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1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1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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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안에 넣어둔 지갑이 지하철을 타고 난 뒤 사라졌어요." 지난 3월26일과 27일 이 같은 신고가 경찰에 연이어 접수됐다. 여행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2명이 각각 피해를 입었다. 피해액은 한화 55만원 상당으로 동일범 50대 A씨의 소행이었다. 신고를 접수한 서울경찰청 지하철경찰대(지하철경찰대) 수사1팀 김현철 경위(42)는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증거를 확보하는 게 중요했다. 피해자들이 탑승한 전동차는 서울지하철 3·4호선이었다. 경찰은 지하철 역사나 전동차 내부 등에 설치된 CCTV(폐쇄회로TV)를 자유롭게 확인할 길이 없어 CCTV를 보려면 서울교통공사·서울시메트로9호선·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 지하철을 운영하는 각 기관에 공문을 보내 협조를 의뢰해야 한다. 서울지하철 1·3·5호선이 지나는 종로3가역처럼 여러 호선이 뒤섞여 있는 역의 경우 호선마다 다른 역무실에서 CCTV를 확보해야 한다. 소매치기범이 역사를 벗어나 외부로 나가면 해당 지역 구청이나 인
"원난이가 내 손을 놨어. 원난이가 내 손을 놨어." 문맹에 장애 2급인 A씨(67)는 1969년 부산 국제시장에서 가족을 잃어버렸다. 11살 나이에 말이 어눌하던 A씨는 가족을 찾지 못하고 부산의 한 고아원에 들어갔다. 이후 전남 장성에 사는 고아원장 가족을 따라 장성으로 거처를 옮겼다. 수십년 동안 성실하게 일하며 가정을 꾸렸다. 그러다 올해 2월 하나 있던 아들이 갑작스레 사망하면서 또다시 가족을 잃었다. 평소 원활한 의사소통이 어려운 A씨지만 아들 사망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입을 열었다. 자신의 법정 후견인에게 어릴 적 이름과 형제자매 3명의 이름을 어눌한 발음으로 되뇌었다. 후견인은 '가족을 찾아달라는 거구나'라는 것으로 이해하고 지난 3월 이름이 적힌 쪽지를 들고 전남경찰청 장서경찰서를 찾았다. 사건을 담당한 이선미 장성경찰서 경무과 경위(50)는 "이날 A씨 아들 사망 확인서를 떼러 와 오래전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달라며 쪽지를 내밀었다"며 "'헤어진 가족 찾아주기' 제
"제 아내가 개발자인데요. 팀장님 실력은 준 개발자 수준으로 올라갔다고 하더라고요. 어쩌다 보니 집에도 회사에도 개발자가 있어요." 지난 29일 경기북부경찰청 범죄수익추적팀장 권우성 경위(42)를 가리키며 수사관 김민수 경위가 이같이 말했다. 김 경위는 "팀장님은 마우스 없어도 엑셀을 쓸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단축키를 전부 안다. 이렇게 연구하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경찰은 처음 본다"며 "한번은 개발자 아내에게 한번 봐달라고 해줄 수 있냐며 카카오톡으로 코드를 보내기도 했다"고 했다. 권 경위는 2021년 2월 범죄수익추적팀 신설과 함께 부임했다. 이전에는 고양경찰서 경제팀에서 사이버범죄를 수사했다. 그가 경찰로 일한 15년 동안 경제 범죄 기술은 고도화되고 수법도 복잡해졌고 갈증을 느꼈다. 데이터를 더 전문적으로 다루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랐다. 범죄수익추적팀에 오면서 '각성'했다. 배울 수만 있다면 대전이든 서울이든 종횡무진 움직였다. 대전 통계교육원에서 경찰 대상 엑셀 교육을
"선배, 총책을 본 것 같습니다. 차량 번호 확인하겠습니다." 지난 4월 30일 늦은 오후, 경기 고양의 한 쇼핑몰에서 퇴근하던 경찰관이 익숙한 인상착의의 30대 남성을 발견했다.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2대가 1년 6개월 넘게 쫓고 있던 사기 리딩방 일당의 총책 A씨였다. A씨는 지난해 9월 조직원이 잡힌 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본인 명의 휴대폰과 각종 인터넷 계정, 금융계좌를 사용하지 않으며 추적을 따돌렸다. 그런 A씨를 퇴근하던 수사관이 우연히 마주쳤다. 그 수사관은 같은 팀 선배 한지우 경사(29)에게 전화해 상황을 알렸다. 한 경사와 수사팀은 A씨 차량 이동경로를 확인한 후 잠복했다. 며칠 후 A씨를 검거했다. 가짜 투자사이트와 리딩방을 운영하며 피해자 140여명으로부터 120억원을 가로챈 일당의 총책이 경찰에 붙잡힌 순간이다. ━'대포통장' 거래조직 장부에서 발견한 리딩방 일당 단서…끈질긴 수사로 일망타진━ 한지우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2대 수사관(경사)과
"뛰어내리려고 옥상에 왔어요." 지난 4월25일 오후 6시27분 서울 노량진지구대에 한 통의 신고가 접수됐다. 20대 초반 여성이 투신하려고 아파트 옥상에 올라갔다는 신고였다. 노량진지구대 송지영 경사는 순찰을 마치고 돌아와 자리에 앉으려다 신고를 듣고 다급하게 달려 나갔다. 7시 야간근무팀과 교대를 앞두고 있던 노량진지구대 2팀은 다시 긴급태세에 돌입했다. 가장 위급한 상황을 알리는 '코드 제로'도 발동됐다. 순경부터 팀장까지 모든 직원이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갔다. 지구대에 있는 순찰차 3대가 출동해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현장에 도착했지만 신고자의 위치는 대략적으로만 파악된 상태였다. 송 경사가 속한 팀은 기지를 발휘해 '옥상에 왔는데 A 아파트 이름이 보인다'는 신고를 토대로 아파트 동호수를 특정해 옥상으로 달려갔다. 여성이 있는 곳은 29층 옥상이었다. 때마침 온 119구조대와 함께 옥상 문 앞에 도착했지만 문이 잠겨 있었다. 구조대가 옥상 문 강제 개방을 준비했다.
