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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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임상시험에 지원을 안 해준다는 것은 신약개발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최근 바이오기업의 임상시험 중단 소식이 잇따른다. 국내 1세대 바이오벤처 제넥신은 단장 증후군 치료제 'GX-G8'의 1상 임상시험을 중단했다. 상장폐지 위기의 셀리버리는 가동 중인 9개의 임상 시험 가운데 6개에 대한 연구개발(R&D)을 관뒀다. 신약 인허가 컨설팅과 CRO(임상시험수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메디헬프라인의 박옥남 대표는 "지금껏 400억원을 투자받았다는 우리 고객도 이제 임상시험을 다 중단하고 폐업까지 상담하고 있다"고 했다. 더 안 좋은 소식은 얼마 없던 정부 지원마저 끊기다시피 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임상시험을 지원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재단법인인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의 내년 예산을 29억200만원으로 올해 67억6200만원 대비 57%(38억6000만원)나 삭감하기로 했다. 특히 의료기관별로 정보를 연계해 임상시험의 효율성을 높이는 '스마트 임상시험 체계 구축 예산'은
"연구비 삭감한다고 누가 그래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7월 기자들과 만나 '정부출연연구기관 예산 삭감'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R&D(연구·개발) 삭감 없이 예산 재조정·분배를 자신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올해 대비 2989억원 삭감(25개 출연연 주요사업비)이었다. 내년도 정부 R&D 예산은 올해 대비 5조2000억원(16.6%) 깎인 25조9000억원으로 편성됐다. R&D 예산안이 전년보다 감소했던 해는 30여년전인 1991년으로 당시 전년보다 약 970억원(10.5%) 깎인 8241억원이 편성됐다. 내년처럼 수조원 예산 삭감은 사실상 초유의 일이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면 구성원에게 이해를 구하고 섬세한 소통은 필수다. 하지만 연구자들도 R&D 예산 삭감 배경인 '카르텔적 요소'를 알지 못한다. 예산 삭감 문제에 의문을 제기하면 '카르텔', '반국가세력'으로 몰리는 상황에 입을 닫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카르텔은 기업 보조금 성격의 R&D 등이
#1. "이 개XX야. 제발 정신 좀 차려" 지난 18일 국회 밖을 나서던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그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측 강성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인 건 순식간이었다. 이들은 박 원내대표가 가던 길을 가로막고 욕설을 퍼부었다. 급기야 어깨를 밀치기도 했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당론으로 부결시키라고 압박했고, 이 대표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정부와 싸우라고 요구했다. #2. 한 민주당 의원은 요즘 점심식사를 위해 국회 밖을 나갈 때 반드시 차를 탄다고 했다. 일상에서 건강을 챙겨야 한다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도 걷기를 고집하던 그다. 이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단식을 시작한 뒤로 국회 곳곳에 개딸(개혁의 딸·이 대표 지지층을 일컫는 말)과 강성 유튜버들이 있다"며 "최근 흉기 소동도 몇번 벌어지고 하니 보좌관이 한동안은 차를 타고 다녀달라고 부탁하더라"고 했다. 한층 거세진 강성 지지층의 입김이 민주당에 휘몰아치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한 맹
최근 만난 반도체 스타트업 '딥엑스'의 권태휘 부사장은 한국 반도체의 최대 문제로 취약한 팹리스(설계 전문)를 꼽았다. 삼성반도체 출신인 권 부사장은 한국이 세계적인 파운드리(위탁 생산)를 갖췄지만, 팹리스 역량이 부족해 인력난과 수익성 저하를 불러온다고 말했다. 연 매출 1조원대를 넘나드는 대형 팹리스가 생겨야 생태계가 강화되면서 파운드리도 튼튼해진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대형 팹리스가 없는 것은 메모리 반도체 위주로 성장한 한국 반도체의 기형적 구조 탓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메모리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세계 1~2위를 다툰다. 하지만 팹리스가 포함된 비메모리 분야는 약하다. 글로벌 팹리스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점유율은 1% 수준이며, 연 매출 1조원을 넘는 기업도 LX세미콘 한 곳이다. 1000억원을 넘는 기업도 7곳에 불과하다. 전 세계 시장의 68%를 차지하는 미국이나 대만(21%)은 물론 중국(9%)에 비해서도 모자란다. 일찌감치 퀄컴·엔비디아 등 선진 기술을 갖춘 '
