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건의 집현전
한 아재가 조카와 친해지기 위해 유행가 제목을 들먹이며 '샷건의 집현전'이라고 했다죠. 실제 노래 제목은 '사건의 지평선'이었습니다. 아재들이 괜히 아는 체 하다 망신 당하는 일 없도록, MZ세대가 흔히 쓰는 용어들을 풀어드립니다.
한 아재가 조카와 친해지기 위해 유행가 제목을 들먹이며 '샷건의 집현전'이라고 했다죠. 실제 노래 제목은 '사건의 지평선'이었습니다. 아재들이 괜히 아는 체 하다 망신 당하는 일 없도록, MZ세대가 흔히 쓰는 용어들을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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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 '떼껄룩'이라는 단어가 퍼졌습니다. RPG(역할수행게임) '엘더스크롤'에 나오는 고양이과 종족인 '카짓'의 상인과 대화할 때 이들이 "Take a look!(둘러보세요!)"을 외친 데서 나왔습니다. 유저들은 이 발음을 왕왕 줄여 '떼껄룩'이라고 했고, 이내 온라인에서는 고양이나 고양이과 동물을 친근하게 부르는 명칭이 됐습니다. 이 때까지는 아직 고양이에 대한 호감이 많은 이들에게 남아있었습니다. 그래서 떼껄룩이라는 말은 고양이의 귀여움 그 자체를 뜻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일부 단어가 파생돼 아기 고양이는 '애(기)껄룩' 뚱뚱한 고양이는 '돼(지)껄룩'으로 부르기도 했습니다. 최근 일부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퍼지고 있습니다. 이는 주로 길고양이에 대한 것인데, 이들을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먹이를 주고 보금자리를 만들어주는 '캣맘'들에 대한 반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적지 않은 캣맘들이 고양이 밥을 주면서 다른 이의 주거지역에 들어가 급식
한때 초등학생들을 '초글링'이라 부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앞뒤 보지 않고 시끄럽게 굴며 여럿이 몰려 뛰어다니는 모습이 스타크래프트에서 가장 값싼 유닛 저글링을 닮았다는 이유로 나온, 초등학생+저글링의 합성어였지요. 방학식을 마친 초등학생들이 이른 시간에 PC방에 우르르 들이닥치면 "초글링이 몰려온다"며 질색하던 기억이 있을 겁니다. 부정적 단어를 만들 때 붙이는 접두어 '개'를 붙여 '개초딩'이라는 멸칭도 쓰였습니다. 최근에는 '잼민이'라는 말이 초글링을 거의 완전히 대체하고 있습니다. 잼민이는 미성숙한 초등학생들이 민폐를 끼치는 부정적인 상황에서 주로 사용되기 시작했으나, 좀 더 넓은 의미로는 저연령층 전체를 일컫기도 합니다. 잼민이는 한 트위치 방송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스트리머가 후원 플랫폼 투네이션의 TTS(Text To Speech, 음성합성, 후원자의 글을 캐릭터가 읽어주는 서비스)를 활용할 때 어린 남자아이의 목소리를 딴 캐릭터를 만들었고, 이 목소리의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논쟁을 흔히 키보드 배틀(키배)이라고 부릅니다. 키배가 벌어질 때는 논리 정연한 토론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인신공격을 일삼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필승(?)의 댓글로 등장한 게 "긁혔어?"입니다. 쓰이는 맥락을 고려하면, 상대방에게 "정곡을 찔려서 화났어?" "너의 아픈 부분을 건드렸어?" 등의 의미로 쓰입니다. 세 글자도 길다고 생각하는지 "긁?" 정도의 댓글만 다는 경우도 많습니다. 최근의 쓰임새는 이러하지만, 원래 '속을 긁다'는 우리말 표현에서 나왔습니다. 상대방의 속이 뒤집히게 비위를 살살 건드리는 행동을 뜻합니다. 다만 최근의 '긁'은 논쟁을 서둘러 마무리하면서 더 이상의 대화를 거부하는 쪽에서 주로 씁니다. 온라인 논쟁에서 할 말이 없어지는 이들, 논리에서 밀리는 이들이 밑도 끝도 없이 "긁?"을 남기고 대화를 단절하는 식입니다. 상대방이 그 어떠한 말로 반박과 공격을 하더라도 "나에게 긁힌 사람이 열 받아서 떠드는 소리"로 치부하는
많은 대한민국 대표 선수들이 땀흘리는 파리 올림픽을 보며 밤새는 분들이 많습니다. 방송을 놓친 이들은 다음날 경기 내용을 정리해놓은 기사를 보며 댓글로 응원합니다. 그런데 댓글 중 '정배'라든지 '역배'라는 표현들이 눈에 띕니다. 보통 우승확률이 높은 선수에 대해 정배라고 표현합니다. "안세영은 금메달 정배"라는 식입니다. 세계랭킹 1위에, 그동안 올림픽을 제외한 수많은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최강자라는 뜻입니다. 반면 낮은 세계랭킹에도 불구, 수많은 강자들을 꺾고 올라온 태권도 김유진 선수라거나, 주목을 받지 못하다 깜짝 은메달을 따낸 사격의 조영재 선수 등에 대해서는 역배라고 합니다. 비슷하게 쓰이는 용어로는 '언더독'이 있습니다. 정배나 역배 모두 도박에서 쓰이는 은어입니다. 정배는 '정상 베팅' 또는 '정석 베팅'에서 온 걸로 일컬어집니다. 경쟁에서 이길 확률이 높은 패 또는 플레이어에 돈을 걸고, 수익금은 적지만 안전하게 돈을 따려는 베팅 성향을 나타냅니다. 역배(역베팅
