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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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돌이 지나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하면서 육아 가정들의 숨가쁜 아침 일정에 대해 매일 보고 듣는다. 특히 우리처럼 직장 어린이집도 없고, 가까운 어린이집을 구하지 못한 맞벌이 가정에 관심이 많이 간다. 가까이 사는 부모님이 도와주신 덕분에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하지만 아이를 아침부터 차량에 태워 다른 동네 어린이집에 직접 바래다 주거나 유모차를 끌고 다른 단지까지 데려다 주는 부모들은 매일 아침이 전쟁이다. 이게 몇 개월 정도만 버티면 해결되는 일이라면 꾹 참고 견뎌볼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수년을 이렇게 보낼 수밖에 없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실제로 어린이집 대기번호를 받으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10번대 대기 순번이 앞당겨졌는지 확인해보면 되려 순번이 뒤로 밀려 있다. 다자녀가구 등이 우선순위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얼마나 기다리면 되는지 물으니 현재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이들이 유치원에 가거나 먼 곳으로 이사를 가지 않는 이상 빈 자리가 나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명품을 사는 것이 한때 유행처럼 번졌다. 2013년 관세청이 수입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홈쇼핑이나 온라인쇼핑몰 등에서 판매되는 병행수입품에도 통관인증표지를 부착할 수 있게 하면서다. '병행수입≠가품'이라는 인삭과 함께 e커머스 시장 성장이 맞물리며 온라인 명품시장은 커졌다. 같은 상품을 비싼 가격을 주고 백화점에서 사는 사람은 바보라는 말도 나왔다. 진입장벽으로 작용했던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지자 2030세대는 물론 많은 사람들이 명품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명품시장이 활성화될 때 백화점은 망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명품 쇼핑 플랫폼의 성장은 오히려 명품시장 저변을 넓혀줬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들은 당시를 이렇게 평가한다. 지속적으로 불거진 가품논란, 반품비용, 불공정약관, 미흡한 대처 등의 문제가 누적되면서 온라인명품시장은 내리막길로 접어들고 있다. 한번 명품을 경험해본 소비자들은 온라인 명품 시장에서는 발길을 돌려 백화점으로 몰려들었다. 백화
"당연히 폐기됐어야 하는 법입니다. 솔직히 정치싸움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래선 안됩니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을 담당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오랜 논쟁에 지칠대로 지친 그는 "더 이상 쳐다보기도 싫다"고 덧붙였다. 경제 단체와 기업인들이 직·간접적으로 국회를 찾아간 것만 수백번은 넘을 것이라고 한다. 노란봉투법은 지난 8일 국회 재표결을 거쳐 결국 폐기됐다. 이 같은 결론이 내려지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노란봉투법이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자, 야당 주도로 본회의에 직회부 됐고 결국 통과했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는 무산됐다. 본회의 직회부에 대한 헌법재판소 심판까지 거쳤다. 대통령 거부권은 마감 기한을 하루 앞두고 행사됐다. 결과적으로 재계의 요구대로 노란봉투법이 시행되진 않았지만 문제는 과정이다. 노란봉투법이 '정쟁의 도구'로 이용되면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렀다는 지적이다. 재계는 노란봉투법 도입
법정 처리 시한(12월2일) 내 처리되지 못한 내년도 예산안이 21대 마지막 정기국회 회기 종료일(9일)까지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여야는 양당 원내대표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가 참여하는 '2+2 협의체'를 통해 오는 20일까지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으나 실제로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8일 내년도 예산안과 민생법안 등의 처리를 위해 12월 임시국회를 열기로 뜻을 모았다. 합의문에 따라 여야는 오는 11일부터 30일 간 임시국회를 연다. 안건 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20일과 28일, 내년 1월9일 열린다. 문제는 20일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한다는 여야의 약속에 아무런 구속력이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예산안 자체에 대한 여야 간 의견차도 작지 않다. 여야는 약 한달 동안의 논의 과정에서 R&D(연구개발), 원자력 발전·재생에너지, 지역화폐, 정부 특수활동비 예산 등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