"주거 상향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는거니까요." 최근 한 부동산 전문가에게 서울 청약시장이 왜 이렇게 뜨거운지를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 더 좋은 동네, 더 깨끗한 집으로 옮겨가고 싶은 욕구는 언제나 존재하며 이를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 어찌보면 당연한 얘기다. 서울에서 신축 아파트를 살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가지다. 조합원의 입주권을 매입하거나 청약 당첨자의 분양권을 매입하거나 직접 청약해 당첨되는 방법이 있다. 이 중 입주권은 나오는 물량이 적고 목돈이 많이 들어 실수요자에게는 선호되지 않는다. 남는 것은 분양권과 청약인데 서울은 분양권 매입은 한계가 있다. 올초 정부가 전매제한을 완화하면서 서울에서도 분양권 거래가 가능해졌지만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는 법안이 아직 국회 문턱을 못넘고 있어서다. 이를 무시하고 매입했다가는 매도자의 실거주 의무기간 충족을 위해 내 집을 내줘야 할 수도 있다. 실거주 의무를 어기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이렇다보니
"기업들이 정치싸움에 이용당하는 것이죠. 손 쓸 수 있는 대책도 없어서 참 답답하네요." 재계를 대표하는 한 경제단체 임원은 '노란봉투법'에 대해 한숨을 몰아 쉬었다. 재계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진행 중인 정쟁에 지쳤다는 것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을 골자로 하는 노란봉투법은 이번 달 열리는 정기 국회의 최대 쟁점 법안이다. 산업 현장에서 느끼는 불안감은 크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노사관계를 다시 이전으로 되돌리긴 어렵다. 대형 노동조합(노조)이 있는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에도 '파업 만능주의'가 자리잡고, 기업 경영은 더 힘들어 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사 간 역학관계가 노동자 중심으로 치우치게 된다는 게 기업의 우려다. 주요 기업 노무·인사 담당 임원들은 지난 12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주최한 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이 산업 생태계를 뿌리째 흔들어 미래 세대 일자리마저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쟁위
"○○ 앱 프리미엄 없나요?" 최근 한 내비게이션 앱이 여러 가지 서비스를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슈퍼앱'으로 전환하자 쏟아진 반응이다. 앱을 열자마자 광고 팝업창이 2개 연속 뜨고, 이를 없앤 뒤에도 첫 화면에 배너광고가 2~3개씩 붙자 '유튜브 프리미엄'처럼 광고를 안 볼 수 있는 기능이 필요하다고 꼬집은 것이다. 슈퍼앱 도약을 선언한 또다른 서비스에도 비슷한 반응이 이어진다. IT기업은 서비스 영역을 확대해 더 많은 이용자를 유입시키고 앱 체류시간을 늘려 정체된 성장률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지만, 이용자들은 '슈퍼앱=광고판'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특정 서비스를 빠르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었던 버티컬 서비스의 장점은 사라지고, 온갖 물건을 광고와 함께 어지럽게 늘어놓은 시장통 좌판처럼 변질된다는 것이다. IT기업이 슈퍼앱으로 전환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구독·쇼핑 등 다양한 수익모델(BM)을 적용할 수 있고 광고 상품군도 늘어 수익성 제고에 도움이 된다. 최근엔 구매전환율을
"저희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기획재정부 예산실 간부 A는 '2024년 예산안' 편성 과정을 회상하며 이렇게 토로했다. 기재부는 내년 각 부처 주요 사업 예산을 대거 삭감했는데 '칼질하는' 재정당국도 고민이 많았다는 것이다. A는 "부처들 얘기를 들어보면 각 사업을 추진해야 할 나름의 이유가 다 있다"며 "지출을 줄이는 시기는 서로 힘들다"고 했다. 예산실 간부 B는 "어느 해보다 예산안 편성이 힘들었다"고 돌이켰다. 짧은 시간에 '제로 베이스' 검토를 거쳐 예산안을 짜느라 다수 직원이 두 달 가까이 새벽 퇴근, 새벽 출근을 감수했다고 한다. B는 "그래도 뿌듯하다"며 "원론적으로 반복하던 수준이 아닌 '진짜 원점 검토'를 해 부실·관행 지출을 많이 줄였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나온 내년 예산안은 656조9000억원 규모다. 올해 대비 2.8% 늘어나는 것인데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나눠먹기식' 연구개발(R&D), 부정·부실 보조금 예산 등 총 23조원 구조조정
