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엔 더 안전한 나라가 됐으면 좋겠어요."
올해를 2시간여 남긴 31일 밤 10시쯤. '제야의 종 타종행사'를 보러 서울 종로 보신각을 찾은 장모씨(54)가 말했다. 장씨는 "이태원 참사 같은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타종행사는 보신각에서 이날 밤 10시50분 식전행사를 시작으로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진행된다. 매년 12월31일 자정을 기해 보신각 종을 33번 치는 행사인 타종행사는 2019년 이후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3년만에 처음 열리는 대면 행사다.
타종행사를 보기 위해 3시간 전인 밤 9시쯤부터 보신각 앞에는 사람들이 수백 명 가량 모여들었다. 밤 10시를 넘기자 인파는 빠르게 불어나기 시작했다.
1분에 수십 명가량의 사람들이 종각역 5번 출구를 통해 행사장 앞으로 향했다. 무대가 설치된 종각역 앞 교차로는 밤 10시쯤 사람들로 가득 찼다. 경찰 관계자는 "10시 기준 이미 1만명을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3년만에 열리는 대면행사인 만큼 기대감이 엿보였다. 인천 강화도에서 온 김민우씨(19)는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친구들과 호프집에서 지난해는 집에서 새해를 맞았다"며 "오늘 보신각에 오게 돼서 들뜨고 좋다"고 말했다.
생후 6개월을 갓 넘긴 아기와 함께온 양원석씨(28)·이하영씨(25) 부부는 "지난해 남편이 미국으로 출장을 가서 신년맞이를 함께 못했는데 처음으로 가족이 뭉쳐 맞는 새해라 뜻깊다"며 "코로나19로 다니지 못했던 여행을 다음해에는 더 많이 다니고 싶다"고 했다.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2023년은 2022년보다 나은 한 해가 되기를 소망했다. 양씨 부부는 "월급은 그대로인데 금리는 올라서 팍팍하다"며 "소비만 줄이고 있는데 내년에는 경제상황이 더 좋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무는 한해를 바라보면서 저마다의 새해 다짐도 내놨다. 오른쪽 다리에 깁스를 한 채로 부모, 동생과 함께 온 배모군은 건강한 한 해를 다짐했다. 배군은 "실수로 계단을 내려가다가 다쳤는데 내년에는 다치지 말고 건강하게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다는 김민정씨(27)는 '바디프로필'을 찍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씨는 "최근에 체지방률 20%로 나왔는데 한 자릿수로 줄이고 바디프로필을 찍는 것이 목표"라며 "신년이 오기 전에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오늘 첫 피티를 받고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같이 온 직장 동료들과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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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관람객 10만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 만큼 정부는 안전 관리에 나섰다. 경찰은 보신각 인근 주요 교차로에 교통경찰 180여 명을 배치해 차량 우회를 유도하고 있다. 또 이날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 사이 서울지하철 1호선은 종각역을 무정차 통과한다.
서울시는 종로구, 서울교통공사, 서울시설공단 합동으로 957명의 안전요원을 배치했다. 보신각 일대에는 시와 경찰, 소방이 '합동상황실'을 비롯해 11개 부스와 차량전광판 4개소를 마련했다. 종로타워 등 행사장 인근에는 소방차 11대, 구급차 9대, 구조인력 103명도 배치했다.
행사 종료 후에는 귀갓길 불편을 줄이기 위해 대중교통은 내년 1월1일 오전 2시까지 연장 운행한다. 서울지하철 1~9호선, 우이신설선, 신림선 모두 해당된다. 연장 시간동안 총 175회 추가 운행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