키보드워리어라는 말이 있습니다. 현실에선 순박한 사람들이 키보드 앞에만 앉으면 전사로 돌변해 거친 글들을 온라인에 풀어댑니다. 비슷한 의미로 '방구석 여포'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간혹 화를 참지 못하고 온라인에서 풀어내던 분노를 현실까지 가져오려는 이들이 있습니다. 상대방과의 말싸움 끝에 외칩니다. "너 나랑 현피 뜨자." 현피는 게임에서 플레이어 사이의 싸움을 뜻하는 PK(Player Kill)를 현실에서 행한다는 뜻의 합성어입니다. 보통 온라인 게시판 또는 게임 내에서 간단한 말싸움으로 시작된 것이 오프라인까지 번질 때 일어납니다. 키배(키보드 배틀)에 능하지 못한 이가 화를 참지 못해 제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피를 제안하는 경우는 많지만 실제 성사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이 키보드 앞에서만 용맹을 떨치는 방구석 여포들이기 때문입니다. 순간적인 화를 가라앉히고 나면 자연스레 현피 욕구가 떨어지는 것도 한몫 합니다. 현피를 제안해놓고 상대방을 헛걸음질 하
스트리트파이터와 같은 대전 게임을 하다보면 방어(가드)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방어에만 성공하면 HP(체력)가 살짝 깎이거나, 아예 HP 전체를 보존하는 경우도 생기죠. 그런데 일부 게임에선 가드가 전혀 먹히지 않는 기술들이 존재합니다. 비록 시전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지만 한번 시작되면 가드가 무조건 뚫립니다. 이러한 기술을 '가드 불가능 기술' 줄여서 '가불기'라고 부릅니다. 1992년 일본 SNK에서 나온 대전게임 '용호의 권'에 나온 '용호난무'가 가불기의 시초라고 전해집니다. 이후 '킹 오브 파이터즈'나 '철권' 류의 게임에서도 다수의 가불기가 나타났습니다. 게임 속 가불기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의미들로 쓰입니다. 우선 문자 그대로 쓰이는 경우입니다. 주로 논쟁이 붙는 경우 팩트에 기반해 정교한 논리로 상대방을 난타하는 경우 "가불기를 시전했다"고 표현하는 식입니다. 상대방의 과거사를 공격해 자신의 논리와 모순된 점을 지적하며 자가당착에 빠지게 하는 경우도 마찬
RPG(역할수행게임) 세계에는 유독 자부심 넘치는 플레이어들이 많습니다. 자신이 시간과 돈을 들여 정성껏 기른 캐릭터에 누구보다 강할 것이라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는 이들입니다. 한껏 캐릭터를 키운 이들이 만나면, 처음에는 자신이 더 강하다며 서로 말싸움을 시작합니다. 이윽고 PvP(플레이어간 대결)를 벌이는 장면도 흔합니다. 여기서 한발 더 나가는 살벌한 전투가 있습니다. 대결에서 지는 캐릭터를 영구히 삭제하기로 하는 겁니다. 정말 캐릭터에 공을 많이 들이고 자부심 강한 사람들만 나설 수 있는 싸움, '캐릭터 삭제 빵' 줄여서 캐삭빵입니다. 게임에서 종종 벌어지는 게 캐삭빵입니다. 현실에서 목숨을 걸고 싸울 수는 없으니, 온라인에서라도 한번 붙어보는 것이죠. 단순한 캐릭터만 지우는 게 아니라 계정 자체를 지우기로 약속하는 '계삭빵'도 있습니다. 정작 대부분의 유저들은 캐삭빵을 약속하더라도, 대결에서 진 뒤 말을 바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캐삭빵 패배 이후 캐릭터를 지운 유저들
온라인에서 세대간 갈등이 심해지면서 노인들을 비하하는 혐오 표현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틀딱'은 노인들이 틀니를 딱딱거리며 말한다는 뜻으로, 대표적인 노인 혐오 표현입니다. 최근에는 '딸피'라고 칭하는 이들이 늘어났습니다. 딸피는 보통 게임에서 많이 쓰이는 단어로, HP(체력)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를 뜻합니다. FPS(1인칭 슈팅게임)나 RPG(역할수행게임) 장르 등에서 보통 HP는 분자와 분모 형태의 숫자 또는 가로 막대기 형태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적들의 공격을 받아 HP가 줄어들면 위기감을 느낄 수 있도록 HP창 또는 화면 전체에 붉은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HP가 줄어들어 캐릭터가 사망하기 직전의 상태를 '빨피(빨간 HP)' 또는 '딸피(HP가 딸리는 상태)라고 부릅니다. HP 창에 남아있는 HP 양이 실처럼 가늘다는 뜻으로 '실피'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반대로 HP가 가득차 있는 상태에선 '풀피'라고도 합니다. 노인들을 '딸피'라고 칭하
