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첨단 기술, 사회 변화, 지역 현장, 문화와 예술, 경제 이슈 등 우리 일상 곳곳의 다양한 현장을 깊이 있게 취재해 생생한 목소리와 트렌드를 전하는 뉴스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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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우리 푸바오 자고 있어." 지난달 29일 낮 12시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판다월드에서 푸바오가 나무에 몸을 걸친 채 잠 들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100㎏에 달하는 몸체가 부풀었다. 관람객 80명이 에버랜드 개장인 오전 10시가 되기 한참 전부터 기다렸다. 이들은 판다월드에 겨우 입성하고도 한마음으로 목소리를 낮췄다. 5분으로 제한된 관람 시간이 끝나고 직원이 이동을 부탁하자 한 관람객은 숨죽인 목소리로 "한 장만 더 찍고 나갈게요"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같은 시각 판다월드 바깥으로 입장을 기다리는 관람객이 건물을 빙 둘러섰다. 야외에서 장시간 대기를 예상한 듯 섭씨 8도 날씨에도 무릎까지 오는 패딩을 입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간이의자를 펴 앉기도 했다. 오랜 대기에도 지친 기색이 없었다. 판다 인형 탈을 쓴 직원이 줄을 따라 걷자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함께 사진을 찍었다. 안내판에 적힌 대기 시간은 400분. 낮 12시에 줄을 섰다면 오후 6시40분이 돼서야 푸바오를
"몰라요. 저희도 지금 머리가 너무 아파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병원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난 의사는 "전공의 파업으로 어려움은 없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또 다른 전문의는 "(전공의 복귀 여부는) 저도 잘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29일은 정부가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법적인 문제를 삼지 않겠다며 '복귀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날이다 . 그러나 이날 일명 '빅5' 대형병원(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에선 혼란사태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병원에서 흰 가운을 입은 의사들은 대다수가 중년이었다. ━다른 병원으로 환자 옮기는 교수…짐 챙겨 병원 떠나는 전문의들━ "환자분 고대 구로 병원으로 옮기셔야 하고요. 저는 다음주까지만 이 번호로 통화가 가능해요. 필요한 서류를 챙겨드릴게요."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암병동에서 만난 한 의사는 환자 이송을 위해 통화 중이었다. 세브란스병원 본관에서는 가운을 벗고 개인 짐을 챙겨 병
"지금부터 시나리오를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코로나19(COVID-19) 백신 실험을 위해 생물안전3등급(BL3) 시설을 방문한 연구원이 되는 겁니다. BL3에서 후보물질 효능평가를 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안전하게 물질을 취급하고 사고에 대응하는지 교육을 시작하겠습니다". 지난 27일 찾은 충북 청주 오송읍 질병관리청 국가병원체자원은행에 위치한 BL3 실습교육시설에서 만난 박민우 질병청 생물안전평가과 연구사는 이같이 말했다. BL3 시설은 코로나바이러스 등 인체 위해성이 높은 감염성 물질을 다루는 곳이다. 국내 최초로 질병청이 개소한 BL3 실습교육시설에서는 BL3 관리자, 사용자, 유지보수자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이 진행된다. 시설 내부를 그대로 구현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막기 위해 예행연습을 진행한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백신·치료제 개발 등을 위해 BL3 연구시설을 활용하고자 하는 산업·학술·연구 관계자의 수요가 늘어났다. 이에 BL3 연구시설도 늘어나면서 교육 필요
"순댓집에 사람이 왜 이리 많아?" "여기 광장시장보다 3분의 1 가격이라고 유튜브에서 '선전'했잖아." 28일 낮 12시쯤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작은 순대 도매 가게에 행인들이 시선을 빼앗겼다. 경동시장에 들어서서 농수산물시장, 통닭골목을 지나니 '가성비 맛집'으로 소문난 'H순대'가 나왔다. 시장 구석이라 인적이 드문 골목인데도 이 가게 앞에만 20여명이 줄을 섰다. 10대부터 70대까지 나이대도 다양했다. 이 광경을 신기하게 본 행인들이 대기 줄에 합류하면서 오후 1시30분쯤 대기자는 50명까지 늘어났다. ━고물가에 10대부터 70대까지 모여…만 원 1장 내고 '한 아름'━가게는 5평 남짓으로 크지 않았지만 분업이 잘 이뤄졌다. 가게 안쪽 직원 2명은 물이 펄펄 끓는 가마솥 안에서 순대, 오소리감투, 머리 고기, 곱창 등을 건져 올렸다. 또 다른 직원은 식재료를 매대 위에 늘어놓고 손님이 순대와 부속 고기를 고르자 덩어리째 무게를 달았다. 한입 크기로 썰어주지는 않았다. 2m
