소비자를 이롭게 한다지만 최근 벌어지고 있는 양상은 정도를 지나쳤다는 지적이다. 수년 전부터 시작된 자산운용사들의 ETF 수수료 내리기 경쟁은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전략이 특별할 것도 없다. 그저 타사 상품보다 1BP(0.01%포인트)라도 더 싸면 그만이다. 예를 들어 A운용사가 코스피 지수 상품의 보수를 20BP로 낮추면 B운용사는 15BP로 낮추고 이에 질세라 C운용사는 10BP로 낮추는 식이다. 전형적인 치킨게임이다. 최근 업계 1위 삼성자산운용이 'KODEX 미국S&P500TR' 등 미국 지수형 상품 4개의 총보수를 업계 최저 수준인 0.99BP(0.0099%) 수준으로 낮추면서 경쟁에 정점을 찍었다. ETF 1억원어치 팔아야 운용사는 1년에 9900원 남는 수준이다. 이 정도면 펀드매니저 인건비도 안 나오는 보수라고
K-뷰티 인기에 힘입어 화장품 산업은 급성장중이다. 화장품 책임판매업체는 2013년 3800여개에서 지난해 10월 기준 3만2000개로 10년만에 10배 넘게 불어났다. 이는 판매회사 기준 통계로 실제로 이들이 만든 브랜드는 그보다 훨씬 많다. 매일 화장품 브랜드가 새로 생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치열해진 국내 시장에서 브랜드들이 살아남기 위해 전략으로 삼는 것이 히트 상품을 만드는 것이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 제품을 만들어 인지도를 넓힌뒤 이를 중심으로 브랜드를 확장하는 방법이다. 뷰티 강국답게 새로운 제형과 컨셉의 제품은 끊임없이 등장한다. 우리나라 주요 발명품으로 꼽히는 비비크림도 이 과정에서 등장했다. 전세계 여성의 파우치속 필수품이 된 쿠션팩트의 원조도 한국이다. 쿠션팩트는 화장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고 그 간편함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쿠션이 첫 출시된 2008년부터 현재까지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제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소비자들은 신상 팩트를 쫓아 구매하기
저출산의 심각성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 인구 소멸·국가 소멸 등의 위기감도 느낀다. 당연히 정부는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저출산을 둔다. 자녀가 태어날 때마다 1억원을 준다거나 주택을 마련해 주겠다는 등의 아이디어가 이어진다. 보육·돌봄 등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은 이미 적잖다. 기존 정책을 업그레이드하는 추가·보완책도 쏟아진다. 대표적인 게 육아 휴직 제도다. 부모 모두가 3개월 이상 육아 휴직을 사용하는 경우 부모 각각의 육아 휴직을 1년에서 1년 6개월로 늘린다. 연장된 기간도 육아휴직급여를 지급한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연령은 현재 초등학교 2학년인 8세에서 초등학교 6학년인 12세까지 확대한다. 부모가 사용할 수 있는 단축 기간 또한 24개월에서 36개월까지 늘린다. 이미 태어난 아이들에 대한 돌봄을 강화하자는 의미다. 앞으로 태어날 아이를 위한 정책도 당연히 있다. 난임치료의 경우 연간 3일 범위 내에서 1일 유급휴가인데 앞으로 연간 6일의 범위에서 유급 2일로
간호사들은 서로를 선생님이라 부른다. 바쁜 의료 현장에선 선생님의 줄임말인 '쌤'으로 서로를 부르는 것이 익숙하다. 의사, 의료기사, 행정직원 등 병원에서 함께 일하는 다른 직군들도 간호사를 부를 때 선생이란 존칭을 붙인다. 이런 호칭은 생명을 다루는 직업에 대한 존중으로 읽힌다. 하지만, 병원 동료들로부터는 존중받는 간호사들이 정작 환자나 보호자의 존중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잖다. 의사들에겐 선생님이라고 부르면서도 간호사는 '저기요' '아가씨' '언니'라고 부르는 환자와 보호자가 여전히 많다. 막말은 아니지만, 간호사들이 욕만큼이나 듣기 싫어하는 호칭이다. 어리다는 이유로, 여자라고 선생님이라 칭하기가 불편한 것일까. 몇 번을 곱씹어 생각해봐도 간호사는 선생님이란 존칭을 들을 가치가 있는 직업이다. 의사와 동등한 법적 의료인으로서 생명을 직접 다루는 이들이 간호사다. 병원에 처음 왔을 때부터 마지막 떠날 때까지 환자를 지키는 의료인이기도 하다. 환자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키고, 위
세계 2위 대한민국. 저출산 순위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 R&D(연구개발) 투자 비중의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R&D 투자비중은 5.2%로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R&D 투자비중에 늘 붙어다니는 꼬리표는 '낮은 사업화율'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중소기업의 R&D 사업화 성공률은 50.6%에 그친다. R&D 과제 성공률 자체는 94%에 달하지만, 절반이 R&D를 완료하고도 사업화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R&D 사업화 성과가 지지부진하니 '카르텔'이란 지적까지 나온다. 경제 부처들은 R&D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 딥테크 스타트업 주무부처인 중기부도 지난 26일 내년 R&D의 연구분야와 목표를 정부가 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과제를 하향식으로 제공해 전략기술이나 사업화 가능성이 높은 과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는 복안이다. 앞으로 진행될 R&D 과제를 효율화하겠다는 건 바람직한 결정이다.
