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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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개막식 안 여나요?" 국내 최대 전자·IT(정보통신) 전시회 한국전자전이 지난 4일 개막식 없이 막을 올렸다. 상식을 벗어난 일이다. 행사를 주최·주관하는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와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도 이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것일까. 각종 홍보물을 뒤져봤지만 개막식 일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개막식은 특별한 대외 공지 없이 다음날인 5일 열렸다. 수소문해 본 결과 정부 측에서 국회 국정감사 일정을 고려해 일정을 미뤘다는 후문이다. 웃어넘기긴 어려웠다. 정부 수지타산에 전시회가 뒷전이 됐다. 산업부는 개막식이 열린 날에야 한국전자전을 소개하는 자료를 냈고, 한 발 늦은 발표에는 차관이 참석해 전자산업인들의 노고를 격려했다는 내용이 붙어있었다. 예상됐던 사고란 얘기도 나온다. 정부부처는 물론 각종 기관과 협회, 언론 매체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한국전자전이 갖는 본질은 이미 퇴색됐다는 게 업계 사람들의 공통된 말이다. 신제품 출시와 동떨어진 시기에 행사가 열리
"현재 월 15조원 규모의 대출 신청이 있지만, 실제 대출은 월 200억원 정도만 나가고 있어 수요와 공급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얼마 전 국회에서 열린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온투업법) 시행 2주년 간담회에서 한 온투업체 CEO(최고경영자)가 한 말이다. 전세계 국가 중 처음으로 온투업법이 제정될 때만해도 환호했던 온투업계 근심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2002년 대부업 이후 20여년 만에 새로운 금융업이 제도권에 진입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과도한 규제로 성장 동력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온투업체들은 연계투자 관련 규제가 하루 빨리 풀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온투업법은 금융회사의 온투업체를 통한 연계투자 행위를 허용하면서도, 이 행위를 차입자에 대한 '대출'로 간주하고 있다. 동시에 이용자 보호를 위해 차입자에 대한 정보 제공을 금지하고 있다. 금융회사는 온투업체로부터 차입자 정보를 받아볼 수 없어 연계투자를 할 수 없다. 온투업계는 금융당국에 유권 해석을 내려달라고
원/달러 환율이 1400원선을 넘어서면서 사람들의 머리 속에는 '경제위기'라는 네 글자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한국을 흔들었던 두 차례의 경제위기가 환율 급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시작됐던 것을 고려하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최근 환율 급등을 위기의 전조현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환율 급등이라는 현상은 외환위기 때와 같지만 그 원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는 은행들이 해외에서 빌려온 '달러 빚'을 갚지 못해 촉발됐다. 은행·기업들은 말 그대로 상환할 달러가 부족한 상황에 놓였고 일부 기업들은 흑자부도를 냈다. 모자란 외환을 조달하기 위해 사람들은 외환시장으로 달려갔다. 그 결과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반면 지금은 '킹달러'라 불리는 달러화의 급격한 몸값 상승 현상 때문에 환율이 뛰고 있다. 우리나라엔 달러화가 부족하지 않다.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뉴욕시장에서 5년물 한국 CDS(신용부도스와프)
우리 사회가 다시 둘로 쪼개진다. 진보 성향 단체가 이달 1일 서울 세종로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자 보수단체는 이달 3일 수만명이 참석하는 집회를 벼른다. '김건희 특검 윤석열 퇴진 촛불대행진' 대 '자유통일과 주사파 척결을 위한 국민대회'다. 눈에 쌍심지를 켜며 상대에게 증오의 말을 주고 받았던 2019년 10월 서초동 집회 대 광화문 집회의 예고편이라는 목소리도 힘을 받는다. 이같은 우려는 '강 대 강'을 넘어선 정치권의 '적 대 적' 구도를 근거로 한다. 민주당은 일관되게 '3무(무능력, 무책임, 무대책) 정권' 공세를 펼치다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중 각종 논란이 국민 정서를 자극하자 총공세에 돌입했다. 이재명 당대표에 대한 검·경 수사를 야당 탄압이라며 방어선을 치는 한편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 검찰 수사 과정이 흘러나오자 "욕설 정국을 벗어나기 위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여권은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과 관련 대상이 야당이라는 취지로 해명하며 일찌감치 정기국회