공공SW(소프트웨어)는 말 그대로 공공이 사용한다. 공공SW에 오류가 발생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공공에 돌아온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복지로에서 오류가 발생하자 복지행정이 마비되며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 올해 6월에는 4세대 지능형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서 오류가 발생해 교육현장에 대혼란이 찾아왔다. 정부는 공공SW의 품질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국민을 위한 SW를 만드는데 계속해서 오류가 발생한다면 세금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4세대 지능형 NEIS 개발과정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4차례에 걸친 교육부의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규정 적용요구를 거절한 것은 지탄받아야 할 일이다. 일련의 사건들로 정부가 공공SW 품질향상을 위한 논의를 시작한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논의의 방향이 대기업 참여를 얼마나 허용할지 등으로 흐르는 점은 우려스럽다. 품질향상에 대한 논의라기보다 공공SW라는 먹거리를 어떻게 나눠먹을지 논의하는
"이러다간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조합원이 내야할 금액이 일반분양가보다 비싸지는 곳이 나올수도 있다." 한 건설사 임원의 말이다. 인건비와 자잿값이 급등하며 정비사업 현장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린다. 도급계약서상 공사비 대비 50% 이상 높은 가격에 다시 공사비를 정하는 사업장이 대다수다. 시공사는 손해를 보면서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사가 진행된 경우도 마찬가지. 아파트를 다 지은 뒤라도 공사비를 더 내지 않으면 키를 주지 않겠다는 시공사도 있다. 일반분양은 아직 선분양이 대세다. 정비사업 사업자는 준공 2~3년 전에 확정된 분양가로 일반분양을 모집한다. 2~3년 새 공사비와 물가가 폭등할 경우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난다. 결과적으로 조합원이 일반분양가보다 많은 돈을 내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조합원들이 이를 받아들일리 없다. 요즘 일반분양가가 치솟는 이유다. 최근 청약을 실시한 서울 구로구 개봉동 '호반써밋 개봉'과 경기 광명 '광명센트럴 아이파크'는 시세
지난 7일 국회 내 소통관 앞에선 '방글라데시·네팔 어린이와 함께하는 나눔 바자회'가 열렸다. 평범한 듯한 이 행사장에선 큰 소란이 일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들로 보이는 이들이 "우리 대표님이 단식 중인데 감히 음식을 파느냐"며 소리를 지른 것이다. 이 행사장은 이 대표가 단식 중인 농성장과 2~300m 남짓 떨어진 곳에 위치했다. 하필 주최 측도 비명(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박용진 민주당 의원실이었다. 이재명 대표 팬 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서는 박 의원실 연락처를 공유하며 항의하자는 게시글도 올라왔다. 이 대표의 단식 이후 국회는 극한의 정치 대립과 상대방을 향한 증오 표출의 공간이 됐다. 경내엔 스마트폰을 들고 생중계 중인 유튜버들과 이 대표 지지자들로 보이는 이들이 배회한다. 농성장 앞에서 보수 유튜버들과 이 대표 지지자들 간 싸움과 난동이 벌어지기도 했고, 이를 말리는 경내 경찰과의 언쟁까지 이어졌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마이크를 들고 방송 중인 언론사 기
제조업 전반에 추투(秋鬪)가 들불처럼 번진다. 창사 55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 전운이 드리운 포스코를 비롯해 현대차·현대제철·볼보건설기계 등에서 쟁의 절차 진행되거나 앞두고 있다. 통상 쟁의의 주된 이유는 처우다. 노조가 요구하는 임금 인상 폭과 회사가 이견을 보일 때 단체행동에 나선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인 파업의 전개 양상이다. 올해는 조금 다르다. 주요 대형사업장 노조 집행부 투표가 있기 때문이다. 새 집행부를 꾸린 포스코를 제외할 경우 최근 회사와 각을 세우는 주요 기업 노조 대부분이 11~12월 선거를 치른다. 대형 노조는 조합원 수만큼이나 예산도 상당하다. 관료사회처럼 직책·직급도 다양하다. 노조의 수장이 되면 예산과 자리를 좌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선거전에 나선 인물은 소수지만 적지 않은 이들이 뒤를 받친다. 임기 2년의 노조 집행부 선거는 계파 간 다툼 양상이 종종 벌어진다. 강성 계파가 집행부를 꾸리면 파업이 잦다. 온건 계파는 구성원들 사이에서 이를 과도한 파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