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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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공매도 금지로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을 떠날 거란 우려는 잠잠해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은 국내 상장주식 3조3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4개월 만에 순매수로 전환했고 순매수 규모는 지난 1월 이후 올해 두 번째로 많았다. 금감원은 이 같은 내용을 빨간 글씨로 강조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평시에 공매도 전면 금지를 한 건 우리나라가 처음이라 국내외 학자들 사이에선 우리나라 사례가 공매도 연구의 좋은 표본이 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총선용, 포퓰리즘, 왜 갑자기란 물음표가 여전하지만 공매도 금지 상황에 다들 순응해 가는 모습이다. 그런데 공매도 금지 이유였던 제도 개선 과정은 아직 의문이 따라붙는다. 공매도 금지를 이끌었던 개인투자자들은 정부의 제도 개선 방향이 성에 차지 않는다. 정부가 개인과 기관·외국인간 거래 조건을 동일하게 맞추겠다고 했지만 △시장조성자 공매도 금지 △공매도 담보
"고금리 장기화로 민생이 어렵고 부문 간 회복속도 차이로 온기가 확산되지 못한 꽃샘추위 상황입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이다. 윤석열정부 출범 당시의 복합 경제 위기는 상당 부분 해소됐지만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기는 여전히 '한겨울'이란 의미다. 한국 경제는 코로나19(COVID-19) 사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촉발한 '3고(高) 시대'를 겪으며 이제야 바닥을 찍고 최악은 탈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2023년 말 현재 체감경기는 여전히 팍팍하다. 물가는 4개월째 3%대다. 금리도 고공행진 중이다. 대표 서민음식이라는 삼겹살로 4인 가족이 외식 한 번 하려면 10만원이 훌쩍 넘는 게 현실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1월부터 3.5%를 유지 중이고 은행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신규취급액 기준)는 10월 3.97%로 전달보다 0.15%포인트 올랐다. 고물가·고금리에 사람들이 지갑을 안 여니 경제도 안
20년 전 오스트리아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유럽 첫 극우 국가가 됐을 때 다른 국가들은 분노했다. 외교관들은 오스트리아 정부 인사들을 피했고, 시위대는 정치인들을 괴롭혔다. 한 벨기에 대표는 당시 오스트리아 국방부 장관과의 점심을 "나는 파시스트와 밥을 먹지 않겠다"며 거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3년 현재 유럽의 상황은 달라졌다. 지난해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스웨덴, 핀란드, 스위스, 네덜란드, 프랑스 등에서 극우 정당의 약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100년 만에 극우 총리가 탄생했고, 나치즘 역사로 극우가 금기시됐던 독일에서도 극우 정당의 지지율이 9월 여론조사 기준 2위까지 올랐다. 13년간 좌파 정권이 집권한 네덜란드에서도 지난달 총선에서 극우 성향 자유당이 제1당에 등극했다. 유럽 극우 정당 약진의 주요 배경은 반(反)이민 정서 심화에 있다. 유럽의 반이민 정서는 시리아 난민이 유럽으로 몰려오던 지난 2015년부터 확대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
제약·바이오 산업을 상징하는 단어는 '잠재력'이다. '신약 개발'로 대표되는 목표 달성시 폭발적인 고부가가치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타산업 대비 부족한 성과에도 향후 국가를 대표할 중심 산업으로 지목되는 배경이다. 다만 산업 특성에 기인한 취약점 역시 명확하다. 한정된 성과에 외부 변수에 지나치게 흔들린다. 최근만 해도 럼프스킨병이나 빈대 등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어 보이면 해당 기업의 주가가 실제 성과와 상관없이 요동쳤다. 근래 가장 강력했던 코로나19 관련주들의 주가 급등락은 말할 나위도 없다. 총선이 가까워진 최근엔 일부 기업들이 정치 테마주에 편승될 조짐까지 보인다. 본연의 가치와 무관한 변수에 흔들리는 현실의 배경은 실적으로 대표되는 성과 부족이다. 여기에 실체없는 테마에 휘둘리는 동안 미온적인 기업들의 대처도 책임이 없지 않다. 다행인 점은 올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의미있는 숫자들을 내놓고 있다. 꾸준한 담금질에 하나둘 성과가 도출되면서 산업 전반의 외형이 커지는 중이다. 국
