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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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지역인재라는 개념은 없다." 이공계 인재육성 비책을 찾기 위해 지난달 방문한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뜻밖의 비밀을 들었다. 전국에 분포한 277개 연구소를 중심으로 대학과 기업이 사람을 키우고 첨단산업 일자리를 만든다는 이야기였다. 우리나라처럼 별도 지방(地方) 인재육성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독일에선 연방정부와 16개 주정부의 지원을 받는 연구소만 약 280곳에 달한다. 막스플랑크연구회(순수기초과학)를 비롯해 프라운호퍼연구회(산업응용기술) 헬름홀츠협회(거대과학) 라이프니츠협회(학제융합연구) 산하 연구소들이 그 주인공이다. 이번에 방문한 바이에른주 뮌헨의 막스플랑크 플라스마물리연구소와 천체물리연구소는 뮌헨공대 등과 캠퍼스를 같이 쓰며 연구·교육을 이끌었다. 헤센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막스플랑크 생물물리학연구소와 뇌연구소도 프랑크푸르트대, 괴테대 등과 함께 인재와 산업을 키워냈다. 역사가 다른 만큼 독일 모델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긴 어렵다. 독일이 19세기
"한 번 거꾸로 물어볼게요. 정치를 왜 하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의 한 의원이 최근 통화에서 연거푸 한숨을 내쉬었다. 2~3초 정도 정적이 흘렀을까. 그는 "정치라는 게 사람들 어려움을 좀 덜어줘야 하는 게 아니냐"며 "쌓인 법안은 많고 뭐라도 조금씩 진전이라는 게 돼야 하는데 상황이 돌아가는 것을 보면 영 마음 같지 않다"고 자답했다. 변화에 소극적인 정부의 태도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돌이켜보면 과거 공무원 시절의 본인도 다를 바가 없었다는 반성도 함께였다. 이 의원은 "정부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하려고 해야 하는데, 참 문제다"라며 "저도 공무원일 때는 사람들의 절박감이나 이에 따른 책임감을 잘 몰랐다. 이런 것들을 좀 알았다면 (당시의 저도) 자세가 바뀌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위는 지금 휴업 상태다.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이 '선 구제·후 회수'를 골자로 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 여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
"역사적 비행이다." 지난해 11월28일 영국 버진애틀랜틱이 100% SAF(지속가능항공유)를 사용한 여객기의 최초 대서양 횡단(런던→뉴욕)에 성공한 것을 두고 한 논평이다. 이 회사의 창업자로, 비행에 동행한 '괴짜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경도 "지속가능한 연료로의 업그레이드"에 의미를 부여했다. SAF는 폐식용유 등을 활용해 만드는 항공유다. 기존보다 탄소 배출량을 80% 줄일 수 있다. 유럽 등 각국이 혼합 의무 비율을 설정하는 2025년 무렵을 기점으로 폭발적인 시장 성장이 기대된다. 연평균 시장 성장률이 47.2%에 달할 전망인데, 이런 미래 시장의 개화가 코 앞에 도달했음을 브랜슨의 버진애틀랜틱이 보여준 것이다. 비슷한 시점인 11월23일.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여야가 정유사의 바이오연료 사업을 가능케 하는 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기존에 '석유 정제 제품'만 판매할 수 있었던 국내 정유사가 SAF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이 법은 한 해가 끝날
영자디, 이아자, 청리자…. 언뜻 MZ세대들의 신조어처럼 들리는 이 단어는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이름이다. '영등포자이디그니티' '이문아이파크자이' '청계리버뷰자이'를 실수요자들이 편하게 세글자로 줄여 부르고 있다. 2010년 이후 지어진 아파트 단지명은 대부분 이렇게 동네 이름에 아파트 브랜드명, 단지 특성을 딴 펫네임을 조합한 형태다. 브랜드명과 펫네임이 대부분 외국어다보니 한글은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에는 외국어를 합성해 만든 완전 새로운 단어를 펫네임으로 쓰는 게 유행이다. 서울에서 가장 긴 단지명인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는 건설사 2곳의 브랜드명에 퍼스트(First)와 티어(Tier)의 합성어를 조합했다. 어원을 듣기전엔 뜻을 짐작하기도 힘들다. 거창하게 이름 붙였지만 시장에서는 정작 '개포 디퍼아'로 불린다. 사실 시장은 짧고 간결한 이름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시가 작년 말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아파트 이름이 어려워 비슷해