"알리글로 미국 승인을 기반으로 오창공장은 1조원 규모 cGMP 공장으로 도약할 것을 자신합니다."(박형준 GC녹십자 오창공장장) GC녹십자가 오는 7월 미국에 출시되는 혈액제제 '알리글로' 생산시설 오창공장의 글로벌 생산기지화에 박차를 가한다. 국산 혈액제제 최초로 미국 허가 문턱을 넘은 알리글로 기술·생산력을 위탁생산(CMO) 분야까지 접목해 오는 2028년 1조원 규모 매출의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다. 지난 27일 찾은 충북 청주시 오창읍 소재 GC녹십자 오창공장은 활기가 감돌았다. 지난해 12월 국산 혈액제제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한 알리글로 출시를 앞두고 임직원들의 기분좋은 긴장감이 배경이다. 2007년 오창과학산업단지 내 13만㎡ 부지 규모로 설립된 오창공장은 GC녹십자 혈액제제와 유전자 재조합제제 생산기지다. 백신을 담당하는 화순공장, 합성의약품을 생산하는 음성공장과 함께 GC녹십자의 3대 핵심 생산시설로 꼽힌다. 면역글로불린인 알리글로를 비롯해
"서울대병원은 원래 구급차가 줄지어 대기하는 게 일상이었어요. 오늘은 1대도 없네요."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1년 차 사설구급대원 김모씨는 응급실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실제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앞 대기 중인 구급차는 없었고 병원 전용 구급차 1대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김씨는 이날 응급환자가 아니라 인근 요양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는 환자를 태우고 서울대병원에 도착한 터였다. 김씨는 "지난 20일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나서기 전까지만 해도 119 구급차와 사설 구급차 6대가 줄줄이 대기했다"고 했다. 서울대병원은 서울 서북권 유일한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중증 응급 환자들이 모이는 곳이다. 같은 날 오전 서울 노원구 지역응급의료센터인 상계백병원 응급의료센터 상황도 유사했다. 1시간 동안 환자 이송을 위해 병원을 찾은 구급차는 단 1대 뿐이었다. 평소 구급차가 대기하는 전용 주차 공간은 텅 비어있었다. 상계백병원 관계자는 "응급실 이용 환자, 보호자 기록 보면 전
지난 22일 찾은 전남 광양 율촌제1산업단지. 드넓은 평지 위에 자리한 포스코퓨처엠의 이차전지소재 콤플렉스가 위용을 뽐냈다. 원료 공급부터 리사이클링(재활용)까지 양극재 생산을 위한 풀 밸류체인(가치사슬)을 내재화한 공간이다. 핵심은 단연 이차전지 원가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양극재 생산공장이다. 연 생산능력 9만톤.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양산능력을 갖춘 곳이다. 60kWh 규모의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100만대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소성, 양극재 생산 메인 공정…쉴 새 없이 움직여━ 공장 안으로 들어서니 전구체와 리튬을 섞은 양극재 원료에 뜨거운 열을 가하는 소성 작업이 한창이었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고온의 열로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소성 공정이 메인이기 때문에 공장 내 온도가 높은 편"이라고 했다. 길이 55m, 베이지색 소성로에 다가가 빼꼼히 안을 들여다봤다. 새까만 양극재 가루를 편편하게 담은 흰 도가니(Sagger)가 한 줄에 4칸씩 3층으로 쌓아진 채 쉴
"미안해요. 지금 부동산에 월세로 내놔서 방을 주기가 어려워요." 23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국립암센터 앞에서 환자방을 운영하는 한 임대업자 A씨는 '방이 있냐'는 질문에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환자방은 다세대 빌라, 오피스텔, 고시텔 형태로 병원 인근에 마련된 임시 숙소를 말한다. 크기는 보통 5평 남짓. A씨는 "요즘 전공의 파업 때문에 손님이 아예 없다"며 "방을 부동산에 내놨다"고 했다. 대학병원 전공의 파업 여파로 환자방이 텅텅 비는 사태가 발생했다. 임대업자들은 손님이 찾지 않자 환자나 보호자에게 임대하던 방을 일반 원룸 매물로까지 내놨다. 환자들은 입원이나 수술이 연기되면서 친적, 지인 집에 머물거나 지방의 본가에 되돌아간다고 했다. 이날 국립암센터와 서울아산병원 인근 환자방 5곳에 문의한 결과, 5곳 모두 공실이 많아 원할 때 입실이 가능하다고 했다. 한 임대업자 B씨는 "다음 주 중에 방을 빼겠다는 사람이 있었다"며 "원하면 다음 주에 바로 들어올 수
