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첨단 기술, 사회 변화, 지역 현장, 문화와 예술, 경제 이슈 등 우리 일상 곳곳의 다양한 현장을 깊이 있게 취재해 생생한 목소리와 트렌드를 전하는 뉴스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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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강서경찰서 가양지구대' 6일 오전 서울 강서구 가양동 염강초등학교 입구엔 어색한 간판이 달려 있었다. 2019년까지만 해도 '꿈을 키우는 즐거운 학교'라는 표어가 쓰여 있었던 자리다. 현관 앞에선 경찰차들이 출동을 기다리고 있었다. 2020년 1월 마지막 졸업식을 마친 뒤 폐교한 염강초는 서울시내에서 학령인구 감소로 문을 닫은 첫 공립초교다. 학교가 문을 닫은 이후 강서경찰서에서 지구대로 임시로 사용하고 있다. 염강초는 폐교 이후 방송촬영이나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시험 별도고사장 등으로도 활용됐다. 2021년엔 강서구 백신접종예방센터가 이곳에 자리하기도 했다. 기존 청사 리모델링으로 가양지구대는 지난해 10월부터 이곳에 잠시 둥지를 틀었고 이달 말쯤 원래 청사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후 염강초 건물은 새로운 용도가 확정될 때까지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유동적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염강초 현관엔 지구대를 찾아온 민원인들을 안내하는 화살표와 문구가 붙어 있었다. 지구대
"온풍기 온도를 낮추면 또 손님이 춥다고 발길을 끊을까 봐 난감하네요 참..." 식당과 카페가 몰려있는 서울시 용산구 '용리단길'에서 8년째 카페를 운영 중인 임모씨(47)는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이 10% 가까이 인상된다는 소식을 듣고 온풍기 온도를 2도 낮췄다. 10평 규모의 작은 카페지만 층고가 높은 천장에는 온풍기 두 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평소라면 체감온도 영하 10도 안팎을 오가는 겨울철 두 대 모두 작동시켰겠지만, 전기요금 인상 소식을 듣고 온풍기 틀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임씨는 "지난해 12월에는 전기요금이 28만원 나왔다. 1월달부터는 30만원 넘게 나오게 생겼다"며 "날씨가 추워서인지 사람도 많지 않은데 30만원 훌쩍 넘는 전기요금을 감당하기는 영세한 자영업자로 쉽지 않다"고 했다. 임씨는 대화를 나누는 내내 패딩조끼를 입고 있었다. 4일 정부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전기요금이 큰 폭으로 올랐다. 한국전력공사는 올해 1분기에 적용하는㎾h당 전력량요금을
포스코 포항제철소 2고로(용광로)의 덮개가 열렸다. 시뻘건 쇳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30~40미터 떨어진 기자의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매서운 바닷바람도 다시 돌기 시작한 고로의 강렬한 열기를 식히지 못했다. 철의 녹는점은 1538도다. 1500도를 넘나드는 고온의 고로 앞에 방열복·방열화 차림으로 중무장한 작업자가 다가섰다. 쇳물의 불순물을 확인하기 위해 긴 장대를 휘두를 때마다 쇳물이 크게 튀어 오르길 반복했다. 사진에서 봤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고로는 멈추지 않는다. 쇳물 생산을 멈추는 순간부터 고로가 식어가기 때문이다. 보수를 위해 한시적으로 가동을 멈추는 휴풍이 이뤄지기도 하지만 1주일을 넘기질 못한다. 이마저도 세계 최고 수준의 휴풍 기술력을 갖춘 포스코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1973년부터 고순도 쇳물을 24시간 만들어 철강 제품을 생산하고 자동차·건설·조선업 부흥에 일조했던 포항제철소가 지난해 9월 처음으로 멈췄다. 태풍 힌남노가 포항 지역을 할퀴면서 집중호우가 내
"다음 분 이쪽으로 오세요. 어디가세요?" 지난달 22일 오전 9시 인천국제공항 제주항공 카운터 앞에는 평일 이른 아침에도 수십여명이 줄을 섰다. 셀프체크인 키오스크 앞에도 사람들이 서서 터치스크린을 열심히 눌렀다. 카운터 뒤 직원들은 다음 승객들이 오기 전 짧은 잡담 시간에도 기존 승객의 비자와 백신 서류가 시스템에 제대로 기입됐는지 서로 확인하기 바빴다. 승객들의 짐을 컨베이어벨트에 올릴 때 담는 플라스틱 바구니도 줄곧 동나 공항 직원들이 수차례 채웠다. 곳곳에는 'TRAINEE(수습생)' 명찰을 달고 정장을 입은 열댓명이 서서 카운터 앞 분주한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IT 교육을 받으러 간다'는 한 직원은 웃으면서 자리를 떴다. 인천공항의 흔한 일상이 4년 만에 돌아왔다. 제주항공에서 17년을 근무한 최윤호 제주항공 인천공항지점장은 "인천공항 분위기가 코로나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왔다"고 말한다. 그는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직전인 2019년부터 인천공항지점장을 맡았다