"법안 보셨어요? 노동조합에만 특별하게 면죄부를 준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죠. 재산권 문제도 있어 법무부도 반대할 텐데…" 대우조선해양과 하이트진로 노동조합(노조) 파업 사태를 계기로 수면 위로 떠 오른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두고 한 정부 관계자가 한 말이다. 합법적인 노조의 쟁의행위는 이미 민·형사상 면책이 되는데, 불법 파업에까지 면죄부를 주는 건 받아드리기 어렵다는 얘기다. '노란봉투법'은 노조가 불법 파업을 하더라도 그 손실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개정안에는 '폭력이나 파괴로 인한 직접 손해를 제외하고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예컨대 사업장을 불법 점거하거나 공장 문을 닫아 사업에 차질을 주더라도 직접적인 폭력이 없다면 사업주가 손해배상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란봉투법이라는 명칭은 2014년 쌍용자동차 파업 당시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노조를 돕기 위해 노란
"왜 저소득 임대주택 입주자들이 실험 대상이 돼야 합니까" 최근 기자가 취재한 충남 아산시 소재 LH 임대아파트 단지의 '외벽 계단' 기사를 접한 누리꾼들은 이런 반응을 내놨다. 이 아파트 외벽 모양은 매우 독특하다. 복도식 건물 곳곳에 2~3개 층을 연결하는 계단이 설치돼 있다. 언뜻 보면 비상 대피용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취재 결과 '특화 디자인'이었다. 쉽게 말해 "건물에 멋 좀 냈다"는 것이다. LH는 "입주민들의 원활한 소통을 고려했다"는 부연 설명도 했다. 하지만 이 아파트 입주 예정자를 비롯해 여론은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아이들이 장난치다가 떨어질 것 같다"는 비판이 확산하자, 처음엔 이 구조물이 안전하다고 했던 LH도 결국 '보강 공사'를 결정했다. 주택 공기업이 독창적 디자인에 치중해 낭패를 본 사례는 또 있다. 최근 기자가 취재한 서울 중랑구 신내4 공공주택지구 사업이다.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프랑스, 독일 등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해서 국내 최초
국회가 다음 주부터 국정감사에 돌입한다. 정권교체 이후 첫 국감으로 윤석열정부는 물론 문재인정부에서 이뤄진 국정 역시 감사 대상이다. 하지만 국감 시작 전부터 국정보다는 정치 이슈에 골몰하는 '정쟁 국감', '맹탕 국감'이 될 것이란 우려가 번진다. 평행선을 달리는 여야 갈등이 국감장에서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여야 원내지도부 모두 정책을 외면한 채 국감을 통한 여론전 계산에만 바쁘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국감을 '김건희 국감'으로 치를 태세다. 지난 23일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및 허위 학력 의혹과 관련해 임홍재 국민대학교 총장, 장윤금 숙명여자대학교 총장 등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는 안건을 민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선 김 여사를 증인으로 부르겠다는 사상 초유의 주장을 내놨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부인 김혜경씨를 증인으로 신청하며 맞불을 놨다. 김 여사와 김씨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이 국정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는 중요하지
"2차전지 대어가 등장했다. " 2차전지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 생산업체 더블유씨피(WCP)의 상장 소식이 전해졌을 때 공모주 투자자들은 잠시 설렜다. 올해 주식시장의 핵심 주도업종인 2차전지 관련주가 공모 시장에 등장해서다. 상장 주관사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분석·제시한 더블유씨피의 희망 공모가 밴드는 8만원~10만원이었다. 기준 시가총액은 2조7200억원~3조4000억원에 달했다. 하반기 신규 상장하는 공모기업 중 최대 규모다. 공모주 시장에서 "더블유씨피에서 수익을 못 내면 하반기 공모주 투자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랬던 더블유씨피가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 참패했다. 공모가를 6만원으로 낮췄고 공모물량마저 줄였다. 그럼에도 일반 투자자 청약경쟁률은 7.25대 1로 부진했다. 대주주와 주관사 측은 시장 주도업종에 속한 2차전지 소재업종이라며 과욕을 부렸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시총이 4조4000억원에 불과한데 SK아이이테크놀로지 매출의 40%에 불과한 더