'지피지기 백전불태'는 비단 전쟁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가나 기업의 경영, 특히 구악을 일소하는 쇄신작업에선 반드시 필요하다. 쇄신의 대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신나게 허수아비만 때리다 제풀에 지쳐 쓰러지는 '자칭' 개혁가가 부지기수다. 카카오 쇄신의 키를 쥔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은 지난달 일부 임원에게 욕설을 했다는 논란이 기사화되자 소셜미디어에 4편의 글을 올려 자기방어에 나섰다. 대부분 카카오의 내부 병폐를 드러내는 내용이었고 결론은 "욕 나오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을 조선의 개혁가 조광조에 빗대면서 쇄신에 반발하는 세력이 언론에 욕설 사실을 흘렸다는 인식까지 내비쳤다. 전형적인 섀도복싱이다. 머니투데이에 당일의 사건을 알린 이들은 회의실 바깥으로 10여분 동안 고성과 욕설이 들려올 때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직원이다. '깜깜이'로 진행되던 그룹 쇄신작업을 전혀 알 수 없던, 젊은 직원들에게 공유된 정보는 김 이사장의 욕설과 이후의 암묵적인
국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들이 위기다. 팬들을 위해 스페셜 콘텐츠를 내놓고 아티스트 투표 이벤트를 진행하고 각종 추천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하는 등 살길을 찾고 있지만 위기감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모습이다. 이들의 위기는 유튜브 뮤직의 폭발적인 성장세 때문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1위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멜론은 11월 MAU(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1월에 비해 44만명 넘게 줄었다. 같은 기간 지니와 플로도 각각 39만명, 14만명 넘게 줄었고 네이버 바이브도 44만명 이상 줄었다. 국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들이 쇠락하는 사이 유튜브 뮤직의 11월 MAU는 1월보다 110만명 이상 늘었다. 1위 멜론과 2위 유튜브 뮤직의 MAU 차이는 17만명 정도다. 업계에서는 유튜브 뮤직이 멜론을 제치고 음원 스트리밍 업계를 장악하는 일은 시간 문제라고 한다. 유튜브 뮤직의 성장세는 유튜브 프리미엄 끼워팔기 덕분이다. 유튜브에서 광고를 보지 않을 수 있는 프리미엄 요금제에 가입하면 유
2023년 건설업계는 다사다난했다. 전국 현장에서 '공사비 갈등'이 벌어졌다. 원자재값이 30% 가까이 올라 건설사업 수익성이 떨어졌다. 고금리에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 매수심리가 악화되고 미분양 물량이 쌓였다. GS건설은 인천 검단에 시공중이던 아파트 주차장이 철근누락으로 붕괴하자 5500억원 규모의 재시공을 결정했다. DL이앤씨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근로자 총 8명이 사고로 사망하는 일을 겪었다. 연말에 가까워지면서는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자금 경색으로 건설사 '줄도산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건설사 실적은 부동산 경기에 따라 온탕냉탕을 오고간다. 지금은 냉탕이다. 특히 국내 건설시장에선 남는 게 많지 않은 상황이다. 주요 건설사들은 일제히 해외건설 비중을 높인다는 전략을 세우며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위기가 왔을 때 상황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적절한 대응방안을 찾아 장기적인 청사진을 그리는 게 경영진의 역할이다. 위기가 오자 '현장 출신' CEO(최고경영자)를 찾
"저희 죽습니다. 꼭 좀 부탁합니다." 지난 21일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되기 전의 일이다. 우연히 A의원이 누군가와 통화하는 것을 듣게 됐다. 수화기 건너편 인사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산하 '소소위'에 참여하는 누군가였고 그는 기다렸다는 듯 제발 특정 예산만은 지켜달라며 통사정을 하기 시작했다. 지역구 내 핵심 사회간접자본(SOC)예산이니 내년 총선 표심을 좌우할 것이라고 보는 듯 했다. 21일 국회에서 통과된 예산안을 보니 그의 읍소가 결국 통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소소위는 낯선 이름만큼 존립 근거도 모호하다. 예산심사를 담당하는 상임위원회가 예결위인데, 빠른 논의를 위해 만든 소위원회 안에 또 소위원회를 만든 것이 '소소위'다. 소소위 등장 시기는 2008년으로 알려져있다. 당시 여야가 예산안 심사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논의에 속도를 내보려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핵심 인물끼리 얘기하자며 '묘수'로 시작된 것이다. 소소위가 그 때는 묘수였을지 몰라도
