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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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비어 있던 국토교통부 산하 주요 공공기관 수장 자리가 하나둘씩 채워졌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이학재 전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에는 유병태 전 코람코자산신탁 이사가 임명됐다. 앞서 두 기관은 모두 전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이 임기를 다 못 채우고 쫓겨나듯 물러났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인천공항은 김경욱 전 사장이 올해 4월 사임한 뒤 두 달여간 공석이었다. HUG는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째 대표 자리가 비어있었다. 이들이 선임되자 일각에선 전문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학재 사장은 인천 서구청장과 제18~20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 출신이며, 유병태 사장도 금융기관 출신이지만 주택 정책에 대한 경험은 없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정무특보로 일했다. 유 사장은 캠프 출신은 아니지만,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로 오랜 인연을 쌓았다. 앞서 올해 2월 임명된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도 제19~20대 국
"거절했는데도 세 번이나 더 찾아왔다던데요. 금액도 계속 올려 부르고요." 최근 한 삼성전자의 반도체 협력사 관계자는 중국향(向) 기술유출에 대해 이야기하다 쓴웃음을 지었다. 이 관계자와 함께 일하는 한 연구원은 지난해 거액을 줄 테니 중국에 생산 기술을 넘길 것을 종용받았다고 했다. 연구원의 거절에도 중국 기업 직원이 여러 차례 찾아와 돈가방을 내밀었다. 해당 연구원 외에도 다른 기업 관계자들이 수차례 비슷한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현직 반도체 종사자들이 체감하는 중국 기업의 기술 유출 시도는 끈질기고, 집요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인에 대해 갖는 선입견인 '오만하고, 콧대가 높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모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고개를 숙이고 찾아와 한국 임직원들을 구슬린다. 거액의 보상금은 물론 자녀, 배우자의 학비와 생활비 지원까지 해주겠다고 제안한다. 중국이 저자세로 나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수십년·수천억원을 들여 개발하는 반
"저도 '응급실 뺑뺑이' 경험했어요. 이제 아플 때 어떻게 해야 하나 두려워요." 중환자가 응급실을 찾아 떠돌다 사망하는 사례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주변을 보면 아이가 아파서 응급실에 갔는데 수용 거부되고 다른 곳을 찾아 떠돌았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이제 응급실 뺑뺑이는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가 됐다. 응급실에서 받아주지 않는 경우의 절반가량은 전문의 부재 등으로 처치할 수 없어서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환자가 응급실에 갔다가 전원 조치된 사례가 12만7355건이나 됐다. 그 중 48.8%인 6만2203건의 전원 사유가 '처치 불가'였다. 74.3%가 아예 관련 질환의 전문의가 없는 사례였고 나머지는 갑작스런 인력 부재, 다른 수술 등으로 처치가 불가능한 경우였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뿐 아니라 급성심근경색, 허혈성 뇌졸중, 중증외상 등을 볼 수 있는 심장내과, 신경과, 외과 등의 전문의가 응급실과 연계해 상시 대기하는 구조가 필요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이던 지난달 유독 많은 외교·안보 리스크가 부상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평가한 국제원자력기구 보고서와 북한이 정찰위성을 탑재한 우주발사체를 기습 발사한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이 논란들은 현재 진행형이다. 과학계 최대 경사인 누리호 3차 발사 성공 기쁨도 오래가지 못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노동조합은 성공 여운이 가시기도 전 누리호·다누리 주역이 포함된 조합원들이 '윤석열 정부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우주항공청 설립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놨다. 그러자 누리호 일부 개발자들은 노조 집행부가 노조원 의견 수렴 없이 성명서를 냈다며 '현시점이 우주청 설립 적기'라는 반박문을 내놨다. 이를 두고 "누리호 진짜 주역이 누구냐"는 소모전부터 처우 개선 등 논란이 꼬리를 물었다. 여러 논란을 보면서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이 있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과학기술수석이 모든 과학 관련 외교·안보 리스크나 연구기관 갈등 이슈를 쾌도
