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첨단 기술, 사회 변화, 지역 현장, 문화와 예술, 경제 이슈 등 우리 일상 곳곳의 다양한 현장을 깊이 있게 취재해 생생한 목소리와 트렌드를 전하는 뉴스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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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줘요. 나는 뭐 없어요?" 23일 오후 12시10분쯤 서울역 광장. 대학생 진서연씨(19)와 박윤희씨(44) 모녀 주위로 노숙인 네명이 모여들었다. 모녀는 이날 노숙인들에게 나눠주려고 집에 남는 담요와 손난로를 5개쯤 가져왔다. 한 노숙인은 다리에 신문지를 덮고 서울역 광장 계단에 앉아 있다가 담요를 받아갔다. 박씨는 "올 여름 서울역 근처에 전시를 보러 왔다가 노숙인들이 많이 있는 모습이 기억에 남아 이렇게 찾게 됐다"고 했다. 10초도 안돼서 다른 노숙인 4명이 모여 모녀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이들은 '핫팩을 달라' '뭐라도 달라'고 했다. 노숙인들은 하나같이 검은 잠바를 입고 지퍼를 목 아래까지 올렸다. 하지만 추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노숙한 지 2년 정도 된 김덕규씨는 "올해 핫팩 온기를 느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날 서울 낮 기온은 영하 9도였고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다. 노숙인 지원 시설 다시서기종합센터(다시서기센터)는 노숙인들이 몸을 녹일 '쉼터'를 운영한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 불가' 21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의 한 프렌차이즈 커피숍 한쪽 벽면에 이같은 문구가 쓰여있었다. 지난달 24일부터 시행된 일회용품 사용규제를 알리는 문구다. 하지만 매장 내에서 음료를 마시는 사람들은 플라스틱컵과 종이컵을 쓰고 있었다. 자원재활용법에 따르면 카페 내 일회용 컵,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는 모두 사용 금지 대상이다. 원칙적으로 지난달 24일부터 편의점·카페·식당 등에서 종이컵·빨대·비닐봉투 등 일회용품을 제공하거나 판매해선 안 된다. 일회용품 사용범위를 제한하는 자원재활용법 시행된 지 한달 가량됐지만 이를 지키는 곳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부가 1년간 계도기간을 두기로 하면서다. 업계에서는 아직 계도기간인데 상관 없지 않느냐는 반응이다. 커피숍 점원 A씨는 "사장님이 계도 기간에는 매장에서 종이컵을 써도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매장 내 취식 손님들에게 다회용컵을 제공하면서도 빨대와 종이컵 등은 그대로 사용하는 곳도 있었다. 비슷한 시각 30
22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 투명한 유리창이 줄지어 자리했다. 바깥이 고스란히 들여다보이는 유리창 위로 지하철 노선도와 바깥 풍경, 카페 메뉴판과 예술 작품 등 수많은 화면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투명 OLED(올레드·유기발광다이오드)를 활용한 다양한 작품들이 TV 화면처럼 빠르게 전환될 때마다 관람객들의 탄성이 이어졌다. LG디스플레이는 자사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는 투명 올레드를 활용한 전시회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회는 스스로 빛을 내면서도 투과성이 높은 투명 올레드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활용해 SF(공상과학) 영화를 연상시키는 미래적 구성으로 이뤄졌다. LG디스플레이는 여러 방면에 활용될 수 있는 투명 올레드를 통해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생태계를 확장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세계 유일' LG디스플레이의 투명 OLED 기술…"유리창 아냐?" 탄성━ LG디스플레이는 오는 24일까지 투명 올레드를 활용한 미래의 모습을 체험할 수 있는 전시회 '투명한 미래展 - 투