"일정은 확답을 못 드려요. 전공의, 전임의분들이 검사를 담당하시는데 전공의 선생님들이 지금 파업 중이셔서요." 21일 오전 11시30분쯤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수술 상담실에서 병원 관계자가 난감한 통화를 이어갔다. 그는 수화기 너머 산모에게 "이상 소견이 있어도 진료를 못 보는 상태다. 검사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라며 "다음 주까지 일정을 확인해보고 연락드리겠다"고 안내한 뒤 전화를 끊었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전날 오전 6시를 기점으로 근무를 중단한 가운데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과에서도 전공의 인력이 빠지며 산모와 환자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대학병원을 찾은 산모들은 걱정을 털어놨다. 이날 남편과 세브란스병원을 방문한 산모는 "4월 출산 예정인데 혹시 수술이 미뤄질까 불안해서 오늘 물어보려고 왔다"며 "다행히 제왕절개 수술은 그대로 진행한다고 한다. 자연분만은 일정이 미뤄질 수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초음파검사 등을 담당하는 전공의
"원래 교수가 회진 돌 때 전공의들도 따라서 여럿 들어오곤 했는데 최근엔 안 보였어요. 다행히 그 빈자리는 교수와 간호사가 채워주고 있어서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20일 오전 11시50분쯤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연세암병원에서 만난 50대 여성 A씨는 '전공의 업무 중단 여파'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A씨는 갑상선암을 앓고 있다. 그는 "저는 다행히 최근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며 "전공의 상황도 이해가 되지만 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기적으로 보인다"고 털어놨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16일 전공의 공백에 대비해 진료과별로 수술 스케줄 조정을 논의해달라고 공지했다.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 부재로 이달 말까지 예상된 수술 절반 이상이 취소된 상황이다. 일부 과에서는 일반진료도 중단됐다. 서울대병원(서울시 종로구 대학로)에서 만난 환자·보호자들은 "진료 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하지만 곳곳에선 전공의 사직 여파가 적잖다. 서울대병원 방사선과는 수술
"원래 모레까지 입원해야 하는데 의사가 없다고 퇴원하라네요." 20일 오전 11시쯤 경기 고양시 국립암센터 1층에서 만난 이모씨(68)는 짜증 섞인 투로 이같이 말했다. 간암 투병 중으로 환자복을 입고 휠체어에 앉은 채였다. 이씨는 "몸도 아직 회복되지 않았는데 집에 가라니 이게 맞나 싶다"며 "이달 말쯤 또 입원이 예정돼 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이날 오전 6시를 기점으로 전공의들이 근무를 중단한 가운데 공공의료기관도 전공의 파업의 여파를 고스란히 맞았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암센터도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파업에 참여했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같은 오전 10시를 기준으로 국립암센터에서 근무하는 전공의 70명 중 59명이 업무를 중단했다. 서울대병원 소속 51명, 국립암센터 소속 8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국립암센터는 지난 주말 일부 환자에게 암 수술 연기를 안내하고 수술이 취소된 환자를 퇴원 조치했다. 입원한 환자 수는 평소 대비 크게
"얘(로보락)는요, 전선 면치기를 안 해요. 똑똑하다니까요?" 지난 19일 저녁 서울 서초구 방배동 CJ 온스타일 사옥에서 진행된 '전자전능' 라이브커머스(라방) 첫 촬영 현장. 소문난 전자기기 '덕후' 데프콘의 재치 있고 생생한 사용 후기에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첫 방송으로 선보인 제품은 로보락의 S8 Plus.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젊은 고객들 사이에서 품귀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신가전이다. 9시 방송 전부터 대기하던 시청자만 1만명. 방송이 시작되고 데프콘이 로보락 제품 후기에 대해 입을 열기 시작하자 시청자 수가 10만명을 돌파했다. 방송 시작 5분 만의 일이었다. 방송 종료 5분을 앞두고는 동시접속수 50만명을 달성했다. 이달 방송한 라방 중 최고 기록이다. 데프콘은 이날 방송에서 화제의 예능 '나는 솔로'에 출연한 모습처럼 작은 테이블 앞에 앉아 시청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니는솔로' '나는 술로' '대북곤' 등 재치 있는 아이디들로 채팅창에 등장한 시청자들과 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