윤석열 대통령과 주요 그룹 총수들 간의 만남. '핫한' 이들인만큼 한 자리에 모일 때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지난 6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 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등과 부산 중구 부평깡통시장을 찾아 떡볶이, 빈대떡, 비빔당면 등을 시식한 것도 그 중 하나다. 이날 시장 방문은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EXPO)'의 유치는 불발됐더라도 부산 경제 발전에 계속해서 힘쓰겠다는 뜻을 담았다. 취지는 좋았지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총수들을 너무 자주 호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이번에 다시 윤 대통령이 이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동행해 네덜란드 국빈방문에 나섰다. 두 나라 간 '반도체 협력' 확대가 목표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서의 윤 대통령의 역할을 바라는 이들이 많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는 한-네덜란드 협력 관계의 중심축"이라며 반도체 동맹 강화가 방문 목적이라고 콕 집어 밝혔다. 오는 13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의도에선 선거제 개편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특히 비례대표제를 20대 국회까지의 병립형으로 되돌리느냐, 21대 국회에 적용됐던 준연동형 제도를 유지하거나 또는 권역별 연동형 제도 등으로 나아가느냐의 문제를 두고 정치권이 갑론을박 중이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의석수와 무관하게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 47석(21대 국회 기준)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반면 연동형은 지역구 의석수에 정당 득표율을 연동하기 때문에 지역구에서 당선자를 못 낸 소수 정당에도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 준연동형은 전체 비례대표 의석 중 일부는 연동형, 일부는 병립형을 따르는 구조다. 이를 놓고 여야 원내대표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국민의힘은 일찌감치 병립형 회귀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민주당 내 논의는 쉽게 매듭지어지지 않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대선 공약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거대 양당 정치 구도를 깰 수 있는 정치개혁을 약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공매도 금지로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을 떠날 거란 우려는 잠잠해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은 국내 상장주식 3조3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4개월 만에 순매수로 전환했고 순매수 규모는 지난 1월 이후 올해 두 번째로 많았다. 금감원은 이 같은 내용을 빨간 글씨로 강조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평시에 공매도 전면 금지를 한 건 우리나라가 처음이라 국내외 학자들 사이에선 우리나라 사례가 공매도 연구의 좋은 표본이 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총선용, 포퓰리즘, 왜 갑자기란 물음표가 여전하지만 공매도 금지 상황에 다들 순응해 가는 모습이다. 그런데 공매도 금지 이유였던 제도 개선 과정은 아직 의문이 따라붙는다. 공매도 금지를 이끌었던 개인투자자들은 정부의 제도 개선 방향이 성에 차지 않는다. 정부가 개인과 기관·외국인간 거래 조건을 동일하게 맞추겠다고 했지만 △시장조성자 공매도 금지 △공매도 담보
"고금리 장기화로 민생이 어렵고 부문 간 회복속도 차이로 온기가 확산되지 못한 꽃샘추위 상황입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이다. 윤석열정부 출범 당시의 복합 경제 위기는 상당 부분 해소됐지만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기는 여전히 '한겨울'이란 의미다. 한국 경제는 코로나19(COVID-19) 사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촉발한 '3고(高) 시대'를 겪으며 이제야 바닥을 찍고 최악은 탈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2023년 말 현재 체감경기는 여전히 팍팍하다. 물가는 4개월째 3%대다. 금리도 고공행진 중이다. 대표 서민음식이라는 삼겹살로 4인 가족이 외식 한 번 하려면 10만원이 훌쩍 넘는 게 현실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1월부터 3.5%를 유지 중이고 은행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신규취급액 기준)는 10월 3.97%로 전달보다 0.15%포인트 올랐다. 고물가·고금리에 사람들이 지갑을 안 여니 경제도 안
