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첨단 기술, 사회 변화, 지역 현장, 문화와 예술, 경제 이슈 등 우리 일상 곳곳의 다양한 현장을 깊이 있게 취재해 생생한 목소리와 트렌드를 전하는 뉴스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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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세상에!" 4일 오후 1시쯤 서울 은평구 연서시장의 한 꽃집에서 손님이 비명을 질렀다. 율마(측백나무과 식물) 향을 맡으려 손으로 잎을 움켜쥐었다가 떼는 순간 시커먼 '러브버그(사랑벌레)' 한쌍이 날아오른 것이다. 꽃집 주인 오행순씨(74)는 "가뜩이나 더운데 얘네(러브버그) 때문에 더 짜증난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매일 아침 꽃집 앞에 죽어있는 러브버그 수백마리 사체를 빗자루로 쓸어야 했다. 팔려고 내놓은 꽃에도 벌레가 들어갔다. 오씨는 "그럴 때면 손님도 '징그럽다'고 기겁한다"며 "나도 소름 돋는다"고 했다. 주택가도 마찬가지다. 은평구의 한 빌라 1층에 사는 오씨는 최근 일주일 동안 집 안에 러브버그가 최소 10쌍씩 죽어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취재진이 방문한 은평구 일대는 이 벌레 때문에 큰 피해를 보고 있었다. 은평구 구산동에서 30여년 살았다는 60대 주민 A씨는 "동네가 산과 먼데 왜 이렇게 벌레가 득시글거리는지 모르겠다"며 "최근 일주일 동안 모기약으로 하루
"너무 덥잖아. 낮이고 밤이고 방에 있으면 돈 없고 임도 없으니 여기 앉아서 놀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 오른편에 시작하는 후암로60길은 남대문5가 경로당까지 130여 미터(m) 이어진 오르막길이다. 경로당 맞은편에는 낡은 건물이 10여채 모여있다. 이곳은 동자동쪽방촌 또는 서울역쪽방촌이라 불린다. 기상청이 서울에 폭염경보를 내린 4일 오후 동자동쪽방촌 주민들은 대다수가 방 밖에 나와 있었다. 오후 1시 서울의 기온은 섭씨 31도를 웃돌았지만 방안에는 습도가 높아 견디기 어려운 탓이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이날 서울의 최고기온은 35도에 이른다. 30년 이상 서커스배우로 활동하다 이곳에서 10년째 생활하고 있다는 A씨 역시 남대문5가 경로당 인근 옹벽 아래 앉아있다. 옹벽 아래에는 쿨링포그가 설치돼 있어 불과 한두 걸음 바깥쪽 길가보다 시원했다. 쿨링포그는 물안개를 분사해 주변 온도를 낮추는 장치다. 기온이 26도가 넘으면 자동으로 물안개를 뿜는다. 이날은 오전부터 물안개를
"무더위쉼터인데 정수기가 고장났어요. 필터 청소도 안 해 줘서 노인들이 수돗물을 마시고 있습니다." 지난 1일 서울의 한 경로당. 전날까지 한강 잠수교가 잠길 정도로 내리던 폭우가 그치고 30도를 웃도는 더위가 거리를 달궜다. 더위를 피해 경로당을 찾은 A씨(70대)는 정수기가 고장나 시원한 물도 마시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기자의 손을 잡으며 "정수기 고쳐 달라고 말 좀 해달라"고 했다. 폭우가 그치자 무더위가 찾아왔다. 냉방 설비를 갖추지 못한 취약계층은 쪽방을 벗어나 서울시와 금융기관 등이 운영하는 무더위쉼터를 찾는다. 그러나 이날 서울 일대의 무더위쉼터는 제대로 기능하지 않거나 아예 운영을 중단한 곳이 많았다. 일부 취약계층은 이날 무더위쉼터 대신 길거리의 그늘을 찾아 몸을 식힐 수 밖에 없었다. 무더위쉼터는 무더위로 사망하거나 온열질환에 시달리는 시민들을 위해 마련된 장소를 말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시가 운영 중인 실내 무더위쉼터(경로당, 복지관, 시중은행 등
"마스크 벗고 노니까 너무 재밌어요." 3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성남중학교 1학년 재학생인 하재욱군(13)은 친구 8명과 서울 여의도 한강수영장을 찾았다. 하군은 이날 풀장과 선배드가 설치된 야외공간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폭염 탓에 수영장 수온도 올라가 미취학 아동을 동반한 가족단위 방문객들도 오후 내내 물놀이를 즐길 수 있었다. 이날 오후 서울 최고온도는 34.2도(℃)로 올 여름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2시50분을 기해 동북권을 제외한 서울 전역과 대구·경북·광주·세종·충남(홍성, 부여)· 경남 양산·전남 화순 지역 등에 폭염경보를 내렸다. 기상청은 이틀 이상 하루 중 체감 최고 온도가 35도 이상인 날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거나 더위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폭염경보를 발령한다. ━여의도 한강 수영장 찾은 2000여 방문객…어린이들 "언제 마지막 수영인지 기억 안나"━이날 오후 3시쯤 여의도 한강수영장을
