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선물을 빼앗긴 사람들
매일 근육이 서서히 굳어갔습니다. 수십 년을 기다려 마침내 치료제가 나왔습니다. '하늘의 선물' 같았지요. 그러나 이내 빼앗겼습니다. 왜일까요. 그 이야길 하나씩 들려드리려 합니다.
매일 근육이 서서히 굳어갔습니다. 수십 년을 기다려 마침내 치료제가 나왔습니다. '하늘의 선물' 같았지요. 그러나 이내 빼앗겼습니다. 왜일까요. 그 이야길 하나씩 들려드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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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토콘드리아 질환'이란 희귀병이 있다. 아주 생소할 게다. 그럴 수밖에 없다. 환자가 무척 적기에. 10만분의 1 확률로 걸려서다. 전 국민 5000만명 중 미토콘드리아 질환 환자는 500명 정도. 나머지 4999만9500명은 걸리지 않았다. '난 그 병을 피해서 다행이다'라 생각하는 이가 많을 거다. 그러나 같은 문장을 다시 쓰면 이렇다. '500명이 걸렸기에 4999만9500명이 걸리지 않았다.' 그러니 병에 안 걸린 이들도 '10만분의 1 정도 책임'은 져야한다고. 이 말을 한 건 이영목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 얘길했다. 그에 담긴 속뜻은 '안타까움'이다. 그 정도 관심도 희귀난치병 환자에게 없단 거였다. 이 교수가 요즘 하는 고민도 다 이와 맞닿아 있었다. "잘 치료할 수 있게, 함께 환자 가족을 끌고 가는 게 요즘 진짜 고민이에요." 가족이 환자에게 정성을 다하도록 해야하는데, 여의치 않을 때가 있단 거였다. 그러려면 사회·경제적 지원이
생(生)과 사(死)의 갈림길. 호흡하는 것조차 힘든 희귀병. 치료제는 있다. 그런데 가격이 1억원이다. 아픈 건 13살 딸이었다. 이름은 서연이. 앓는 병은 척수성근위축증(SMA). 시간이 갈수록 근육이 약해지고 굳는 거였다. 치료 주사를 맞지 않으면 심한 호흡 곤란이 올 수 있었다. 죽을 수 있었다. 거듭 말하지만 주사 가격은 1억원. 기댈 건 건강보험 적용뿐이었다. 그럼 1억원짜리 주사를 600만원에 맞을 수 있었다. 그러나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서 탈락했다. 평가 기준이 서연이에겐 가혹했다. 손가락을 겨우 꼼지락거리는 아이에게, 운동 평가를 하고 점수를 매겼다. 0점이었다. 딸은 죽을 수도 있고, 치료제는 1억원이고, 건강보험은 탈락했고. 그 모든 걸 바라봤을 아버지 마음은 어땠을까. 매일 딸의 호흡 체크를 했다. 치료제를 중단하니 산소 포화도가 떨어져 있었다. 아버지는 선택했다. 1억원을 내어서라도 주사를 맞히기로. 그리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주사는 1년에 3번씩 맞는 거였다
둘째 손가락 하나로 한 글자씩 친다. 민경현씨(33)가 타자 치는 법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A4 한장을 쓰는데 남들이 5분이면, 경현씨는 1시간이다. 그 어려운 물리학을 공부해, 그리 9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한 글자씩 쳐서, 80쪽짜리 박사 논문을 완성했다. '물리학 박사'가 됐다. 생후 12개월에 척수성근위축증(SMA)이란 걸 알게 됐다. 온몸의 근육이 약해지고 굳었다. 의사의 '24개월 시한부 선고'를 어머니 정윤주씨(60)는 무한한 희생으로 무력화시켰다. 호흡이 약해져 죽을까 싶어, 밤마다 아이 머리에 코를 박고 잤다. 평범한 통잠은 꿈 같은 거였다.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답없이 죽음으로 향하는 병의 치료제가 나오기를. 응급실을 갔다 오고, 죽을 고비를 넘기고, 또 힘들 때마다 어머니는 경현씨에게 이리 말했다. "오래만 살아 있어라. 언젠가 약이 나올 거야." 30년을 기다리고 기다렸다. 그해 마침내 '치료제'가 나왔단 소식을 들었다. '스핀라자'란 이름이었다. 그런데
서서히 근육이 굳어간다. 멈춰주는 건 치료제뿐이다. 맞아야 살 수 있는 거다. 주사는 한 번에 1억원. 건강보험이 적용 돼야 그나마 600만원. 그런데 치료 효과가 있는 사람만 보험을 해준단다. 그 효과를 측정한다며 평가한다. 그런데 그 평가가 획일적이다. 운동 기능만 보는 거다. 예를 들면, 병으로 인해 이미 오래 전부터 움직일 수 없는 사람한테 움직여보라는 식의 가혹한 시험. 못 움직이면 탈락이다. 효과가 없는 거라며 치료제를 앗아가 버린다. 그 병이 척수성근위축증(SMA)이다. 희귀하고 고치기 어려운 질환이다. 일찍 발병하면 호흡하기조차 어렵다. 그래서 2살이 되기도 전에 90%가 숨진다. 강연수씨(26)도 척수성근위축증 진단을 받았다. 태어난지 고작 21개월 때였다. 담당 의사는 "3살을 넘기기 힘들 겁니다"라고 말했다. 척수성근위축증은 타입이 1부터 4까지 네 가지로 나뉜다. 연수씨는 그중 가장 힘든 축에 속하는 타입1이었다. 평범한 감기조차도 굉장히 힘든 병. 금세 폐렴까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사형 선고'를 받았다. 단 1년 밖에 못 산다고 했다. 근육이 서서히 약해지고 굳어가는 병이었다. 손가락 하나도 맘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평범한 숨쉬기도 힘들었다. 그조차 다 근육이 필요했다. 소소한 감기도 금세 폐렴으로 악화됐다. 같은 병을 앓으며 마음을 기대던 친구 몇몇이 있었다. 하늘나라로 먼저 떠났다. 아이도 죽을 고비를 넘겼다. 살아 남은 뒤에도 희망은 적었다. 치료 방법이 없다고 했다. 어느 병원에 가도 "방법이 없다, 진행될 거다"란 말만 들었다. 몹쓸 희귀난치병이었다. 지푸라기라도 잡아준 건 부모님. 안개 같은 인생을 밝힌 건 오로지 낳아준 이의 헌신이었다. 학교에선 고마운 친구들이 도와주었다. 혼자가 아녔다. 수업을 듣고 공부를 했다. 대학교도 들어갔다. 장장 9년이 걸렸으나 졸업했다. 대학원도 갔다. 더 공부하고 싶어 박사 과정까지 마쳤다. 아는 이들과 스타트업도 만들었다. 안구 마우스로 눈동자를 깜빡이며 프로그램을 짰다. 스스로 돈을 벌었다.