"안타까운 일이죠"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발이 진행 중인 포스코 그룹 임원의 말이다. 정치권에 기댄 인사들이 차기 수장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현실에 대한 소회였다. 2000년 민영화된 뒤 2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포스코는 정권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지적을 받는다. 사실 틀린 말도 아니었다. 정권의 부침에 따라 회장의 거취가 결정될 때가 많았다. 내년 3월로 두 번째 임기를 마치게 되는 최정우 회장의 경우가 이례적이다. 대통령이 바뀐 뒤에도 잔여 임기를 모두 채운 첫 번째 CEO가 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종종 정치적 영향을 받으면서도 포스코는 변화하고 성장했다. 2030년 그룹 매출의 40%를 비철강분야서 발생시키게 하겠단 비전을 발표한 2018년만 하더라도 포스코그룹은 철강사로만 인식됐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주식시장에서 지주사 포스코홀딩스가 이차전지 대표 종목으로 분류된다. 2021년 기존 포스코는 지주사(포스코홀딩스)와 철강사업회사(포스코)로 분할했다. 그룹 회장은 단
금융당국이 최근 벤처투자업계를 대상으로 진행한 공시 교육이 논란이다. 금융당국이 자본시장법에 따라 스타트업이 벤처투자조합이나 개인투자조합에서 투자를 받으면 각 조합의 조합원 수를 모두 파악해 총 50인이 넘으면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하면서다. 법이 갑자기 개정된 것은 아니지만 벤처투자업계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조합 1개면 그 자체가 1인인줄 알았다는 것이다. 벤처투자업계가 이렇게 생각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사모펀드는 자본시장법상 전문투자자로 분류돼 50인 산정 등 규제에서 예외를 적용받아왔기 때문이다. 같은 사모 방식인 벤처·개인투자조합도 동일한 것으로 해석해왔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통상 사모펀드는 '신탁'을 결성해 법인격이 부여되나 벤처·엔젤펀드는 '조합'이어서 법인격이 없다"며 원칙을 내세웠다. 그러나 벤처투자업계는 "조합이나 신탁이나 출자자들이 자금운용을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동일한데 조합에만 법인격을 부여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벤
"나라가 망하지 않은 한 괜찮다고 했다." 홍콩 H지수(HSCEI)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ELS(주가연계증권) 투자자의 원성이 높아진다. 2021년 H지수는 평균 약 1만선을 유지했으나 최근 지수가 5592.76로 폭락했다. 이대로 내년 상반기 상품 만기(3년)가 도래하면 대규모 원금손실이 예상된다. 이미 만기가 짧은 상품은 45%의 손실이 발생했다. 은행권에서만 내년 상반기 9조2000억원 규모의 만기가 전망된다. 투자자 사이에서는 은행이 상품의 위험성을 잘 모르는 고객에게 불완전판매를 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현장조사에 돌입했고, 이미 몇몇 불완전판매 사례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익의 상한은 한정돼 있고, 손실은 100%까지 볼 수 있는 '고위험 상품'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팔았다면 큰 문제다. 고객에게는 불완전판매에 보상이 필요하다. 또 안정적 수익을 원하는 고객이 많은 은행에서 고위험상품 판매가 맞냐는 것도 논의해 볼 문제다. 하지만 '대규모 손실이 곧 불
"지방은 전기차 보조금이 없는데 국비는 남아요. 정부의 친환경차 목표만큼 전기차를 팔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구조입니다." 국내 한 완성차업계 관계자가 올해 전기차 판매 성장 둔화세에 대해 남긴 말이다. 국내 전기승용차 누적 등록 대수는 올해 1~11월 기준 10만4858대로, 전년(11만6419대)보다 9.9% 감소했다. 고금리와 경기 부진으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전기차에도 불똥이 튀었다. 신기술과 값비싼 배터리로 무장한 전기차는 동급의 내연기관차보다 일반적으로 비싼 편이다. 전기차 보조금은 이같은 가격 차이를 줄여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는 데 의의를 둔다. 최근 전 세계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각국이 보조금을 축소하는 추세지만 한국은 아직 필요한 실정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9월부터 보조금 규모를 확대했는데, 가라앉던 전기차 판매량이 지난달 소폭(1.7%) 늘었다. 전기차 전환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완성차업계에서는 보조금 집행 방식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