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는 수술 절반 취소, 일부과 일반진료도 중단
국립암센터 70명 중 59명 파업…암환자 퇴원 조치도

"원래 교수가 회진 돌 때 전공의들도 따라서 여럿 들어오곤 했는데 최근엔 안 보였어요. 다행히 그 빈자리는 교수와 간호사가 채워주고 있어서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20일 오전 11시50분쯤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연세암병원에서 만난 50대 여성 A씨는 '전공의 업무 중단 여파'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A씨는 갑상선암을 앓고 있다. 그는 "저는 다행히 최근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며 "전공의 상황도 이해가 되지만 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기적으로 보인다"고 털어놨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16일 전공의 공백에 대비해 진료과별로 수술 스케줄 조정을 논의해달라고 공지했다.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 부재로 이달 말까지 예상된 수술 절반 이상이 취소된 상황이다. 일부 과에서는 일반진료도 중단됐다.
서울대병원(서울시 종로구 대학로)에서 만난 환자·보호자들은 "진료 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하지만 곳곳에선 전공의 사직 여파가 적잖다. 서울대병원 방사선과는 수술이 밀려, 외래 입원은 받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응급센터 앞에선 응급환자가 구급차에서 1시간 동안 대기해야 했고, 또 다른 응급환자에겐 심폐소생술을 처치한 후 간호사가 달려와 구급차 안에서 환자를 보는 일도 벌어졌다.

'빅5 병원' 중에서도 가장 많은 환자를 책임지는 서울아산병원은 이날 오전에도 환자로 붐볐다. 큰 혼란은 없는 모습이었다.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도 있지만 1년 이하 인턴이 많고, 실제 입원·수술 등에서 역할이 큰 2년 이상 레지던트는 상당수가 남았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하지만 지난 19일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자신을 서울아산병원 간호사라고 밝힌 이가 "병원에서 인턴 업무를 간호사에게 하도록 하고 있다"며 "잘못될 경우 간호사가 책임을 떠안게 되는데 이건 아니지 않냐"는 내용의 고발성 글을 올리기도 했다.
공공의료기관도 전공의 파업의 여파를 고스란히 맞았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암센터도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파업에 참여했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같은 오전 10시를 기준으로 국립암센터에서 근무하는 전공의 70명 중 59명이 업무를 중단했다. 서울대병원 소속 51명, 국립암센터 소속 8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국립암센터는 지난 주말 일부 환자에게 암 수술 연기를 안내하고 수술이 취소된 환자를 퇴원 조치했다. 입원한 환자 수는 평소 대비 크게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실제 이날 예정된 수술 3건이 취소됐다.
폐암 치료를 위해 입원 중인 김모씨(75)는 "곧 퇴원하고 조만간 다시 입원해야 하는데 파업이 장기화돼서 입원 일정이 미뤄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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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도 전공의들의 파업 공백을 메꾸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서울의료원에 따르면 병원 소속 전공의 80여명 중 절반 이상이 지난 19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서울의료원 1층 외래 접수처는 오전 8시부터 대기하는 사람들로 혼잡했다. 경기 의정부시에 거주하는 고모씨(78)는 "원래 13일에 입원했어야 하는데 26일로 밀렸다가 또다시 27일로 연기됐다"며 "아침 일찍부터 진료받으러 왔는데 너무 당황스럽다. 다리 혈관이 막혀 걷지도 못하고 너무 아프다"고 밝혔다.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이곳은 100여명의 전공의 중 36명이 집단 사직했다. 병원은 비상사태를 대비해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은 전문의들을 2월까지 당직으로 세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