"물 위에 둥둥 떠있는 것 뭐지?" 지난달 20일 오후 5시쯤 경북 상주시 왕복 2차선 도로. 경기 군포경찰서 군포지구대 소속 이남훈 경장은 모처럼 휴가를 내고 처가 친척들과 여행을 떠나고 있었다. 그는 하천 위에 떠있는 이상한 물체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날은 비가 내려 날씨도 흐리고 하천 물도 빠르게 불어나는 상황이었다. 그는 차를 한 쪽에 멈추고 하천 쪽을 살펴봤다. 승용차 한 대가 전복된 채로 잠겨있었다. 엔진룸이 있는 차량 앞부분은 완전히 물에 잠겨 있었고 차량 후미 쪽은 절반 정도만 물에 잠겨 있었다. 사고 현장 주변에 있던 화물차주는 비상등을 켠 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 경장이 다가가 "차량 안에 사람이 있느냐" "지금 탈출했느냐" 물어보니 차량 안에 사람이 그대로 있다고 했다. 이 경장과 함께 있던 처사촌 이창수씨는 우선 사람부터 살리고 보자는 마음으로 하천 쪽으로 달려갔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지금 유속을 알 수 없는 상태라서 위험하다고 했다. 하지만
"딸이 납치됐어요." 지난 3월15일 오후 9시, 제주경찰청 112 치안상황실에 신고가 접수됐다. 딸이 납치됐다는 신고였다. 야간근무를 하고 있던 제주경찰청 소속 김대현 경위는 지체 없이 통화내용 '공청' 버튼을 눌렀다. 상황실에 중년 여성의 떨리는 목소리가 퍼졌다. 직원들 이목이 쏠리고 대기하던 분석대응팀도 지원을 시작했다. 신고자 목소리는 격양됐다. 신고자를 진정시키는 게 우선이었다. 수차례 "진정하시라" 말하자 신고자는 침을 한번 삼키고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3학년 딸이 미국 시카고로 유학을 갔는데 대만에서 열리는 한 캠프에 참여할 예정이었다. 신고자는 대만행 비행기에서 딸을 납치했다는 범인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보이스피싱이다." 김 경위는 직감했다. 신고자를 안심시키려던 찰나 전화기 너머로 "살려주세요"라는 딸 목소리가 들렸다. 곧 범인 협박이 시작됐다. 남편이 실시간으로 범인과 통화 중이었다. 신고자는 범인 목소리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김 경위도 범인의
"저 차 좀 이상한데?" 지난달 12일 오후 3시40분쯤 인천경찰청 기동순찰1대 12팀 김기준 경위가 관할 구역의 한 공사장 주변을 도보 순찰하고 있었다. 수 많은 주차 차량 중 비뚤어진 번호판이 눈에 들어왔다. 번호판을 고정하는 볼트도 찌그러져 있었다. 불현듯 최근 번호판을 무작위로 훔치는 범죄가 늘어난다는 사실이 뇌리를 스쳤다. 아니나 다를까. 차량 조회결과 도난 차량이었다. 본래 차종 또한 해당 차량과 달랐다. 자동차 등록도, 자동차 보험 가입도 안 된 차량이었다. 그리고 잠복 수사를 결정했다. 팀원들이 역할을 분담해 범인을 기다렸다. 도주로도 미리 차단했다. 1시간 남짓 후 차량 주인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차량 문을 열고 짐을 싣더니 시동을 걸었다. 김 경위를 비롯해 팀원들이 다가가 불심 검문을 시도했다. 그 순간 피의자들은 재빠르게 도주했다. 도주로는 동료들이 차단한 상황이었다. 5m도 가지 못하고 오후 5시쯤 도주를 시도한 이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피의자들은 캄보디아
"취객이 어린이보호구역 도로에 서서 웃옷을 벗은 채 난동을 부려서 일대가 마비됐어요." 지난 3월25일 오후 3시30분쯤 울산 울주경찰서에 112 신고가 연이어 접수됐다. 한 남성이 술에 취한 채 차도로 들어오더니 입고 있던 웃옷을 벗어 던지고 도로 한중간에 누워 소란을 부린다는 내용이다. 신고를 접수한 울주경찰서 온양파출소 김현석 경장(40)은 동료 경찰관과 함께 현장에 출동했다. 순찰차를 타고 남성이 있는 장소로 가려 했지만 남성이 일방통행 도로 중간에 서 있어 차량 10여대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해당 도로는 어린이보호구역이었다. 마침 인근 초등학교의 하교 시간과 맞물려 남성이 학생들에게 위협을 가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김 경장은 순찰차를 다른 동료에게 맡겨두고 조수석에서 내려 급히 남성에게로 향했다. 김 경장은 도로 중간에서 양팔을 벌린 채 서 있던 남성의 팔을 낚아채 우선 차량이 없는 곳으로 밀어냈다. 그러자 남성은 김 경장의 양팔을 있는 힘껏 잡아 넘어뜨리려 했다