"반지하 매입에 대해서는 좀 더 노력하겠습니다." 서울시는 최근 열린 '풍수해대책 추진상황 설명회'에서 반지하 매입추진현황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반지하 매입은 작년 8월 폭우로 신림동 참사 등 반지하 인명피해가 발생하면서 서울시가 펼친 '반지하 대책'이다. 집주인이 반지하에 신규 임차인을 받지 못하도록 시가 직접 매입해 비주거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게 대책의 골자였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반지하 매입실적은 처참했다. 서울시 내 침수우려가 있는 반지하는 모두 2만7000가구 규모인데, 이중 매입이 완료된 물량은 0.3%인 98가구(5일 기준)에 불과했다. 이는 시가 직접 내건 목표치에도 한참 못미친다. 작년 1000가구, 올해 3450가구 등 2년에 걸쳐 반지하를 포함한 주택 총 4450가구를 매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반년을 남겨두고 목표치의 단 2.2%만이 달성된 것이다. 재해약자 거주 주택의 경우 성적은 더욱 초라했다. 중증장애인이 거주하는 반지하 370가구 중 매입된 물량
최근 더불어민주당에 유별난(?) 국회의원 모임이 하나 생겼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출신인 김병욱·유동수·송기헌 의원이 모여 만든 '한국 글로벌 기업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회의원 모임'을 두고 하는 얘기다. 지금 안규백·정성호·고용진·박정·이병훈·최인호·김병주·박성준·신현영·정일영 의원까지 총 13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 모임의 특색은 '민주당스러움을 벗어났다'는 데 있다. 엄중한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기업 규제를 혁신할 필요가 있다는 데서 출발한 모임이다. 그동안 민주당이 보여온 기조를 벗어난 움직임이다. 불변의 원칙으로 여겨온 재벌 개혁도 재평가 대상에 올렸다. 민주당 강령에 명시돼 있는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의 분리) 원칙에 대해서도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 들여다보겠다는 계획이다. 이들 모임이 지난 13일 '민주당 글로벌 기업을 돕다-반도체 글로벌 경쟁과 삼성 오너 경영의 역할'을 주제로 열었던 첫 토론회는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낯섦과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당
"세제 지원 같은 제도가 없다면 국내에서 그 어떤 기업도 탄소포집에 나서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탄소포집 사업의 성패에 있어서 기업의 적극적인 기술개발 못지 않게 정책적 뒷받침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던 과정에서 나온 한 마디였다. 세제 지원이 필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탄소포집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설비 설치부터 운영까지 돈이 들어간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 따르면 탄소포집을 활용할 경우 기존 대비 제품 단가가 LNG(액화천연가스) 발전 전기료는 1.7배, 철강은 1.25배, 시멘트는 2.1배 오를 수 있다. 기업들이 '탄소배출 제로' 달성을 위해 탄소포집 기술을 활용한다 해도, 소비자들은 더 비싼 제품을 외면할 가능성이 크다. 건설사들이 두 배 더 비싼 탄소포집 시멘트를 사주길 바라는 것은 '선의'에 대한 맹신에 지나지 않는다. 탄소포집 비용을 소비자에게만 전가할 경우 '그린플레이션'의 가속화라는 부작용도 생길 수도 있다
누가 나를 때릴 수 있다는 상상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 그런 일이 생기면 반격하면 되겠지, 적당히 상황을 모면할 수 있겠지 생각했다. 키도 몸무게도 평균 이상인 남자라 그런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얼마 전 서울 금천구 보복살인 사건을 지켜보면서 처음으로 나보다 크고 힘 센 사람이 완력을 사용하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게 됐다. 피해자가 여성이고 가해자는 그녀의 전 연인이었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폭력을 휘두른 그 남성을 경찰에 신고했다. 혼자 힘으로는 대처할 방법이 없었으니 신고를 했을 것이다. 경찰이 그를 조사하고 별다른 조치 없이 귀가시킨 뒤 사건이 벌어졌다. 그는 범행 뒤 피해자의 신고에 화가 나 살인했다고 진술했다. 폭력을 못 이겨 한 신고가 더 큰 폭력으로 돌아온 셈이다. 이 같은 교제 폭력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남자가 여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신체 특성과 힘의 차이가 있다보니 그럴 수밖에. 문제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약자가 스스로
