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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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수소 경제가 시작된다고 볼 수 있을 듯 한데요, 갈 길이 너무 멉니다." 수소 사업을 준비하는 에너지 업계 관계자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하반기 중 SK E&S, 효성중공업, 두산에너빌리티 등을 중심으로 연산 4만5000톤 규모의 액화수소가 쏟아지는 상황이 기대반·우려반이라는 것이다. 액화수소가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기대'는 있다. 기존 기체수소 대비 운송·저장·충전 능력이 월등히 뛰어나기 때문이다. 미흡한 수소 생태계는 '우려'다. 수소 생산과 공급이 늘어나도 쓸 곳이 부족하다는 인식에 기반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프라 부족을 이유로 "수소를 무턱대고 생산하긴 어렵기에 시장 상황을 일단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소를 가장 대용량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곳으로는 발전소가 손꼽힌다. 하지만 기술발전 속도를 봤을 때 LNG(액화천연가스)와 수소의 혼소를 통한 발전을 상용화하는 것에 약 5년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다. 기체수소·액화수소를 포함
8억7920만원→10억4550만원→12억7200만원. 광명뉴타운에서 작년 12월부터 세 차례 공급된 아파트의 전용 84㎡ 분양가다. 분양가는 반년 사이 4억원 가량 뛰어 13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분양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3 대책으로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를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에서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되면서다. 12억3500만원(이하 전용 84㎡)에 공급된 'e편한세상 용인역 플랫폼시티'를 시작으로, '구리역 롯데캐슬 시그니처' 9억원, '인덕원 퍼스비엘' 11억원 등이 지역 최고가를 찍었다. 서울에서는 이미 10억원 이하를 찾아보기 힘들다. 가장 최근 분양한 '롯데캐슬 이스트폴'은 15억원에 육박한다. 이문휘경뉴타운에서 분양을 앞둔 '래미안라그란데' 예상 분양가는 3.3㎡ 당 3300만원으로, 세달 전 인근에 공급된 '휘경자이디센시아(3.3㎡ 당 2930만원)' 대비 13% 오를 전망이다. 몇달 새 분양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것은 수도권 청약 시장의 흥행과 관련
기자 일을 하다 보면 생판 모르는 이의 장례식장에 가야 할 일이 더러 있다. 대체로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했거나, 범죄 피해자거나, 세상에 뭔가 알리고 싶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장례식장에서 이것저것 캐묻는 것이 예의가 아닌 줄 알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유가족에게 취재가 필요한 상황을 정중히 설명하고 내가 쓰는 기사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수밖에. 가족을 잃은 슬픔, 죽음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 유가족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런데 그 뒤에 꼭 따라오는 말이 있다. "다시는 이런 죽음이 없도록 해달라"는 부탁이다. 가족의 죽음이 그냥 잊히지 않게, 헛되지 않게 해달라는 뜻일 터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또 다시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온 사회가 힘을 합쳐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직접 만나보지 못했지만 이번 신림동 사건 유가족도 비슷한 마음일 것이라고 짐작한다. 이 사건 피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나는
"초임 선생님이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 업무와 담임을 연속 두차례 맡았다. 초등 1학년 담임이 가장 어려워 경륜을 갖춘 선생님이 맡아야 하는데 초임 교사에게 맡긴 부분은 다소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26일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 교직에 나선지 얼마 안된 한 초등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무엇이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아직은 분명하지 않지만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사회 각층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무너진 교권을 회복시키자는 목소리가 거세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되살려야 할 것은 교권 뿐만이 아니다. 한 중학교 교사는 서이초 교사의 죽음에 대해 "어떻게 신규한테 나이스 업무를 시킬 수 있지"라고 반응했다. 2년차 교사가 맡기에는 일이 너무 과중하다는 것이다. 해당 교사는 "신규면 아직 나이스 버튼이 뭐가 어디에 있는지도 다 모를 때"라고 했다. 게다가 나이스는 최근 4세대로 개편하면서 개통 첫날부터 타 학교 학생 학적 노출 등 심각한 오류를 빚었