온라인에서 재미 있는 글이나, 인기 몰이가 예상되는 가수의 팬페이지 등에 가면 어김 없이 등장하는 댓글 중 하나가 있습니다. 밑도 끝도 없이 "와드 박고 갑니다"를 외치는 경우입니다. 생소한 댓글에 어리둥절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와드' 댓글은 대부분 나쁜 뜻이 아닐 겁니다. 와드는 LoL(롤, 리그오브레전드)이나 도타 같은 전략 게임에서 많이 쓰이는 아이템입니다. 주로 맵 안에 설치해두고, 플레이어의 유닛이 해당 장소에 없더라도 시야를 밝혀주는 용도로 쓰입니다. 영단어 Warden(감시자)에서 유래된 걸로 알려졌습니다. 전략 게임에서 시야 확보는, 적들이 올 것으로 예상되는 길목이나 아군이 진출할 경로를 미리 파악하기 위한 용도로 쓰입니다. 와드의 오브제는 보통 막대기 형태로 표현되기에 '와드 박는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게임에서만 쓰이던 '와드'식 표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비슷하지만 약간 차이가 있는 용도로 쓰입니다. 대부분의 커뮤니티는 자신의 댓글을
결혼 생활에 대한 회의감은 유사 이래로 항상 존재했습니다. 주로 기혼자들에게서 비롯된 게 많았죠. 4050세대가 많이 쓰던 표현 중 "너희들은 결혼하지 마라" 같은 류의 자학성 멘트가 대표적입니다. 어려워진 취업, 높아지는 집값에서 기인한 불안정한 미래 때문에 결혼을 포기하고, 출산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결혼 자체에 대해 조롱하고 폄하하는 표현들까지 횡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게 '설거지'라는 표현입니다. 어릴 때 비교적 자유롭게 연애하던 여성들이 나이가 들면서 경제적 조건 등으로 결혼할 남성을 선택하는데, 연애 경험이 없다시피 한 남성을 찾는다는 겁니다. 여성을 마치 음식처럼 비유하며, 남들이 식사를 마친 그릇을 최종 결혼 상대인 남성이 설거지하듯이 처리한다는 식으로 표현합니다.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미 결혼을 한 기혼자 중 일부가 자신의 불행한 결혼 생활을 자조했다면, 이제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젊은 세대들이 앞장서서 이 같은 '설거지론
한국 대표팀의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 유명 연예인의 성형 전 사진, 학창시절 크게 실수해 부끄러운 기억들. 이런 것들을 통칭해 '흑역사'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온라인에서만 쓰이던 용어인데, 이제는 미디어에서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보편적 표현이 됐습니다. 그냥 부끄러운 과거이기 때문에 '검은 역사' '흑역사'라고 하는 걸까요? 사실 이 단어의 어원은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건담' 시리즈에서 생겼습니다. 건담 시리즈 중 TV에서 방영된 'A건담(∀건담)'이 시초입니다. 건담의 세계관에서 일컫는 흑역사는 시리즈 속 스토리가 존재하기 전 인류가 끊임 없이 전쟁을 이어가며 문명을 붕괴시켰던 '혼란의 시기' '전쟁의 시기'를 뜻합니다. 이를테면 어두운 과거 인류사를 싸잡아 흑역사라고 부르는 식이죠. 해당 시리즈에서도 흑역사 기간의 에피소드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습니다. 이는 다양한 건담 시리즈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묶기 위해, 과거 시리즈를 '흑역사'로 포함시켜 자세
온라인에서 두 라이벌이 맞붙는 상황이 될 때마다 흔히 '자강두천'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언뜻 사자성어처럼 보이지만 사실 '자존심 강한 두 천재의 대결'을 줄인 말입니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용호상박' 정도가 되겠죠. 하지만 정작 이 표현을 '천재'들에게는 잘 쓰지 않습니다. 별로 특별할 것 없는 두 명이 치열하게 대립하거나 갈등할 때 주로 쓰입니다. 실제 용례를 보면 '도토리 키재기'라는 표현과 더 비슷합니다. '천재의 대결'이던 이 용어의 의미가 변한 데는 유명한 프로게이머의 슬럼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LoL(롤, 리그오브레전드)에서 가장 유명한 게이머는 단연 '페이커' 이상혁입니다. 지난해까지 공식 상금만 20억원 넘게 벌어들이며 글로벌 넘버원 플레이어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레전드이자 롤 천재로 꼽힙니다. 2017년 유튜버 '봄바야'가 페이커와 게임 BJ '도파'의 대결을 편집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자존심 강한 두 천재의 새벽 솔랭(솔로랭크) 3연전 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