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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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초년생 법조팀 시절 강력부 검사에게 들은 이야기다. 선진국 일본이 실패한 것 중 하나가 마약 단속이라고 한다. 거대 폭력조직인 야쿠자를 중심으로 유통되는 마약을 잡지 못해 지금은 잡을 생각보다 마약사범이 더 늘어나지 않게 관리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만화·웹툰 산업 발전 방향'을 발표했다. 만화·웹툰 산업 규모를 2027년까지 4조원으로 키우고 수출 규모도 2억5000만 달러까지 키우겠다고 한다. 만화·웹툰을 주제로 '칸 영화제' 같은 세계적인 대표 축제도 신설하는 등 만화·웹툰계에서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이 탄생하도록 돕겠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환영의 목소리가 나왔다. 웹툰 종주국에서 드디어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책을 내놨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인력 양성, 예산 지원 등 산업 규모 확대 방안은 구체적으로 제시했지만 웹툰 불법 유통 방지에 대해선 원론적인 대책에 그쳤기 때문이다. 문체부는 웹툰 불법 유통을
'여의도 재건축 1호' 타이틀을 달고 정비사업을 진행 중인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한양아파트의 '재건축 환급금'이 최소 1억원, 최대 6억원까지 추산됐다. 종상향으로 용적률이 600%까지 높아지면서 사업성이 개선됐다는 게 서울시와 조합의 설명이다. 실제로는 '강남급'으로 비싸게 책정한 일반분양가로 사업에 필요한 돈을 상당 부분 충당하겠다는 구상이 반영된 계산이다. 18일 서울시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여의도 한양 주택형별 조합원 추정 분양가는 △59㎡ 12억5900만원 △84A㎡ 17억6400만원 △84B㎡ 20억9800만원 △110A㎡ 23억800만원 △110B㎡ 22억6600만원 △119㎡ 24억8000만원 △139㎡ 28억2200만원 △149㎡ 30억3100만원 △221㎡ 44억6300만원으로 각각 책정됐다. 일반분양가와 조합원 분양가의 차이가 크다. 여의도 한양 전용면적 59㎡ 일반분양가가 15억7400만원으로 추정됐는데, 이는 최근 분양에 나선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어차피 선거 결과는 공약이 좌우하지 않아요." 한 야권 정당에서 정책과 공약을 담당하는 한 실무진의 말이었다. 담당자가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본인도 머쓱해했지만 "여러 차례 선거를 경험해보니 이게 사실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많은 정치권 인사들은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요소로 구도 60%, 인물 30%, 그리고 시대 정신과 맞물린 이슈 10% 남짓 정도를 꼽는다. 유권자들이 공약을 보고 투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정치권에서 공약은 주로 유권자 눈길을 끌기 위한 용도로 활용된다. 특히 지역 유권자들이 환영할만한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이라면 여야 가리지 않는다. 최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나란히 발표했던 철도·역사 지하화 공약이 대표 사례다. 민주당은 수도권의 모든 지상철도를, 국민의힘은 주요 도시 중심부를 갈라놓는 지상구간을 대상으로 한다는 정도 차이만 있을 뿐이다. 정작 어느 쪽도 수십조원에 달할 예산은 어떻게 조달할지 현실적인 방안
"TSMC는 대만을 지키는 성산(성스러운 산)이죠. 국민 모두가 반도체 1위 기업을 지지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최근 대만의 한 반도체 팹리스(설계 전문) 기업 고위 관계자가 TSMC의 자국 내 위상에 대해 한 말이다. TSMC는 7만여명의 직원과 수천개에 달하는 협력사 임직원은 물론 언론, 국민, 정계의 아낌없는 지지를 받고 있다. 그들에게 TSMC 경쟁사의 검증되지 않은 소식이나 부정적인 뉴스는 초대형 호재다. 과장·왜곡을 거쳐 대만은 물론 해외 고객사와 언론에까지 여과 없이 전달한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한국과 많이 다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이 대형 투자나 고용 확대를 발표해도 도덕과 윤리, 환경을 빌미 삼은 딴지 걸기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 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무죄 판결 때에도 '재벌 봐주기'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경실련·참여연대는 엄벌 촉구 성명을 냈고, 검찰은 이 회장이 해외 출장을 떠난 직후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러는 사이 대만의 언