살타(Salta)로 가는 길은 멀고도 멀었다. 대한민국의 지구 정 반대편인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도 서북쪽으로 멀리 떨어진 산기슭에 닿아서야 고산도시 살타를 마주할 수 있었다. 살타에서 다시 경비행기로 갈아타고 한참을 날아 기어이 눈과 구름으로 덮힌 안데스산맥을 넘었다. 정강이 높이만큼도 자라지 못하는 관목들 사이로 펼쳐진 해발 4000m 고지대. 라마보다 체구가 작은 삐꾸냐(Vicuna)들만이 버티고 사는 삭막하고도 광활한 곳. 포스코에겐 그 땅이 지상 최고의 자원보고였다. 왜 이렇게 먼 곳에서, 왜 이렇게 높은 곳에서 리튬을 생산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현장에서야 풀렸다. 살타는 아르헨티나와 한국이 상생할 수 있는, 약속의 땅 이었다. ━호주가 탐내던 염호, 포스코 품에 안겼다━ 살타에서 안데스 고지대 리튬염호까지 오르는 길은 두 갈래다. 버스를 타고 편도 8시간을 달리는 길과 경비행기로 40여분을 날아가는 길. 그간 버스로 인력이 오르내리고 트럭으로 건설 자재와
"큰 비닐 있으면 하나 줘봐요. 여기 덮어놓게." 19일 정오쯤 서울 중구의 한 상가 건물. 이 건물의 주인인 30대 A씨는 앞서 이날 오전 "물이 나오지 않는다"며 120다산콜센터에 신고했다. 주말인 지난 17~18일 수도를 사용하지 않는 사이 계량기가 얼어붙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울시설공단 산하 중부수도관리소 계량기교체반 소속 남동호(59) 주임이 현장에 도착해 계량함 뚜껑을 열자 검은 먼지가 피어올랐다. 먼지가 걷히면서 4조각으로 부서진 스티로폼 아래 헌 옷 무더기가 계량함을 감싸고 있는 모습이 드러났다. 군데군데 누군가 버려놓은 담배꽁초까지 눈에 띄었다. 파손된 계량함 뚜껑 사이로 빗물 등에 휩쓸려 내려온 쓰레기들로 추정된다. 남 주임은 "헌옷은 눈비로 젖어버리면 같이 얼어버려 동파를 막는 데 별로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수도 사용량을 알려줘야 하는 계량기의 숫자는 몇을 가리키는지 알아보기 힘들었다. 카운터(관측량을 알려주는 부품) 위까지 물이 차올라 얼어붙은 데다
디스플레이에 달린 카메라가 한 관람객의 얼굴을 감지해 현재 감정을 분석한다. 이어 화면에 원하는 장르를 택하라는 메시지가 나타난다. 관람객이 '발라드' 매뉴를 선택하고 음악코드를 정하자 5초후 피아노의 흑과 백 88개 건반이 쉬지 않고 움직였다. 이를 함께 지켜보던 다른 관람객들이 일제히 "와~"하는 탄성을 터뜨렸다. 광주과학기술연구원(GIST)이 개발한 AI(인공지능) 작곡가 '이봄(EvoM)'이 이용자 감정에 맞는 곡을 자동으로 작곡해 연주하는 모습이다. GIST 부스 관계자는 "지금까지 알려진 AI 작곡은 어떤 노래를 학습해 그 노래와 유사한 음악을 만드는 형태였다면, 이봄은 AI에게 음악을 작곡하는 방법을 가르쳐 아예 새로운 음악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지난 15일 방문한 '2022 대한민국 과학기술대전' 전시장의 모습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연구재단,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등과 함께 이날부터 사흘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우수 연구성과 전시회를 열고 있다. 이미 민간기업
"돈 보다도 봉사직이라고 봐야지." 이른 아침 겨울비가 내린 지난 9일 정오. 체감온도 섭씨 8도의 다소 포근한 날씨임이 무색하게 두꺼운 겉옷으로 무장한 이들이 서울 송파구 풍납파출소에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이들은 파출소 내부 한쪽에 칸막이로 분리된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4평(13.22㎡) 남짓한 이 공간에 모인 남녀 6명은 머리색이 군데군데 희끗했다. 이 지역 아동안전지킴이(지킴이)들이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경찰청은 2009년부터(세종경찰청은 2019년부터 충남경찰청에서 분리돼 별도 선발) 매년 2월쯤 서류심사, 체력검사, 면접을 거쳐 지킴이를 선발하고 있다. 풍납파출소에 있는 6명을 포함해 서울에는 지킴이 1198명이 있다. 이들은 한 해의 마지막 날까지 약 10개월 동안 관할 지역 아동의 안전을 지키는 업무를 맡는다. 낮 1시를 넘어서자 풍납파출소 지킴이들은 '형광조끼'를 걸친 뒤 두 명씩 조를 이뤄 각자 맡은 초등학교 앞으로 흩어졌다. 김영균씨(73
중국 국적 A씨(28)는 '외국인 친구가 많다'고 자평한다. 수년 동안 경남 지역의 수입 식료품점에 일하면서 중동, 동유럽 사람들과 친분을 쌓았다. 이란의 히잡 반대 시위, 러시아의 반전 시위가 각국 정부의 탄압을 받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A씨는 남일 같지 않았다. A씨는 중국 소수민족으로 중국에서 지낼 때 일상적으로 '차별받는다'고 느꼈다. 지난달 중국에서 벌어진 백지시위는 A씨에게 충격이었다. 백지시위는 시진핑 정부의 '제로코로나' 방역 수칙에 반발한 중국인들이 백지를 들고 거리에 나선 집회다. 중국에서는 공산당을 향한 비판이 허용되지 않아 반정부 구호를 적은 피켓을 들면 처벌당할 수 있다. 빈 종이를 들면 처벌할 명분이 사라진다. A씨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A씨는 "우리가(재한 중국인들) 고국에 있는 이들의 목소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카카오톡에서 A씨와 뜻을 함께하는 중국인 300여명이 모인 오픈 채팅방을 통해 지난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에서 중