지난달 당정이 발표한 청년 통장·주택담보대출(주담대)와 지난 8월 정부가 마련한 신생아 특별공급 등 청년 주거지원 방안을 두고 세대 내 갈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청년 중에서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생기면서다. 우선 청년 통장(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 가입 요건은 만 34세까지로 정해졌다. 출시 예정 시기는 2025년으로 이때 만 34세가 넘어가면 가입할 수 없다. 이 통장은 2% 저금리를 제시하는 청년 주담대(청년 주택드림 대출)를 받기 위한 선행 조건이어서 1~2살 차이로 두 가지 혜택을 모두 놓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당정은 나이 요건 확대를 시사했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당에서 최근 결혼이나 자산형성 시기가 뒤로 늦춰지는 점을 감안해 연령대를 30대 후반까지 확대하는 것을 요구했고, 정부에서도 적극 검토해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 청년표를 위한 노림수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명확한 기준 없이 총선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최근 부서장 보직자 81명 중 68명(84%)을 바꾸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새로 부서장 직위를 부여받은 직원만 34명이다. 약탈적 민생 침해 금융범죄 척결을 위해 금융소비자보호처 강화와 가상자산 부서 신설 등 조직 개편도 이뤄졌다. 지난해 6월 취임한 이복현 원장의 2번째 정기인사는 '역대급 물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당초 예상보다 교체 범위가 훨씬 더 넓었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이번 인사에서 공채 2~4기와 경력직원을 주력 승진 대상으로 삼았다. 국장으로 승진하지 못한 1기부터 순차적으로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은 빗나갔다. 3급 시니어 팀장의 부서장 발탁과 여성 해외사무소장 선발 모두 금감원 출범 이래 최초 사례다. 금감원의 뿌리깊은 기수 문화를 극복하고 성과주의 조직문화를 자리잡게 하겠다는 이 원장의 의지가 이번 인사에 반영됐다. 역대 최초 검찰 출신이자 최연소 금감원장인 이 원장의 파격 행보는 인사에서도 이어졌다. 이 원장은 지난 1년 반
"국내 화장품 브랜드의 중국 내 시장 점유율 떨어졌다고 하지만 자동차, 핸드폰에 비하면 감소폭은 거의 없는 수준입니다." 한 화장품 회사 대표의 말이다. 화장품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효자 산업중 하나로 국내 경기가 어려운 시기에도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줬다. 전세계 여성들의 파우치 필수품이 된 쿠션팩트의 원조도 우리나라다. 국내 기업이 스탬프를 찍는 원리에서 영감을 받아 파우더와 파운데이션의 기능을 합쳐 개발했다. 쿠션팩트는 화장 시간을 혁명적으로 단축시켰고 그 간편함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쿠션팩트를 비롯해 한국산 화장품들은 한때 '메이드인 코리아'라는 이름 하나로 해외에서 날개돋친 듯 팔려나갔다. 그 중심 국가는 중국이었다. 중국은 국내 화장품 수출 시장의 큰 축으로 2018년까지만해도 60%의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를 겪은 이후로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 내 한국 화장품 불매 운동이 이어졌고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보따리상의 왕
내년 1월27일로 다가온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을 앞둔 중소기업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입법부와 행정부를 바라보며 따뜻한 손길을 바라지만 큰 기대는 없다. 5인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수는 83만여개로 전체 기업의 98% 이상을 차지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중처법이 유예되지 않을 경우 대응 계획을 묻자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응답이 과반을 넘었다. '사업 축소·폐업 고려' 응답도 16.5%를 차지했다. 법적 조력을 받을 능력과 시간이 부족한 사업주는 사고 조사와 재판 기간 동안 기존 사업을 유지할 수 없다. 사업주이면서 노동자인 이들은 더하다. 무대책으로 법을 어기는 길을 걷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폐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직원은 하루 아침에 일터를 잃을 위기에 놓인다. 산업·안전·보건 전문가들이 중처법 유예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유다. 중처법 유예가 안전 유예를 부추기는 것도 아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으로도 50인(억)미만 사업