"무더위쉼터인데 정수기가 고장났어요. 필터 청소도 안 해 줘서 노인들이 수돗물을 마시고 있습니다." 1일 서울 광진구 화양동의 한 경로당. 전날까지 한강 잠수교가 잠길 정도로 내리던 폭우가 그치고 30도를 웃도는 더위가 거리를 달궜다. 더위를 피해 경로당을 찾은 A씨(70대)는 정수기가 고장나 시원한 물도 마시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기자의 손을 잡으며 "정수기 고쳐 달라고 말 좀 해달라"고 했다. 폭우가 그치자 무더위가 찾아왔다. 냉방 설비를 갖추지 못한 취약계층은 쪽방을 벗어나 서울시와 금융기관 등이 운영하는 무더위쉼터를 찾는다. 그러나 이날 서울 일대의 무더위쉼터는 제대로 기능하지 않거나 아예 운영을 중단한 곳이 많았다. 일부 취약계층은 이날 무더위쉼터 대신 길거리의 그늘을 찾아 몸을 식힐 수 밖에 없었다. 무더위쉼터는 무더위로 사망하거나 온열질환에 시달리는 시민들을 위해 마련된 장소를 말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시가 운영 중인 실내 무더위쉼터(경로당, 복지관, 시
"장사를 접을까 말까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어요."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0% 오른 9620원으로 결정된 30일, 서울 중구에서 한 편의점을 운영하는 50대 점주 A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COVID-19)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률이 지나치게 높게 결정됐다는 게 A씨의 입장이다. A씨는 2020년 편의점을 시작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오갈 것으로 예상하고 본사와 4년을 계약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코로나 19로 외국인 관광객의 발걸음이 뚝 끊기자 현상유지를 하는 것도 힘들었다. A씨는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고 본인이 직접 12시간 동안 편의점에서 일했다. A씨는 "어제까지만 해도 임금이 동결될 줄 알았는데 5%대 인상이 결정됐다는 걸 듣고 화가 난다기보다는 그냥 슬펐다"며 "이제 진짜 더 줄일 알바생(아르바이트생)도 없는데 내가 더 일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률 결정에 자영업자들이 불만을 표출
주택 단지를 찾아보기 힘든 종로구에서도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경희궁 자이'와 깔끔한 외관의 '광화문스페이본' 사이에는 낡은 집과 좁은 도로로 구성된 오래된 동네인 종로구 사직동 사직2구역이 있다. 10여년간 표류한 '사직제2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은 지난 4월 말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를 시작으로 제 궤도에 올라섰다. 삼성물산의 단독 참여로 1차 시공사 입찰이 유찰된 후 지난 16일 두 번째 입찰공고를 냈다. 24일 현장설명회에 이어 오는 8월 9일까지 시공사 입찰을 받는다. ━"너무 오래 기다렸다"…조합설립 후 12년 만에 진행되는 재개발━ 지난 22일 기자가 찾은 사직2구역은 출근을 서두르는 주민들의 발걸음을 뒤로한 채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였다. 오래전부터 비어있던 집들은 무더운 여름에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위로 올라갈수록 빈집은 많아졌고 허물어지기 직전으로 보이는 주택도 즐비했다. 일부 건물은 붕괴를 막기 위한 철골 구조물로 덧대져 있었다. 사직제2구역 도시환경정
"처음엔 나뭇가지인 줄 알았습니다" 16일 오전 10시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하 국유단) 소속 신건우 일병(21)이 경기 포천시 소흘읍 무명 350고지 북측 비탈면에서 발굴팀장을 다급히 불렀다. 입대 4개월 차인 신 일병은 흙더미 속에서 나뭇가지처럼 생긴 호미길이 물체를 발견했다. 현장에서 1차 감식한 결과 전사자 유해로 추정되는 허벅지 뼈였다. 신 일병은 떨리는 손으로 한지를 펼쳐 유해를 조심스럽게 감쌌다 신 일병의 손은 파르르 떨렸다. ━미군과 중국군의 치열했던 전투…뼈 한 조각이라도 놓칠라 구슬땀 흘리는 장병들━ 국유단은 지난달 30일부터 '무명 350고지' 북측비탈에서 6.25전사자 유해를 발굴하고 있다. 군에서는 이름없는 산을 무명고지라고 부르고 구분을 위해 고지의 정상 높이를 붙인다. 무명350 고지는 해발 350m 고도의 이름없는 산이라는 의미다. 말 그대로 이름도 없는 산에서 육군 8기동사단 예하 진호대대 소속 140여 장병들과 국유단 발굴팀 10여명은 매일 같이