푸바오가 한국을 떠난지 한 달이 다 돼간다. 2020년 7월 한국에선 태어난 푸바오는 3년 반 정도 국내에 머물며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렸다. 중국 반환을 위해 차량으로 이송되던 날 빗길을 뚫고 대규모 인파가 눈물로 배웅에 나섰고, 아직도 한국 컴백 요청이 줄을 잇는다. 다소 유난스럽단 느낌도 들지만 이를 비난할 이유는 없다. 대기업 특유의 마케팅이 빛을 발한 것일지라도 푸바오라는 존재의 사랑스러움이 없었더라면 누릴 수 없었던 인기다. 무엇보다 동물을 향한 인간의 순수한 애정이 그 근간에 있다고 믿는다. 고향으로 돌아간 푸바오의 일거수일투족을 쫓으며 삶의 질을 걱정하는 시선 역시 같은 맥락일 것이다. 여전히 뜨거운 국내 관심에 중국 정부 역시 푸바오의 근황을 알리며 '이만큼 잘 지내고 있다'고 애써 강조하는 분위기다. 공교롭게도 국내에서 한해 수백만 마리의 동물이 의약품과 화장품 개발을 위한 임상실험으로 희생되는 것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 202
"지금에야 위기를 어찌어찌 넘긴다 해도 문제는 정확한 데이터가 없다는 겁니다." 최근 만나는 부동산 전문가들마다 이 같은 얘기를 건넸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등 부동산 금융 관련 정부가 파악하는 정확한 통합데이터가 없다는 것. 지난해 연말 기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밝힌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35조6000억원이다. 하지만 신용평가 회사 등 시장에선 200조원은 넘어갈 것이라고 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현재 PF 규모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PF 추정치(100조2000억원)의 2배인 202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가 발표한 수치에 구멍이 많아 실제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는 경고다. 관계부처가 현재 부동산 PF 관련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찾기 위해 해외 사례와 비교분석 중인 과정에서도 한계는 드러난다. 국내 부동산 사업 시행사가 투자하는 자기자본 비율을 총 사업비의 5~10% 내외로 보고 있는데 이 역시 대략적인 추정치일 뿐이다. 실태 파악을 위해
"우리 당의 흙수저 출신 전문가 영입인재들은 전멸시키고, 범죄자·부동산 투기세력·전관예우·성상납 발언 (인사)까지 기어코 국회로 보내는 과반이 넘는 국민들의 선택 앞에서 '뉴노멀'의 시대가 완전히 시작됐음을 체감한다. " 4·10 총선 인천 서구갑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한 박상수 변호사의 '총선 후기'다. 집권여당의 '영입인재'로서 양지 대신 험지를 선택, 준엄한 밑바닥 민심을 느낀 젊은 정치인의 소회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이 글을 계기로 국민의힘 소속 30~40대 정치인 모임 '첫목회'가 결성됐다. 이번 총선 결과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국 대표가 이끄는 조국혁신당은 제3당이 됐고, 각종 혐의로 재판 받는 이재명 대표의 더불어민주당은 과반을 훌쩍 넘는 의석을 차지했다. 각종 설화 등 논란을 낳은 민주당 후보들은 당당히 국회에 입성했다. 박 변호사가 말한 '뉴노멀'이다. 여당은 아직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하다. 유권자를 탓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민심은 범죄자보다 정권을 더 심판하고 싶었다.