"지금 산업은 단거리 경주라 할 수 있다. 한번 시작이 늦어지면 결승선 도착까지 역전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채 다른 경주가 펼쳐진다" 지난 1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제 3회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세미나에서 오세천 공주대학교 교수는 이같이 강조했다. '순환경제 구축'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사업이 생겨나는 시점이므로 이를 둘러싼 관점이나 정책도 이전과는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 교수는 순환경제 구축에 가장 먼저 반응하고 있는 폐플라스틱 산업에 대해서도 이런 관점이 필요하단 조언을 내놨다. 지난 8월 다녀온 미국 뉴욕의 선셋파크 재활용시설(MRF)에서 천지개벽중인 해외 순환경제 산업의 단면을 엿볼 수 있었다. 북미 현존 최대 재활용 쓰레기 선별장이자 860만 뉴욕 시민들이 버린 모든 거주용 재활용 쓰레기가 처리되는 곳이었다. 하루 처리 능력만 1000여톤. 광학선별기, 자석 드럼, 로봇까지 다량 첨단 시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같은 능력은 뉴욕시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심증은 있었지만 물증이 없었다.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 이야기다. 1943년 남태평양 섬나라 키리바시에서 미국과 일본은 '타라와 전투'를 벌였다. 제3국의 전쟁에서 한국인 유골이 확인된 건 2019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DNA(유전자 정보) 분석기술을 통해 76년 만에 유골의 신원을 확인했다. 일본은 그전까지 타라와 전투에서 "한국인 강제징용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을 부정할 순 없었다. 강제징용 피해를 입었다고 추정하는 유가족과 타라와 유골 한 구의 DNA는 99.999% 친족관계로 나타났다. 한미일 3국이 재차 실시한 DNA 분석결과도 일치했다. 갈등이 첨예한 과거사 문제가 과학으로 풀린 것이다. 현재 국과수가 DNA를 분석할 수 있는 최소량은 40억분의 1g으로 세계적 수준이다. 과거에는 밝혀지기 어려웠던 진실이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최근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을 열었다. 정상회담 막판까지 한일 양국이 일
아무리 예상됐던 결과라도 막상 눈 앞에 닥치면 견디기 고통스러운 법이다. 모든 것의 가격이 오르고 있는 인플레이션(물가 오름세) 얘기다. 원자재부터 완제품, 물류와 인건비까지 인상되지 않는 것은 없다. 시멘트도 예외는 아니다. 주요 건축소재인 시멘트의 가격은 레미콘과 건축비, 나아가 부동산까지 연쇄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파괴력이 있다. 시멘트 가격을 둘러싼 통증은 시간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핵심 원자재인 유연탄(고효율석탄) 가격이 폭등하면서 10% 안팎이던 시멘트 제조사 영업이익률은 올해 상반기 한자리 수로 뒷걸음질 쳤다. 시멘트 수요처인 레미콘 제조공장이 곧장 타격을 받는다. 타산을 맞추기 어려운 건설사는 속도조절에 나선다. 결국 건축비 인상과 주택공급 축소라는 결과를 야기한다. 시멘트 가격을 좌우하는 유연탄 가격이 급등하면서 시멘트업체들이 가격을 계속 올리자 전국 1000여개 레미콘 제조사는 시멘트 가격인상 철회를 촉구하며 다음달 셧다운(일시적 운영중단)을 예고했다. 레미콘
음식점에서 메뉴를 주문한 뒤 맛이 기대에 못미치거나 양이 적으면 불만을 얘기할 수는 있다. 가게 주인은 이에 대해 해명하거나 사과하고, 손님은 개선을 기대하거나 다시는 그 가게를 찾지 않으면 된다. 음식점 후기 사이트에 악평을 남기고 주변 사람들에게 안 좋은 소문을 낼 수도 있다. 여기까지가 흔히 용인되는 소비자의 권리 수준이다. 그런데 서비스가 불만이라고, 같은 메뉴를 파는 옆 가게보다 양이 적다면서 성을 내고 법적 대응을 언급하며 겁박하고, 음식값을 낼 수 없다며 이미 결제한 금액을 돌려달라고 한다면 어떨까. 돈값도 못하는 음식이라며 가게 앞에서 환불을 요구하는 시위까지 벌인다. 이런 경우를 통상 '진상' 내지는 '갑질'이라고 일컫는다. 최근 카카오게임즈의 우마무스메 유저들이 벌이는 일련의 시위와 집단행동은 후자에 가깝게 보인다. 게임 내 중요한 공지를 지연하는 등 한국 우마무스메 운영이 일본에 비해 미숙하다는 등의 이유로 판교에서 마차시위를 벌이고 각종 앱마켓에 별점테러를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