벤처캐피탈(VC) 심사역들은 여느 때보다 바쁜 설 연휴를 보냈다. 연휴 직전인 5일 발표된 모태펀드 정시 출자사업 때문이다. 마감시한인 2월20일까지 제안서를 제출하려면 시간이 빠듯하다. 특히, 이번에 완전 개편된 루키리그에 지원하는 신생 VC들은 더욱 분주한 연휴를 보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번 루키리그에 1000억원 이상의 출자 예산을 배정해 총 1667억원 이상의 루키리그 펀드를 결성할 예정이다. 민간 출자시장에서 대형 VC 편중 현상이 고착화된 상황에서 중기부의 이번 결정은 투자회수 실적이 미진한 신생 VC에게 큰 도움일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국내 벤처투자 시장의 주요 LP(출자자)인 모태펀드가 루키리그 확대에 나서면서 지난해 위축됐던 공제회의 루키리그 출자가 부활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번 루키리그의 가장 큰 특징은 주목적 투자다. 모태펀드가 주목적 투자 대상을 정하는 다른 출자사업과 달리 위탁운용사(GP)가 직접 주목적 투자 대상을 설정해야 한다. 루키
설 연휴 직전 나흘간 187만명의 자영업자에게 총 1조3587억원의 이자 환급(캐시백)이 진행됐다. 1인당 평균 73만원. 고금리·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에게 큰 도움이 된 것은 분명하다. 앞으로 1422억원의 캐시백이 추가로 진행될 예정이다. 금리 상승기에 예대금리 차이로 막대한 이자 이익을 거둔 은행권이 고금리로 고통받는 고객을 위해 이익의 일부(추정 연간 순이익의 10%)를 내놓은 것은 바람직하다. 은행권에서도 민생금융지원 의미와 필요성에는 충분히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환급을 너무 서둘렀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직접적인 금융 지원에서 누군가는 아슬아슬한 차이로 배제되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어지는 형평성과 도덕적 해이 논란도 필연적이다.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은 공정한 원칙과 기준이다. 지난해 12월 20일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자영업자에게 1년간 4% 초과 이자 납부액의 90%(환급률)를 돌려주는 방식이 적절했는지는 살펴볼
"인구감소지역 89곳이 모두 회생이 가능한지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지난달 정부혁신 미래전략 포럼에 강의자로 나선 인구학자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현실적으로 89개 인구감소지역을 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던진 발언이다. 인구감소지역은 2021년 10월 행정안전부가 처음 지정했고, 5년 단위로 재지정된다. 연평균인구증감률을 비롯해 주간인구와 고령화비율 등 8개 지표를 근거로 산정된다. 하지만 처음부터 너무 많다는 지적이 많았다. 더욱이 수도권인 인천과 경기 지역, 광역시인 대구와 부산에서도 지정되면서 인구감소지역의 의미가 퇴색했다는 평가도 꾸준히 제기됐다. 조 교수가 인구감소지역 지정 대신 대안으로 내놓은게 통폐합을 통한 행정구역 구조조정이다. 그러면서 현재 226개나 되는 전국의 기초지방자치단체를 모두 유지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취재차 인구감소지역을 방문했을 때 비슷한 고민을 해본 적이 있다. 관할 지자체의 공무원조차 이 지역에 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인근
"보건복지부는 안전상비의약품 품목조정 자문위원회 활동 계획을 공개하라." 안전상비약 시민네트워크는 지난달 12일 "복지부가 지난해 10월부터 안전상비약 자문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밝혔으나 새해를 넘긴 현재까지 활동 계획에 대한 어떠한 발표도 없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촉구했다. 이처럼 시민단체가 나선 이유는 10여년이 지나도록 안전상비약 품목 재검토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상비약 판매제도는 약국 영업시간 외 심야시간대 의약품 구매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약국 외 의약품 판매를 허용한 제도다. 복지부는 2012년 의·약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를 통해 해열제 5종, 감기약 2종, 소화제 4종, 파스 2종 등 총 13개 품목을 지정해 24시간 운영 편의점에서 판매를 허용했다 이에 따라 현재 △타이레놀정 500mg △타이레놀정 160mg △어린이용 타이레놀정 80mg △어린이용 타이레놀 현탁액 △어린이 부루펜시럽 △판콜 에이 내복액 △판피린 티 정