"안전 난간이 없다면 바람만 불어도 추락 사고가 일어날 수 있어요." 지난해 12월 14일 낮 경기도의 한 빌라 공사현장. 체감기온은 14도까지 떨어졌다. 입을 열 때마다 하얀 입김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공사 중지는 없었다. 현장 내부엔 녹슨 못이 박힌 나무판, 동그랗게 꼬인 철사 뭉치, 사용하던 연장이 빼곡했다. 막 꼭대기층 콘크리트 타설을 마친 건물 계단에는 제대로 된 난간도 없었다. 엘리베이터가 들어올 자리에는 추락 방지를 위해 어설픈 합판이 대어져 있었다. 작업자들은 안전모 대신 털모자를 썼다. 곳곳에 삐죽이 나온 철제물에 머리를 찧을 것 같아 보는 사람을 아찔하게 했다. 현장에 나간 노동안전지킴이들은 가장 먼저 안전모 착용을 점검했다. 지킴이들의 뒤를 따르던 현장소장은 "안전모를 쓰라고 말해도 일할 때 불편하다며 벗는 작업자가 많다"면서도 "그나마 과거에는 안전모를 쓰라고 말하면 '귀찮게 하면 일 안 한다'며 집에 가는 사람도 있었는데 지금은 안전의식이 많이 나아졌다"고
"SK이노베이션은 '넷제로(탄소중립)'에 진심일 수밖에 없습니다. 울산은 이미 택시를 타도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 비중이 더 높습니다. 앞으로 2030~2035년엔 휘발유 수요가 절벽이 될 거라 봅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앞으로 정유공장을 석유화학공장으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특히 제품이 얼마나 '친환경'적인지가 앞으로 시장의 승자를 결정할 것이기 때문에 탄소중립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겁니다." 지난달 16일 찾은 SK이노베이션 생산기지 SK 울산 콤플렉스(CLX)에선 '넷제로'라는 단어가 유난히 자주 들렸다. 원유 수입과 석유제품 수출의 핵심기지인 울산항이 접안하는 선박들로 붐볐지만, SK이노베이션 직원들은 당장 석유제품이 잘 팔리는 것보다 그룹의 목표인 넷제로 달성에 관심이 많아보였다. SK이노베이션의 최대 위기는 지난 2020년이었다. 코로나19(COVID-19)가 확산되면서 석유제품 수요가 급감했고 한 해에 2조4203억원의 적자를 냈다. 정유사업은 지난해부터 회
"옛날에는 울산에서 강아지도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면, 이제는 평택 고양이가 1만원을 물고 다닌다네요." 26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P4라인 건설 현장. 흰색 안전모와 형광색 조끼를 걸친 인부들과 삼성전자 협력사 직원들이 삼삼오오 몰려들었다. 근무 중인 삼성전자 직원 1만여명과 공사 관계자 6만여명 등 매일 7만여명이 오가는 이곳에는 반도체 '기가 팹'(대형 생산 거점)이 건설 중이다. 축구장 400개 면적의 기가 팹이 완공되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 '초격차'가 완성된다. 2030년까지 289만㎡(약 87만평)의 평택캠퍼스 부지에 들어설 6개 반도체 생산라인은 미국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신규 파운드리(수탁 생산) 공장과 함께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전망이다. 30년간 1위 자리를 지켜온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파운드리 1위를 자처하는 TSMC와의 격차를 좁힐 전초 기지 역할을 겸한다. 반도체 패
"내년엔 더 안전한 나라가 됐으면 좋겠어요." 올해를 2시간여 남긴 31일 밤 10시쯤. '제야의 종 타종행사'를 보러 서울 종로 보신각을 찾은 장모씨(54)가 말했다. 장씨는 "이태원 참사 같은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타종행사는 보신각에서 이날 밤 10시50분 식전행사를 시작으로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진행된다. 매년 12월31일 자정을 기해 보신각 종을 33번 치는 행사인 타종행사는 2019년 이후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3년만에 처음 열리는 대면 행사다. 타종행사를 보기 위해 3시간 전인 밤 9시쯤부터 보신각 앞에는 사람들이 수백 명 가량 모여들었다. 밤 10시를 넘기자 인파는 빠르게 불어나기 시작했다. 1분에 수십 명가량의 사람들이 종각역 5번 출구를 통해 행사장 앞으로 향했다. 무대가 설치된 종각역 앞 교차로는 밤 10시쯤 사람들로 가득 찼다. 경찰 관계자는 "10시 기준 이미 1만명을 넘긴 것으로