중앙부처 대변인은 극한 직업으로 불린다. 부처 홍보 계획 수립을 총괄하고 장관의 대내외 주요 일정에 빠짐없이 동행한다. 적게는 수 십명, 많으면 100명이 넘는 출입 기자와 수시로 소통한다. 퇴근 후 시간, 주말도 없다. 참석해야 하는 밥자리, 술자리도 많다. "건강을 생각하면 대변인을 1년 이상 하면 안 된다"는 말도 나온다. 개인적으론 꺼릴 수 있는 자리지만 장관들은 보통 부처내 '에이스'를 대변인에 앉힌다. 그만큼 역할이 중요해서다. 정부 정책은 국민에게 적시에 정확히 알려져야 효과가 있는데 가교 역할인 대변인의 능력이 부족하거나 불성실하면 이를 기대할 수 없다. 정부가 주요 부처 대변인의 직급을 상향하기로 한 것도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교육부·보건복지부·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 등 7개 부처 대변인 직급이 이달 말부터 국장급에서 실장급(1급)으로 격상된다. 관보에 따르면 "증가하는 정책 홍보 수요에 대응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전략적 홍보 및
얼마 전 지인이 텔레그램 피싱에 당했다. 보안 업데이트를 하라는 말에 전화번호와 인증번호를 입력하자 순식간에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고전적인 수법이었지만 보안이 특장점인 텔레그램이 피싱 도구였던 탓에 의심 한번 해보지 못하고 당했다. 그는 "이런 피싱에 어떤 바보가 당하냐고 생각했는데 그게 나였다"고 자책했다. 코로나19(COVID-19)를 거치면서 정보보호가 더욱 중요해졌다.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보안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PC나 휴대폰 등으로 업무를 보는 일이 늘어났다. 정부나 공공기관도 민원 업무를 비대면으로 처리하기 위해 많은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공격자 입장에서는 공격 대상이 확 늘어난 셈이다. 정보보호가 중요해지자 정부는 제도 강화에 나섰다. 정보보호 공시 의무대상 기업을 확대하고 부실·허위 공시 기업에는 과태료 처분을 내릴 수 있게 했다. 기업들도 LG유플러스 개인정보 유출 사고 등 최근 사례로 단 한번의 정보유출 사고가 얼마나 큰 피해를
'부실공사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장수'로 나서면서 '칼'을 빼들었다. 오 시장은 최근 서울시 동대문구 이문3구역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 공사장을 현장점검차 방문했다. 하필 아파트 붕괴 사고를 겪은 HDC현대산업개발과 GS건설이 공동시공을 맡은 현장이다. 오 시장은 민간 건설사들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동영상 기록관리에 동참하는 것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서울시는 도급 순위 상위 30개 건설사에 동영상 기록 관리 확대에 동참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모든 공정을 동영상으로 남겨두면 부실 가능성이 생겼을 때 입증이 가능하다는 취지다. 공정이 설계대로 시공되고 있는지 건설사는 물론, 감리회사와 지자체가 각각 동영상을 보존 관리를 하자는 것이다. 서울시의 요청을 받은 건설사 중 24곳은 하루만에 동참의지를 밝혔다. 서울시의 요청을 민간 건설사가 거절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업계에선 규제만 강화될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축공사 감리세부기준에
북태평양 베링해 깊은 바다, 적에게 들키지 않는 스텔스 잠수함 '세바스토폴'은 귀환을 앞두고 의문의 공격을 받는다. 레이더에 잡힌 적 잠수함이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상대에 쏜 어뢰가 돌연 방향을 바꿔 우리에게 날아온다. 범인은 인간을 뛰어넘는 AGI(범용인공지능) '엔티티'다. 영화에선 이를 '유령'이라 부른다. 에던 헌트(톰 크루즈)는 엔티티를 디지털 핵폭탄으로 간주, 이를 제거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이처럼 AI와 인간의 대립은 익숙한 영화소재지만 이번엔 남다르게 다가온다. 사람처럼 글쓰고 대화하는 초거대 AI가 현실화해서다. 미 공군의 AI 드론이 가상훈련 중 임무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인간 조종사를 공격했다는 사례도 뇌리를 스친다. 다행히 실제 훈련이 아닌 '사고실험'인 것으로 밝혀졌지만 초거대 AI 활약상이 커질수록 막연한 두려움은 실체적 공포가 된다. 챗GPT의 아버지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초거대 AI를 핵무기에 비유하면서 AI 포비아가 확산됐다. 세계적으로 AI