20년 전 오스트리아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유럽 첫 극우 국가가 됐을 때 다른 국가들은 분노했다. 외교관들은 오스트리아 정부 인사들을 피했고, 시위대는 정치인들을 괴롭혔다. 한 벨기에 대표는 당시 오스트리아 국방부 장관과의 점심을 "나는 파시스트와 밥을 먹지 않겠다"며 거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3년 현재 유럽의 상황은 달라졌다. 지난해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스웨덴, 핀란드, 스위스, 네덜란드, 프랑스 등에서 극우 정당의 약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100년 만에 극우 총리가 탄생했고, 나치즘 역사로 극우가 금기시됐던 독일에서도 극우 정당의 지지율이 9월 여론조사 기준 2위까지 올랐다. 13년간 좌파 정권이 집권한 네덜란드에서도 지난달 총선에서 극우 성향 자유당이 제1당에 등극했다. 유럽 극우 정당 약진의 주요 배경은 반(反)이민 정서 심화에 있다. 유럽의 반이민 정서는 시리아 난민이 유럽으로 몰려오던 지난 2015년부터 확대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
제약·바이오 산업을 상징하는 단어는 '잠재력'이다. '신약 개발'로 대표되는 목표 달성시 폭발적인 고부가가치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타산업 대비 부족한 성과에도 향후 국가를 대표할 중심 산업으로 지목되는 배경이다. 다만 산업 특성에 기인한 취약점 역시 명확하다. 한정된 성과에 외부 변수에 지나치게 흔들린다. 최근만 해도 럼프스킨병이나 빈대 등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어 보이면 해당 기업의 주가가 실제 성과와 상관없이 요동쳤다. 근래 가장 강력했던 코로나19 관련주들의 주가 급등락은 말할 나위도 없다. 총선이 가까워진 최근엔 일부 기업들이 정치 테마주에 편승될 조짐까지 보인다. 본연의 가치와 무관한 변수에 흔들리는 현실의 배경은 실적으로 대표되는 성과 부족이다. 여기에 실체없는 테마에 휘둘리는 동안 미온적인 기업들의 대처도 책임이 없지 않다. 다행인 점은 올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의미있는 숫자들을 내놓고 있다. 꾸준한 담금질에 하나둘 성과가 도출되면서 산업 전반의 외형이 커지는 중이다. 국
지난달 당정이 발표한 청년 통장·주택담보대출(주담대)와 지난 8월 정부가 마련한 신생아 특별공급 등 청년 주거지원 방안을 두고 세대 내 갈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청년 중에서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생기면서다. 우선 청년 통장(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 가입 요건은 만 34세까지로 정해졌다. 출시 예정 시기는 2025년으로 이때 만 34세가 넘어가면 가입할 수 없다. 이 통장은 2% 저금리를 제시하는 청년 주담대(청년 주택드림 대출)를 받기 위한 선행 조건이어서 1~2살 차이로 두 가지 혜택을 모두 놓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당정은 나이 요건 확대를 시사했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당에서 최근 결혼이나 자산형성 시기가 뒤로 늦춰지는 점을 감안해 연령대를 30대 후반까지 확대하는 것을 요구했고, 정부에서도 적극 검토해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 청년표를 위한 노림수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명확한 기준 없이 총선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최근 부서장 보직자 81명 중 68명(84%)을 바꾸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새로 부서장 직위를 부여받은 직원만 34명이다. 약탈적 민생 침해 금융범죄 척결을 위해 금융소비자보호처 강화와 가상자산 부서 신설 등 조직 개편도 이뤄졌다. 지난해 6월 취임한 이복현 원장의 2번째 정기인사는 '역대급 물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당초 예상보다 교체 범위가 훨씬 더 넓었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이번 인사에서 공채 2~4기와 경력직원을 주력 승진 대상으로 삼았다. 국장으로 승진하지 못한 1기부터 순차적으로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은 빗나갔다. 3급 시니어 팀장의 부서장 발탁과 여성 해외사무소장 선발 모두 금감원 출범 이래 최초 사례다. 금감원의 뿌리깊은 기수 문화를 극복하고 성과주의 조직문화를 자리잡게 하겠다는 이 원장의 의지가 이번 인사에 반영됐다. 역대 최초 검찰 출신이자 최연소 금감원장인 이 원장의 파격 행보는 인사에서도 이어졌다. 이 원장은 지난 1년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