"사람이 줄어드는 데 유니폼이 팔리겠습니까. 하나 남은 유니폼 회사도 2-3년 전 문을 닫았습니다" 전남 영암에서 만난 한 입주기업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이같이 설명했다. 대불국가산업단지 중심부에 위치했던 마지막 유니폼 회사가 자리했던 자리에는 현재 편의점이 영업하고 있었다. 조선소가 있는 도시에는 유니폼 제작업체가 성업하기 마련이다. 이곳에서는 푸른 유니폼이 근무복이자 정장이다. 결혼식장은 물론 장례식장에서도 유니폼 차림새가 실례가 되지 않는다. 현대삼호중공업이 있는 영암 대불산단과 이웃한 목포에서도 마찬가지다. 현대삼호중공업을 비롯해 입주기업의 80%가 조선소 또는 조선기자재 업체가 밀집한 대불산단에 유니폼 회사가 사라졌다는 것은 조선 도시의 정체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의미다. 사라진 이유는 간단하다. 일할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2014년 20만3441명이던 조선업 재직자 수는 지난 7월 말 기준 9만2394명으로 54.5% 감소했다. 생산인력
"담배 피우러 공원 바깥까지 나갔다 올 필요가 없어져서 좋아요." 7일 서울 지하철5호선 여의나루역 근처에 있는 여의도 한강공원 흡연부스는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는 애연가들로 붐볐다. 오모씨(28)와 최모씨(27)는 "한강변에서 놀다가도 흡연을 하려면 공원 바깥에 있는 술집 거리까지 가서 담배를 피우고 오곤 했다"며 "흡연부스가 생겨서 흡연하러 가는 시간이 단축됐다"고 했다. 서울시는 지난 1일 이곳에 흡연부스를 설치했다. 한강공원은 원래 금연구역이 아니다. 도시공원법상 공원은 2011년부터 순차적으로 금연구역이 됐지만, 한강공원은 하천법상 녹지인 까닭에 그간에도 흡연이 가능했다. 하지만 시민들이 산책이나 여가생활을 위해 찾는 공간인 만큼 흡연자들은 따가운 눈빛을 감수해야 했다. 죄를 짓는 심정으로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외진 곳을 찾아 헤맸다. 주로 화장실이나 쓰레기통 근처였다. 한강사업본부는 올 연말까지 한강공원 전역에 흡연부스를 설치해 지정 구역에서만 담배를 피우도록
#. 1970년대 조성된 서울 구로구 온수일반산업단지(이하 온수산단)에 위치한 산업용 브레이크 제조업체 S기공은 주52시간 근로제(이하 주52시간제) 도입과 동시에 외국인 근로자를 3명을 떠나보내야 했다. 급여를 5~10% 올려주겠다며 붙잡았지만 임금 수준이 높은 다른 업종으로 가겠다는 말에 회사 대표는 잡은 손을 놓았다. 인력유출은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주문 처리 속도가 늦어지면서 일감이 줄어 올해 매출액은 전년대비 10% 줄어들 전망이다. S기공 관계자는 "우리 같은 협력업체가 제품 공급시기를 정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발주처에서 날짜를 통보하면 물량을 맞춰야 하는 구조라 잔업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가 근무를 못하다보니 '인력유출-일감축소-매출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강추위가 들이닥친 지난 2일 머니투데이가 찾은 온수산단에선 주52시간제로 시름하는 곳은 S기공만이 아니었다. 온수산단은 면적 15만7560㎡(4만76
"안심택배함을 찾는 게 게임에서 희귀 아이템 찾는 것보다 어려워요." 서울에서 혼자 살며 직장에 다니는 이모씨(26)는 자칭 안심택배함 마니아다. 온라인 쇼핑몰 주문뿐 아니라 중고거래를 할 때도 안심택배함을 이용한다. 모르는 사람을 집 근처까지 부르기는 꺼림칙해 안심택배함을 애용한다. 이씨는 "자취하는 지인 중에서는 사용하고 싶어도 어디에 있는지 몰라 못 쓰는 사람이 많다"며 "안심택배함이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있어야 많이 사용하고 그 수도 많아질텐데 아쉽다"고 했다. 안심택배함은 혼자 사는 시민들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편리하게 택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서울시가 2013년 도입한 정책이다. 올해로 9살을 맞이하지만 이용률은 줄고 있다. 찾기 어려운 곳에 위치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도입 첫해 50개였던 안심택배함 개수는 2022년 현재 271개로 늘었다. 반면 하루 기준으로 전체 택배함이 이용되는 빈도를 뜻하는 이용률은 연평균 △2018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