"불법 대부업체 평균 연이율이 4000~5000%예요.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에겐 사실상 마지막 수단이죠." 서울 광진경찰서는 불법 대부업체를 운영한 30대 A씨 등 15명을 대부업법 위반과 전자금융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 2월29일 불구속 송치했다. A씨 일당은 2022년 7월부터 약 1년에 걸쳐 채무자 1900여명에게 10만∼200만원을 빌려준 뒤 정한 기간 내 갚지 않으면 가족과 지인의 연락처를 요구하며 주변인을 위협해 초고금리 이자를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주로 30만원을 빌려주고 일주일 뒤 50만원을 갚도록 하는 이른바 '3050 대부' 방식으로 채무자를 유인했다. 이 방식은 연이율로 3476.2%. 법정 최고 연이율 20%를 크게 웃돈다. A씨 일당은 1년여 동안 불법 대부업체를 운영하면서 채무자들에게 빌린 돈의 7만3000%에 달하는 이자를 요구한 사례도 있다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을 담당한 강성윤 서울 광진경찰서 수사2과 경사는 "이들이 돈을 대는 전주와 사장
"내놔." "꺅!" 지난달 2일 오전 8시쯤. 약 2초 가량의 짧은 112신고가 접수됐다. 여성이 누군가와 다투는 듯 비명을 지르고 전화가 끊겼다. 경찰은 해당 신고를 긴급성이 가장 높은 '코드제로'로 분류하고 서울 강서경찰서 까치산지구대에 출동 지령을 내렸다. 경찰은 휴대폰 위치추적을 통해 신고자가 서울 강서구 한 빌라와 오피스텔 밀집지역에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까치산지구대 소속 이호균 경장(35)은 순찰차를 몰고 신고 접수 2분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이 경장을 포함해 팀원 6명은 팀장 지휘 아래 수색을 시작했다. 휴대폰 위치추적 기법은 도심지역에선 500m 이상 오차가 발생하기도 한다. 건물 수백채를 수색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출동 경찰관들은 수색 범위를 좁히기 위해 신고자에게 전화했다. 강서경찰서 112상황팀은 신고자와 마지막 통화 내용을 바탕으로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성범죄 신상정보 등록대상자 중 30대 남성 A씨를 특정했다. 이 경장과 출동팀은 곧장 A씨 거주지로 향했
"새벽이슬을 맞고 실외기 위에 찍힌 범인 발자국이 드러난 거죠. 발자국을 단서로 수사에 들어갔어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5일까지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일대에 오래된 계단식 아파트만 골라 절도 행각을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침입 흔적을 남기지 않는 범행으로 아파트 12곳에서 1억5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다. 송대진 서울 광진경찰서 형사과 강력2팀장(경감)은 '4000만원이 사라졌다'는 신고를 받고 범행 현장에 도착했다. 보통 주거침입 절도 범죄가 발생한 장소는 출입문이 파손돼 있거나 창문이 열려있는 등 사람이 오간 흔적이 남는다. 이번 현장에서는 이러한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침입 흔적이 없는 데다 가정에서 벌어진 절도 신고는 적잖은 확률로 가족 구성원 등 내부 소행으로 결론난다. 이번 사건은 달랐다. 송 경감과 강력2팀 소속 경찰관들은 이번 '흔적 없는 절도 사건'과 관련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집안 내부를 샅샅이 수색했다. 그러다 베란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