22대 총선을 통해 새롭게 꾸려질 국회에 대한 스타트업들의 기대감은 그리 높지 않다. 이번 총선에서 벤처·스타트업 관련 각 당의 공약들은 지난 21대 때보다 비중이 줄었고 정당들의 관심도 낮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대표적인 공약은 2027년까지 중소벤처기업 연구개발(R&D) 예산 2조원으로 증액, 민관 협력 스타트업 코리아 펀드 조성 등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조원 규모의 중소벤처 투자형 R&D 펀드 조성과 모태펀드 신규예산 5년간 2배 확대 등을 내세웠다. 제3지대 정당들도 예산·규제 개선 관련 공약들을 내놨다. 하지만 각 당의 공약에 대한 스타트업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다. 대부분 기존 정책을 답습하는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청취해서 나온 결과물이 아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총선 때 젊음·도전·혁신의 이미지를 원하는 정치인들이 종종 현장을 찾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IT 분야 경험을 가진 정치인이 많지 않아서인지 그런 장면이 적었다"
"준비되지 않은 전쟁의 교훈을 생생하게 전해주는 현대판 징비록(懲毖錄)입니다. " 현역 군인 서열 1위인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대장)은 최근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6·25전쟁사가 담긴 '이런 전쟁'(This Kind of War)을 선물하며 이같이 평했다. 6·25 참전용사이자 미국 역사 저술가인 T. R. 페렌바크가 전쟁 기록을 토대로 정세 판단과 대비에 안일했던 미국의 과오를 분석해 1963년 출간한 책이다. 김 의장이 전쟁이 멈춰선 지 70년도 넘은 시점에 '6·25 반성문'을 권한 것은 최근 국제 정세와 무관치 않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2년 넘게 진행 중이고 중동 사태는 이스라엘-이란 무력 충돌로 격화일로에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 군사 충돌 가능성은 우리 안보와 직결된다. 800쪽이 넘는 '이런 전쟁'의 메시지는 명징하다. '준비되지 않은 전쟁은 처절한 대가를 치른다'는 사실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세계 최강' 미군조차 1950년 6·25전쟁 초반 고전을 면치 못했다.
#1. 얼마 전 일이었다. 국회 의원회관 복도를 걷다가 A의원실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한 청소노동자분께서 일명 '껌칼'(스크래퍼)를 들고 A의원실 출입문에 붙은 이물질을 떼어내고 있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짐 다 뺐다고 해서 정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A의원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당내 경선에 패하면서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2."해외로밍 중인 전화 받는 분에게 국제전화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최근 B의원에게 전화를 걸자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메시지였다. 전화도 받지 않았다. 알고보니 한 달여 전 당에서 공천받지 못하게 되자 곧바로 해외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그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한 보좌관은 B의원의 이야기를 듣더니 "낙천이나 낙선되고 해외여행가는 영감님들이야 많지"라며 머쓱해 했다. 22대 국회 입성이 무산된 일부 의원들이 마치 임기가 끝나기라도 한 듯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당과 국회 상황이 벌써부터 남 일인 듯 말하는 이들도 보인다. 낙천·낙선한 의
몇년 전 강원랜드 카지노에 출장을 갔다가 사연이 딱한 중년남성을 만난적 있다. 그는 자신에 대해 원래 서울에서 보험업을 하던 사람이었다고 설명했다. 우연히 들른 카지노에서 첫판 20만원을 포함해 200만원 쯤 땄다가 인생을 카지노에 '올인'하게 됐다고 한다. 그 뒤론 모든 것이 무너졌다. 대출을 포함한 총 손실 7억원으로 이어졌고 아내와 자식과는 생이별했다. 그는 정선의 어느 모텔 호객꾼이 돼서 손님을 찾아 흡연부스를 오갔다. 담배를 멀리해야 하는 뇌경색 환자였음에도 그랬다. 그가 빚에서 탈출하고 새 삶도 찾았기를 바라지만 불안한 구석도 없지 않다. 한 번 도박에 맛을 들리면 좀처럼 빠져나오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도박에서 승리를 거둘 때 '뇌의 마약'이라 불리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이 엄청나게 분출될 수 있다. 도파민이 안기는 짜릿한 쾌감에 한 번 젖은 사람은 점점 강렬한 보상을 추구하다 파국적 결말을 맞기 일쑤다. 그런데 주식·파생상품·원자재 등 각종 투자를 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