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나야 보상? 이제는 '미리 지켜준다'…보험판 흔드는 이 기업

사고 나야 보상? 이제는 '미리 지켜준다'…보험판 흔드는 이 기업

최태범 기자
2026.08.02 05:00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인터뷰]고광범 볼트테크코리아 대표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고광범 볼트테크코리아 대표 /사진=최태범 기자
고광범 볼트테크코리아 대표 /사진=최태범 기자

휴대폰을 새로 사는 순간, 또는 여행 갈 채비로 호텔을 예약하고 로밍을 신청하는 순간처럼 소비자가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할 필요성이 생기는 때가 바로 보험 수요가 극대화되는 지점이다.

이러한 결정적 순간에 물 흐르듯 보험 서비스를 녹여내는 방식, '임베디드 프로텍션'을 무기로 국내 인슈어테크(보험기술) 시장을 파고드는 기업이 있어 주목된다. 전세계 39개국에 진출한 싱가포르 기반 글로벌 유니콘 '볼트테크'다.

볼트테크는 2020년 10월 한국 법인을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해 3월에는 20년 경력의 디지털 전략 전문가인 고광범 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을 한국 법인 대표로 영입하며 임베디드 보험 모델의 국내 확산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고광범 볼트테크코리아 대표는 "만 50세가 되던 해 안정적인 대기업의 삶 대신 스타트업에 합류하기로 결정한 것은 인슈어테크 시장의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업 리스크 사전에 낮추는 선제적 보험 모델 구축

고광범 대표에 따르면 볼트테크가 추구하는 임베디드 프로텍션은 두 개의 축으로 움직인다. 하나는 소비자의 구매 여정 속에 보호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끼워 넣는 것, 다른 하나는 사고를 미리 막는 '사전보호' 기술이다.

그는 "여행자 보험은 여행을 준비하는 순간, 휴대폰 파손 보험은 새 폰을 사는 그 순간에 수요가 극대화된다"며 "그 순간에 보험 상품을 노출하고 구매로 이어지게 돕는 게 임베디드 프로텍션의 첫 번째 축"이라고 했다.

고 대표는 두 번째 축을 더 강조했다. 그는 "보험은 원래 사고가 난 뒤 보상하는 사후의 영역"이라며 "그런데 사전 단계의 기술을 가진 기업과 제휴하면 사고 자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미국 플로리다주의 사례를 들었다. 홍수 등 기후 변화로 인한 가정 내 누수를 IoT(사물인터넷) 센서가 미리 감지해 보험금 청구 자체를 줄였고,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보험료 절감을 달성했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선 LG전자(162,100원 ▲14,100 +9.53%)와 추진하고 있는 협업이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볼트테크코리아는 지난 4월 LG전자의 피지컬 AI(인공지능) 솔루션 'EVA(Evolved Vision Agent)'와 손잡고 AI 기반의 차세대 보험 연계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EVA는 제조 현장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식별하고 조기 대응을 지원하는 지능형 솔루션이다. 그는 "현장의 위험 요소를 실시간 식별하는 EVA의 데이터를 볼트테크의 플랫폼과 연동해 화재·상해 리스크를 사전에 낮추는 선제적 보험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기업보험이 과거의 사고 이력을 기반으로 했다면, 이 모델은 실시간 데이터를 쓴다"며 "도입 기업은 리스크를 줄여 보험 비용을 아끼고, 보험사는 정밀한 데이터로 최적화된 상품을 만들 수 있다. 기업보험 시장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MS 오피스처럼 최신 보험기술 즉시 활용 가능"
/사진=구글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사진=구글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볼트테크의 사업 모델은 중간 파트너사를 거쳐 소비자에게 서비스가 전달되는 'B2B2C' 방식이다. 자체적인 서비스 유통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아도 파트너사의 브랜드와 고객망을 활용해 서비스 도달 범위를 빠르게 넓힐 수 있다.

고 대표는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소비자를 고객으로 둔 기업이 우리의 고객"이라며 "유통·제조·금융·부동산·헬스케어 등 버티컬 산업군을 상대로, 각 산업의 규제와 특성에 맞춘 맞춤형 보호 서비스를 설계해 제공한다"고 말했다.