"유튜브를 틀면 자칭 전문가가 너무 많아요. 말 한마디에 투자자가 움직이고 소규모 기업은 휘청입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한 배터리 소재 기업 임원의 하소연이다. 초격차 기술력을 바탕으로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되는 국내 주요 배터리 소재사는 올 상반기 주식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3사보다 강세를 보였다. 이 시기를 틈타 시장을 교란하는 가짜 전문가가 판친단 우려였다. 4대 핵심 소재 가운데 그간 양·음극재에 대한 관심이 비교적 높았다. 상반기 가파른 주가 상승 흐름을 보인 에코프로·포스코퓨처엠 등이 이에 해당한다. 업계 내부에선 분리막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다. K배터리 3사뿐 아니라 북미·유럽의 신생 배터리 기업이 국내 소재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져서다. 최근 SNE리서치는 국내 분리막 기업이 북미·유럽에서 압도적인 점유를 보일 것이란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더블유씨피·LG화학 등의 북미·유럽 생산 비
"아무리 사적계약이라지만, 정도를 넘어설 때가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에서 파기환송한 투자자 사전동의 무효 소송과 관련해 벤처투자업계 관계자 A씨가 한 말이다. 앞서 13일 대법원은 디스플레이 제조사 뉴옵틱스가 클라우드 기업 틸론을 상대로 낸 상환금 청구의 소송을 파기환송했다. 소송의 요지는 뉴옵틱스가 틸론에 투자하며 내건 약정이 유효한지 여부다. 뉴옵틱스는 틸론이 신규 투자를 유치를 할 때 자신에게 사전동의를 받도록 약정을 달았다. 약정을 위반할 시 투자원금과 위약벌을 지급하도록 했다. 이후 틸론은 사전동의 없이 농심캐피탈과 지온인베스트먼트로부터 신규 투자유치를 받았고, 뉴옵틱스가 이에 대해 소를 제기했다. 투자자 사전동의는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는 흔한 일이다. VC 입장에서는 자신의 투자원금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이자 스타트업에게는 투자자의 빠른 투자 결정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수단이다. 그러나 문제는 사전동의의 정도다. 뉴옵틱스 사례처럼 투자원금과 위약벌로 끝나
지난 6월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은행 가계대출은 1062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1~5월 가계대출은 1조6000억원 감소했는데, 지난달에만 5조9000억원 늘면서 올해 감소분을 모두 상쇄했다. 주택담보대출에서만 7조원이 증가한 것이 큰 영향을 줬다. 일부에서는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은 사람들)', '빚투족(빚내서 투자하는 사람들)'이 돌아왔다며 큰 우려를 나타냈다. 가계부채 경계심이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최근 가계대출 증가는 과거와는 사뭇 양상이 다르다. 가계부채 증가 내역을 뜯어보면 지난달 증가한 주담대 중 정책모기지가 2조6000억원을 차지한다. 특례보금자리론이 신규주택 구입에 쓰인 비중은 56.4%(6월말 기준)다. 나머지는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로 갈아타거나 전세보증금을 내주는데 43.6%가 쓰였다는 의미다. 개인주담대도 임차보증금 반환·생계자금 등의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 많다. 금융당국은 지난 3월 임차보증금 반환과 생활
"조종사도 회사도, 다른 직원들도 그리고 고객들까지 모두가 지는 게임입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가 오는 24일부터 18년 만의 파업에 돌입한다. 사측이 지난해 10월부터 24차례에 걸친 임금단체협상에서 2019년~2022년 임금 인상률 2.5%를 고수하자 "사측의 (협상)의지가 없다"며 지난 14일 무기한 파업을 선언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노조의 파업을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1분기 기준 2000%가 넘는다. 최근 엔데믹으로 매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회복 단계다. 정상화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대한항공과의 합병 심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빚잔치를 벌이는 아시아나항공이 비용을 늘리기는 더욱 쉽지 않다. 주채권자인 산업은행도 임금·수당 인상 등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처우를 개선해주고 싶어도 여건이 좋지 못한 것이다. 파업으로 발생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업계 동료와 소비자에게 전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