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시간'에 갇힌 대한민국]4-①[르포]서울 기계공업단지 온수일반산업단지, 외국인 근로자도 떠난다


#. 1970년대 조성된 서울 구로구 온수일반산업단지(이하 온수산단)에 위치한 산업용 브레이크 제조업체 S기공은 주52시간 근로제(이하 주52시간제) 도입과 동시에 외국인 근로자를 3명을 떠나보내야 했다. 급여를 5~10% 올려주겠다며 붙잡았지만 임금 수준이 높은 다른 업종으로 가겠다는 말에 회사 대표는 잡은 손을 놓았다. 인력유출은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주문 처리 속도가 늦어지면서 일감이 줄어 올해 매출액은 전년대비 10% 줄어들 전망이다. S기공 관계자는 "우리 같은 협력업체가 제품 공급시기를 정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발주처에서 날짜를 통보하면 물량을 맞춰야 하는 구조라 잔업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가 근무를 못하다보니 '인력유출-일감축소-매출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강추위가 들이닥친 지난 2일 머니투데이가 찾은 온수산단에선 주52시간제로 시름하는 곳은 S기공만이 아니었다. 온수산단은 면적 15만7560㎡(4만7661평)에 중소 제조업체 200여곳이 밀집한 산업단지다. 서울에 남은 마지막 기계공업단지로 손꼽힌다. 대다수가 산업·차량용 부품제조를 맡고 있는데, 거의 대부분의 업체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사업을 접는 곳도 적지 않다. 온수산단 곳곳엔 임대문의가 붙어있는 빈 공장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코로나19(COVID-19)로 외국인 근로자 공급이 끊긴데다 최저임금 인상까지 계속된 게 가장 큰 영향을 줬다고 한다. 무엇보다 지난해부터 5인 이상 사업장으로 주52시간제가 확대되면서 존폐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게 현장에서 만난 이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내국인만 채용하는 서울 소재 회사조차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 도봉구 소재 조명회사 U사는 업계 평균보다 더 높은 임금을 제시해도 신입채용이 1년째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회사는 서울에서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고 보고 최근 이전을 결정했다. 이 회사 대표는 "2015, 2016년만 해도 채용공고를 내면 경쟁률이 100대 1을 넘어섰는데 지금은 씨가 말랐다"며 "인력난 해소를 위해 신규인력이 선호하는 지역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열린 '중소기업 노동규제 개선 촉구 대토론회'에서도 중소기업 인력난에 관한 호소가 가장 컸다. 특히 30인 미만 사업장에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를 허용하는 추가연장근로제가 올해를 끝으로 일몰될 예정이어서 이를 걱정했다. 구경주 이플러스마트 대표는 "대학생 자녀가 있는 직원에 380만원을 주고 있는데 (내년부터) 300만원으로 낮춰야 한다"며 "이런 직원은 퇴사하거나 대리운전, 배달 등 투잡을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인력부족은 상반기 기준 59만8000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21만7000명(57%) 증가했다. 열악한 근무환경과 복지로 외면받던 중소기업은 추가근무 제한 효과로 급여마저 줄어들게 되자 인력 구하기가 더 어려워진 것으로 해석된다. 중소기업 추가연장근로제가 종료되면 5개 중 1개는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4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52시간 초과근로자가 있는 사업장은 19.5%다. 이들 기업 중 75.5%는 대책이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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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옥석 중기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행정력과 자금력이 부족한 30인 미만 중소기업들은 추가 채용이나 유연근무제로 근로시간을 단축하기에 역부족"이라며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마저 사라지면 인력 공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