"빵이 떨어져서 초코파이 나눠드릴게요." 28일 오전 11시50분 서울 종로구 원각사 무료 급식소. 한 자원봉사자가 무료급식소를 찾은 사람들에게 후식으로 주기 위해 준비한 빵과 가래떡이 다 떨어지자 이같이 말하며 초코파이 상자를 꺼냈다. 푸드뱅크나 빵집, 종교단체 등에서 급식소에 한 달에 서너 번 빵, 떡과 같은 후식 종류를 기부한다. 급식소 총무 강소윤씨는 "기부에 감사하지만, 급식소에 오는 270~300명에게 전부 주긴 어려운 양이다"라고 했다. 취약계층에 음식을 제공하는 무료 급식소가 한 끼 식사를 차리는 데 이중고를 겪고 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기부금은 줄었지만 각종 재료비와 난방비 등 지출은 늘었기 때문이다. 원각사 무료 급식소는 문을 연 지 올해 30년째로 하루도 거르지 않고 무료급식을 해왔다. 15평 남짓한 무료 급식소 공간에는 총 22명이 들어와 식사한다. 급식이 시작되기 30분 전부터 탑골공원 안에서 원각사 직원들이 사람들에게 번호표를 나눠준다. 오전 11시 탑
28일 인천 미추홀구 어느 15층 아파트 꼭대기 집. 천장을 올려다 보자 나무 뼈대와 전선이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흡사 입주 전 아파트 같았다. 이 집에 임차인 박병옥씨(60)는 2019년 9월 입주했다. 그해 겨울부터 옥상에 눈 녹은 물이 집 천장으로 스몄다고 한다. 비가 내려도 마찬가지였다. 박씨는 눈·비 예보가 있을 때 천장 아래 비닐을 덧댄다. 천장을 보면 "우울증이 올 것 같다"고 한다. 이 집주인은 임모씨다. 임씨가 세금을 내지 못해 지난해 11월11일 집이 세무서에 압류됐고 이듬해 10월5일 경매에 부쳐졌다. 집은 1차 경매에서 유찰됐다. 2차 경매는 내년 2월1일에 열린다. 박씨가 사는 아파트 69세대로 이뤄졌다. 모두 임씨가 소유한다. 하지만 임차인들은 임씨를 '바지사장'이라 부른다. 이들은 '건축왕' A씨(61)를 실소유주로 지목한다. A씨는 건축사와 공인중개 사무소, 관리사무소 운영업체를 실소유한 개발 업계 '큰 손'으로 불린다. 2010년대 초반부터 미추홀구
한국 내 중국 비밀경찰서로 지목된 서울 강남권의 중식당 A 음식점은 한산했다. 26일 오후 2시. 점심시간이 좀 지난 시각이긴 했지만 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1층의 넓은 홀은 머니투데이 취재진 2명 밖에 손님이 없었다. 종업원들은 손수레로 실어 온 중국 백주가 담긴 종이상자를 하얀 목장갑을 끼고 옮기느라 바빴다. 1층 한편에 백주가 담긴 상자가 천장에 닿을 듯 쌓였다. 이 중식당 건물은 총 3층으로 1층은 홀과 개별 룸, 2층은 룸, 3층은 연회장으로 구성됐다. 취재진이 방문한 시간에는 전 층에 손님이 거의 없었다. 메뉴판을 가져다준 직원은 '사람이 너무 없다'는 말에 "오늘이 월요일이라…"라며 말끝을 흐렸다. 종업원들은 중국 억양이었지만 한국어로 대화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자장면(8000원)과 짬뽕(9000원)을 주문하자 15분 뒤에 음식이 나왔다. 반찬으로는 자차이와 치킨 무가 나왔다. 이 식당은 중국이 한국 내 비밀경찰 조직의 거점으로 운영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외견상
"환자들을 보면 내 피라도 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한 대학병원 응급실 간호사 김모씨(여·26)) 23일 오후 2시30분쯤. 서울시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 위치한 헌혈 카페에 남성 한 명이 들어왔다. 검은색 모자를 눌러쓴 정민규씨(31)는 익숙하다는 듯이 전자 문진을 쓰고 혈압을 측정했다. 정씨는 오늘 107번째 헌혈을 하기 위해 이곳에 찾아왔다고 했다. 채혈실에 들어서 날카로운 주사 바늘이 왼쪽 팔 깊숙이 찔러도 정씨의 표정에는 잠깐의 찡그림조차 없었다. 통계상 겨울철인 12~2월은 헌혈이 줄지만 유독 12월만큼은 연중 최고를 기록한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앞두고 나눔을 실천하고 싶은 마음이 느는 탓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연간 헌혈자는 계속 줄고 있어 신규 헌혈 인구를 늘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최저기온이 -13.7℃까지 떨어진 이날 오후 5시까지 홍대입구역 인근 헌혈 카페에만 17명의 헌혈자가 찾아왔다. 전국에서는 오후 3시 기준 전국에서 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