오는 30일(현지시간) 지구 온난화 대책을 협의하는 제28회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다. 당사국총회는 각국이 함께 기후변화 대응 목표를 설정하고 방법을 정한다는 점에서 인류의 가장 중요한 기후 노력으로 여겨진다. 1997년 교토의정서,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같은 국제사회 주요 합의들이 모두 당사국총회를 통해 나왔다. 올해 회의는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에 비해 1.5℃보다 더 높아지지 않도록 한다는 목표 달성을 위한 전 지구적 이행점검(GST)이 이뤄지는 총회로 의미가 크다. 각국은 기후위기 대응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다국적 협력이 얼마나 강화될지는 미지수다. 올해 당사국총회에 대한 관심은 전쟁 같은 급박한 국제정세에 밀려 관심에서 다소 밀려난 분위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의 인질 협상 등에 따른 업무 과중을 이유로 취임 후 처음으로 총회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눈앞의 경제적 이익을 이유로 기후
이달 초 할아버지 기일이었다. 2년 전, 90세가 다 돼 폐암을 진단받은 할아버지는 "아무것도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자식들 고생하는 게 당신 아픈 것보다 싫으셨던 게다. 수년 전에 이미 불필요한 생명 연장은 원치 않는다며 사전연명의료의향서(계획서)도 작성해두셨던 터였다. 하지만, 연명의료계획서는 당신 입장에선 '반쪽짜리'였다. 수개월 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말기'는 대상이 아니고 곧 사망할 '임종 과정'에만 적용됐기 때문이다. 암이 진행돼 급성 폐렴으로 응급실에 실려 온 그날부터 두 달간 할아버지는 병원에서 '살았다'. 수액과 영양제가 혈관이 꽂혔고 산소를 공급하는 콧줄이 달렸다. 심장 박동과 혈중 산소량을 기록하는 센서도 몸에 덕지덕지 붙었다. 할아버지는 연신 그것들을 떼버리려고 했다. 호흡이 가빠 필담(筆談)으로 장례 절차를 적고 "편히 죽고 싶다"고 썼다. 하지만, 병원은 법적 책임 등을 이유로 환자를 마음대로 죽게 두지 못했다. 그것이 설령 개인의 의지라도, 그 의
"죄송하지만 2차전지 얘기는 못할 것 같습니다." 2차전지 산업을 연구하는 애널리스트에게 인터뷰 요청을 하면 한결같이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2차전지 전문가가 2차전지 얘기를 할 수 없다는 게 아이러니 하지만 요즘 여의도 증권가의 현실이 이렇다. 말하는 게 직업인 애널리스트가 말을 할 수 없고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종목인데도 제대로 된 투자의견 조차 낼 수 없다. 요즘 애널리스트는 목숨을 걸고 일한다고 할 정도다. 과장이 아니라 진짜다. 모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매도 의견을 냈다는 이유로 매일같이 협박 메일을 받는다. 그 연구원의 보고서를 인용한 기사에는 험악한 댓글로 가득하다. 더 심각한 건 이런 현상이 온라인으로만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어떤 투자자는 모 증권사 앞에서 '친중 매국노 ○○○은 자살하라'는 피켓을 들고 연일 시위를 벌인다. 문구도 살벌하지만 무엇보다 직접 회사를 찾아와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게 심각성을 더한다. 에코프로가 고평가 됐다며
벤처캐피탈(VC, 창업투자회사) 업계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중소기업창업투자공시에 따르면 국내 VC는 364개사로 총 벤처펀드 운용규모(AUM)은 56조5584억원이다. 이중 AUM(운용규모) 기준 상위 3%의 대형 VC 14곳이 전체 36%인 20조7000억원을 운용한다. 반면 하위 26%인 95개사는 AUM이 상위 3%의 100분의 1인 100억원을 밑돈다. VC업계의 양극화 문제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금리인상으로 출자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VC들이 펀드 결성에 애를 먹기 시작했다. 특히 중소형VC의 타격이 컸다. 그나마 열리는 출자사업들은 보수적으로 대형 VC들에게 출자했고, 대형VC들은 시장축소에 중소형VC들이 맡아오던 소규모 출자사업에까지 손을 뻗었기 떄문이다. 그 결과 투자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1년 새 라이선스를 반납한 VC의 숫자는 7곳에 달한다. 2019~2021년 연평균 4.7곳보다 32% 증가한 규모다. 심사역 인력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