핵심 경쟁력은 220개 이상의 마이크로서비스를 조합하는 모듈형 클라우드 플랫폼이다. 고 대표는 이를 '오케스트레이션 플랫폼'이라고 정의했다. 고객사 입장에선 복잡한 시스템 구축 없이 볼트테크 플랫폼에 연동하기만 하면 즉시 보험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업이 신사업을 하려면 예산 확보부터 실제 구현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사이 기술은 낡아버린다"며 "우리의 플랫폼은 필요한 API만 레고 블록처럼 조합하면 된다.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365가 계속 업데이트되듯 최신 기술을 자동으로 받아보는 구조"라고 했다.

수익을 나누는 레비뉴 셰어링(revenue sharing) 방식이라 파트너사가 부담 없이 가볍게 시작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고 대표는 "작게 시작해 성과를 보며 사업을 키울 수 있다"며 "속도와 확장성, 최신성 등 세 가지가 파트너사에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한국 규제는 '위기이자 기회'…K-모델 글로벌로 확산
고광범 볼트테크코리아 대표 /사진=최태범 기자
고광범 볼트테크코리아 대표 /사진=최태범 기자

고 대표는 한국 보험 시장의 촘촘한 규제를 '위기이자 기회'로 봤다. 개인정보와 상품 관리 기준이 높아 해외 플랫폼이 손쉽게 진입하기 어렵지만, 그 안에서 검증된 서비스는 글로벌로 뻗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LG유플러스와 선보인 '폰교체 패스'는 한국에서 첫 출시한 이후 현재 대만·태국·유럽으로 확산 중이다. 삼성케어플러스·애플케어와 공식 제휴해 파손·수리를 지원하는 형태로, 중국 스마트폰 비중이 낮고 삼성·애플 비중이 유독 높은 한국 시장의 특성을 반영했다.

고 대표는 "기존 휴대폰 보험이 파손 시 수리센터를 방문하고 비용을 청구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다면, 볼트테크의 서비스는 온라인 신청만으로 서울 기준 6시간 이내에 상태가 좋은 스마트폰으로 즉시 교체해 준다"고 했다.

볼트테크코리아의 수익 모델은 크게 세 갈래다. LG유플러스·롯데하이마트와 진행하는 △디바이스 프로텍션 △임베디드 인슈어런스 플랫폼 △개인정보 보호와 보이스피싱 대응 등을 아우르는 온라인 세이프티다. 온라인 세이프티 관련 상품은 하반기 중 국내 출시 예정이다.

고 대표는 "현재 잘하고 있는 디바이스 프로텍션을 넘어 임베디드 플랫폼과 온라인 세이프티가 앞으로 키워야 할 영역"이라며 "세 사업 모두 콜센터 응대부터 글로벌 데이터 분석까지 AI가 내재된 형태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앞으로 보험의 역할이 사고 발생 후 금전적으로 보상하는 방식에서, 기술을 통해 사고를 미리 방지하는 방식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프로텍션 갭(Protection Gap, 보호의 격차)' 해소다.

그는 "장애인이든 시니어든 디지털 취약계층이 누구도 기술의 혜택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자 책임"이라며 "회사가 성장할수록 우리 사회에 이러한 안전망을 하나씩 더 확장해 나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볼트테크코리아 임직원들이 창립기념일을 맞아 유기견 보호소 봉사활동을 비롯해 노인복지관에서 시니어 노인들을 대상으로 AI 활용법과 보이스피싱 대응, 카카오택시 앱 사용법 등 디지털 교육을 진행한 것도 이 같은 철학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고 대표는 궁극적으로 한국 기업의 글로벌 진출 돕는 가교로서 역할을 한다는 목표다. 그는 "한국 기업의 기술력이 볼트테크의 인프라를 활용해 글로벌 시장에서 빛을 발하도록 수출의 길을 열고, 기술이 사람을 선제적으로 보호하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최태범 기자

씨앗을 뿌리는 창업자들의 열정부터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 성장의 토대를 닦는 정책의 흐름까지 스타트업 생태계의 모든 현장에서 함께 호흡합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