"16세 생일날 해가 지기 전, 물레바늘에 손가락을 찔려 죽게 될 것이다." 마녀 말레피센트가 오로라 공주에 저주를 내리자, 스테판 왕은 나라 안의 모든 물레를 불태웠다. 작은 가능성도 원천차단하겠다는 부정(父情)이었겠으나 모두 알다시피 공주는 물레에 찔려 영원한 잠에 빠진다. 저주를 막지도 못했지만, 지난 15년간 물레 없이 생활해야 했던 백성들의 불편도 컸을 테다. 네이버·카카오의 트렌드 추천 서비스를 '실시간 검색어(실검) 부활'이라며 폐지를 요구하는 정치권을 보면 "모든 물레를 불태우라"던 동화 '잠자는 숲속의 공주'속 스테판 왕이 떠오른다. 이미 대중에 공개된 네이버 '트렌드 토픽', 카카오 '투데이 버블'을 보면 과거의 실검과는 전혀 다른 서비스인데도 정치권은 "여론조작에 활용될지 모른다"는 실체 없는 우려로 폐지를 종용해서다. 실검이 정치대결의 장으로 변질했던 점을 고려하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이해할 만하다. 그렇다고 객관적 근거도 없이
'언제나 평등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당신에게 바칩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분양예정인 100억원부터 시작하는 초호화 아파트의 시행사가 내세운 '킹받는' 카피캣은 최근 부동산 업계에서 화두였다. 여기저기에서 욕먹은 시행사가 "신중하지 않았다"며 뒤늦게 사과했지만 홍보효과는 탁월했다. "그곳에서 살고 싶더라"는 말이 곳곳에서 나온다. 너무 솔직해서 욕이 나온다. 솔직히, 세상은 평등하지 않다. 한국에서 아파트는 계급이다. 누구나 지방에서 서울로, 빌라에서 아파트로, 보다 넓은 면적으로, 보다 최근에 지어진 곳으로 '레벨업'을 꿈꾼다. 가장 높은 곳을 표방하는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다. 절대다수는 못 먹는 감을 찔러나 본다. 대중이 '추앙'하는 연예인 등 '상위계층'은 '상위계층 아파트'의 가치를 키운다. 부동산 불황기에도 끄떡없다. 배우 전지현은 서울시 성동구 아크로서울포레스트 펜트하우스를 130억원(신고가)에 매수했다. 가수 BTS(방탄소년단)와 지드래곤이 사는 서울 용
정부가 데이터센터를 지방으로 분산시키려는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기반삼아 지역별 전기요금을 차등화하고 감세 및 보조금 지급 등으로 데이터센터 지방 분산을 유도할 계획이다. 정부가 데이터센터를 지방으로 분산시키려는 가장 큰 이유는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현 상황대로면 2029년까지 전체 데이터센터의 86.3%(637개 중 550개)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몰린다. 전력자급률(전력 생산량을 소비량으로 나눈 것)이 낮은 수도권에 데이터센터가 집중될 경우 전력 공급을 위한 고압송배전 설비가 필요하다. 데이터센터를 지방에 건립하면 감전 및 전자파 발생 등의 위험성이 있는 고압송배전 설비를 줄이고 국가균형발전까지 꾀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또 데이터센터가 한곳에 몰려있으면 화재나 지진, 전시상황 등으로 데이터 손실, 인터넷 지연 등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같은
요즘 기획재정부 세제실은 바쁘다. 세제개편안 발표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와서다. 기재부는 매년 이듬해부터 적용할 세제개편안을 7월 말 발표한다. 이 세제개편안은 예산안 부수 법안으로 지정돼 국회 통과 여부가 연말에 최종 결정된다. 세제실 한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는 크게 건드릴 부분은 없어 보인다"고 했다. 정부가 지난해 법인세·종합부동산세·소득세 부담을 일제히 낮추는 등 큰 폭의 개편을 추진한 만큼 올해는 조정 대상이 적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세제실 고민은 지난해 못지않다. 지난 4월까지 누계 국세수입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4조원 가까이 줄어 세수 펑크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경기 부진으로 세정 지원에 대한 국민 관심은 커지는데 세수는 쪼그라들고 있어 균형 잡힌 개편안을 짜야 한다는 압박이 크다. 기재부 예산실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예산실은 지난달까지 정부 각 부처로부터 내년 예산에 대한 요구안을 받았고 곧 심의에 돌입한다. 정부는 보통 8월 말 예산안을 대외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