"환율이 1290원대로 오르면서부터 슬슬 갖고있던 달러를 팔려고 오는 손님이 늘었어요."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00원을 기록한 23일 서울 명동에서 'ㅎ환전소'를 운영하는 40대 이모씨는 이같이 말하며 웃어보였다. 아직 환전소를 찾는 손님이 많은 건 아니지만 사회적거리두기가 완화되기 이전보다는 나아졌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이날 오후 기자가 찾은 서울 명동의 환전소 10곳 중 4~5곳은 휴업이나 폐업 상태였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해외여행도 어느 정도 되살아나는 분위기지만 명동의 환전소 업계는 아직 코로나19(COVID-19)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했다. 환전소를 운영하는 A씨는 "사회적거리두기가 완화 됐어도 우리는 외국에서 관광객들이 좀 들어와줘야 숨통이 트인다"며 "특히 일본인 관광객들이 와줘야 하는데 아직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없어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날 13년만에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서는 등 달러 강세에 환차익을 보려는 손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은 생존의 문제입니다. 이미 수요기업에서도 제품을 공급받기까지 탄소가 얼마만큼 배출됐는지를 엄격하게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색과 디자인을 구현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탄소 배출을 억제하면서 이전보다 나은 품질을 구현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최우찬 동국제강 중앙기술연구소 컬러연구팀 수석연구원(공학박사)은 이같이 강조했다. 최 수석연구원은 컬러강판 특허를 27개 보유한 이 분야 전문가다. 동국제강이 컬러강판 분야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쌓는 데 일조한 인물로 평가된다. 지난해 12월에는 입체질감·향균·불연 컬러강판 등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IR52 장영실상'을 받기도 했다. 지난 22일 부산 남구 동국제강 부산공장을 찾았다. 이곳 부산공장은 단일공장 기준으로 세계 최대규모 컬러강판 생산설비를 갖춘 곳이다. 두루마리 형태의 코일이 세척·압연 공정을 거쳐 표면이 다듬어지고, 열처리와 아연도금 공정이 더해져 재차 두루마리 형태로 감기면 다양한 산업 현장에 공급되는
서울 충정로역 9번 출구를 나와 100m쯤 걸으면 5층짜리 낡은 아파트가 보인다. 외벽은 초록빛이 바랬고 군데군데 페인트칠 벗겨졌다. 물들다 만 은행잎 빛이었다. 19일 정오께 이 아파트 건물을 배경으로 이모씨(40)가 8세, 11세 아들의 사진을 찍고 있었다. 서울 구로구에서 왔다는 이씨는 "역사 공부 차원에서 아들들 사진을 하나 찍고 사연을 얘기해주려고 했다"고 했다. 경기 화성시에서 사는 배모씨(29)도 건물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있었다. 배씨는 "외국에 가면 몇십년 된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 도시의 옛날 모습을 보여주더라"라며 "우리나라도 오랜 건물을 조금씩 보존해 역사를 남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해당 아파트는 철거를 앞둔 '국내 최고령 아파트' 충정아파트다. 1937년 일제강점기에 준공돼 올해 나이는 85세다. 아파트가 있는 서울 충정로3가는 정비계획상 '마포로 5구역'으로 묶인다. 서울시는 지난 15일 제7 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해당 구역 정비계획안을 수정 가결, 충정
"탈원전 정책이 나온 뒤 대출길까지 막혔어요. 반드시 재개될 것이란 믿음으로 가족·친지·지인 등에 돈을 융통해 사업장을 유지해왔는데 폐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권이 바뀌면서 원전 정책도 바뀌겠지만, 더는 버틸 재간이 없어요" 경남 창원에서 원전 기자재를 납품해온 A사 정아무개 대표는 머니투데이와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 대표는 엔지니어로 근무하다가 인천에서 회사를 창업하고, 창원으로 자리를 옮기며 사세를 키워왔다. 지난 40여 년 동안 원전관련 사업체를 운영해 온 정 대표는 최근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고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 사실상 '은퇴'가 아닌 '강퇴'다. A사의 사세가 기울기 시작한 것은 2017년 6월이다.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탈핵시대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신규 원전 중단과 건설계획 백지화 공약을 내세웠다.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 직후부터 원전 관련 일감은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20명 넘게 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