올해 우리나라 예산 총지출 증가율은 2.8%다. 역대 최저 수준이다. '전임 정부 재정 운용이 방만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정치적 해석은 논외로 하더라도 나라곳간을 지켜 살림살이를 튼튼하게 만들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읽힌다. 건전재정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정부 의지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도 확인됐다. '감액 내 증액' 조정 원칙 아래 국회 예산 심의에 임한 정부는 당초 제출한 총지출 규모(656조9000억원)보다 외려 3000억원 순감된 예산을 손에 쥐었다. 정부는 관리재정수지와 국가채무가 각 4000억원 개선돼 건전재정 기조가 강화됐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새해 들어 정부의 건전재정 의지는 의심받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세수결손을 기록한 상황에서 정부가 연이어 줄감세 정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증권거래세 유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혜택 확대 등이 감세 정책의 사례다. 문재인정부가 '선심성 퍼주기' 정책을 폈다면 윤석열정부는 '선심성
최근 약 2주간 고향인 한 지방 도시에 머물 일이 있었다. 2주간 살펴본 고향은 학생 때인 20년 전과 크게 달라져 있었다. 지방이지만 오후 4~5시면 사람이 북적이던 시내 중심가는 걷는 사람조차 찾아보기 어려웠고 상가에는 공실이 눈에 띄었다. 결혼식장은 노인복지회관이나 장례식장, 요양병원 등으로 바뀌었고 약 20년간 영업하던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폐업했다. 비교적 최근 생긴 영화관도 내부 수리 중이라 한시적이지만 영화를 볼 수 없는 도시가 돼 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눈에 띄게 줄어든 활력에 비해 해당 도시의 인구는 생각보다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이 도시의 인구는 12만9000명대 후반을 기록하고 있다. 20년 전인 2004년 초에는 14만명 수준이었다. 20년간 인구가 불과 약 1만명(7%) 줄었을 뿐이지만, 고령화 때문인지 체감상의 변화는 매우 컸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는 2020년 정점인 5184만명을 기록한 후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주민등록기준으로 지
"반도체 산업 활성화가 곧 민생을 살리는 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직접 주재한 반도체 산업 민생토론회에서 한 발언이다. 윤 대통령은 집권 후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의지를 거듭 드러내 왔다. 정치권도 반도체 지원엔 여야가 같은 목소리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우리의 우선순위는 반도체"라고 말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같은 달 22일 반도체 등 첨단산업 보호 및 육성을 위한 한국판 IRA(인플레이션감축법)도입을 시사했다. 반도체는 무한경쟁의 장이다. 주요 기업과 국가가 한팀이 되어 플레이를 하고 있다. 미중 갈등과 같은 지정학적 요인 등이 반영되며 반도체가 국가전략산업화됐고 각국 정부는 일제히 지원책을 쏟아 내며 자국기업에 혜택을 주고 있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과학법에 따라 반도체 투자 기업에 생산 보조금 등 5년간 총 527억 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중국 정부는 2015~2025년 반도체 분야에 1조 위안을 투자하는 내용의 '중국
지난 29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정무위)에서 다뤄진 가장 큰 주제 가운데 하나는 홍콩H지수연계증권(홍콩 ELS) 상품의 대규모 손실 우려였다. 한 의원은 "정무위 소속 의원실로 투자자들의 민원 전화가 쏟아진다"며 금융당국에 빠른 실태 조사와 대책을 요구했다. 급기야 홍콩 ELS와 같은 옵션매도 구조화 상품은 은행에서 팔아선 안 된다는 주장이 나왔고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사실상 공감하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이날 정무위 이후 실제로 일부 시중 은행은 ELS 상품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은행들이 ELS 상품 판매를 일시 중단하긴 했지만 그 방법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정무위 전체회의에서는 한 번 듣고 이해하기 어려운데다 수익은 제한적이고 손실은 제한이 없다시피한 상품 구조에 대한 지적도 여러차례 제기됐다. 만약 지적대로 상품 자체에 큰 하자가 있었다면 증권사가 상품을 고안해 출시한 단계에서부터 금융당국이 이를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했다는 뜻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